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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70화 (370/522)

# 370

리그너스 대륙전기 370화

“언니는 달의 여신님을 직접 본적이 있어요?”

“물론이지. 달빛의 가루를 이용해 실버 문으로 각성을 했을 때 멀리서나마 여신님을 뵌 적이 있단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지.”

“우와! 전설이 사실이었어!”

갑옷을 입은 한 여인의 말에 그녀의 곁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조그마한 엘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감탄을 터뜨렸다.

전부 아이티를 벗지 못한 엘프들이었다. 그리고 연신 탄성을 지르는 꼬마들 사이로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소년이 손가락으로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여인을 향해 물었다.

“그러면 저쪽 누나들도 달의 여신님을 뵈었을까요?”

“저쪽 누나? 아……. 저 애들은 못 봤을 걸? 리그너스 대륙에서 세계수와 달의 축복을 받는 이들은 우리 엘프들 뿐이란다.”

브뤼헤아 비쉬를 지목하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여인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실버 문의 곁을 맴돌며 잠시도 쉴 새 없이 여러 질문들을 던졌고, 땅거미가 질 때가 되어서야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브뤼헤아 비쉬가 실버 문의 곁으로 내려섰다.

“아이들하고 잘 노네? 달의 여신을 지키는 기사가 아니라 유아원의 보모를 해도 되겠어?”

“애당초 네가 도망을 가서 그렇잖아? 아니, 하늘을 나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마나가 욕을 하지도 않아?”

“신성한 마나가 그럴 리가? 그리고 겨우 이 정도의 마나를 사용했다고 내가 지칠 거 같아? 적어도 밤의 호님……. 아니지. 어쨌든 네가 아이들하고 노는 동안 내가 대신 경계를 선거 아니겠니? 어차피 우리 브뤼헤아 비쉬의 정찰 능력이라면 굳이 네가 나서서 여기저기 순찰을 돌 필요도 없고.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렇게 잠시 으쓱이던 브뤼헤아 비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알르드가 아니라 엘프 왕국의 엘프들은 왠지 대하기가 어렵다고.”

마족과 엘프. 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그녀의 말에 실버 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했던 엘프들은 숲을 넘어서 놀러온 엘프 왕국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었다. 원래는 아이리스 성국이었던 영토가 알르드에 점령이 되면서 엘프 왕국과 알르드는 대륙 중부의 토갈론 요새 말고도 다른 쪽으로의 국경이 맞닿게 된 것이다.

당연히 알르드의 국경 수비대로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들이 파견이 되었다.

그렇게 광신도들이 사라지고 엘프 병사 그것도 달의 여신님을 모시는 엘프 종족의 SSS랭크 보병인 실버 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숲을 방패로 숨어 있던 엘프들이 실버 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조금씩 접근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경계를 풀어서는 안 돼. 내가 알르드 군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일인데……. 엘프 왕국과 호님과 큰 싸움을 벌였던 적이 있대. 그것도 엘프의 장로가 배신을 때렸다더라.”

“아, 그건 나도 들은 적이 있어. 걱정 마. 아무리 같은 종족이라 해도 호님과 우리의 이상향에 해를 끼치려는 자는 나의 검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단호한 모습으로 달빛의 검을 매만지는 실버 문은 알르드에 충성을 바치는 전형적인 기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일들은 엘프 왕국과 알르드의 국경 곳곳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모에드와 아이리스 성국을 점령한 호는 전 국왕인 칼츠 모에드를 모에드의 대도시 엔그람이 속해 있는 영토의 군주로 임명했고, 힐몽거를 카로프트 지방의 군주로 임명하며 영토의 발전을 위주로 정책을 펼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림드 산맥과 나크 평원, 페렛 습지대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를 모에드 왕국과 아이리스 성국의 영토로 이동시켜 국경선의 방어를 맡겼다. 림드 산맥에서 새롭게 제작된 마장기들도 이동한 것은 물론이었다.

이어서 혹시나 하는 다른 세력의 침략과 전쟁 억지력을 위해 각 영지에서는 기초적인 생산 건물의 건설만 완료한 채 림드 산맥을 비롯한 부유한 지방에서 수송되는 자원을 바탕으로 방어 시설의 건설에 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브뤼헤아 비쉬와 실버 문으로 이루어진 순찰대는 혹시나 남아있는 라헬교의 분란을 뿌리부터 뽑아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알르드의 급격한 세력 확장은 대륙의 다른 세력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인간 왕국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광신도들이나 다름없는 아이리스 성국은 제외하더라도 긴 역사를 지니고 있던 모에드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멸망했기 때문이었다.

“알르드를 공격해야 해! 인간의 왕국 중 무려 두 개가 무너졌다고! 분명 그 소환자 녀석은 우리를 자기들의 노예로 삼을 게 분명하다고!”

“정확히 말하면 하나입니다. 아이리스 성국을 가리켜 인간의 왕국이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가?! 빅터?”

“당연히 중요한 거 아닙니까? 천족의 광신도들을 가리켜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고 말하다니요? 상황이 급하다 해도 가릴 건 가려야죠.”

인간 왕국의 대표끼리 비밀스럽게 모인 회담 자리에서 퉁 파오는 연신 알르드를 향해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왕국의 왕들은 그런 퉁 파오의 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려고 해도 그럴 만한 여력이 없었다.

