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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78화 (378/522)

# 378

리그너스 대륙전기 378화

띵동

카오스 큐브가 로우덴 셰필드의 황금색 재능과 공명을 시작합니다.

황금색 재능의 공명에 2 개의 카오스 큐브가 사용됩니다.

공명이 끝나면 로우덴 셰필드의 EX 승급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담은 메시지의 등장에 호는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서 점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Yes or No의 선택지.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무려 EX등급이었다.

‘Yes.’

생각과 동시에 두 개의 카오스 큐브가 소모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했던 EX 승급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검의 왕좌’에서 있었던 사건을 통해 SSS와 EX등급의 차이를 몸소 경험해 본 만큼 호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EX등급의 영웅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본인이 EX등급의 클래스를 획득하거나.

그런 면에서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로우덴 셰필드라면 카오스 큐브를 소모해서라도 EX등급으로 승급시킬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게 고작 승급 관련 정보만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멍멍? 무슨 고민이라도 생기셨습니까?”

갑작스레 이상행동을 보이는 호의 모습에 로우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호가 종종 멍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볼 때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던 터라 크게 걱정을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고민이라면 고민이네.”

“……멍?”

로우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보이던 호의 이상행동이 오늘따라 그 수위가 좀 더 높아진 느낌이 든 탓이었다.

<로우덴 셰필드의 EX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

명품 미스릴 프리스비(제작가능)

황금의 드라곤볼(제작가능)로 1000번 놀아주기

로우덴 셰필드와 함께 SSS등급의 던전 5개 공략하기.

로우덴 셰필드와 함께 1000 만 이상의 적군을 물리치기.

<로우덴 셰필드가 EX 승급으로 얻을 수 있는 클래스>

-‘군신–로우덴’ / 100%의 확률로 전직합니다.(신 클래스)

[통솔 EX+급, 지력 EX +급, 무력 S 급, 정치 SSS 급, 매력 SS급]

그런 로우덴을 향해 호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와 자신의 시야 우측에 생겨난 로우덴의 승급 정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EX등급으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일까?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과 정보들의 내용이 참으로 범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게임도 아니고 EX+는 뭐야?’

처음에는 잘 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봐도 EX 옆에+가 표시되어 있었다.

* * *

“흐냐아암.”

침대에서 일어난 리셴르나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쭈욱 기지개를 폈다. 잠시 후, 그녀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시종들이 씻을 물과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오늘이 그날 맞지?”

“네? 네, 맞습니다. 캣잎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리셴르나의 옷을 갈아입히던 시종이 주어가 빠진 리셴르나의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하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했다.

매달 20일인 오늘은 바리안스의 대지에서 생산된 야생의 캣잎들이 그녀의 영지로 들어와 가공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공된 캣잎은 예쁘게 포장되어 리셴르나가 다스리는 바리안스의 이름을 달고 디아린 상단을 통해 대륙으로 팔려나갔다.

바리안스의 캣잎은 리그너스 대륙의 캣잎 시장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대륙 내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만큼 질 좋은 캣잎들이 많이 생산이 되는 영토였다. 전부 심시티의 도움과 함께 엄청난 돈을 투자한 결과였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리셴르나가 아트리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늘은 영지 순찰을 하겠다.”

“준비 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리셴르나의 부관은 그녀가 캣잎 공장으로 향할 거라고 확신했다. 매달 20 일 마다 반복적으로 행해진 일이기 때문이었다.

“냥냥냥.”

캣잎을 사랑하는 묘인족답게 리셴르나는 이번에는 얼마나 질 좋은 캣잎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비록 수인 왕국의 용맹한 영웅을 가리키는 십이멀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왕국을 배신하는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리셴르나는 그런 자신의 행동에 조금도 후회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의 꿈이나 다름없는 대륙 최고의 캣잎 생산 영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인 왕국 소속으로 천대받던 옛날과는 차원이 다른 대우였다.

