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377화 (37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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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77화

[카오스 큐브(SSS등급 유니크)

신의 힘이 깃든 마나를 품고 있는 정체불명의 돌입니다. 육각면체 모양으로 생겼으며 중앙에 조그마한 홈이 나 있습니다. 홈에 손가락을 끼우고 원하는 것을 떠올리면 소유자의 생각에 따라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특산품 혹은 아이템으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어, 어어?!”

무려 SSS등급의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보기만 해도 눈이 행복해지는 아이템의 등급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카오스 큐브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호는 곧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소유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이거 뭐, 에디터도 아니고…….”

만능물질도 아니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상태창이 거짓말을 할리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호는 자연스럽게 카오스 큐브의 홈에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어차피 한 번 시도해 본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루디안 소드.’

제대로 홈에 손가락이 걸린 것을 확인한 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아이템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궁극의 아이템이자 SSS등급의 무기인 루디안 소드. 호가 인간족의 왕으로 리그너스 대륙을 통일했을 때 사용했던 검으로 +9 강에 성공하고 나면 무려 통솔 능력 150, 무력 200을 올릴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치를 지닌 검이었다. 그리고…….

철컹.

손에 들고 있던 카오스 큐브가 사라지면서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장검 하나가 호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황금 손잡이에 푸른색의 보석이 박혀 있는 검이었다. 그리고 장검의 정체를 확인한 호는 자신의 눈을 부릅떠야만 했다.

“지, 진짜였어?”

리그너스 대륙의 SSS등급 무기 루디안 소드가 은은한 빛을 내며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웬 검이에요? 이거…….”

그리고 호의 발밑에 떨어진 검을 주워 올리던 한시진이 루디안 소드를 바라보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한순간이지만 그녀의 눈에 탐욕이라는 감정이 스치고 지나가는 게 호의 눈에 들어왔다. 뛰어난 검사답게 루디안 소드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운트리온을 쓰러뜨리고 얻은 보상 중 하나야.”

“이 검이요? 으……. 타락한 고대신이 준 검이면 저주받은 검인가? 아쉽네요. 꽤나 괜찮아 보이는데.”

루디안 소드를 바라보는 한시진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저주받은 검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루디안 소드를 놓지 않는 것이 그만큼 욕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루디안 소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검이었다.

그리고 호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루디안 소드는 자신보다 한시진에게 더 어울렸다.

“루디안 소드. 저주받은 검은 확실히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내가 아는 지식에 따르면 루디안 소드는 이 대륙에서 한 손에 꼽히는 명검이기도 해.”

“저, 정말요? 제가 써도 될까요?”

호의 설명에 한시진이 슬그머니 호의 눈치를 보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다른 검도 아니고 리그너스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검이라고 한다. 이런 명검의 주인이 되는 건 검사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었다.

“물론이지. 대신에 아르마다는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냥 두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무기거든.”

“그러면 오빠가 쓰실래요?”

“아니, 나는 SS등급의 무기 살라딘의 쇼텔이 있어서 괜찮아. 그냥 나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물려 줘. 검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면 좋겠지?”

“아……. 그럴게요.”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게 누군가에게 아르마다를 물려줄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루디안 소드의 주인은 한시진이 되었다. 그녀라면 충분히 루디안 소드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중요한 것은 고대신 운트리온을 쓰러뜨리며 획득한 카오스 큐브가 무려 열 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SSS등급의 아이템 열 개를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거 치트키가 따로 없네.’

카오스 큐브를 전부 SSS등급의 아이템으로 바꿔 실력 있는 영웅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앞으로의 일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게 틀림없었다. SSS등급의 아이템은 하나하나가 리그너스 대륙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물품들이 대부분으로 대다수가 위험도 SSS등급의 던전에서 나왔기에 지금 알르드의 전력으로는 구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그렇게 홀로 히히거리던 호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호의 눈망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EX등급……!’

카오스 큐브에 대한 설명에는 카오스 큐브를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카오스 큐브를 이용해 EX등급의 아이템 또한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호의 고개가 번개처럼 뒤로 돌아갔다.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들이 전장을 정리하며 고대신을 쓰러뜨리고 나온 전리품을 수거하고 있었다. 고대신을 물리치고 나온 아이템이라면 EX등급의 아이템 또한 있을지도 몰랐다.

“쳇.”

그리고 삼십 분 후, 호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수거된 전리품을 바라봐야만 했다. 고대신을 쓰러뜨리고 나온 아이템들은 전부 SS, SSS등급의 아이템으로 하나하나가 대륙의 진귀한 보물이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호가 기대하고 있던 건 다름 아닌 EX등급의 아이템이었다.

‘EX등급의 아이템은 없는 건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당장 EX등급 아이템의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카오스 큐브와 함께 업적 보상으로 획득한 신의 파편은 모든 것이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삼각뿔 두 개를 붙여놓은 크리스탈이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딱히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창한 이름에 비해 어떤 효과가 있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한 호와 일행들은 전리품을 챙겨 ‘검의 왕좌’를 빠져 나왔다. 던전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영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 * *

단순히 정찰을 위해 떠났던 여정이 던전의 공략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검의 왕좌를 성공적으로 공략하면서 호가 얻을 수 있던 것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먼저 미래의 위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만약 ‘검의 왕좌’를 타락시킨 고대신이 자신의 힘을 회복한 후 세력을 넓히려고 했다면 그런 고대신의 존재를 대륙의 생명체들이 막아내기란 불가능했을 터였다. 그만큼 고대신의 힘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했다.

