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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33화 (333/522)

# 333

리그너스 대륙전기 333

인간들의 7왕국 중 하나인 미피츠에는 많은 수의 던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SS등급의 던전도 두 개나 존재했는데, 타락한 화염 정령이 즐비한 불의 신전과 고대신을 섬기며 그들의 힘에 오염된 오크와 오우거들이 살고 있다고 알려진 재앙의 성채가 바로 그곳이었다.

“오크와 오우거 따위가 존재하는 곳인데 SS등급의 던전이라고?”

임시로 지어진 회의실에서 재앙의 성체에 대한 설명을 듣던 브로리가 웃으며 말했다. 불의 신전을 이름 그대로 태워버리며 던전 공략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던 SSS등급의 영웅에게 오크나 오우거 따위의 몬스터들은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웃으면 곤란해. 재앙의 성채에 있는 녀석들은 평범한 오크나 오우거가 아니거든.”

호가 말했다. 공략본에 따르면 재앙의 성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이상한 힘에 의해 변형된 변종 녀석들로 기존의 오크나 오우거와는 전혀 다른 생명체라고 했다. 만약 재앙의 성채가 브로리의 말대로 평범한 녀석들이 등장하는 던전에 불과했다면 SS등급이 되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브로리는 그런 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던 그녀에게 있어 오크나 오우거는 아무리 강해봤자 D랭크 정도의 병사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 림드 산맥에 쳐들어왔던 오우거 영웅인 칼타스도 브로리에게 덤벼들었다가 비오는 날 먼지 나듯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다.

“그게 왜 안 웃겨? 개미는 아무리 강해봤자 개미잖아? 개미가 인간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있을 거 같아?”

“……붉은 불개미나 군대 개미는 가능할걸?”

“뭐, 뭐라고?”

황당함이 가득한 얼굴로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 브로리의 모습에 말을 꺼냈던 한시진이 슬쩍 고개를 브로리의 시선을 피했다.

“뭐, 어쨌든 간에 재앙의 성채에 있는 오크나 오우거들은 타락한 고대신의 힘을 받아들인 녀석들이야. 골든 크로우에 있는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등장하는 광신도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폭풍 바람의 신전은 락스톤, 신관 카리아, 장군 스틸거등 한 때는 인간이었던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있던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괴물로 변한 이유는 창조신들과 세력 다툼을 하던 타락한 고대신의 힘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으음……. 그렇군. 그렇다면 오크가 아닌 다른 생명체일 가능성이 높겠어.”

“그러니까 SS등급의 던전이겠지.”

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차피 잔챙이들은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흑왕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부쳐처럼 유달리 위협적인 녀석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재앙의 성채에서 등장하는 일반 몬스터들은 아군의 병사들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 숫자가 상당히 많기는 하겠지만 아군에게는 병사들의 능력치를 올려줄 수 있는 버프형 마장기 아보르 비체가 있었다. 하지만 보스급 몬스터들은 달랐다. SS등급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약간의 실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공략본을 통해서 자신이 정리했던 내용들을 영웅들에게 말해준 호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재앙의 성채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오우거나 오크들을 무시했던 브로리도 비슷한 얼굴이었다.

“지, 지금 당장?”

“음. 하루라도 빨리 던전의 공략을 끝내고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호의 말에 모두들 입에서 무거운 소리를 내었다. 현재 알르드는 전쟁 중에 있었다. 던전의 공략을 위해 알르드를 떠나서 미피츠 왕국에 도착하자마자 수인 왕국이 기다렸다는 듯 군사를 일으킨 것이다.

다행히도 군트락에서는 니나 다니엘레가 카우셰드에서는 웃소와 아쉬카로트가 적들을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 그렇다면 바로 움직여야겠네요.”

“멍멍. 그러면 일단 마장기 정비부터 빨리 해볼까?”

그러한 사실들은 다른 영웅들도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상업 왕국답게 미피츠를 오가는 많은 상인들을 통해 전쟁이 흘러가는 소문에 대해 쉽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재앙의 성채로 향한 진격 준비는 호가 명령을 내린지 세 시간 정도 만에 준비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공략이 시작되었다.

“쿠워어어어어!”

타락한 고대신의 힘을 받아들인 탓일까? 성채 내부에서 등장한 오우거는 호가 알고 있던 오우거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퍼억!

코우랄라가 휘두른 곤봉이 오우거의 두개골을 그대로 깨부쉈고, 흐물흐물한 사지를 늘어뜨린 괴물이 경련하듯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SS등급의 던전에서나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지만 머리가 파괴되면 버틸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소리를 들은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크기와 생김새는 다들 제각각이었지만 괴물들은 공통적으로 흉측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를 비롯한 영웅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띵동.

-<침착하라!> D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지휘관이 독려> B+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아크 스피릿>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전장의 노래> 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팔진도> 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던전의 공략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네임드라 불리는 보스급 몬스터들 뿐. 잔챙이들을 상대로 시간을 오래 끌 필요는 없었다.

콰콰쾅! 쾅!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주위로 넓게 퍼지며 요란한 폭발을 일으켰고, 폭발의 범위에 휩쓸린 몬스터들로 인해 성채의 외벽에 온갖 피와 살점이 살풍경하게 널브러졌다. 하지만 그러한 광경에 겁을 먹을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폭발의 소리를 들은 괴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재앙의 던전에서 등장하는 준 보스급 몬스터 ‘오우거 우리츠’도 있었다.

