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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38화 (33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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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38화

“지원군이다!”

전선에 윤호가 이끄는 알르드의 주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알르드와 수인 왕국 사이의 전쟁은 점점 더 그 규모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번 전쟁마저도 패배하면 수인 왕국의 정치적 주류 세력들의 권위는 크게 떨어질 게 분명해 보였기에 주류 세력, 특히 동부 전선의 지휘관이자 호인족의 십이멀인 보니타는 카우셰드를 점령하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는 그런 보니타의 맹공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적들을 물리쳐라!”

“호님에게 영광을!!!”

전천후 공격 마장기인 라이온 레인과 지원 마장기인 아보르 비테. 인간과 엘프 종족의 최종 병기나 다름없는 두 A등급 마장기를 보며 호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구팀 공돌이가 포함된 이레귤러의 존재가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물론, 모든 생산 기반을 만들어낸 심시티 공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두 A등급 마장기가 전장에서 만들어내는 죽음의 선율은 수인 왕국이 어설픈 물량공세로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물며 그 마장기를 다루는 이들이…….

“하앗!!!”

“얍!”

한시진과 엘 라스엘과 같은 뛰어난 실력의 영웅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알르드를 대표하는 마장기사는 이 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음무워어어어!!!”

두터운 갑옷으로 무장한 커다란 덩치의 마장기가 수인 왕국의 메카리자드급 마장기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달릴 때 마다 지면이 울리며 쿵쿵 파이는 모습이 엄청난 위압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동체를 살짝 움츠리더니 그대로 어깨를 이용해 상대의 마장기를 향해 부딪쳤다.

콰직!!!

장갑이 우그러드는 소리와 함께 타우러스와 부딪친 메카리자드 급 마장기가 뒤로 튕겨져 나갔고, 마치 물수제비를 뜨는 양 지면에 요란한 파동을 만들어내더니 그대로 침묵하고야 말았다.

“크……. 무시무시하네.”

호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인족의 전설적인 마장기는 다들 A등급의 마장기들이었다. 그에 반해 저들의 마장기 전력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메카 리자드는 고작해야 C등급에 불과했다.

“어디보자…….”

그렇게 휘하 영웅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호는 천천히 전황을 둘러보았다. 전투에 나서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지만, 총사령관은 직접 검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한시진의 만류에 전황을 파악하며 영웅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어차피 몸소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아도 전투 승리로 인한 경험치는 획득할 수 있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실전 감각이 조금 떨어지는 게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정말로 아니다 싶을 때면 전장에 나서면 되는 일이었다.

어쨌든 전장의 상황은 알르드의 압승이나 다름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C등급이 주력인 수인 왕국의 마장기사단과 달리 아군의 마장기는 리그너스 대륙의 방위대나 다름없을 정도로 호화스러운 편대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장기전의 승리는 전투의 승리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마장기 전력의 차이가 이렇게나 확연한데도 있는데도 너무 무모하게 달려드는 거 아닌가……?’

하지만 자신에 대한 수인 왕국의 원한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느껴질 건 아니었다.

더욱이 저들을 지휘하는 영웅이 수인 왕국 내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호인족이며 살인호랑이라 불리는 보니타인 것을 떠올리면 충분히 저들의 무모함 역시 수긍이 갔다.

그 때 한 병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님! 우측에 적군이 나타났다는 보고입니다!!!”

“적군? 병과는?”

“기병대입니다! 또한 대마장병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대마장병? 흐음.”

호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보니타의 참모진이 자신들의 머리를 풀가동하며 내세운 전술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그 마로라는 녀석의 계획인가?”

아군의 라이온레인을 집어삼킨 수인 왕국의 영웅은 의아하게도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공략본에 의하면 수인 왕국의 차별에 불만이 많은 영웅이라고 나와 있기에 그 점을 이용해 공략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상대 영웅과 마주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난전 상황에서 측후방을 파고드는 기병대의 돌진은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었다. 거기에 대마장병이 섞여 있다면 마장기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저들의 주력 대마장병인 랩터스는 S랭크의 병과로 아군의 고위 마장기에도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브뤼헤아 비쉬 부대로 요격한다.”

그녀들이 사용하는 제어 마법과 공격 마법의 연계라면 기병대와 대마장병 쯤은 가볍게 물리칠 수 있을 터였다. 거기에 호는 추가적으로 팔쿤으로 하여금 그녀들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팔쿤의 전용기인 피닉스의 병기 치르넬이라면 대마장병이 접근하기 전에 그들을 재로 만들어 버릴 터였다.

콰앙! 콰아아앙!

호의 예상대로 팔쿤의 피닉스는 전장의 하늘을 지배하며 아군의 마장기를 향해 달려드는 랩터스들을 재로 만들어버렸다.

브뤼헤아 비쉬들 역시 자신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 적의 기병대를 붙잡았고, 그런 그들을 향해 공격 마법과 마장기의 공격이 쏟아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설마 이게 전부인가……?”

측면 돌파라는 적들의 계책을 단숨에 막아낸 호는 수인 왕국 영웅들의 정보를 확인하며 실망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아군의 마장기 편대가 당했다기에 긴장을 하고 전장에 도착했건만, 아군을 전멸시킨 마로라는 영웅은 온데간데없었고, 보니타는 무턱대고 전장에 병사들을 밀어 넣고 있을 뿐이었다.

“오빠! 이대로 밀고 갈까요? 이 기세라면 보니타 녀석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SS등급의 던전에서 등장한 타락한 세력들의 생각하면 이들의 공세는 지루할 정도네요.”

그런 호의 귀로 시진을 비롯한 영웅들의 통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로라는 녀석이 안 보이니 아직 방심하지 마.”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보니타를 밀어내고, 호올스를 향해 진격하고 싶었다.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어.’

