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4
리그너스 대륙전기 334
“죽어! 죽어! 죽어!!!”
띵동.
-브로리의 무릎 꿇어라가 발동했습니다. 이제부터 브로리의 공격은 치명타로 발동됩니다.
천적이 따로 없었다. 스킬을 발동한 브로리의 공격에 재앙의 성채에서 등장하는 준 보스급 몬스터인 코자르헨은 별다른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땅바닥에 쓰러져야만 했다.
자신이 받아들인 고대신의 힘을 발전시켜 무시무시한 마법사가 된 코자르헨이지만 그가 자랑하는 마법은 시전조차 몇 번 하지 못했다.
그런 브로리의 압도적인 활약에 코자르헨의 마법 공격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다른 동급의 던전에 비해 재앙의 성채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한시진이 호를 향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던전에 진입하고 나서 마주친 준 보스급 몬스터 오우거 우리츠와 코자르헨은 아군에게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한 채 아이템만을 남기고 시체로 변했다.
일반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장기들의 강력한 화력에 몬스터들은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고, 접근했다 하더라도 실버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었다. 재앙의 성채를 대표하는 특징은 바로 물리 내성과 마나 내성을 지닌 몬스터.
이러한 몬스터들은 던전을 공략하려는 유저들에게 더욱더 높은 수준의 준비를 요구했고, 이것 때문에 SS등급의 던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뭐……. 철저히 준비를 했으니까.”
그리고 현재 호가 재앙의 성채를 쉽게 공략하고 있는 이유는 강력한 위력을 지닌 마나 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온레인 편대와 물리적인 공격은 대륙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로리의 존재 덕분이었다.
쿠아아아!!
그 증거로 브로리의 코우랄라가 포효와 함께 힘껏 점프를 하더니 아군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 무리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양 팔을 좌우로 쫙 피더니 거친 움직임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휠 윈드?”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움직임에 호가 절로 탄성을 터뜨렸다. 어쨌든 코우랄라의 움직임에 얻어맞고 날아가는 녀석들은 물리 내성이 없는 녀석들. 버티고 있는 녀석은 물리 내성이 존재하는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브뤼헤아 비쉬!”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마나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라이온레인과 브뤼헤아 비쉬, 세비트리와 브로리의 활약에 힘입어 호와 일행들은 어렵지 않게 재앙의 성채를 공략해 나갔다.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재앙의 성체 공략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내성을 지닌 몬스터의 존재였고, 호는 이미 그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었다.
재앙의 성채에서 등장하는 마지막 보스인 고대신의 추종자 오릴리오 역시 호에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푸른색! 마나 내성이다! 라이온레인 편대는 뒤로 후퇴하고 브로리와 세비트리! 실버 문들이 상대한다!”
고대신의 추종자인 오릴리오는 전투 도중 물리 내성과 마나 내성으로 속성이 뒤바뀌면서 자신과 동일한 속성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생명력을 회복하는 특징이 있어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면 공략이 상당히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하지만 호에게는 공략본이라는 치트키와 유능한 영웅 및 마장기 편대라는 오릴리오를 상대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붉은색?! 브로리! 뒤로 빠지고, 한시진!”
“알았다!”
“알겠어요!”
호의 명령에 따라 알르드의 영웅들은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오릴리오를 상대해 나갔다. 그런 알르드의 공격에 재앙의 성채를 대표하는 보스 몬스터이자 수백 년이나 모험자들의 도전을 막아냈던 오릴리오 역시 점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 나를 도와라!!!”
오릴리오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재앙의 성채에서 등장하는 오크와 오우거 무리들이 전장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 그리고 실력이 부족한 까닭에 최전방에서의 전투 대신 지원 역할을 맡고 있던 마장기사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곧 귀를 찢는 비명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아, 안 돼……!”
자신의 부하들이 모조리 죽어나가는 모습에 오릴리오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크아악!!!”
그렇게 전투가 계속되었고, 결국 빗살같이 달려든 라이온레인의 검이 오릴리오의 가슴에 틀어박히며 피가 튀어 올랐다.
“우, 운트리온 님께서……! 내 복수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면 괴물이 자신을 찌른 라이온레인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릴리오의 몸이 천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은 오릴리오를 내려다보는 호의 곁으로 아보르 비체의 오너 엘 라스엘이 다가와 말했다.
“드디어 끝났군요. 고대신을 직접적으로 모시는 추종자라 그런지 강력한 타락의 힘을 지닌 상대였습니다.”
“고대신이라…….”
라스엘의 말에 호가 말끝을 흐렸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는 조금도 언급된 적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하면서 호는 그 어떤 존재보다도 고대신의 이름을 가장 많이들은 것 같았다.
골든 크로우에 위치한 폭풍 바람의 신전 역시 고대신의 추종자들이 있던 던전이었고, 지금 막 공략에 성공한 재앙의 성채 또한 타락한 고대신의 힘을 받아들인 몬스터들이 있던 곳이었다.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어?”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고대신의 이름이 나온 엘프들의 전승이 있기는 합니다.”
“어떤 거지?”
