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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31화 (331/522)

# 331

리그너스 대륙전기 331

“수인 왕국의 공격이라고요?!”

수인 왕국의 십이멀 중 하나인 마인족 서러브레드가 이끄는 군대가 알르드의 국경을 넘었다는 소식은 곧바로 군트락의 니나 다니엘레가 있는 토슬치로 전해졌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올드비 편대장이 적들의 움직임을 늦추기 위해 교전, 두 기의 라이온레인을 잃었다고 합니다.”

“라이온레인을 두 기씩이나?”

병사의 보고에 니나 다니엘레는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A등급 마장기는 그렇게 쉽게 잃어서는 안 되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올드비 편대장은요?”

“현재 큰 부상을 입고 치료 중에 있습니다. 아, 그리고 편대장님께서는 자신들이 수인 왕국의 마장기가 아닌 다른 종족의 마장기에 당한 것 같다고 말을 전해왔습니다.”

“다른 종족의 마장기? 컹컹?”

검은색의 플레이트 갑옷으로 온 몸을 무장한 채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던 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수인 왕국의 공격에 다른 종족의 마장기가 섞여 있다는 사실이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에이스 급의 실력을 지닌 마장기라고 했습니다. 두 개의 쌍 도끼를 든 특이한 형태의 마장기라고 했는데…….”

“잠깐, 쌍 도끼요?”

그리고 병사의 말을 니나 다니엘레가 끊으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올드비 편대장님의 말에 의하면 상대 마장기의 기세가 워낙 흉흉해 자신이 마치 장작이라도 된 것처럼 쪼개지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거한 트렛슈!”

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과거 천족의 십 천사였던 까닭에 그녀는 병사의 입에서 나온 마장기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한 트렛슈?”

니나 다니엘레의 놀람에 컹컹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니나 다니엘레의 이러한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 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천족의 십 천사 중 한 명입니다.”

“……컹컹?”

“천족이 이 전쟁에 개입한 게 분명합니다. 특히나 거한 트렛슈를 전장에 내보냈을 정도면…….”

“커어엉. 그렇게 대단한 영웅입니까?”

“전투 능력만큼은 브로리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여기저기 있던 영웅들의 입이 동시에 쩍하고 벌어졌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영웅들 특히 마장기의 오너들은 한 번이라도 브로리에게 얻어터지지 않은 영웅들이 없었다.

“컹컹. 그, 그런 괴물이 또 있다니……. 역시 대륙은 넓군요.”

그만큼 브로리의 악명과 무시무시한 전투 능력은 알르드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수준의 실력자가 군트락을 점령하기 위해 공격해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니나 다니엘레는 다른 영토의 군주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는 한 편, 빠르게 병력을 편성해 서러브레드의 요격에 나섰다.

* * *

콰드득!

수인 왕국의 정예 기병대인 훗사르가 실버 문의 단단한 방어선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S랭크 기병대의 저돌적인 돌파에도 불구하고 실버 문의 진형은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실버 문들 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아르카니움 아쳐들의 화살이 방어선에 가까이 접근한 훗사르들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이히히힝! 측면으로 퍼져라! 적들의 방어가 취약한 부분을 노린다!”

자신들의 공격이 계속해서 가로막히자 서러브레드가 명령을 내렸다. 이어서 전장에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인 왕국의 병사들이 자신들을 이끄는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알르드의 진영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군트락에 주둔하고 있는 알르드의 군사는 서러브레드가 이끄는 수인 왕국군의 규모와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많은 수의 병력을 배치시킨 호의 우려가 빛을 발한 것이다. 거기에 세계수, 짐승신의 축복과 같은 승급 이벤트를 경험한 A, S등급의 영웅들도 다수 주둔하고 있었다.

“152, 154, 156 실버 문 부대가 좌로 회전. 옆으로 돌아오는 적들의 기병대를 요격한다. 그리고 82 브뤼헤아 비쉬 부대가 이들을 지원하도록.”

게다가 SSS등급의 영웅이자 통솔 능력 989를 자랑하는 니나 다니엘레의 지휘 능력은 수인 왕국의 십이멀인 서러브레드와 비교해 한 수 위의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전장의 주도권은 알르드에게 넘어가 있었다. 수인 병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날카로운 돌파력이 니나 다니엘레의 전술에 계속해서 가로막히며 어느새 분위기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거기에 SSS랭크의 병사가 전장에서 보이는 실력은 수인 왕국을 이루는 S랭크 수준의 병사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드래곤의 지휘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군.”

거한 트렛슈가 병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말했다. 수인 왕국이 자랑하는 십이멀답게 서러브레드가 이끄는 수인들의 공격은 확실히 매서웠다. 하지만 상대는 그러한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린 드래곤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이러한 전술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탄생 때부터 완벽에 가까운 존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부하의 말에 그렇게 대답을 한 트렛슈는 고개를 돌려 적들의 마장기들을 바라보았다.

튼튼한 장갑을 지닌 엘프들의 마장기 세비트리를 정면에 내세운 알르드는 사이사이에 강력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라이온레인을 배치시켜 자신들의 화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알르드와 수인 왕국군의 전쟁을 지켜보던 트렛슈에게 마인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

“히히잉. 그대들이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음! 드디어 우리의 차례인가?”

마인의 말에 트렛슈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의 전력이 제법 되기는 했지만, 그는 자신의 쌍 도끼로 적들을 모두 분쇄시킬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이 전장에는 트렛슈 혼자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알르드의 군주인 호가 미피츠에서 귀환하기 전 그들의 세력을 모조리 박살낼 생각으로 천족의 A등급 마장기인 세인테르와 B 등급 마장기 엔젤 가디언으로 이루어진 두 개 편대가 며칠 전 합류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둥! 둥!

