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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20화 (320/522)

# 320

리그너스 대륙전기 320

인간 종족의 A등급 마장기인 라이온레인을 다루는 마장기사인 츄잉 멘토스는 40대 초반의 영웅으로 우람한 골격과 거친 성격의 소유자였다.

또한 S등급에 가까운 A등급 영웅으로 대륙의 여러 전쟁에 참전해 혁혁한 전과를 올린 적이 있는 군인의 전형에 가까운 사내였다. 그런 그가 알르드에 몸을 담게 된 것은 불과 반년 전의 일이었다.

자유기사였던 시절 알르드의 수도인 디르시나에 방문했을 때 디르시나의 주점인 명물 ‘멍멍아, 야옹해봐’의 분위기에 반해 자신도 모르게 알르드에 임관 신청을 하고야 만 것이다. 그리고 멘토스는 자신의 이런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리그너스 대륙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족들에게 알르드는 이상향이라 불리며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었고, 또한 알르드의 영웅이 되면서 그는 자신의 배경으로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마장기, 그것도 라이온레인이라는 최신 기체를 지급받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마장기를 다뤄본 적인 몇 번 없지만 라이온레인의 오너가 되었다는 생각에 츄잉 멘토스의 의욕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 녀석들이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실전이 필요한데…….”

신병 마장기사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브로리가 험상궂은 햇병아리들을 보며 막막함에 한숨을 몰아쉬었다.

조그마한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숨에 기립자세로 있던 영웅들이 바싹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소녀는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전투력으로는 알르드 최강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이 삐 자식들아! 놀러 왔냐! 바짝바짝 안 움직여?!”

“네놈들의 쓰레기 같은 정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늘은 하루 종일 마장기를 가동한다! 마정석은 차고 넘친다고!”

“마력 폭탄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무슨 마장 기사야! 50억 리스를 적들에게 던져줄 셈이냐!”

게다가 그녀는 또 다른 훈련교관인 한시진과는 달리 신체와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훈련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수인과의 혼혈인 브로리의 기준은 인간들의 기준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마나의 고갈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마장기사가 훈련마다 매번 나올 정도였다.

어쨌든 치니코프 공성전과 패트릭 바라테이온과의 회전 그리고 울부짖은 협곡에서의 소모전을 통해 수십 기나 되는 마장기가 파괴되었고, 반수가 넘는 마장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알르드는 재깍재깍 마장기를 충원해 전선에 투입했다.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병기인 만큼 마장기의 유무가 전쟁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원과 특산품 그리고 공장과 기술자만 있으면 뚝딱뚝딱 제작이 되는 마장기와는 달리 실력을 갖춘 마장기사의 충원은 단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르드의 주력이나 다름없는 라이온레인은 인간 종족의 마장기. 리그너스 대륙의 종족 중 인간들의 마나에만 반응하는 마장기였다.

최근 셰비트리와 같은 엘프 종족의 마장기를 제작할 수 있어 엘프 영웅 오너의 수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주력인 라이온레인이나 엑스칼리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소환자나 혹은 인간 종족의 영웅이 필요했다.

그리고 츄잉 멘토스와 마찬가지로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신입 마장기사들을 보며 호가 물었다.

“훈련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

“당연하지.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해봤자 한 번의 실전만도 못하다고. 어휴. 벨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햇병아리들까지 마장기를 주어 전선에 내보낸 거람?”

브로리가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브로리의 반응과는 달리 호는 눈앞의 영웅들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어찌되었든 실전 한 번 경험한 적 없는 마장기사들이지만 악명 높기로 유명한 브로리의 훈련을 통과했고, 그 결과 라이온레인의 특수 기술이자 가장 강력한 능력은 마력 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 영웅들이기 때문이었다.

‘마력 폭탄만 사용할 수 있으면 적어도 밥값은 할 수 있지.’

