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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55화 (35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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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55화

천족의 지원군이 도착하면서 전투는 한층 더 격렬해졌다.

아군과 적군이 한데 뒤섞여 난전이 펼쳐졌고, 부대를 지휘하는 양 측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스킬을 한껏 발휘해 병사들을 통솔했다.

“아오…….”

덕분에 호는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알림들을 모조리 꺼야만 했다. 아군 영웅들의 행동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1초가 멀다하고 생겨나 눈앞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군 병사들이 고래고래 외치는 소리.

한층 에너지를 쏟아낸 마력포의 뜨거운 열기,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호의 눈과 귀를 가렸다.

“후우.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

전장의 열기 때문일까?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풀었다. 전투에 직접 나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총사령관이 위험에 빠지면 작전은 무조건 실패할 거라는 로우덴의 협박 아닌 협박에 호는 어쩔 수 없이 후방에서 아군의 전투를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도 허수아비처럼 있지만은 않았다.

띵동.

-<침착하라!> D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지휘관이 독려> B+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아크 스피릿>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전장의 노래> 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팔진도> 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스피릿 발할라> S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지휘관 클래스의 다양한 버프 스킬은 SSS랭크의 병사를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특히나 호의 클래스인 ‘오버 로드–세계의 패자’ 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 스피릿 발할라의 위력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게이머들이 입이 닳도록 찬사를 보냈던 최강의 효자 스킬 중 하나였다.

[<스피릿 발할라> SSS랭크.

절대의 군주 오버로드만의 능력으로 휘하의 병사들에게 명예스러운 천국 발할라에 머무르고 있는 용맹한 영혼들을 빙의시킵니다.

-효과(1) : 발할라의 영혼을 받아들인 병사들은 일정 시간 동안 공격력, 방어력 수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효과(2) : 스킬이 끝나면 상태이상 무력감에 빠집니다.

-효과(3) : 스킬이 끝나면 사기가 소폭 하락합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버프 효과에 스킬 밸런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듯 소소한 디버프 또한 존재했지만, 그런 디버프들은 호의 또 다른 스킬 팔진도의 영향으로 무효화되고 있었다.

-흐리야아앗! 힘이 솟구친다!

-가자! 우리는 강해졌다!!!

그래서일까? 아군의 실버 문들은 적어도 서너 배 이상은 많아 보이는 천족의 병사들을 상대로 양 떼 속의 뛰어든 늑대마냥 적들을 베어버리고 있었다. 브뤼헤아 비쉬들도 한층 강력한 공격으로 요새에 설치된 방어시설들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기병대 윙드 훗사르의 무지막지한 돌파에 비슷한 랭크의 천족 병사인 로얄 소벨리온들이 우르르 무너지더니 말발굽에 치이거나 창에 꿰뚫려 하늘을 날고 있기도 했다.

그때였다. 돌연 전방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큰 폭발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호의 목소리가 통신구를 타고 울려 퍼졌다. 우연히 떨어진 눈 먼 공격은 결코 아니었다. 포격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서 지금 호가 있는 후방까지의 거리는 마력포의 사거리를 훌쩍 벗어나 있었다.

“우측! 적의 마장기 편대입니다!”

잠시 후, 상황을 파악한 영웅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통신을 보냈다. 뒤이어 군사님께서는 이라는 말이 이어졌지만, 호는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현재 로우덴은 중군에서 아군의 병사들을 통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적의 등장을 알리는 붉은 색의 점들이 하나, 둘씩 호의 레이더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심한 참에 잘됐네. 레모스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을 테고……. 천족의 어떤 영웅이 있으려나? 내가 아는 애일까?”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그 뿐이었다. 상대가 칠제급의 괴물이 아니라면 굳이 두려워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칠제가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어느 정도는 버틸 자신이 있었다. 물론, 쉐르난비체는 예외였다. SSS등급을 뛰어넘는 EX등급의 괴물인데다가 마검 루비아이까지 지니고 있는 그녀는 적어도 오버 로드 그 이상의 레어 혹은 유니크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어야지만 대화가 통할 것 같았다.

대놓고 살기를 풀풀 흘리며 요란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평범한 세인테르와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 편대 정도는 그냥 귀여운 느낌이었다.

“호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굳이 나를 만나러 왔는데 피할 필요는 없지. 요격한다.”

“하, 하지만 군사님께서는…….”

통신구를 통해 걱정스러운 말투가 들려왔지만, 호는 조종간을 당겨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호의 호위 임무를 맡은 라이온레인들도 어쩔 수 없이 기체를 움직여야만 했다.

-윤호! 이 라우님이 네놈을 없애고, 여신 라헬 님의 뜻을 대륙에 펼치겠다.

“오?! 라우!”

호의 입가에 호선이 그러졌다. 상대의 이름이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닌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대륙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 기억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라우 코르빗. 레모스의 신임을 받는 부관 중 하나로 그의 정부나 다름없는 여인이었다.

“그나저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들 나를 없애고 라헬의 뜻을 펼친다고 하네?”

전에 상대했던 천족의 마장기사도 그렇고, 라우도 그렇고. 어디서 선전포고 멘트에 관한 교육이라도 받는 모양인지 내뱉는 말이라곤 죄다 비슷비슷했다.

