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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41화 (34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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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41화

칠제라 불리는 대륙의 영웅을 천족에게 강제적으로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

한시가 다급했기에 호는 호위 병력 약간과 몇몇의 영웅만을 데리고 아침이 밝아오기도 전에 카우셰드를 떠났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플레이어로 오너 시스템의 무서움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만큼 호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이미 림드 산맥으로 전령을 보내놨으니 아스트리드 벨과 림드 산맥의 영웅들은 전령을 통해 전달한 지시에 따라 골든 크로우로 향할 병력의 준비를 시작할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든 크로우의 전선까지 가려면 이동만 해도 한 달 가까이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지 기사왕이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야 할 텐데…….’

전령의 말에 따르면 골든 크로우는 천족과의 전면전에서 패배해 전선을 물리고 뒤로 후퇴한 상황. 생각보다 전황의 불리함이 심각한 모양인지 다른 왕국들에게도 지원군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기사왕을 손에 넣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대공세를 펼치는 천족들을 인간들이 단독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둘 다 리그너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이라지만 천족과 마족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 세력이 더욱 강했기 때문이었다.

“후우. 천족들의 꿍꿍이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차려야 했어.”

“저는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꼬꼬댁. 천족과 인간들의 싸움에 꼭 저희가 끼어들어야만 할까요? 그네들이 충돌하는 것은 매번 있었던 일일 텐데요?”

호와 이번 원정에 함께하게 된 영웅인 팔쿤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기사왕이 다스리는 골든 크로우는 알르드와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국가였다. 사이는 좋은 편이라지만 접점은 딱히 없는 나라에 불과했다.

하물며 알르드는 수인 왕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병력을 돌려 먼 거리를 이동해 골든 크로우로 지원을 가다니? 충심으로 모시는 주군이지만 호의 명령에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과 천족들의 전쟁이 연례행사와도 같았던 소모전이었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달라.”

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족과 인간의 이번 전쟁을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면 칠제인 기사왕은 분명 천족의 손에 넘어갈 테고, 인간들의 영웅을 흡수한 천족의 소환자들이 라이온레인을 비롯한 인간과 천족의 연합병력으로 알르드의 앞을 가로막을 터였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리그너스 대륙의 통일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아니, 천족이 인간 영웅을 손에 넣어 병력과 마장기를 생산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오너 시스템을 통해 기사왕이 천족의 영웅이 되는 것은 곤란했다.

“그렇습니까? 꼬꼬댁.”

팔쿤은 여전히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팔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호는 더 이상의 설명을 그만두었다. 그가 오너 시스템에 전혀 모르는 것을 생각하면 저런 반응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오너 시스템의 비밀에 대해 설명을 할 수도 없었다.

‘림드 산맥에 도착하면 로우덴도 소환해야겠어.’

이번 일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머리가 좋은 영웅이 필요했다. 그리고 ‘불세출의 천재 군사-나폴레멍’인 로우덴이라면 충분히 천족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을 터였다.

* * *

림드 산맥의 주도 디르시나에서는 병력의 움직임이 한창이었다.

라이온레인, 아보르비테와 같은 A등급 마장기는 물론이고 실버 문, 브뤼헤아 비쉬와도 같은 고 랭크의 병종들도 오와 열을 이루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알르드의 자랑이자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병사들로, 호의 명령에 따라 골든 크로우로 향할 지원군들이었다.

“캬아오!”

그리고 그런 병사들 사이로 독특한 외형을 한 병사들이 하나둘씩 목격되고 있었다. 마족의 리자드맨과 비슷한 외형이기에 얼핏 보면 마족의 병사가 아닐까 하는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생김새가 확연하게 달랐다.

“용족의 E랭크 비행병 와이버니안.”

영주성의 발코니에서 그들을 보던 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던 시절에는 양성하지 않았던 병과로, 정보창이 아니었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병사들이었다.

[병종-와이버니안(E랭크 비행병)

공격력-11 방어력-7 이동속도–9

용족 비행학교를 졸업한 신출내기 병사들입니다. 용족의 특성상 다른 비행 병과에 비해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합니다만 비행병의 특성상 궁병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나쁘지 않은데?’

실버 문이나 브뤼헤아 비쉬와 같은 병사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스펙이었다.

하지만 와이버니안이 E랭크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공방수치였다. 물론, 전장에 바로 투입시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로얄 윙드 아쳐나 아르카니움 슈팅스타와 같은 고 랭크 궁병대와 마주치는 순간 와이버니안으로 이루어진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질 게 보나마나 뻔했다.

‘용만’이라는 말처럼 용족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랭크와 상성의 차이는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보셨어요? 최근 공돌이 멤버들이 용족 병과의 연구에 대해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응. 용족의 E랭크 비행병인 와이버니안. 저 랭크의 보병들에게는 사신과도 같은 존재들이지.”

“용족의 고랭크 병과를 양성해서 당신을 깜짝 놀래 키고 싶었는데, 공돌이들이 달려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진척 속도가 빠르지 않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연구팀 공돌이에는 공돌이에 포함된 영웅의 종족과 관련된 연구를 개발할 때 추가적인 보너스가 있었다. 그리고 알르드에 존재하는 용족 영웅은 레피스트 퓨리온 하나뿐이었다.

“그나저나 공돌이들은 수인 왕국 계통의 마장기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수인들의 C등급 마장기와 관련된 개발은 끝냈어요. 그와 관련된 생산 체계도 이미 갖췄고요. 하지만 수인들의 마장기 제작과 관련된 노하우가 부족해요. 마장기 공방에서 일하는 장인의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아스트리드 벨의 대답에 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상위 등급 마장기와 관련된 연구를 위해서는 하위 등급 마장기 제작과 관련된 노하우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C등급 마장기를 대량 생산해 제작 노하우를 쌓지 않는 이상 그 다음 단계의 연구를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현재 알르드의 마장기 제작 장인들은 라이온레인과 아보르비테의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림드 산맥에 만들어진 마장기 공방이 몇 개나 있지?”