어차피 실전 경험은 쌓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호는 굳이 바라테이온의 마장기사들을 상대하지 않고도 신입들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전장을 알고 있기도 했다.

“좋아. 그러면 슬슬 던전의 공략에 들어가도 되겠어.”

“……어어?”

바라테이온과 대치중인 상황에서 던전의 공략이라니? 호의 말에 브로리가 자신이 잘못 들은 것 마냥 고개를 갸웃하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런 브로리의 반응에 호가 묻듯 말했다.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울부짖는 협곡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해?”

“뭐, 그 겁쟁이 녀석이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만…….”

두 번의 커다란 전투에서 연달아 패배한 탓인지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울부짖은 협곡에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 주위에 아주아주 매력적인 던전이 존재한다고.”

이어서 호가 기대감을 잔뜩 담아 말했다. 과장은 없었다. 호가 말하려고 하는 던전은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으로 확인한 결과 클리어 보상이 굉장히 화려한 SS등급의 던전이기 때문이었다.

“매력적인 던전? 이 주위에 그런 게 있다고?”

그리고 전투를 좋아하는 영웅답게 브로리는 호가 가볍게 던진 미끼를 가볍게 물었다.

“그래. ‘흑왕의 던전’이라 불리는 SS등급의 던전이지.”

“SS등급!”

브로리가 놀란 표정으로 외치듯 말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한껏 실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저었다. 몇 달 전 골든 크로우에서 폭풍 바람의 신전이라는 던전을 공략해 본 경험이 있는 그녀는 SS등급의 이름이 가져다주는 무서움은 잘 알고 있었다.

“실전 경험이 애송이들의 실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SS등급은 너무 지나쳐. 아무리 라이온레인이라 해도 버티지 못할 거야. 게다가 폭풍 바람의 신전 공략 때는 이레네 아르티아라는 칠제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잊지는 않았겠지?”

“너랑 한시진이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으음. 뭐…….”

대답을 잠깐 망설이기는 했지만 브로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폭풍 바람의 신전 공략 때는 SS등급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제천대성’으로 무력능력 1782 의 SSS등급 영웅인 그녀였다. 게다가 던전 공략에 큰 활약을 보였던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 역시 SSS등급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당장 던전 공략을 진행하기는 힘들 텐데……. 많은 수의 마장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테이온의 녀석들이 그냥 두고 볼 리도 없을 테고…….”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우리에게는 이제르론이 있잖아.”

“그러면 괜찮겠네.”

호의 대답에 브로리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지자 병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던전 공략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준비를 갖춰야만 했다. 게다가 아군이 점거한 지 조금 시일이 지나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이곳은 적대세력인 바라테이온의 영토. 이제르론이 몇 기 건설되어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마장기를 던전 공략에 투입시킬 수는 없었다. 만약 마장기 전부가 빠졌다는 사실을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알게 된다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제르론이 리그너스 대륙 최강의 방어시설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이제르론을 지켜주는 몸빵이 있어야 했다.

“멍멍. 병사들의 지휘는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 시바가 던전의 공략에 참여할 수 없다니. 멍멍……. 주인, 아니 주군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호는 어쩔 수 없이 시바의 오너인 사드나인을 비롯해 몇몇 마장기사들을 이번 던전의 공략에서 제외해야만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호가 가장 먼저 공략 명령을 내린 곳은 울부짖는 협곡 근교에 위치한 A등급의 던전들이었다.

“당장 위험 난이도가 높은 던전을 공략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마장기사들의 실전 경험이잖아요?”

한시진이 위풍당당하지만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마장기들의 움직임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본인의 전직 조건도 채우고?”

“헤헤,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흑왕의 던전도 오빠의 전직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거잖아요. 클래스 명이…….”

“오버로드.”

“이름 들어도 굉장히 강해 보이네요. 저도 빨리 천본앵의 상위 클래스로 전직을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아무래도 등급이 높은 클래스들은 한계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만큼 전직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우니까.”