하지만 아군의 마장기 편대가 마로라는 녀석의 함정에 빠져 전멸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선뜻 공격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호가 보니타의 공세를 막아낼 무렵, 수인 왕국의 또 다른 공격 목표인 군트락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 * *

알르드의 맹장이라고 알려진 브로리 발란스. 림드 산맥을 비롯해 그 주변 영토에 살고 있는 대륙인들은 브로리의 강함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브로리가 인간과 수인 왕국을 제외한 세력들에게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그렇게까지 오래되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에 반해 천족의 10 천사 중 하나인 거한 트렛슈는 리그너스 대륙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전사였다.

다른 건 몰라도 그의 쌍 도끼에 파괴된 마장기가 기백을 넘는다는 소문은 천족과 관련이 없는 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렇게 브로리와 트렛슈의 결투는 당연히 브로리의 열세로 보였다. 모르는 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크윽!”

황금빛 마력이 자신을 찍어 누르기 시작하자 트렛슈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허리가 절로 꺾일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하지만 트렛슈의 도끼날에 성스러운 빛이 발산하자 브로리는 트렛슈를 압박하는 것을 멈추고는 뒤로 물러났다. 신성력이라 불리는 여신 라헬의 기운은 가볍게 여길 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싸움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트렛슈의 도끼가 대각선으로 휘둘러지자 그의 공격을 가볍게 흘린 브로리가 코우랄라의 주먹에 자신의 마나를 담아 그대로 내질렀다.

투확!!!

그리고 그런 브로리의 공격은 트렛슈의 마장기를 강타했고, 충격파까지 만들어내며 주위에 있던 수인 왕국 병사들의 목숨도 앗아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원숭이 자식이!!!”

“거한 트렛슈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기에 얼마나 대단한가 싶었더니. 이거 별거 아니잖아?”

“네 년!”

브로리의 도발에 트렛슈가 양손으로 도끼를 쥐었다. 그러자 신성력이 도끼에 휘몰아치면서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맹렬한 기세였다.

“라헬님의 이름으로 네 년을 정화시키겠다!”

“그놈의 라헬! 개소리는 작작하라고!!”

콰아앙!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마장기가 다시 맞붙으며 서로의 목숨을 노리기 시작했다. 트렛슈는 코우랄라의 방어를 부수기 위해 연신 자신의 도끼를 휘둘렀고, 브로리는 그의 공격을 막거나 피해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모, 모두 피해라!”

“저 둘의 싸움에 말려들면 안 돼!”

그 두 괴물의 전투는 주위의 지형을 변화시킬 정도로 요란스러웠고, 위협적이었다.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마장기라 할지라도 둘의 싸움에 말려들었다가는 그대로 박살이 날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양 진영의 에이스인 두 영웅의 일기토는 수인 왕국보다는 알르드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격해라!!!”

브로리 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마장기사인 아쉬카로트와 니나 다니엘레가 이끄는 마장기 편대가 이름난 영웅이 없는 수인 왕국의 마장기를 유린하기 시작했고, SSS랭크의 병사들의 그녀들의 뒤를 뒷받침하며 강력한 화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서러브레드가 나섰지만, 그 혼자서 아쉬카로트와 니나 다니엘레의 협공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푸르륵. 히힝! 퇴각! 퇴각해라!!!”

적들의 공격에 전황이 불리해지자 서러브레드는 망설이지 않고 퇴각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아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덕분에 브로리를 상대하던 트렛슈 역시 뒤로 몸을 빼야만 했다.

“빌어먹을. 나중에 두고 보자!”

“흥!”

끝까지 한 마디를 날리고 퇴각하는 트렛슈의 모습에 브로리는 콧방귀를 내뀌었다.

하지만 트렛슈의 뒤를 쫓아갈 생각은 없었다. 대륙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전사답게 그의 무력은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무리해서 추격하다가 적들의 함정에 빠져 트렛슈와 맞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게다가…….

“거한 트렛슈. 천족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사라고 알려진 괴물인데, 그런 그를 압도하다니……. 수고하셨습니다, 브로리 님.”

코우랄라의 옆으로 웨어 타이거가 나란히 서며 말했다. 아쉬카로트의 마장기였다.

“압도는 무슨. 무식하게 생긴 것 답지 않게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야. 저 녀석. 나랑 싸우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네? 그게 무슨…….”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저 녀석, 기분이 나쁜 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저번처럼 수인 왕국을 부추겨서 서로의 전력을 깎아내리려는 건가?”

“글쎄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천족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을까요?”

“원인족이 당했던 것처럼 뒤통수를 치는 거지. 신성력으로 오염된 군량을 풀었을 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쉬카로트는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깊게 이어지지 못했다.

직접 트렛슈를 상대한 것이 아닌 터라 브로리가 말하는 위화감을 직접 느끼지 못한데다가 그녀의 지력 또한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브로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EX랭크의 무력을 지닌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제천대성’이라는 SSS등급의 영웅인 그녀였지만, 브로리의 지력은 고작해야 A등급인 211 에 불과했다.

그렇게 미피츠에서 귀환한 알르드의 주력은 한수 위의 전력으로 수인 왕국과 천족 연합군의 공격을 순조롭게 방어해  기 시작했다. 모든 군사 전력이 동부와 남부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알르드에게 더 이상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커티삭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쉐르난비체의 마족은 드워프와 정령들을 상대로 전쟁에 들어갔고, 최근 사이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엘프들 또한 정령과 인간들을 상대로 국지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수인 왕국과 마찬가지로 알르드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천족들 역시 으레 있었던 일처럼 골든 크로우를 향해 병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대륙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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