덕분에 리셴르나는 알르드의 이름 아래에서 매일 놀고, 먹고, 캣잎을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의 ‘바리안스의 대지’는 리셴르나에게 있어 상상으로만 꿈꾸던 파라다이스나 다름없었다.

“흐냐앙. 캣잎이 어마어마하게 있네. 저번보다 더 많은 느낌인데?”

“생산량이 좀 더 늘었습니다. 그만큼 질 좋은 캣잎들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리셴르나 님.”

“내 것도 있겠지?”

“벌써 가공을 끝내고 포장 중에 있습니다. 특 상품들로만 구성했습니다.”

가공 공장에 쌓인 산더미 같은 캣잎들을 보던 리셴르나는 공장장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上)품의 캣잎은 한 상자에 천 리스가 넘는 고가의 사치품이었지만, ‘바리안스의 대지’의 군주인 그녀에게는 공짜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리셴르나가 눈동자를 빛냈다.

“특상품? 캣잎 가공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질 좋은 캣잎도 많이 늘어온 데다가 장인들의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흐흠. 그렇단 말이지?”

리셴르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상(上)품도 아니고 무려 특상의 캣잎이었다. 질 좋은 캣잎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단 한 톨의 실수도 없어야지만 나오는 상품으로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특산품이었다.

“룰루루. 운이 좋은데?”

그렇게 리셴르나가 순찰을 빙자해 수십 상자의 특상품 캣잎을 가지고 영주성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랜만이군.”

누군가가 리셴르나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비록 후드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익숙한 목소리였던 터라 리셴르나는 자신을 찾아온 인물이 누군지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누구냐!”

“수상한 자다! 영주님을 지켜라!!!”

갑작스럽게 등장한 의문의 인물에 리셴르나를 호위하던 실버 문들이 자신들의 검을 빼어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런 병사들을 향해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행동을 멈추게 한 리셴르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랙돌. 여기는 무슨 일이지? 설마 혼자서 나를 암살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랙돌. 수인 왕국에 소속된 묘인족의 장로로 한 때 리셴르나의 상급자로 있던 인물이었다.

“그럴 리가. 알르드의 실버 문에 대한 위명은 귀가 따갑게 듣고 있다고.”

“그러면 왕국의 사신으로 온 건가?”

“그랬다면 이렇게 비밀스럽게 왔을 리가 없잖아?”

“흐음.”

팔짱을 끼고 있던 리셴르나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온 묘인족의 장로. 왠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리셴르나는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깨뜨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수인 왕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설득하려고 왔다면 그냥 가는 게 좋을 거야.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내가 봐도 그럴 것 같군.”

대답과 함께 랙돌의 시선이 리셴르나의 뒤쪽으로 향했다. 예쁘게 포장이 된 바리안스 캣잎 상자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랙돌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옛날부터 너만의 캣잎 영지를 가지고 싶다고 그렇게나 노래를 불렀으니. 뭐, 지금은 꿈을 이룬 셈인가?”

“그래. 수인 왕국은 해줄 수 없는 것들이지.”

묘인족의 장로가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셴르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 본인의 무력 또한 낮지 않은데다가 주위에는 실버문과 브뤼헤아 비쉬들이 다수 있었다. 게다가 아트리그에는 다섯 기의 라이온레인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리셴르나를 향해 랙돌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뭐, 설득을 하려고 온 것도 아니니까 날 세우지 말라고. 우리 옛날에 아주 친했잖아? 어쨌든 바리안스 캣잎이 아주 끝내준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 그래서 말이야. 잠시 캣잎 대접을 좀 받고 싶은데?”

“……따라와.”

어울리지 않는 랙돌의 너스레에 리셴르나는 이유 모를 불길함을 느끼면서도 그를 데리고 영주성으로 와야만 했다.

“후우. 역시 끝내주는 구만. 이게 바로 특상품의 캣잎이란 말이지?”

집무실의 소파에서 랙돌이 눈을 감고는 여운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후, 몸을 일으켜 캣잎을 바라보는 랙돌의 눈동자에는 하트가 뿅뿅 나타나 있었다.

