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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75화 (375/522)

# 375

리그너스 대륙전기 375화

콰앙!

하늘을 부유하던 마력폭탄 하나가 쏜살같이 움직이며 아군에게 접근하는 촉수 하나를 날려 버렸다. 이어서 산성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브뤼헤아 비쉬의 방어막과 부딪치면서 타들어가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촉수가 주춤거리는 틈을 타 실버 문들이 땅을 박차고 고대신 운트리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개한 피조물들아! 경배 하라!!!

하지만 그런 실버 문들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운트리온의 등껍질이 갈라지며 하나의 눈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눈에서 뿜어진 광선이 실버 문들을 재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위력이 장난이 아닌데……?’

EX등급의 지휘관 클래스인 ‘리그너스–온리원’의 버프까지 포함한 풀 버프 상태의 실버 문이다.

거기에 브뤼헤아 비쉬의 보호막까지 받은 상태니 그 방어력은 다른 병사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니, 마장기와 비교해도 괜찮을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 실버 문들이 운트리온의 광선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그만큼 운트리온의 공격이 위력적이라는 것이다. 마장기의 장갑도 쉽사리 뚫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인상을 잔뜩 쓰고 있던 호의 눈에 한시진의 데스 사이더가 촉수들을 피해 운트리온의 안쪽으로 파고들어가는 게 들어왔다.

“한시진!”

“조심할게요!”

“급하게 움직이지 마! 아직까지는 충분히 버틸 만해!!”

호의 경고에 운트리온을 향해 달려들려던 한시진이 멈칫하고는 뒤로 몸을 뺐다. 방금 전에 보았던 안광의 위력이라면 데스 사이더의 장갑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그런 한시진을 향해 운트리온의 촉수 무리가 양옆에서 날아들었다. 좌우로 그녀를 꿰뚫을 기세였다. 하지만 데스 사이더의 낫이 번쩍이는 순간 여러 갈래로 꼬여진 촉수가 그대로 잘려져 바닥을 나뒹굴었고, 산성액이 땅바닥을 뒤덮으며 연기들을 만들어냈다.

“오빠! 어떻게 하죠? 촉수는 그렇다 쳐도 눈의 광선 때문에 접근을 할 수가 없어요. 아니, 접근을 해도 문제예요. 본체에 타격할 시간이 필요한데…….”

“……음.”

호가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해결책을 내놔야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

고대신 운트리온은 가상현실 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는 등장하지 않는 괴물인 탓에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도 무용지물이었다.

호의 눈이 전장을 빠르게 훑었다. 시진의 말대로 촉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력 폭탄이나 풀 버프 상태의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의 공격이면 어렵지 않게 잘라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산성액이었지만, 미리 대비를 하고 있으면 못 피할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운트리온의 본체를 공격하기 위해 가까이 접근이라도 하게 되면 운트리온의 눈이 모습을 드러내어 근처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운트리온의 안광 공격이 딜레이가 있다거나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격도 아니었다. 그냥 눈만 감았다 뜨면 주위의 모든 것이 재로 변해 버렸다.

역시 괴물 중의 괴물다운 놈이었다. 결국 상대의 본체는 제대로 타격도 하지 못한 채 힘만 빼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운트리온의 안광 공격이 문제라면 안광이 닿는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운트리온의 본체를 타격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호의 군대에는 원거리 공격에 특출난 병과가 하나 있었다. 비록 궁병대 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쓸 만했다.

“브뤼헤아 비쉬!!!”

“얍! 얍! 얍!!!”

“호 님을 위해 힘내서 싸우자! 고대신 따위 두렵지 않다고!!!”

“가자! 친구들아!!! 마법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마족의 SSS랭크 마법병 브뤼헤아 비쉬들이 호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마법으로 운트리온을 공격했다.

방어 및 보조 마법에 캐스팅을 집중하고 있던 브뤼헤아 비쉬들이 공세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촉수의 공격과 산성액에 대한 대처가 취약해지기는 했지만, 실버 문은 자신들의 방패와 날렵함 움직임으로 촉수들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거기에 호의 마력 폭탄도 멀리서 접근해 오는 촉수무리와 폭발을 일으키며 그들을 접근을 방해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브뤼헤아 비쉬의 강력한 공격 마법이 연달아 운트리온의 본체를 때리는 순간 고대신의 비명이 왕좌의 자리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성공인가?!’

마법이 적중할 때마다 운트리온의 생명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 비율은 굉장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운트리온의 본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실이었다. 한 마디로 운트리온의 안광이 닿는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본체를 타격하는 전술은 충분히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운트리온도 바보는 아니었다. 사방에서 날뛰던 촉수들이 어느새 브뤼헤아 비쉬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런 촉수의 움직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호와 지휘관들이 모를 리 없었다.

“실버 문! 촉수들을 막아라!!!”

“브뤼헤아 비쉬들을 지켜야 돼!”

“오른쪽!!!”

방어 명령을 내리던 호는 순간 들려오는 다급한 통신에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한시진의 말마따나 촉수 무리들이 브뤼헤아 비쉬들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실버 문들이 방어 진형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촉수가 브뤼헤아 비쉬들을 휘저을 것 같았다.

“젠장!!!”

그리고 호가 마력 폭탄을 배출하려는 찰나 한시진이 목소리가 다시금 전해져왔다.

“오빠! 제가 처리할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데스 사이더가 브뤼헤아 비쉬와 촉수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몸을 빙글 돌리며 낫을 휘둘렀고, 삭풍과도 같은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퍼져 나가며 촉수들을 두 동강 냈다.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촉수가 폭발을 일으키며 산성액을 토해냈지만, 본진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인터라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거 검풍? 아니 낫풍이라고 해야 되나? 언제부터 그런 기술을 쓰게 된 거야?”

