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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61화 (36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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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61화

“복수를 할 겁니다.”

“……뭐라고?”

갑작스러운 호의 말에 이레네 아르티아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처참하게 죽은 재상의 모습이 그녀의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골든 크로우는 그나이 칼츠만의 복수를 포기했다. 왕의 명령이 떨어졌는데도 거부했다. 그러나…….

“그나이 칼츠만 재상의 복수를 할 겁니다. 그분이 미피츠에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퉁 파오에게 재상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겁니다.”

“어째서 그대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분에게 빚을 진 몸입니다.”

그리고 ‘종족의 배신자 – 골든 크로우’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배신자가 확실해 보이는 미피츠의 권력자를 처단해야 했다. 칠왕국의 굳건한 동맹을 깬 나라가 미피츠가 아닐 가능성도 있기는 했지만 퀘스트의 설명에는 탐욕스러운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인간 국가의 수장은 미피츠의 퉁 파오밖에 없었다.

“……하.”

호의 말에 이레네 아르티아는 뭐가 그리 답답한지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깍지를 끼고 있던 그녀의 손이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복수.’

골든 크로우의 재상으로 왕국의 수호를 위해 평생을 바친 아버지나 다름없던 인물의 복수를 눈앞의 남자가 하려고 하고 있었다. 골든 크로우도 자신도 포기한 복수였다. 심지어 왕국의 귀족들은 군사를 일으켜야 한다는 자신의 말에 복수 대신 재물을 선택했다.

그 순간, 이레네 아르티아의 머릿속에서 실낱과도 같은 줄기로 지켜오던 무언가가 계속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절로 입에서 신음성이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그런 기사왕의 모습을 보며 호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기사왕이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미피츠를 공격할 때 나도 함께 하고 싶다. 지휘권은 필요 없다. 일반 병사로 나를 써도 좋다. 다만, 퉁 파오의 목은 내가 벨 수 있게 해다오. 그의 목을 재상의 무덤에 바치겠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띵동하는 소리가 호의 귀로 들려왔다.

띵동.

-꺾인 이레네 아르티아의 마음속에 오너의 이름이 새겨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소환자 ‘윤호’를 오너로 따르게 됩니다. 이레네 아르티아의 영혼에 새겨진 오너의 이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지워지지 않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호는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세계에 떨어진 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던가? 대륙을 패권을 다투던 한 종족의 위대한 영웅이 자신의 품으로 들어왔다.

* * *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이레네 아르티아

2. 성별 : 여(30)

3. 종족 : 인간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999

6. 직업 : 황금색 까마귀의 왕 – 종족의 수호자(SSS)

7. 세부능력

통솔 : 1467 / 2000(EX)

무력 : 841 / 1000(SSS)

지력 : 717 / 750(SS)

정치 : 466 / 500(S)

매력 : 723 / 750(SS)

8. 특성 : 승리의 검, 꿰뚫는 마음, 거짓 간파, 카리스마, 검신, 황제의 위엄, 인간들의 수호자.

9. 스킬

<검신> EX 랭크.

이레네 아르티아는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영웅 중 하나이며 검의 대한 자질이 극에 오른 인물입니다. 검을 쥔 그녀의 의지는 하늘을 가르며 산을 베어냅니다.

-효과 : 검을 사용할 경우 무력이 300 상승합니다.

-효과(2) : 일기토 시 상대의 아이템을 이용한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효과(3) : 보병 계통의 병사를 지휘할 경우 휘하 부대의 공격력 수치가 50 상승합니다.

<황제의 위엄> SS 랭크.

인간들의 방패이자 골든 크로우를 수호하는 그녀의 위엄은 전장에 나선 인간들에게 무한한 용맹을 안겨다 줍니다.

-효과 : 인간 종족의 병사를 지휘할 경우 모든 상태이상 공격을 무효화 시킵니다.

-효과(2) : 이레네 아르티아가 지휘하는 병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 효율의 공격력을 발휘합니다.

-효과(3) :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의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거 장난이 아니네.”

이레네 아르티아의 정보를 확인하며 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한 종족을 대표하는 영웅다운 능력치였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는 동급의 존재로 취급되는 만마의 지배자 쉐르난비체와 비교해 이 세계에서는 등급이 한 단계 낮은 SSS 등급에 불과했지만, 사실은 크게 문제될 수준은 아니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사기 스킬 중 하나인 검신이 모든 것을 커버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EX등급의 스킬이라…….”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설정과는 다른 이레귤러. SSS보다 한 단계 높은 EX등급의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EX등급의 스킬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게임 내에서 검신 스킬은 SSS 등급에 불과했고, 브로리나 니나 다니엘레 그리고 로우덴 셰필드 역시 EX등급의 스킬은 없었다.

“역시 종족을 대표하는 영웅 보정인가?”

“혼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뒤에서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호가 고개를 돌리자 며칠 전과는 달리 얼굴에 생기가 넘치는 여인이 호를 향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멍멍. 호 님께서는 고향이 그리우신 모양인지 가끔 혼잣말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기사왕께서는 굳이 신경을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음. 고향이라. 확실히 그렇겠군. 그대와 같은 소환자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 고향이 그립기도 하겠어.”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호를 위해 로우덴이 나름의 변명을 했고, 그 말에 넘어간 기사왕이 내심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호는 얼굴 가득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잠시 후, 품속에서 동그란 공을 꺼내 로우덴을 처리한 호가 이레네 아르티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귀족들을 소집해 회의를 개최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없더라도 골든 크로우를 이끄는 자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형식적인 회의였다.”

