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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65화 (36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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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65화

“쉬잇. 이렇게까지 도와주다니 고맙소. 솔직히 말해 미피츠였다면 제대로 된 창을 구하느라 꽤나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오. 쉿. 플락티의 녀석들은 파오 상단이 아니면 굉장히 불친절하니…….”

“맞아맞아!!! 그러면서 그 잡놈들, 세금은 무지하게 걷어간다고! 정말 날도둑이 따로 없다니까.”

“별말씀을요. 이제부터는 미피츠가 아닌 알르드에 분점을 내신다니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앞으로도 두 상단의 알르드 방문을 기대하겠습니다.”

날카로운 인상을 한 게코 상단의 리저드 부족 남성과 드워프답게 협상을 마치자마자 맥주를 꺼내고 있는 트라이덴트 상단의 대표와 자리에서 일어나는 디아린이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두 상단은 디아린과의 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된 디르시나에 상단의 분점을 내고 정기적으로 교역을 하는 한 편, 다른 특산품들 또한 알르드의 분점을 통해서만 판매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피츠보다 세금도 적고, 특산품의 보관이 가능한 창고도 있으며, 상단을 지켜주는 병력도 지원하는 데다가 심지어 어마어마한 소비력을 자랑하는 시장의 존재까지. 이 모든 장점을 가지고 있는 알르드의 제안에 두 상단의 결정은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빠르게 이루어졌다.

“후우. 그러면 다음은 어디지?”

“스프라이트 상단과 토스 상단과의 거래입니다.”

디아린 상단에 소속된 인간 영웅이자 디아린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여인이 정중하게 말했다.

“정령과 인간 상단이라……. 취급 품목이?”

“스프라이트 상단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향신료의 구매자를 원하고 토스 상단은 스프라이트 상단의 향신료를 구매하는 한 편, 자신들이 취급하는 가축을 팔려고 합니다.”

“가축?”

“네. 돼지입니다.”

비서의 대답이 끝나는 순간 디아린의 얼굴에 짜증이 떠올랐다. 꿀꿀거리는 돼지의 소리가 벌써부터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살아있는 돼지를 통째로 판매를 하겠다고? 무슨 지들이 야만인이야? 시끄러운 소리에 가축의 분뇨에 돼지들이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하겠다는데?”

“그에 대해서는 우리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상업 지구에서 가장 외곽에 떨어진 건물을 분점으로 내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정 안되면 디르시나가 아닌 림드 산맥의 다른 도시에 분점을 내겠다고 하더군요.”

“불가. 차라리 도축을 하고 돼지고기로 만들어서 판매해보라고 제안을 넣어 봐. 도축 시설은 싸게 만들어 준다고 하고. 아니, 무조건 그렇게 하라고 해. 판매 루트도 알아서 뚫어 준다고 하면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뭐, 돼지고기는 오크 부족 상단에게 팔면 되겠네.”

“그들의 식성을 생각하면 부족하면 부족했지, 돼지고기가 넘쳐서 못 팔지는 않을 겁니다.”

“후, 오크 부족 상단 중에 우리 쪽으로 오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상단이 있나?”

“쓰으랄 상단이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디아린의 질문에 비서를 서류를 뒤적이며 열심히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협상이 이뤄지는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 역시 늦추지 않았다.

대대적으로 상업 지구를 정비한 디르시나에는 새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었다. 전부 상단들이 들어올 건물들이었다.

알르드의 군주인 호는 앞으로 이 상업 지구에 대륙의 모든 상단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상업 왕국이라 불리는 미피츠를 무너뜨리겠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호가 내건 파격적인 조건에 미피츠의 차별적인 행태에 불만을 품고 있던 상단들이 하나, 둘씩 알르드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조건은 둘째치더라도 각 종족들이 한데 모인 알르드의 엄청난 소비 시장은 상단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매력적인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단들을 유치하고 관리를 전담하게 된 디아린은 쉴 틈도 없이 여러 상단의 대표들을 만나며 림드 산맥의 곳곳을 전전하는 중이었다.

카앙! 카앙! 카앙!

그렇게 해안가를 따라 바삐 걸음을 옮기는 두 여인의 귀에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부두와 가까이 붙은 조선소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만들어지는 배의 모습을 본 순간 두 여인의 발걸음이 잠시 멈춰 섰다.

“군함……? 크기를 보아하니 소형 갤리온급 이상의 함선으로 보이는군요.”

비서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조선소 내부에서 건조되는 함선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디아린을 슬금 보고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블루 스케일과의 연구 협약은 깨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깨졌지. 수송선 건조 기술에 라이온레인의 제작 기술을 달라는 미친놈들의 제안인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그런데 벌써 소형 갤리온급 함선을 건조하는 겁니까? 다른 나라와 연구 협약이라도 맺은 건가요?”

함선이 건조되는 모습이 신기한 지 비서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의아한 눈을 들어 물었다. 그리고 디아린은 코웃음과 함께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르드의 기술 연구원들을 우습게보면 안 되지. 그 라이온레인을 개발한 이들이라고. 당연히 함선의 건조 기술쯤은 쉬운 거 아니겠어? 게다가 돈이 얼마나 투입이 되었는데…….”

“허억?! 자, 자체적으로 함선 건조 기술을 개발한 겁니까?”

비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닷가 출신인 그녀는 배를 건조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소형 갤리온처럼 군함의 경우에는 더더욱 건조가 힘들었다.

하지만 알르드는 머리가 뛰어난 연구원들과 무지막지한 돈을 쏟아 부어 결국 함선의 건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아직 소형급 함선을 건조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대형 함선이 만들어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였다.

“이 대륙의 바다에 알르드의 국기가 펄럭일 날도 얼마 멀지 않았군요.”