호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시진이 마장기의 무기에 마나를 불어넣어 절삭력을 크게 높이는 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실력자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기에 마나를 불어넣는 것과 그 마나를 외형으로 날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검신, 아니 검제로 전직하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힘이 많이 드는 기술이지만요. 천본앵 상태에서는 못할 것 같아요.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닌데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나 쓸 수 있는 정도?”

“유형의 기운을 날리는 기술이라. 무협지라면 검강을 뭉쳐서 발사하는 검탄의 단계. 그러면 화경의 수준인가? 휘유. 저 나이에? 하기야 검신인데…….”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호의 모습에 한시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향해 촉수들이 날아오자 바삐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화가 난 운트리온이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촉수들로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큭!”

호 또한 입을 다물고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촉수들을 향해 마력 폭탄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마나가 빠져나가며 구토 증상이 밀려오기는 했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마력 폭탄 하나에 촉수 하나. 만약 마력 폭탄이 촉수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최소 네다섯 이상의 브뤼헤아 비쉬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은 풀 버프 상태의 SSS랭크의 병과의 방어력도 가볍게 찍어 누르는 수준이었다.

한시진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접근해 오는 촉수들을 향해 미친 듯이 낫을 휘두르고 있었다. 실버 문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촉수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희생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브뤼헤아 비쉬 쪽으로 접근하는 촉수들을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나의 두려움을 느끼며 여기서 죽어라!!!

그렇게 셀 수도 없는 숫자의 촉수를 베어냈는데도 불구하고 수백, 수천이나 되는 촉수들이 호와 한시진 그리고 알르드의 병사들을 노리고 있었다. 브뤼헤아 비쉬의 공격이 계속해서 운트리온의 본체를 타격하고 있었지만, 정보창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운트리온의 생명력은 기껏해야 5 % 남짓한 수준만이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제길. 다 죽어간다는 놈이 뭐 저리 센 거야?!”

계속된 전투에 조금씩 지쳐 가는지 한시진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통신구를 타고 울려 퍼졌다.

호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만큼 고대신 운트리온은 끔찍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것도 다 죽어간다는 녀석이 말이다.

“신은 신인 건가…….”

만약 운트리온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상대는커녕 촉수 몇 가닥에 전투가 끝났을 판이었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브뤼헤아 비쉬들이 운트리온을 죽이기도 전에 자신들이 먼저 탈진을 할 판이었다.

이미 과도한 마나의 사용으로 인해 피를 토하기 시작하는 브뤼헤아 비쉬들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잠깐이지만 휴식이 필요했다.

그때, 하늘을 날던 마력 폭탄 하나가 운트리온의 위에서 펑 하고 터졌다. 집중이 깨진 사이 촉수의 공격에 얻어맞은 것이다.

“칫!”

하나가 아까운 마력 폭탄을 허무하게 잃어버리자 호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런 호의 눈동자에 촉수에 생긴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산성액이 운트리온의 껍질 위로 떨어지면서 치칙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카메라처럼 틀어박혔다.

“저건…….”

그리고 호의 손이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개한 피조물들아! 경배하라!!!

“오, 오빠! 위험해요!!!”

호의 라이온레인이 운트리온과 가까워지면서 고대신의 타락한 목소리가 왕좌의 자리를 뒤흔들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가 피조물 무리 중에서도 계급이 높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전장을 흔드는 운트리온의 목소리가 더욱더 사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운트리온의 등껍질이 서서히 갈라지려고 할 때 호가 벼락같이 마력 폭탄을 움직였다.

콰아앙!!!

마력 폭탄은 우연인지의도한 것인지 모르게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리는 운트리온의 눈 바로 위에 위치한 촉수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촉수에서 뿜어져 나온 산성액이 벌어지는 껍질 사이를 파고들며 운트리온의 눈으로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운트리온이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포효가 검의 왕좌를 뒤덮었다.

-감히……! 이 몸에게 상처를!!! 죽여 버리겠다!!!

분노에 찬 운트리온이 눈을 번쩍 뜨며 주위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운트리온에게 접근하던 호의 라이온레인은 이미 안광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고 없었다.

“저 녀석! 눈이 약점인 게 분명해!!!”

“꺄아! 오빠! 대단해요! 어떻게 알았어요?!”

“척하면 척이지!!!”

레나와 퀘스트는 분명 운트리온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저 무시무시한 괴물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약점이 단단해 보이는 등껍질 사이에 숨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끌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제가 유인할게요!!!”

한시진의 통신과 함께 데스 사이더가 운트리온의 본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미개한 피조물 따위가! 영혼까지 사라져라!!!

그런 데스 사이더를 향해 운트리온이 촉수를 휘두르며 서서히 자신의 눈을 뜨려고 했다.

그러나 운트리온이 눈을 제대로 뜨기도 전에, 강력한 산성액이 운트리온의 눈에 콸콸 쏟아져 내렸다. 호가 발사한 다수의 마력 폭탄이 운트리온의 눈 위에 있는 촉수들을 모조리 날려 버린 까닭이었다.

-크아아아아악!

-주, 죽여 버리겠다!!!

화가 난 운트리온이 미친 듯이 자신의 촉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기의 마장기와 실버 문의 단단한 방어는 힘겹게나마 촉수의 광란을 막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촉수의 광란이 조금씩 잦아들었고, 또다시 데스 사이더와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운트리온의 눈동자를 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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