게다가 ‘검의 왕좌’는 알르드의 영토에 있는 던전. 보나마나 끔찍한 재앙이 펼쳐졌으리라. 하지만 대륙을 타락으로 물들이려던 고대신 운트리온은 수많은 아이템들을 호에게 선물해주고 소멸되었다.

두 번째로는 더 높은 클래스를 향한 갈망이었다. 레나의 강제적인 깨달음으로 SSS, 아니 EX등급의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호는 느긋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여신 라헬과 그녀의 뜻을 따르는 오호 신장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창조신의 축복을 받은 SSS랭크의 병사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그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루베릭 대륙의 여신 카테지나와 인피니티 나인의 존재를 막는데도 EX등급의 클래스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외에도 고대신 운트리온을 비롯해 ‘검의 왕좌’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고 나온 진귀한 아이템과 엄청난 양의 경험치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카오스 큐브라는 존재를 얻은 게 이번 원정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잘 사용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영지의 집무실로 돌아온 호는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눈앞에 놓인 아홉 개의 육각면체를 바라보았다.

호의 생각으로는 카오스 큐브를 사용해 EX등급의 아이템으로 변환시키는 게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으로 보였다.

그러나 호가 아는 EX등급의 아이템이 하나도 없었다. 카오스 큐브를 변환시키려면 어떤 아이템으로 변환을 시킬 것인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데, 떠올릴 게 아예 없는 것이다.

실망스럽게도 리그너스 대륙의 소문난 전설 속 아이템들은 전부 SSS등급에 불과했다.

“천천히 생각해야겠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호는 결국 카오스 큐브를 주머니에 담아 품속에 넣었다. 뭐, 당장 급하게 카오스 큐브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굳이 서둘렀다가 허무하게 사용하기라도 하면 그보다도 더 아까운 게 없었다.

집무실을 나서니 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영지의 전경이 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성과 여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공사에 동원되고 있었다.

현재 호가 머무르고 있는 영지는 아스테라는 이름을 지닌 대도시급 영지였다.

과거에는 아이리스 성국의 수도이자 라헬교의 본산이나 다름없는 도시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영토 아이리스의 주도로 알르드의 수많은 영토를 대표하는 영지 중 하나가 되어버린 곳이었다.

당연히 아이리스 성국의 수도였던 영지답게 아스테에는 수많은 라헬의 신전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신전들은 현재 모조리 부서지고 있었다.

“멍멍! 모조리 박살내라!!!”

“거기 무너뜨려!”

“저, 저래도 되는 걸까? 여신의 신벌이…….”

“라헬의 신벌이 내린다고? 말도 안 돼. 만약 여신 라헬이 우리들을 지키려고 했다면 알르드가 아이리스 성국을 무너뜨리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이제껏 라헬교를 믿어왔던 이들은 라헬의 신전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알르드에 속해 있는 다른 종족의 영지민들이 아스테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로우덴의 지휘 아래에 그들이 라헬의 신전을 부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라헬교를 믿었던 아이리스 성국의 영지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리스 성국이 멸망하고 알르드가 자신들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종교적인 혼란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라헬교도들이 착실하게 라헬을 믿었던 것도 아니었다. 광신도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전쟁에서 모조리 목숨을 잃고 없었다.

띵동.

-아스테에서 라헬교의 영향력이 3% 낮아졌습니다. 도시에 퍼진 라헬교의 영향력은 굉장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라헬의 신전이 부서질 때마다 라헬교의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렇다고 라헬교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들이 제멋대로 날 뛸 수 있는 상황은 만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역병은 초기에 제압해야만 했다.

게다가 인구가 넘치는 림드 산맥에서 이주를 원하는 다른 종족의 인원들을 아스테에 데리고 왔으니, 라헬교도들이 뭉치는 순간 병사들에게 제보가 들어올 터였다.

인간과 천족을 제외한 다른 종족들은 라헬교를 굉장히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후. 스트레스가 풀리는군요. 멍멍! 역시 부수는 게 최고입니다.”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로우덴이 라헬의 신전을 파괴했다는 보고를 위해 호의 집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런 로우덴을 보며 호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사는 언제부터 들어갈 생각이지?”

“나흘 뒤부터입니다. 멍. 일단 영지의 상황이 엉망인터라 리스와 식량의 수입을 어느 정도 궤도까지 올려놓은 후에 주위 영지의 상황을 보고 특성화 개발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멍멍.”

“정석적인 움직임이네.”

“호 님에게 배운 것이기도 하죠. 멍멍.”

이때다 하고 날아오는 로우덴의 아부에 호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호가 로우덴과 아이리스 영토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띵동.

-‘EX등급의 전설’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동됩니다. 3…… 2…… 1……. 성공.

-SSS등급 영웅 로우덴 셰필드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로우덴 셰필드에 대한 스캔을 시작합니다.

-로우덴 셰필드가 지닌 재능의 색이 황금색입니다. EX등급으로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는 메시지에 호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래도 자신이 아끼는 영웅이 황금색의 재능을 지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브로리, 이레네 아르티아와 함께 로우덴까지. EX등급으로 승급이 가능한 영웅이 세 명이 되는 셈이었다.

안타깝게도 또 다른 SSS등급의 영웅인 니나 다니엘레는 지닌 재능의 색이 붉은색이라 EX등급으로의 승급이 불가능했다.

그때 카오스 큐브를 보관하고 있던 호의 가슴 부위가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메시지가 호의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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