그리고 북소리와 함께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던 병사들이 썰물처럼 뒤로 쫙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마장기전의 시작이었다.

“가자!!”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트렛슈는 수인 왕국군의 마장기보다도 앞서 전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었다. 상대의 마장기 전력 역시 비슷한 상황. 분명히 짜릿한 전투가 될 터였다. 게다가 다수의 마장기가 투입되는 전투인 만큼 이 마장기 전에서 승리를 한쪽이 이번 전쟁에서의 승기를 잡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트렛슈는 두 가지의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엘 니키타에게 통신을 보내세요. 아보르 비체 투입합니다.”

니나 다니엘레의 명령에 따라 전장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형 마장기 아보르 비테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보르 비테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트렛슈를 비롯해 신나게 알르드의 마장기를 몰아붙이던 수인 왕국군의 마장기사들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생명의 위그드라실이여!! 우리의 친우들에게 그대의 힘을 내려주소서!”

찬란한 빛과 함께 아보르 비테의 광역 버프를 받은 적의 마장기들이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출력을 선보이며 반격을 개시했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아보르 비테가!”

“엘프 왕국이 전쟁에 참전한 것인가?!”

그러나 트렛슈를 비롯한 천족들의 놀람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성검! 그람!!”

세인테르급 니나 다니엘레의 전용기 그리피스의 검이 빛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성검 그람을 사용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신성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느끼던 그녀였지만, 광휘의 계시자로 승급했기 때문일까? 그람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온 몸에 신성력이 가득해 있었다.

“거룩한 빛이여! 저에게 당신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물리칠 힘을 내려주소서!”

“그람?!”

익숙한 실루엣을 한 마장기와 함께 등장한 성검의 모습에 트렛슈는 경악성을 질렀다.

“니나 다니엘레!!”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챈 까닭이었다. 트렛슈는 거칠게 자신의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찬란한 신성력이 주변을 순회공연 하듯 좌우로 번쩍였다. 그러나 이제껏 그의 앞을 가로막은 적들을 박살냈던 트렛슈의 신성력은 성검 그람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트렛슈의 신성력이 그람에게 닿을 때 마다 도끼에 실린 기운이 크게 흔들리면서 그 위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천족들에게 사기적인 효과를 자랑하는 니나 다니엘레의 능력인 광휘의 심판 때문이었다.

“컹컹!! 공격!!”

니나 다니엘레가 거한 트렛슈를 상대하는 동안 키마라이에 탑승한 컹컹이는 자신을 따르는 마장기들과 함께 용맹무쌍하게 수인 왕국의 마장기들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 상대 마장기의 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아보르 비테의 버프에 영향을 받은 그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쿠왕! 쾅!!

퍼퍼펑!!!

컹컹이의 키마라이가 몸통 박치기로 전투의 시작을 알렸고, 이어서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 카니앗산의 마력포, 웨어타이거의 주포 등이 전장을 어지럽게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한 트렛슈를 비롯해 천족들의 기세가 죽은 상황에서 마장기의 등급에서 밀리는 수인 왕국이 알르드의 최신 기체들을 당해내기란 힘겨운 일이었다.

그렇게 알르드와 수인 왕국이 제대로 맞붙은 첫 번째 전투는 알르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 * *

“우리들은 아직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닙니다.”

니나 다니엘레가 전투의 승리로 들떠있는 영웅들을 향해 말했다. 어떠한 뒷거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인 왕국군은 천족들과 힘을 합쳐 자신들을 공격했다. 수인 왕국군에 합류한 천족의 마장기 편대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러나 니나 다니엘레는 천족의 마장기 편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광휘의 계시자라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는 거한 트렛슈를 앞세운 천족들이 알르드로 공격하기 전, 자신에게 여신의 축복을 내리고 아보르 비테를 배치시킨 호의 선견지명에 대한 놀라움이 그녀의 마음속에 가득해 있었다.

그가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자신에게 여신의 축복을 내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봤을 때 거한 트렛슈를 앞세운 천족들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게 된 까닭은 자신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만약 광휘의 심판이 없었다면 거한 트렛슈의 무시무시한 신성력과 돌격 능력을 막아낼 수 없었을 터였다.

“수인 왕국군의 동태는 어떻죠?”

“컹컹. 남서쪽에서 닷새가량 떨어진 곳에 주둔지를 만들었다는 보고입니다.”

“닷새라…….”

컹컹이의 보고에 니나 다니엘레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기동력이 빠른 윙드 훗사르의 속도라면 하루 반나절이라면 주파할 수 있는 짧은 거리긴 했지만, 그들이 주둔지를 만든 장소는 알르드가 아닌 수인 왕국의 영토였기 때문이었다.

“컹. 적들이 이대로 그냥 물러날까요?”

“아뇨.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니나 다니엘레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온 몸에 흐르는 긴장감이 그렇게 알려주고 있었다. 거한 트렛슈와 서러브레드는 분명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실버 문, 윙드 훗사르, 브뤼헤아 비쉬로 이루어진 정찰 부대를 보내고, 경계 수준을 최대로 올립니다. 적들의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컹컹!”

군트락을 다스리는 군주의 명령에 회의실에 있던 영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대답을 했다.

그 시각, 웃소가 다스리고 있는 카우셰드로 수인 왕국의 십이멀이자 살인호랑이라 불리는 호인족 영웅 보니타가 이끄는 군대가 공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때 맞춰, 한 수인 영웅이 이끄는 알르드의 군대가 카우셰드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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