자연스레 랙돌의 하얀 손이 캣잎 위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랙돌을 힐끔 바라보던 리셴르나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 상자에 천 리스가 넘는 거다. 적당히 쳐 먹어.”

“휘유. 엄청난 사치인데? 리셴르나. 제대로 출세했어?”

“그래서 찾아온 이유가 뭔데? 헛소리 하려면 그냥 돌아가. 너, 우리 애들 아니 한시진이 보면 당장 죽이려고 들걸?”

일반 영웅도 아닌 묘인족의 장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올 리가 없었다. 하물며 수인 왕국은 알르드의 적대 세력이었다.

“한시진이라면 그 데스 사이더의 주인 말하는 거 맞지? 실력이 정말 무시무시하던데? 말라뮤트가 한 번 부딪쳐 봤다는데 까딱하다간 죽겠다고 하더라고.”

“…….”

계속된 랙돌의 너스레에 리셴르나는 입을 다물었다. 비록 친분이 있는 사이라지만 알르드의 군주로 수인 왕국의 장로와 편하게 사담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캣잎에 취해있던 랙돌이 늘어진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리셴르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맥아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 랙돌의 모습에 리셴르나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리셴르나가 알고 있는 평소의 랙돌이 아니었다.

그리고 랙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왕국에서 내전이 일어날 거다. 그리고 그 때를 틈 타 우리 묘인족들은 군트락를 통과해 바리안스의 대지로 이주를 할 생각이다.”

“뭐, 뭐?”

리셴르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로 들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혹시 눈앞의 녀석이 랙돌이 아닌 다른 누군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리고 혼란에 빠진 리셴르나를 향해 랙돌이 다시 한 번 말했다.

“무리한 부탁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종족을 위해 우리들을 받아줬으면 한다, 리셴르나.”

그렇게 말하는 랙돌의 목소리는 조금이지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의 사안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수인 왕국의 상황은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계속된 전쟁으로 많은 수의 수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식량 상황 역시 올해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해야할 수왕 아쉬토는 파신과의 싸움에서 입은 중상으로 몇 달째 누워있었고, 이 틈을 노리고 권력을 잡으려는 웅족과 호인족의 세력 다툼은 제대로 불이 붙어버렸다. 그런 모습에서 랙돌은 왕국의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이주를 결심한 것이다.

“너,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이주가 쉬운 건줄 알아? 왕국의 묘인족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몰라서 그래?”

한참이나 랙돌과 마주보던 리셴르나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귀찮다 못해 폭탄이 품 안으로 들어온 격이었다.

그녀가 아는 묘인족의 숫자만 해도 몇 백만이 넘었다. 그런 대규모 무리가 왕국을 벗어나서 알르드로 온다? 이건 수인 왕국의 얼굴에 뺨을 몇 백대 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서로의 존망을 건 전쟁이 일어날 게 틀림없었다.

“안 돼. 난 못 해. 미쳤어? 전쟁이 또 터질 거야. 수인 왕국이 가만히 있을 거 같아? 씨발. 난 못들은 일이야. 캣잎이나 먹고 그냥 꺼져버려.”

“라홀로프 상단이 도와주기로 했어. 그리고 알르드의 힘이면 수인 왕국쯤은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잖아? 게다가 내분도 일어날 거야. 우리 쪽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 거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그리고 무슨 내가 알르드의 군주인줄 알아? 윤호가 한마디만 하면 내 목숨을 그대로 끽이야, 끽.”

리셴르나가 자신의 목을 긋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했다. 그리고 캣잎을 만지작거리던 랙돌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알르드를 다스리는 윤호와 만나고 싶다.”

“……제기랄.”

오랜 친우의 힘 빠진 모습을 보며 리셴르나는 미간을 가득 찌푸렸다.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탄식에 가까운 말이 흘러 나왔다.

“괜히 데리고 왔어. 어쩐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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