“여덟 개요. 그중 두 개 공장에서 따로 카니앗산을 제작하라고 할게요.”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 그리고 완성된 카니앗산은 다시 분해를 하거나 예비 병력으로 편성시켜 치안 유지를 명령을 내리면 좋을 것 같아. 바로 전장에 투입시키기에는 등급이 조금 떨어지잖아?”

자신이 말을 하긴 했지만 절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C등급 마장기라 해도 마장기는 마장기. 전장의 재앙이라 불리는 리그너스 대륙의 최종병기였다.

‘나도 많이 컸네.’

그렇지만 알르드의 주력을 담당하는 마장기를 생각하면 C등급에 불과한 카니앗산은 확실히 급이 떨어졌다.

“마장기가 치안을 담당한다라……. 죽고 싶은 녀석들이 아니라면 말썽을 피우는 건 꿈도 꾸지 못하겠네요. 하지만 수인 영웅들 사이에서는 조금 불만이 나올 수도 있어요.”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어. 적어도 B 등급 마장기 정도는 되어야 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을 테니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요. 어쨌든 그 건에 대해서는 제가 잘 다독거려 볼게요.”

“공돌이 쪽에도 말 좀 해주고.”

말을 마친 호는 시선을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디르시나에서의 출진 준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호는 여기서 십오만의 병력을 이끌고 출진할 예정이었다. 거기에 카틀라스 항구에서 오만, 북부의 바르시온과 쿠투스 평원 쪽에서 십만의 병사가 추가적으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병사들의 수는 충분하다.’

도합 삼십만. 골든 크로우를 침공한 천족들을 방어해 내기엔 무리가 없는 숫자였다.

더욱이 몇 번의 전쟁을 통해 천족의 기술 발전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있는 만큼 호는 천족들을 상대로 충분히 버틸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마장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마장기사가 부족했다. 열심히 승급시킨 마장기사들이 현재 동부와 남부 전선에 잔뜩 투입되어 있는 까닭에 디르시나에 배치되어 있는 라이온레인과 아보르비테를 다룰만한 녀석들이 몇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팔쿤은 제외하더라도 기껏해야 두 개 편대나 나올까?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토갈론 요새에 있는 신윤아와 김유진한테 전령을 보낸다. A등급 이상의 엘프 영웅들과 함께 디르시나로 합류하라고 해.”

잠시 토갈론 요새의 방비가 허술해지겠지만, 정령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엘프들이 토갈론 요새를 노릴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의 명령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리안스의 대지에 있는 리셴르나에게도 A등급 이상의 쓸 만 한 마장기사들을 데리고 디르시나로 오라고 해줘.”

영토의 성장이 주춤하더라도 골든 크로우와 이레네 아르티아를 집어삼키려는 천족의 계획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했다.

* * *

호인족의 십이멀이자 수인 왕국 내에서 살인호랑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보니타는 이번 알르드 원정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비록 알르드의 공격에 수인 왕국이 몇 번이나 치명타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지만, 보니타는 그런 수인 왕국의 패배가 같은 십이멀인 티르거나 화이트베의 멍청함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덜떨어진 참모 중 하나였던 토끼 부족의 마로가 알르드를 상대로 불리한 상황에서 대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며 카우셰드를 되찾고 수인 왕국의 상급 대장 아니 호인족의 장로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꿈꿨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알르드의 병력은 수인 왕국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욱 강력한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마장기는 수인 왕국의 주력인 메카 리자드와 카니앗산을 뛰어넘는 고 등급의 마장기들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한시진이라는 소환자 또한 괴물 같은 여인이었다.

“괜히 무리했다가 병력만 잃으면 나만 손해지.”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이번 전쟁이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은 보니타는 자신이 원정군임에도 불구하고 호올스에 틀어박혀 수비적으로 전쟁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이번 전쟁의 목적은 시간 끌기. 알르드의 눈을 자신 쪽으로만 돌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전쟁은 소강에 빠졌고, 이대로 종전이 된다면 보니타는 군대를 물려 사파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카우셰드에 주둔하고 있던 알르드의 병력이 호올스를 짓밟기 전까지 말이었다.

“크아아아악!”

“적습! 데, 데스 사이더다!!!”

마력 폭탄이 만들어내는 폭발과 함께 폭발에 휩쓸린 수인들의 비명 소리, 살기에 찬 병사들의 고함과 병장기 소리가 합쳐서 전장의 사중주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데스 사이더에 탑승하고 있던 한시진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인 왕국의 메카 리자드급 마장기를 쳐다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들고 있는 강철의 창이 위 아래로 살짝살짝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퍼억!!!

캬아아아악!

잠시 후, 순간적으로 휘두른 데스 사이더의 낫이 메카 리자드의 어깨 죽지에 틀어박혔다.

이어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강철의 창이 한시진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가벼운 회피 기동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한 한시진은 다시금 낫을 휘둘렀고, 메카 리자드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진격하라! 이대로 수인 왕국의 조무래기들을 짓밟고, 호올스를 파괴한다!”

호는 골든 크로우를 지원을 가기 전 한시진에게 수인 왕국과의 전면전은 피하되 상대에게 최대한 큰 피해를 주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그런 호의 명령에 따라 한시진은 카우셰드의 모든 병력을 이끌고 마인족의 영토 호올스로 진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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