“기사왕께서는 골든 크로우의 왕이시자 인간들의 영웅. 왕위를 내려놓으신다고 하면 귀족들의 반발이 엄청났었을 텐데요?”

“흥. 왕의 자리를 내려놓기로 결심한 내가 그들의 입장을 상관할 바는 아니지.”

이레네 아르티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호의 말대로 그녀가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하자마자 귀족들은 득달같이 일어나 그녀의 결정을 만류하기 시작했다. 기사왕의 명성과 무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한 그것으로 인해 인간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는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이득에 따라 파벌을 나눠 싸우던 귀족들이 한 목소리로 이레네 아르티아를 붙들고 늘어졌다. 이제껏 유래가 없는 초유의 상황에 심지어 당장이라도 병사를 일으켜 미피츠를 공격하자고 외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귀족들의 모습은 더욱더 그녀에게 환멸감을 가져다주었고, 이레네 아르티아는 그런 귀족들을 향해 선언을 하듯 외치고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되면 정식으로 알르드로 초대를 해야겠네요.”

“당연하지 않은가? 나를 미피츠를 공격하는 검으로 사용할 생각이 아니던가?”

“뭐…….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 솔직히 고민을 조금 하고 있었어요.”

“후후. 미피츠의 퉁 파오를 나에게 맡길 거라는 그대의 말을 믿고 왕위까지 내려놓았는데 곤란하구나.”

호의 농담에 이레네 아르티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의 머리에 쓰인 무거운 왕관은 내려놓았지만 아직 미련이 남는 것일까?

그녀의 얼굴은 근심과 후련함이 공존하는 어색하고도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호는 그녀가 골든 크로우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먼저 알르드로 돌아가면 수인 왕국과의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천족들이 수인 왕국과 손을 잡고 알르드를 공격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전쟁중이었나?”

“아마도 그럴 겁니다. 믿음직한 인물에게 전쟁을 맡기 놓기는 했지만 종전이 되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르티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남자는 수인 왕국과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삼십만이 넘는 병력을 따로 빼 골든 크로우를 지키기 위해 군사를 보낸 것이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군대를 지휘해서 말이다.

“골든 크로우를 대표…… 아니,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본국의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지원군을 보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기사왕의 모습에 어색한 표정을 지어준 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피츠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병력을 수송할 수 있는 다수의 함선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수인 왕국과의 전쟁이 끝나면 블루 스케일과의 외교를 통해 함선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받을 계획입니다.”

대해를 누빌 수 있는 수송선을 건조하는 기술쯤은 팀 갈공이를 연구소에 집어넣고 갈아버리면 몇 주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공이는 수송선의 건조와 같은 하찮은 기술이 아니라 용족 병과의 연구에 매진해야 했다.

게다가 알르드와 인접하는 국가인 블루 스케일은 해상 관련 기술만큼은 대륙 제일인 나라. 연구 협약을 통한다면 굳이 갈공이를 이용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블루 스케일과 관련된 일이라면 나도 도울 수 있는 일이로군. 내가 직접 세이라 클리퍼드와 말해보겠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왕의 말에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세이라 클리퍼드는 멀기는 해도 인척 관계. 게다가 사이마저 좋았다. 그런 만큼 이레네 아르티아의 부탁이라면 블루 스케일로써는 거부하기 힘들 터였다.

“함선의 건조 기술만 있으면 곧바로 미피츠를 짓밟을 생각입니다. 그나이 칼츠만 재상의 복수를 위해서 말이죠.”

“그 시기가 빨리 오기를 기대하겠다.”

“기술만 얻을 수 있다면 함선의 건설쯤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림드 산맥을 중심으로 한 알르드의 생산력이라면 순식간에 블루 스케일이 자랑하는 도베르만 제독의 함대 이상의 규모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병사들의 양성이나 마장기의 제작을 모두 중지한 상태에서 생산력을 집중해야겠지만 주변 왕국과의 전쟁을 끝내면 굳이 군사력을 늘리는 데 더 이상의 투자를 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도 군대의 유지비가 상당해.’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늘어난 병력의 수가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너가 없는 마장기들 역시 굉장히 많았다. 문제는 그렇게 생산된 마장기의 비율이 불균형하다는 점이었다.

현재 알르드는 인간 종족의 A 등급 마장기인 라이온레인을 주력 마장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동일한 등급의 마장기로 아보르 비테도 있기는 했지만 아보르 비테는 전투용이 아니라 지원 성격이 강한 마장기였다. 한 마디로 보조용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성능이 가장 뛰어난 라이온레인의 생산에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고, 덕분에 인간과 엘프를 제외한 다른 종족의 유능한 영웅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뒷받침해줄 고 등급의 마장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르드의 영웅들 중에는 인간만큼이나 수인들 또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수인족의 전설급 마장기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많은 수의 수인 영웅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전쟁에 나섰을 터였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종족은 경험할 수 없는 문제였다. 오로지 여러 종족의 영웅이 함께하는 알르드에서 생겨나는 문제였다.

‘더군다나 테크도 바꿔야 하니…….’

또한 알르드의 군대는 SSS 랭크의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를 주력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돌파 역할을 하는 윙드 훗사르와 A랭크 궁병인 아르카니움 아쳐도 있었지만 그 수는 그렇게까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애당초 궁병이나 기병대가 활약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강력한 전투 병기인 마장기가 전장을 휘젓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는 앞으로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최강 병종. 용족의 병과로 모든 부대를 구성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하나하나씩 천천히 진행시켜 나가면 될 일이었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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