“목소리가 들뜬 것을 보면 바다가 좋은가 보지?”

“이래봬도 바닷가 출신입니다. 먼 바다에 대한 동경은 어릴 적부터 품고 있었죠. 뭐, 배는 소형 상선에 올라 본 게 전부긴 하지만요. 어쨌든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며 바다를 항해한다. 여자의 로망 아닙니까?”

부두를 메울 알르드의 함대를 상상하며 가슴이 뛰는 모양인지 비서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런 비서의 모습에 디아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함선의 건조가 시작되면 우리 상단 역시 바다를 통한 교역로를 뚫는데 주력할 거다. 열심히 하면 함선 하나 정도는 맡게 해주지.”

“네, 네?! 진심입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서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런 비서의 머리를 툭 치며 디아린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조선소에 발이 멈춘 터라 약속 장소까지 가려면 좀 더 빨리 걸어야만 했다.

* * *

띵동

소형 갤리온[전투함]의 건조가 끝났습니다. 건조에 영향을 받아 영지 장인들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소형 갤리온[전투함]의 건조가 끝났습니다. 건조에 영향을 받아 영지 장인들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소형 수송선의 건조가 끝났습니다. 건조에 영향을 받아 영지 장인들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서류를 처리하던 중 메시지를 확인한 호가 맞은편에서 끙끙대고 있는 아스트리드 벨을 바라보았다.

“현재 건조되는 소형선들은 어떻게 처리를 하고 있지?”

“몇 척 정도는 함선을 구입을 원하는 상단들에게 판매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함대 운용 기술이 부족한 병사들의 훈련에 사용되고 있어요.”

“실버 문?”

“네. 그리고 브뤼헤아 비쉬들이 보조를 하고요. 시진이 말에 의하면 하루가 다를 정도로 빠르게 적응을 한다던데요?”

다른 종족도 아닌 엘프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인간만큼이나 빠른데다가 기본적으로 손재주와 관찰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바다에 적응하는 것 정도는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중형선에 대한 소식은?”

“엘 브릭과 그의 팀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식이 없어요. 게다가 장인들 역시 당장 중형선을 건조하면 어떨까 라고 의향을 물어보면 난색을 표하고요. 심지어 마장기 제작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정도에요.”

마장기는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기술의 집약체였다.

당연히 함선의 건조보다는 마장기 제작이 훨씬 어려웠다. 그러나 알르드의 장인들은 수많은 마장기를 제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함선의 건조는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연구한 기술이라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격어야 하는 만큼 함선의 건조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함선의 건조에 투입된 장인들에게 고생을 한다는 의미로 포상을 좀 내려야겠네. 50리스 정도면 괜찮겠지?”

“네! 그렇게만 하면 불만이 많이 줄어들 거예요. 갑자기 함선을 건조하라는 명령 때문에 익숙한 공방에서 자리를 옮긴 장인들 사이에서 투덜대는 일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호의 명령에 아스트리드 벨이 환영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호는 곧바로 장인들에게 포상을 지급한다는 서류를 만들어 도장을 쾅 하고 찍었다.

장비 및 병기의 제작에 관여하는 장인들과 사이가 멀어지면 골치 아픈 일이 쏟아지는 만큼 장인들 사이에서 조그마한 불만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미리 관리를 해줘야만 했다.

‘이 정도의 속도로 일이 진행되면……. 올해 말 아니 내년은 되어야 원정이 가능하겠군.’

뜨거운 햇살을 품은 바다로 인해 밖을 돌아다니는 게 힘들 정도로 끈적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적어도 십 개월 정도는 더 준비를 해야지만 미피츠 원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당장 미피츠를 점령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일이 예상보다 늦어지니 기분이 딱히 좋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최근 블루 스케일이 알르드의 북쪽 영토인 에레브와 바르시온의 경계에 요새와 방어시설의 건설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고나니 더더욱 기분이 언짢았다.

그리고 호는 자신의 언짢음을 가슴 속에 품어 꾹 참는 성격이 아니었다. 게다가 힘이 없던 예전의 자신도 아니었다.

“레이자에게 보고를 받은 것은 있어?”

“오늘 아침 에레브의 치린트 영지에 도착했다고 해요. 아마 모레부터는 군사 훈련을 시작할 것 같아요.”

블루 스케일이 국경에 방어 시설의 건설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호는 레이자에게 여섯 개 마장기 편대와 십만의 병력을 주어 치린트로 보냈다.

덩달아 국경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그것도 마장기의 모든 병기를 동원한 화력 훈련이었다.

“어디 겁 좀 먹어보라지.”

스무 기가 훌쩍 넘는 인접 국가의 마장기가 쏟아내는 마력 폭탄과 MLC가 국경 주위에서 폭발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편안한 마음으로 그런 행위를 받아들일 이들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호는 항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블루 스케일이 다소 강압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블루 스케일의 육상 전력은 화력 훈련을 시작할 레이자의 군대만 진격한다 하더라도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로 형편없었으니까.

게다가 레이자의 군대에는 S 등급의 영웅인 그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알르드레이’

디르시나에서 새롭게 제작된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의 전용기로 알르드의 대표 색상인 푸른색과 골든 크로우의 색상인 황금색이 아름답게 섞인 라이온레인 등급의 마장기였다.

대륙의 이름 높은 영웅인 기사왕의 능력을 전장에서 100% 발휘하기 위해 라이온레인의 베이스에서 마력 엔진의 출력을 무려 두 단계나 높인 괴물이었다.

당연히 크기도 일반적인 라이온레인보다 거대했다. 마족의 심장이라 불리는 데스 사이더와 필적한 수준이니 보기만 해도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 정도로 위압감이 엄청났다. 하물며 오너가 바로 그 기사왕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알르드레이가 현재 레이자와 함께 블루 스케일의 국경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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