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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79화 (379/522)

# 379

리그너스 대륙전기 379화

쩌엉!!!

“아, 아니 이걸 어째!!!”

“이 쉬버럴 놈아! 정신을 집중해야 될 거 아니여!!!”

알르드 아니 대륙에서 손재주가 가장 좋은 장인들이 모였다고 알려진 디르시나의 공방에서 드워프 장인들이 쪼개진 원반을 눈앞에 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호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후우. 오늘도 실패인가…….”

카오스 큐브를 통해 로우덴의 EX 승급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로우덴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일이었다.

현재 공방에서 장인들이 만들고 있는 물품은 그중 하나인 미스릴 프리스비.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미스릴 프리스비는 황당하게도 제작난이도가 최상급에 속하는데다가 미스릴과 같은 고가의 특산품이 잔뜩 들어가는 물품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라면 제작에 큰 애로사항이 생기지는 않았을 터였다. 미스릴 쯤이야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었고, 알르드 장인들의 손재주는 대륙 제일의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미스릴 프리스비의 앞에 붙은 명품이라는 단어가 문제였다.

명품. 아이템의 제작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끝내야만 획득할 수 있는 명칭으로 한마디로 말해 게임 속 강화 시스템의 대성공과 같은 결과를 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물며 미스릴 프리스비의 제작난이도는 최상. 아무리 알르드의 드워프 장인이라 할지라도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결과로 벌써 7개의 미스릴 프리스비가 호의 눈앞에서 연속으로 깨져나가고 있었다.

“이게 쉬운 작업인 줄 알아? 미스릴을 다루는 일이라고! 그것도 얇게 핀 원반을 만들어야 돼! 븅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명품을 만들어야 된다고!!!”

“비켜봐! 이번에는 내가 해볼 테니까!”

“왜? 너는 할 수 있을 거 같아?! 나보다 검도 못 만드는 주제에? 너 마장기 제작 몇 번이나 해봤냐? 응?”

“뭐? 너 이 자식! 내가 만들면 어쩔껴?! 엉?! 손모가지라도 내놓을래?!”

그리고 계속된 실패로 인해 공방의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호와 함께 공방을 찾은 드워프 영웅 레온 바티스타가 보다 못해 앞으로 나섰다.

“자자! 진정들 하라고 친구! 시원한 맥주부터 한 통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갖는 게 어때?”

“맥주?”

“큼큼. 그렇다면 조금 쉬는 게 좋겠지?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열기 때문에 몸이 익을 지경이니…….”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장인들은 힐끔 호의 눈치를 보았다.

미스릴 수백 상자와 각종 특산품을 제작으로 소모했지만 얻은 것이라고는 깨어진 프리스비 몇 조각이 전부였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아이템들이었다. 심지어 관상용으로 말이다. 결국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소모했지만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이런 와중에 맥주를 마신다? 욕을 다발로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모든 장인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허.”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레온 바티스타가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말을 꺼낸 자신이 총대를 메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워프의 통통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호 님. 장인들과 맥주 한 통…… 어떻습니까? 시원하게 한 통 하고 정신 집중하고. 컨디션 팍! 끌어올리고 다시 만드는 겁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집무실로 먼저 돌아갈 테니 레온 바티스타님께서는 계속해서 미스릴 프리스비의 제작에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꼭 명품을 얻으셔야 합니다.”

“쩝쩝. 뭐 그러시다면야……. 술 한 통 하고 다시 제작에 들어가겠습니다.”

장인들에게 엄지 척을 한 몸에 받는 레온을 뒤로 한 채 호는 공방에서 나와 호위 인원들과 함께 디르시나의 집무실로 향했다.

“쉽게 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로우덴의 EX 승급을 위한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 먼저 림드산맥으로 복귀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일의 진행사항을 보아하니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EX 등급의 강력함을 생각해 보면 승급 관련 아이템 획득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기에 호는 아이템의 제작에 대해 신경을 컸다.