군사 강국인 바라테이온은 이미 알르드와 전쟁을 치르면서 그들의 강력함을 몸소 체험했고, 골든 크로우는 기사왕이 망명한 이후 권력을 잡기 위한 귀족들의 다툼으로 내부가 혼란스러웠다.

키리네 공국과 광산국가 토란은 서로 손을 잡고 호시탐탐 자신들을 노리는 천족들을 경계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알르드와 국경을 맞대고 블루 스케일은 아시다시피 육상 병력이라면 없으나마나 한 수준이었다. 최근 들어 육상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투자를 다 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띌 만한 결과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퉁 파오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는 기껏 회의를 연 보람이 없었다. 그런 퉁 파오의 모습에 빅터 바라테이온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 전쟁을 원하신다면 퉁 파오 그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 내 돈을 거기에 사용하라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들의 재정으로는 전쟁을 오래 지속할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상업 왕국을 전장으로 사용할 것도 그렇다고 미피츠가 정병을 내놓기도 무리로 보이는데……. 돈이라도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하! 그렇다면 미피츠는 뒤에서 구경만 하고 전쟁은 우리보고 하라는 말씀입니까?!”

“후우…….”

시작된 말다툼을 보며 스퀴드 수운다는 남들이 보지 못할 정도로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블루 스케일이 자체적으로 알르드를 막아낼 수도 없었다. 하물며 블루 스케일은 매달 걷어 들이는 세금 중 반 정도가 돈이 천족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대로라면 알르드를 막아내기는커녕 자신들이 먼저 제 풀에 지쳐 쓰러질 참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들 역시 모에드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거야.’

블루 스케일의 공작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만큼 알르드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이 자리에서 육 왕국의 단단한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놔야 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스퀴드 수운다 공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라테이온과 미피츠 사이에서 일어난 균열은 각 왕국의 대표들에게도 전염이 되었고, 결국 단단한 결속은커녕 서로를 향해 비난만을 퍼부은 채로 회담은 끝이 났다.

그렇게 인간 왕국이 각자도생을 위해 서로의 길을 걸을 무렵, 림드 산맥에 있던 호는 한시진과 함께 아이리스 지방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리스 성국에 위치한 던전 검의 왕좌를 정찰하기 위해서였다.

* * *

[검제(SS)]-자신의 의지만으로 상대를 베어버릴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검사를 일컫는 칭호로 검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한 번의 휘두름으로 태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검에 평생을 바친 검제의 뜨거운 혼은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모조리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무력 수치가 40% 상승합니다. 특성 소드 마스터를 획득합니다.

조건-전 종족 가능. 검술 계열 S등급 직업을 보유한 상황에서 무력 수치가 700 이상 필요합니다. (달성)

-S랭크 이상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10번 공략해야 합니다.(16 / 10)

-B등급 이상의 마장기를 상대로 10 번 전투에 승리해야 합니다.(26 / 10)

-검강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SSS랭크 던전 검의 왕좌를 공략해야 합니다.]

“SS등급의 유니크 클래스답게 전직 조건도 헬이네.”

“그만큼 힘들어요? 그러면 차라리 소드 다크니스로 전직을 할까요?”

한시진이 공략본을 보며 한숨을 쉬는 호를 물끄러미 보다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호가 신경 쓸 게 많아졌다는 것이 현재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하물며 알르드의 국왕인 그가 직접 소수의 호위대만을 이끌고 아이리스 성국으로 향하고 있기까지 했다. 전부 검제의 승급 때문이었다.

그런 한시진의 모습에 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며 말했다.

“또 마음이 바뀌었어? 검제가 더 좋다며?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를 이겨야지.”

“그렇지만 오빠가…….”

“나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게다가 나도 볼 일이 있어서 아이리스 성국으로 가는 거야. 꼭 네 퀘스트 때문이 아니라고.”

“흐응…….”

한시진이 뭔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미소를 보이는 호의 모습에 곧 얼굴을 환하게 펴고는 그의 팔을 꽉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사실이었다.

호가 아이리스 성국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검의 왕좌 때문이었다.

‘SSS등급의 던전.’

알르드에도 SSS등급의 던전은 두 개나 존재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따르면 그 중 하나는 로우덴 셰필드의 승급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 던전이었다.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이 그 던전에서만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우덴 셰필드는 이미 ‘불세출의 천재 군사–나폴레멍’이라는 클래스를 보유한 SSS등급의 영웅. 굳이 힘들게 던전을 공략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SSS등급의 던전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던전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었다.

그러나 한시진의 전직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던전은 다른 SSS등급의 던전이 아닌 검의 왕좌는 이름을 지닌 던전이었다.

‘운이 좋았어.’

다행이도 검의 왕좌는 아이리스 성국의 영토에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위험하다고 널리 알려진 던전이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왕–미솔로지(SSS)-……

조건-……

-……

-SSS등급의 던전 다섯 개를 공략하는 위업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륙의 역사에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검의 왕좌를 공략하는 일은 호 본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왕–미솔로지’.

SSS등급의 유니크 클래스이자 지휘관 클래스의 정점에 있는 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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