호와 한시진의 대화는 달달한 연인들의 대화치고는 꽤나 주제가 한쪽에 치우친 경향이 없잖아 있었다. 어찌되었든 호가 오버로드라는 상위 클래스로 전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시진 역시 SS등급이자 다 대 일의 스폐셜리스트라 불리는 소드 다크니스로 전직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도! 나도 승급을 하고 싶다.”

그런 둘의 대화에 브로리가 끼어들었다. 이미 SSS등급의 영웅인 그녀였지만, 강한 힘을 추구하는 그녀의 욕망 섞인 목소리에는 단순히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런 브로리의 말에 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십 년이 지나도 불가능 할 거다.”

“어째서! 호! 이 몸에게도 짐승신의 축복을 달라!”

SSS등급의 상위 등급인 EX등급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엔딩을 본데다가 공략본이 있는 호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세계의 내용이었다.

어쨌든 입에서 승급이라는 단어를 꺼냈던 브로리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함께 초조함이 잔뜩 담겨 있었다.

폭풍 바람의 신전 공략 이후 짐승신의 축복을 받아 SSS등급으로 성장한 그녀는 그때의 짜릿한 감각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후,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던가?

“그게 내 맘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줄 아냐?”

그리고 욕심 많은 꼬맹이의 말에 호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 때였다.

띵동.

-‘EX등급의 전설’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동됩니다. 3……2……1……. 성공.

-SSS등급 영웅 브로리 발란스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브로리 발란스에 대한 스캔을 시작합니다.

-브로리 발란스가 지닌 재능의 색이 황금색입니다. EX등급으로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는 듯 눈앞으로 여러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과 함께 그대로 메시지를 넘겨버렸다. 지금 당장 브로리의 승급과 관련된 실마리에 대해 알아본다 해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신경을 쓸 에너지라면 차라리 다른 영웅들을 SSS등급까지 승급 시키는 게 더욱 좋은 선택이었다.

에이스급 영웅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가상현실게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대륙의 통일은 영웅 하나로만 이루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로우덴을 SSS등급으로 승급시키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이지.’

뛰어난 참모 영웅이자 내정 능력도 높은 그 녀석이라면 SSS등급이 되었을 경우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물며 로우덴은 알르드의 건축을 맡고 있는 ‘심시티’의 팀장. 로우덴의 승급은 곧 심시티의 발전을 불러올 테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빠르게 영지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충성심은 의심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띵동.

-<침착하라!> D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지휘관이 독려> B+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아크 스피릿>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전장의 노래> 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팔진도> 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마장기가 포함된 군대를 이끌고 A등급의 던전에 도착한 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며 빠른 속도로 던전을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브로리와 한시진도 마찬가지였다. 브로리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시라도 하는 듯 무지막지한 능력으로 적들을 분쇄해 나갔고, 한시진은 그와 반대로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많은 마장기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호를 비롯한 영웅들의 머릿속에 던전 공략의 실패라는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 증거로 호가 지휘하는 알르드의 병사들은 던전 내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발견하는 족족 쓸어버렸다.

“이거 뭐 상대도 안 되네.”

“아무리 애송이들이 오너라 해도 라이온레인은 라이온레인이라는 건가?”

A등급의 던전이 낮은 등급의 던전은 아니었지만 던전 공략에 참여한 마장기의 수만 해도 두 자릿수나 되었고, 실버 문이나 브뤼헤아 비쉬와 같은 SSS랭크의 병사들 역시 A등급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가볍게 찜 쪄 먹을 수 있을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렇게 몇 개의 A등급 던전을 공략하면서 신입 마장기사들에게 실전을 경험시켜준 호는 곧바로 난이도를 높여 S등급의 던전 공략을 시작했고, S등급의 던전까지도 아무 위험 없이 성공적으로 공략을 마치자 원래했던 목표인 ‘흑왕의 던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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