“크아아아아!! 너희들! 모두! 없애 버린다!!”

고대신의 강대한 힘 때문에 형체가 일그러진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리 오우거 우리츠는 준 보스급의 몬스터답게 원래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장을 주시하고 있던 호는 우리츠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마력 폭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왕!!

“쿠에엑!”

폭발과 함께 기세 좋게 달려들던 우리츠가 멈칫 걸음을 멈추더니 짧게 뒷걸음질을 했다. 그 사이에 호가 다른 마장기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우리츠가 등장했다! 브로리의 코우랄라는 뒤로 빠지고, 시진이가 앞으로 나서!”

“칫!”

호의 명령에 브로리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군말 없이 마장기를 뒤로 물리며 일반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이는 회의에서 결정이 된 약속된 공략 방법이었다.

재앙의 성채에서 등장하는 준 보스급 몬스터인 오우거 우리츠는 물리 내성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력을 이용한 공격만으로 피해를 입힐 수가 있는데, 강한 힘으로 적을 찍어 누르다시피 하는 브로리의 코우랄라와는 상성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에 반해 마력의 칼날로 사신의 낫과도 같은 무기의 날 부위를 만들어내야 하는 데스 사이더의 공격은 물리 내성인 우리츠의 특성을 너무나도 쉽게 무마시킬 수 있었다. 라이온레인의 주 기술인 마력 폭탄 역시 마찬가지였다.

촤아아악!

검은색으로 도색된 마장기가 앞을 가로막자 우리츠가 자신 있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런 우리츠의 목으로 데스 사이더의 낫이 스치고 지나갔고, 곧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쿠워어어억?!”

그 순간 우리츠의 눈동자로 혼란스러운 감정이 피어올랐다. 분명 고대신의 힘으로 인해 저들의 공격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말아야 하건만 적의 무기가 자신의 피부에 닿을 때 마다 고통과 함께 짙은 녹색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츠는 눈앞의 녀석만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할 뿐, 자신이 지닌 고대신의 힘을 믿으며 다른 마장기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우리츠의 앞에는 호의 명령으로 인해 빼곡하게 흩뿌려진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들이 지뢰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콰콰쾅! 쾅!!

“그웨에에엑!!”

요란한 폭발과 함께 마력 폭탄의 강렬한 마나가 오우거 우리츠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눈알이 앞으로 튀어나올 정도의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러나 우리츠의 재난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공격!!”

마력 폭탄 공격에 제대로 휩쓸리면서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우리츠를 향해 호가 마나건을 쏘기 시작했다. 다른 마장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자신의 마나를 한계까지 뽑아내며 마나 병기로 우리츠를 공격했다.

다만, 별다른 마나 병기가 없는 세비트리는 아군을 향해 달려드는 일반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데 목적을 두며 움직였고, 브로리의 코우랄라 역시 우리츠와는 거리를 둔 채 곤봉처럼 생긴 자신의 무기로 적 몬스터들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쿠아아아악!!”

이어서 수십, 수백의 빛줄기가 쏟아지면서 우리츠의 비명이 성채 내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츠의 생명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략본에 나와 있는 대로 굉장히 쉬운데?”

오우거 우리츠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호는 우리츠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공략본에는 오우거 우리츠를 가리켜 준 보스급의 탈을 쓴 일반 몬스터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공략이 쉽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이레귤러로 인해 사고가 생길 가능성은 주의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쿠, 쿠아아악!”

그리고 잠시 후, 오우거 우리츠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지기 시작했다.

“뭐야? 끝난 거야?”

“준 보스급 몬스터 맞아? 이렇게나 쉬운데?”

“조심해! 멍멍! 갑자기 살아나서 공격할 지도 몰라. 아니면 변신을 한다거나?”

너무나도 손쉬운 승리에 영웅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사드나인이 제법 그럴싸한 추리를 내놓긴 했지만, 이미 죽은 녀석이 살아날 리는 없었다. 그리고 시진이 호에게 말했다.

“다음 녀석도 이렇게 쉬운 상대라면 참 좋겠네요.”

“그러게.”

우리츠는 물리 내성과 오우거 특유의 괴력만 조심한다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물론, 별다른 세력이 없는 다른 소환자가 이 녀석을 상대하려면 몇 년, 아니 수십 년은 더 있어야만 했다. 호 역시 마력 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온레인을 주력으로 한 마장기 편대가 있었기에 손쉽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어쨌든 재앙의 성채에서 등장하는 준보스급 몬스터 하나는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상대해야 할 성채의 보스급 몬스터는 코자르헨이라는 이름을 지닌 오우거 마법사였다.

“좋아!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성채의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넓은 공간에서 코자르헨을 발견한 브로리가 자신의 무기를 신나게 휘두르며 고대신의 타락한 힘을 받아들인 오우거 마법사에게 달려들었다.

물리 내성인 우리츠와는 달리 코자르헨은 마나를 이용한 공격에 내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반대급부로 물리 공격에는 두 배의 피해를 입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가진 것은 힘 밖에 없는 브로리에게 최고의 상성 관계였다.

“쿠워어어억?!”

그로 인해 호는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이 브로리의 코우랄라가 일격을 가할 때 마다 코자르헨의 생명력이 뭉텅뭉텅 줄어드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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