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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25화 (32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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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325화

‘이것도 이레귤러인가?’

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공략본에 나오는 내용을 벗어난 일들은 이미 몇 번이나 경험했었다. 루베릭 대륙도 그렇고 EX 등급이 그랬다.

어쨌든 이런 이레귤러라면 환영이었다. 어쨌든 나중으로 미뤄둔 일이지만 은하수 볼을 획득한 이상 로우덴의 SSS 승급 역시 조금씩 진행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공략본을 닫은 호는 눈을 한 번 깜박이고는 브로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구슬. 로우덴 셰필드의 축복과 관련된 아이템이다.”

“그 개자식 아니지 개 녀석의 축복? 서,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지?”

브로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생각하고 있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짐승신의 축복을 떠올리고 있다면 딩동댕이라고 말해주지.”

“이, 이럴 수가! 어째서?! 나와 관련된 아이템은 아니고? 그 개새끼 아니 개 녀석하고 관련된 아이템이라고?!”

브로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더니 다시 한 번 확인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호를 바라보았다.

호의 말대로라면 죽 쒀서 개나 준 셈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품속에 구슬을 챙겨 넣은 호는 브로리를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일 뿐이었다.

“나중에 로우덴한테 잘 말해줄게. 너의 승급과 관련된 아이템은 최강 로리 브로리님께서 찾아 주셨다고.”

“제길……! 그런 감사 따위는 필요 없어!”

브로리의 입에서 짜증 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뿐, 던전에서 획득한 전리품 중 승급과 관련된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들이 모아놓은 아이템들을 하나하나씩 뒤지며 특이하게 생긴 아이템들을 찾아 모조리 호에게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자신의 승급과 관련된 아이템이 있을 거라는 헛된 기대를 품으며 말이다.

그렇게 흑왕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호와 일행들은 많은 전리품과 함께 울부짖는 협곡 근처에 있는 자신들의 주둔지로 귀환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많은 병력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건, 사고는 터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몇 번의 소모전이 있지만, 그게 전부일 뿐 예상했던 대로 패트릭 바라테이온은 울부짖는 협곡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 없었던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다.

* * *

“멍멍. 힐몽거 장군이 이끄는 연합군이 바라테이온의 왕자인 빅터 바라테이온의 군대를 물리쳤다고 합니다.”

“바라테이온이 졌다고?”

로우덴의 보고에 호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연합군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선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에드와 블루 스케일이 군사력이 별 볼 일 없는 약소국 그에 반해 바라테이온은 누구나 다 아는 군사 강국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바라테이온의 패배였다.

“힐몽거 장군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즉에 바라테이온의 영토에서 쫓겨났겠지. 어쨌든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뒤통수가 싸늘하겠어.”

“멍멍. 연합군이 우리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진격한다면 울부짖는 협곡에서 포위당할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연합군은 울부짖는 협곡을 무시한 채 바라테이온의 수도로 곧장 진격할 수 있는 선택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거 잘하면 전쟁이 빨리 끝날 수도 있겠는데?”

어찌되었든 바라테이온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픈 상황일 터였다. 그리고 호는 그런 바라테이온의 움직임에 맞춰 군사를 움직일 생각이었다.

“멍멍. 그나저나 조금 후에 있을 논공행상 시간은 벌써부터 흥미진진한데요?”

“논공행상? 아아…….”

바라테이온의 대응에 관해 생각을 하던 호가 로우덴을 바라봤다. 그가 말하는 흥미진진함이 무엇을 뜻하는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루드비히의 검은 열쇠 때문이겠지.”

“A등급도 아니고 A+등급의 마장기입니다. 멍멍! 모두가 탐을 낼 수밖에 없는 마장기죠. 뭐, 주인은 이미 정해진 것 같지만요.”

로우덴의 너스레에 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좋은 마장기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에이스급 오너가 사용해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법. 그리고 알르드에서 드릴 루드비히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오너는 단 한사람밖에 없었다. 바로 한시진이었다.

실력 면에서는 브로리가 한시진보다 조금 더 뛰어나긴 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드릴 루드비히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브로리는 드릴 루드비히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 오빠.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안 될까요?”

“어? 왜? 드릴 루드비히는 데스 사이더보다 한 단계 등급이 높은 마장기인데?”

그러나 흑왕의 던전 공략에 참여한 영웅들이 모두 모인 회의실에서 시진은 루드비히의 검은 열쇠를 거부했다.

“멍멍? 어, 어째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시진 님이 왜 드릴 루드비히를 거절하신 거지?”

그런 한시진의 거절 의사가 다들 충격적이었는지 영웅들의 눈동자가 전부 그녀에게로 향했다.

“이유가 뭔데?”

“그, 그러니까 그게…….”

호의 물음에 대답하기가 껄끄러운 모양인지 시진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에 호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간단히 말해 드릴 루드비히의 생김새가 자신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드릴 루드비히가 못생겼다고 해도…….’

A+등급의 마장기답게 드릴 루드비히의 성능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흑태자 루드비히가 활동했던 과거에 만들어진 마장기인 탓에 드릴 루드비히의 외형은 현재의 마장기드로가 비교해 굉장히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이 드릴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도 굉장히 촌스러웠고, 전체적인 생김새도 정감이 가는 외형은 아니었다. 더욱이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멋진 마장기 중 한 손에 꼽히는 마족의 심장 데스 사이더와 비교하던 더더욱 그랬다.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 오랜 기간 데스 사이더가 익숙한 것도 있고…….”