어차피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언젠가는 만들어질 아이템이었다. 급하게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끝날 거였으면 리그너스 대륙에는 이미 고 등급 영웅들이 넘쳐나고 있을 터였다.

집무실에는 에스트리드 벨이 바삐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서울의 인구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 림드 산맥의 군주인 만큼 그녀가 하루에 처리해야 할 서류는 엄청나게 많았다.

호의 등장에 벨이 서류에 사인을 하던 것을 멈추고는 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이템을 제작한다고 하셨는데……. 일이 잘 안 풀리셨나 봐요?”

“응? 어떻게 알았어?”

“얼굴이 뚱해 보여서요. 그리고 아이템 제작에 성공을 하셨다면 제작한 아이템을 들고 오셨겠죠. 그……. 미스릴 프리스비라고 했던 가요?”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

중요한 것은 앞에 붙은 수식어였기에 호는 명품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런 호의 말에 어이가 없던 모양인지 아스트리드 벨이 옅게 웃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요.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 그런데 대체 무슨 아이템이기에 아이리스로 갔던 당신이 갑자기 복귀를 해서 급하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디아린에게 들었는데 미스릴을 허공에 뿌리는 수준이라던데…….”

“로우덴의 승급과 관련된 아이템이야.”

“로우덴 셰필드라면…….”

벨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알르드의 건설팀 ‘심시티’의 리더이자 뛰어난 전략가인 천재 군사이며 알르드의 개국공신 중 하나로 호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견인족 수인 영웅이었다.

“어라?”

하지만 벨이 기억하기로 로우덴 셰필드의 클래스는 SSS등급의 클래스 ‘불세출의 천재 군사–나폴레멍’이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더 이상의 승급이 불가능한 것이다.

“SSS등급이 최고가 아니었던 건가요?”

“대부분의 영웅들에게는 SSS등급이 최고의 등급이겠지. 하지만 재능 넘치는 몇몇 특별한 영웅들은 창조신의 가호를 받나 봐. SSS의 윗 등급인 EX 등급으로 승급이 가능하다더군.”

“아아! 그 중 한 명이 로우덴 셰필드로군요!”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탄성을 터뜨리며 놀란 표정을 짓던 벨이 갑자기 표정을 새초롬하게 바꾸고는 입을 열었다.

“좋겠네. 로우덴은……. 누구는 아직도 A등급 클래스인데……. 일만 열심히 하면 뭐하나? 주인이 꽃에 물도 안주는 걸…….”

“어어?”

갑작스런 벨의 투정에 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알르드의 내정을 통솔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벨의 클래스는 고작 A등급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림드 산맥을 제대로 발전시킨 것을 보면 행정과 관련된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내가 너무 신경을 못 썼는데?”

“후후. 지금부터라도 신경을 쓰면 되죠?”

“전직에 필요한 경험치는 어때? 많아?”

“충분해요. 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 같이 있는데다가 최근 사건이 여러 개 터지면서 추가적으로 경험치를 많이 획득했거든요.”

‘최근 터진 사건이라면…….’

아마 모에드와 아이리스 성국과의 전쟁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매번 출정군의 보급을 책임진 인물이 벨과 디아린이었으니 이제까지 제법 많은 경험치를 획득했을 터였다.

호는 푹신한 의자에 편하게 몸을 기대고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열었다. 현재 아스트리드 벨의 클래스는 바이스로이로 내정형 계통의 A등급 레어 클래스였다. 그리고 그 상위 단계의 클래스라면 S등급 유니크 클래스 룰러가 있었다.

유니크 클래스답게 룰러는 통솔, 정치, 지력, 매력까지 무려 네 개의 능력에 수치 보너스를 받는 클래스였다. 하지만 내정형 클래스와는 어울리지 않게 획득하게 되는 스킬이 수성에 특화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의외로 획득 스킬의 효과가 상당히 괜찮은 터라 딱히 단점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룰러 아스트리드 벨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기는 한데 어감은 괜찮네.’