이 대륙의 종족들이 약해빠진 소환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환자가 대륙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고, 알르드를 건국한 자신의 명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경계를 할 법도 하련만 정말 어지간히도 얕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호의 뒤를 따르던 알르드의 마장기사들도 자신들의 무기를 빼들고 있었다. 자신들의 왕을 무시하는 상대의 태도에 화가 난 것이다.

“그럼 어디 한 번 없애 보시지!!!”

약한 상대가 도발을 한다면 넘어가주는 게 인지상정. 상대 마장기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라이온레인–플레임’의 마력 엔진이 우렁차게 돌아가며 폭발적인 스피드를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라우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호가 시작부터 전력을 다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흥!!!”

천족의 A등급 마장기, 세인테르급의 오너 자리는 화투 패로 딴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호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라우는 침착하게 대응을 했다. 커다란 창이 마력으로 타오르는 푸른빛의 검을 막아내며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의 공격은 가벼운 인사일 뿐. 힘으로 상대를 밀어낸 호는 검을 가로로 베어 라우의 접근을 막은 뒤, 어깨의 장치를 열어 마력 폭탄을 배출해 냈다.

“제법 뜨거울 거다.”

휘리리릭!

호의 마나와 연결이 된 마력 폭탄들이 사방에서 불꽃을 튀기며 어지럽게 하늘을 날았다.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다! 전위는 폭탄의 접근을 막고, 후위의 마장기들은 마력 병기로 폭탄을 요격한다!”

라이온레인의 특수 무기 마력 폭탄의 등장에 라우가 빠르게 명령을 내렸고, 명령을 받은 천족의 마장기사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진영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확한 저격으로 하늘을 움직이는 마력 폭탄을 떨어뜨렸다.

“오?”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천족들의 기민한 대응에 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고 보니 천족들은 오랫동안 골든 크로우와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었고, 골든 크로우의 지배자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는 라이온레인을 전용기로 사용하는 영웅이었다. 당연히 마력 폭탄에 대한 대응도 익숙할 터였다.

“하지만 알르드의 라이온레인은 한 기가 아니라고.”

뒤이어서 철컹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개에 달하는 마력폭탄이 천족 마장기들을 향해 동시에 날아들었다.

하늘에 있는 마력 폭탄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천족 마장기의 움직임 역시 분주해졌다.

그래도 나름 엘리트 편대인 모양인지 다수의 마력 폭탄을 상대로 라우와 그의 부하들은 침착하게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마력 폭탄을 떨어뜨리며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마력 폭탄의 공격과 함께 라이온레인이 달려들면서 접근전도 함께 펼쳐지자 점점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하나, 둘씩 마력 폭탄의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어디 이것도 한 번 막아보시지!”

“크윽! 이 자식!”

특히나 자유자재로 마력 폭탄을 움직이며 공격을 가하는 윤호의 기체는 라우조차도 동료들의 조력이 아니면 상대가 힘들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젠장! 뭐가 이렇게 많아?!”

난전 속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던 마력 폭탄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전위를 맡고 있던 천족의 마장기사 한 명이 욕설과 함께 몸을 뒤로 빼어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작스레 후방에서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조종석을 울렸다.

오싹한 느낌과 함께 마장기사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뒤로 돌리자 또 다른 마력 폭탄 하나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드는 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아, 안 돼!!!”

반사적으로 조종간을 움직이며 무기를 휘둘렀지만, 뱀처럼 틈새를 파고든 마력 폭탄은 그대로 마장기의 취약한 장갑에 달라붙었고, 펑하는 굉음과 함께 무지막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화려한 죽음의 불꽃이 전장의 시야를 가득 메운 순간.

“조, 조심해라!”

라우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났다.

불꽃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 순간 여기저기서 날아든 마력 폭탄이 천족들의 마장기를 고철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소리였다.

“크읏!”

다행이도 라우는 마력 폭탄의 폭발 범위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와는 차원이 다른 세인테르의 단단한 장갑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폭발의 연기를 뚫고 나온 롱소드가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노리고 파고들고 있었다.

노란색으로 화려한 문장이 음각된 마장기. 윤호의 기체였다.

“이 자식!!!”

갑작스러운 공격에 반사적으로 몸을 틀기는 했지만 예상치도 못한 호의 기습은 라우가 탑승한 세인테르급 마장기의 어깨를 제대를 쓸고 지나갔고, 곧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장기의 팔 하나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거 너무 교전에 소극적인 거 아니야? 빨리 전쟁을 끝내고 라헬의 뜻을 펼쳐야지?”

“빌어먹을 소환자 놈! 감히 여신님을 모욕하다니!!!”

자신을 도발하는 호의 행동에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라우는 본능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본능에 몸을 맡겼다가는 이 자리가 자신이 무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상대는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강자. 게다가 다수의 라이온레인이 보여주는 마력 폭탄 공격은 아군의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후퇴를 할 수밖에 없겠어.’

적의 총대장이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적의 실력은 뛰어났고, 적군의 마장기는 아군의 성능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대의 전력을 레모스에게 보고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라우가 엔진을 최대한으로 풀가동하며 몸을 뒤로 빼려던 순간이었다.

쿠웅! 쿵!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전장에 세찬 진동이 들이닥쳤다. 이어서 단단했던 대지가 갈라지더니 곳곳에서 넘실거리는 불길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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