호의 말에 엘 라스엘이 잠시 이마를 매만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승에 따르면 드넓은 우주에는 모든 것을 창조한 창조주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사악한 공간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공간에서 생겨난 것들이 바로 고대신이라 불리는 존재입니다.
이들은 창조주의 힘이 담긴 세계를 찾아, 그 세계를 무너뜨리며 창조주의 힘을 흡수해 자신들의 힘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창조주라면 리그로우와 세리너스인가?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먼 옛날에는 그랬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창조주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황. 현재 고대신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는 이는 여신 라헬밖에 없다고 해야겠죠.”
엘 라스엘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레귤러로 생각되는 고대신의 존재도 존재였지만, 그들을 막아낼 수 있는 이가 여신 라헬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고대신의 존재가 이 대륙에 어떠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라헬교처럼 고대신을 모시는 종교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분명 신경을 자극하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지만 호는 고대신에 대해 당장 고민을 하는 것을 멈춰야만 했다.
띵동.
-SS 급 던전 재앙의 성채의 ‘운트리온의 대사제 오릴리오’를 물리쳤습니다.
-전투성과를 결산중입니다. 3……2……1. 결산 완료. 이번 전투의 등급은 S랭크입니다. 경험치를 325340 획득했습니다.
-총대장으로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20% 의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획득합니다.
-SS급 던전 재앙의 성채를 완벽하게 클리어했습니다. 경험치 100000 을 획득했습니다.
-‘공포의 성채 청소 3’의 업적 보상으로 경험치를 15000 획득했습니다.
계속되는 생각을 방해하려는 듯 메시지들이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띵동.
-SS등급 클래스, 오버 로드의 전직에 따른 모든 조건과 능력치를 만족하고 있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잠시 후, 마지막으로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전직 메시지였다.
* * *
오버로드.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클래스 중에서도 특별한 것을 의미하는 유니크 등급의 클래스로 SS 라는 등급에 걸맞게 오버로드는 세부 능력의 한계가 굉장히 높게 설정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오버로드로 전직하고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한 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도 더욱 높은 오버로드의 한계 능력 때문이었다.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호
2. 성별 : 남(32)
3. 종족 : 인간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500
6. 직업 : 오버 로드–세계의 패자(SS)
7. 세부능력
통솔 : 1000(+70)/2000(+70)(EX)
무력 : 300(+15) / 500(+15)(S)
지력 : 500(+5) / 750(+5)(SS)
정치 : 500 / 750(SS)
매력 : 300 / 300(A)
‘소환자도 EX 등급의 한계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버로드로의 전직 이후 호는 EX 등급의 통솔 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오버로드로 전직하기 전의 통솔 능력이 SSS등급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EX 등급은 호가 플레이했던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설정이었다.
게다가 호가 오버로드로 전직하려고 했던 이유는 자신의 예상에 없었던 EX 등급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호가 오버로드로 전직한 주목적은 SSS랭크 스킬 ‘스피릿 발할라’ 의 획득에 있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했던 호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기 스킬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스피릿 발할라> SSS랭크.
절대의 군주 오버로드만의 능력으로 휘하의 병사들에게 명예스러운 천국 발할라에 머무르고 있는 용맹한 영혼들을 빙의시킵니다.
-효과(1) : 발할라의 영혼을 받아들인 병사들은 일정 시간 동안 공격력, 방어력 수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효과(2) : 스킬이 끝나면 상태이상 무력감에 빠집니다.
효과(3) : 스킬이 끝나면 사기가 소폭 하락합니다.
스킬의 사용에 따른 패널티가 있을 정도로 전쟁의 향방을 순식간에 뒤바꿀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호에게 있어 스피릿 발할라의 패널티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바로 ‘작전 지휘관 – 백우선의 깃털’ 때 획득했던 스킬 팔진도 때문이었다. 어떠한 상태이상도 무효화시키며 항상 최고의 사기를 유지하게 만드는 팔진도의 능력으로 인해 스피릿 발할라의 단점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상대의 방어력을 50% 무시할 수 있는 전장의 노래까지 가미한다면 단순하게 따졌을 경우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들은 기존에 비해 무려 4배나 강력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완전히 사기네요. 먼치킨이 따로 없네.”
자신의 설명을 들은 한시진의 너스레에 호는 입가에 미소만 띄울 뿐 딱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스피릿 발할라의 위력은 필살기 수준으로 강력했다. 그리고 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쓸 만한 아이템들은 없었어?”
“A등급의 무기 세 개가 전부예요. 그 외에는…….”
한시진의 대답에 호는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오버로드의 전직을 위해 던전을 공략하기는 했지만, SS등급의 던전 보상이 A등급의 무기 세 개가 전부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눈길이 가는 게 몇 개 있기는 한데, 봐도 모르겠어요.”
그나마 뒤이어진 한시진의 말에 기대감이 조금 생겨나기는 했지만, 던전의 공략에서 얻은 것들 중에 별다른 게 없다는 소식 때문일까?
전직의 기쁨으로 가득한 호와는 달리 재앙의 성채를 공략한 원정군의 분위기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email protected]$#@”
브로리 역시 실망이 큰 모양인지 땅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