게다가 획득 스킬은 둘째 치더라도 네 개의 능력에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전직도 딱히 까다롭지 않았다. 문제라면 전직에 필요한 아이템 중에 드레이크의 심장 50개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는데, 알르드의 전력이라면 귀찮긴 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좋아. 그러면 슬슬 벨도 전직을 해 볼까?”

“와! 그러면 저도 이제 S등급이 되는 건가요? 클래스는요? 저도 좀 알아봤는데 역시 룰러가 가장 좋겠죠? 그런데 전직을 하려고 보니까 드레이크의 심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디아린이 그러는데 드레이크의 심장은 수인 왕국 쪽 영토의 던전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구할 수 있을까요?”

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벨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말이 쏟아져 나왔다. 어지간히도 전직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한시진은 무려 SS등급의 클래스인데다가 2회 차 소환자인 신윤아와 김유진도 S등급의 클래스였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니 호는 벨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는 하지만……. 벨의 일을 먼저 해야겠다.’

어차피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창조신의 축복이라 불리는 영웅들의 승급 작업과 모에드, 아이리스 성국의 발전 그리고 미피츠의 공략을 위한 해군 양성이 전부였다. 승급 작업을 제외하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잘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일이니까 어렵지 않을 걸? 뭐, 드레이크의 심장이 나오는 용의 계곡이 수인 왕국의 영토에 있기는 하지만 군트락 근처에 있는 거라 생각보다 빨리 구할 수 있을 거야. 정 안 되면 던전이 있는 영토를 점령해 버리지 뭐.”

“아하!”

탄성과 함께 벨이 감격어린 눈망울로 호를 바라보았다. 그런 예쁘장한 벨의 모습에 호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할 때였다.

“호, 호 님! 리셴르나님과 수인 왕국의 영웅이 호 님을 찾아왔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엘프 영웅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집무실 밖에서 들려왔다.

* * *

지금은 알르드의 군주 중 한 명이지만 한때 수인 왕국의 십이멀 중 하나였던 리셴르나는 호와 이 세계에서 잡다한 인연을 맺고 있는 영웅이었다.

호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오너 시스템을 사용한 영웅이 리셴르나의 휘하 영웅인 리아 캬베데였고, 대륙에 이름을 떨치게 된 것도 폭발마법으로 안테로리를 무너뜨리는 과감함으로 리셴르나의 선봉대를 전멸시키고 나서부터였다.

알르드를 향한 수인 왕국의 대대적인 공세 역시 리셴르나의 도움을 받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리셴르나를 호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리안스 대지의 군주가 말도 없이 이렇게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건가?”

“흐냥?! 나, 나는 잘 못 없다. 당연히 영지의 발전과 방어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리셴르나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후룩하는 소리와 함께 묘인족 남성이 푸 차를 홀짝이더니 말했다.

“이 차가 엘프들이 자랑하는 그 푸로군요. 굉장한 맛입니다. 다만, 뜨거운 것보다는 미지근했으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요…….”

“원한다면 돌아가는 길에 선물로 드리도록 하죠. 묘인족의 장로, 랙돌.”

“알고 계셨습니까?”

“모를 리가.”

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몇 번이나 플레이했던 자신이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도 중요 영웅은 머릿속에 톡톡히 남아 있었다.

‘SS등급의 영웅이었지.’

그리고 묘인족의 장로 랙돌은 견인족의 장로인 말라뮤트와 함께 수인 왕국의 영웅 중에서도 손꼽이는 인재 중 하나였다.

SS라는 높은 등급도 등급이지만, 만능형 영웅으로 군사, 내정, 외교 그 어느 부문에서도 제 능력을 발휘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래서 묘인족의 장로께서는 왜 저를 찾아온 겁니까? 수인 왕국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면 지금의 행동이 딱히 현명한 선택 같지는 않은데요?”

그런 이가 자신을 찾아왔다. 분명 어떤 사건이 벌어진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벌어지거나 말이다.

호의 눈동자가 랙돌에게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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