괜히 손끝을 모으며 중얼거리는 시진의 모습은 정말로 드릴 루드비히의 오너가 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S등급에 불과한 그녀는 드릴 루드비히의 오너가 되도 당장은 사용할 수도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취향 존중은 해야지.”

한시진의 거절에 호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인 것처럼 굳이 내키지 않는 마장기를 맡길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영웅은 많았고, 한시진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영웅에게 드릴 루드비히를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쓸까도 싶었지만, 한시진처럼 호 역시 라이온레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S등급의 마장기라면 모를까, A+라는 등급도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호의 현재 등급 또한 S등급에 불과했다.

하지만 호는 그 자리에서 드릴 루드비히의 오너를 임명할 수 없었다. 아니, 임명하지 못했다.

알르드에는 드릴 루드비히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자격인 SS등급의 인간 영웅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알르드의 고참 인간 영웅인 케반스나 메크링거 정도가 S등급의 영웅이라는 게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였다.

“후우. 로우덴의 승급 아이템을 구하면서 케반스 녀석도 함께 승급을 시켜야겠네.”

그리고 호는 드릴 루드비히의 오너로 케반스를 점찍었다. 메크링거도 케반스와 똑같은 S등급의 영웅이었지만, 만능형인 메크링거와는 달리 케반스는 통솔과 무력 능력에 보너스를 받는 맹장형에 가까운 영웅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릴 펀치를 날리며 선두에서 적들의 마장기를 박살내는 드릴 루드비히의 전투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메크링거보다는 케반스가 조금 더 나은 선택일 것 같았다. 게다가 스킬 역시 메크링거보다는 케반스가 조금 더 쓸 만 했다.

“드래곤 플레임 럼주? 이건 드워프 왕국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희귀한 술이잖아요? 드워프들이 이걸 과연 팔려고 할까요?”

“……그걸 구해오는 게 상단주의 능력이겠지?”

“젠장. 오리하르콘 뼈다귀? 아니, 어떤 미친놈이 오리하르콘으로 뼈다귀를 만들어? 미스릴 장검? 아, 이건 구할 수 있겠네요. 돈 좀 많이 쓰면요.”

디아린의 투정에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전부 로우덴과 케반스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들이었다. 그리고 목록을 전부 확인한 디아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마 굉장히 오래 걸릴 거예요. 다들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요.”

“구할 수만 있으면 돼. 혹시나 지원이 필요하면 이야기하고.”

S 와 SS등급 영웅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이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은 없으니 구할 수만 있으면 되었다.

“대체 이런 이상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어떻게 창조신의 축복을 내릴 수 있는 거예요? 매번 이상한 아이템을 구해오라던 게 오늘은 유독 더 심하네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흐응. 이거 전부 보니까 수인, 그것도 견인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인데……. 시바의 오너인 사드나인을 승급시키려는 건가요?”

디아린의 물음에 호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비슷하게 맞추는 게 상단주의 눈썰미가 어디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로우덴에게 짐승신의 축복을 내릴 생각이야.”

“로우덴 셰필드? 그는 SS등급의 영웅이잖아요? 그, 그렇다면 SSS등급의 영웅이 되는 건가요?”

“그렇지?”

“우와! SSS등급이라니?! 그 기사왕과도 동일한 등급이잖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호의 모습에 디아린의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 나타났다. 그리고 호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건수를 제대로 해결해내면 당신을 위한 창조신의 축복도 준비하도록 하지.”

“예스, 마이 로드. 단숨에 구해오도록 하죠.”

말을 하는 디아린의 목소리에는 의욕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런 디아린을 향해 호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최근에 있었던 특이사항에 대해 물었다. 넓은 대륙에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한 상단의 상단주인 만큼 대륙의 정세를 파악하는 데는 디아린만 한 인물이 없었다.

“천족과 수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아무래도 조만한 부딪칠 모양인 것 같아요.”

“마족과 정령 종족이 최근 휴전을 맺었다고 해요. 3년이나 지속된 전쟁이 드디어 끝난 것이죠.”

딱히 신경을 써야 할 내용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는 디아린이 말하는 내용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러한 정보들을 조합하면 리그너스 대륙의 세력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 지 예측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도중 디아린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치더니 입을 열었다.

“아! 최근 블루 스케일의 수도에 수상한 상단이 상점을 열었어요.”

“수상한 상단?”

“네. 이름이 에르지 상단이라고 했던가? 천사의 머리채라는 특산품을 유통하는 상단인데, 천사의 머리채는 이름에서 짐작하시다시피 천족의 영토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이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조사를 해 봤는데…….”

디아린이 입술에 침을 살짝 바르고는 말했다.

“천족의 에르지라는 마을의 상단이더라고요.”

“뭐, 천족의 영웅들도 상단 정도는 가지고 있겠지.”

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영지 혹은 영토의 주인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상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었다.

“특이한 점은 에르지 마을의 영주가 박상민. 바로 호님과 같은 1회 차 소환자라는 점이에요. 신기하지 않아요?”

그러나 뒤이어진 디아린의 말에 호의 표정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해졌다. 자신처럼 소환자가 마을을 다스린다니? 게다가 특산품을 취급하는 상단을 운영할 정도면 영지를 어느 정도 성장시켰다는 것을 의미했다. 최소한 리그너스 대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일까? 묘하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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