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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18화 (318/522)

# 318

리그너스 대륙전기 318

“반전한다!”

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숨을 죽이고 있던 마장기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들의 화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마력포와 폭탄들이 충돌하면서 화려한 마나의 그물이 사방에서 펼쳐졌다. 뒤로 물러나고 있던 아군 마장기들이 앞으로 나서며 방패가 되어주자 병사들 또한 자신들의 능력을 뽐냈다.

“꽁꽁 묶여라!”

“발사!”

브뤼헤아 비쉬로 이루어진 마법사단이 군중 제어마법으로 적들의 움직임을 묶었고, 궁수 부대의 화살이 그들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으아악! 아악!”

비명과 함께 시체더미들이 생겨났다. 원래대로라면 적들의 화살을 막아줘야 할 마장기가 있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군 마장기의 지원은 끊긴지 오래였다.

“돌격!”

윙드 훗사르로 이루어진 기병대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장창을 옆구리에 낀 그들은 적들의 원거리 공격을 빠른 이동속도로 회피하면서 그대로 짓쳐들며 난전을 유도했고, 그사이로 실버 문들이 달려들며 바라테이온 병사들의 목숨을 하나둘씩 끊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격이 시작되었고, 마치 이제껏 맞았던 것을 되갚아줄 기세로 몰아붙이는 알르드의 공격은 그들을 밀어붙이고 있던 바라테이온 지휘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 *

와아아아!

함성과 함께 꿈에 나올까 싶을 정도로 두려웠던 적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고 있었다.

아군의 피로 물든 것인지 아니면 마장기 본연의 색인지 알 수 없는 적의 붉은색 마장기도 눈앞에서 박살이 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며 바라테이온의 참모들은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아군이 승리했다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머리 기사단의 단장인 발드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적과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을 임시방편으로 치료한 그는 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군과 알르드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다시 전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적의 데스 사이더에 마장기가 부서진 터라 타고 나갈 기체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이기겠죠?”

“당연하지. 하지만 참모들의 예상보다 피해가 훨씬 큰 걸? 알르드 녀석들. 저렇게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니…….”

“전부 그 고릴라 같은 마장기와 데스 사이더 때문이야. 알르드의 에이스라고 하더니만, 정말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녔더군.”

알르드와의 전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머리 기사단의 단원들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만큼 알르드의 군사력은 자신들의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테이온은 끈질기게 그들을 붙잡고 늘어졌으며, 자신들의 장점을 한껏 발휘해 적들을 몰아쳤다. 그 결과 적들의 강력한 마장기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었고, 실버 문과 브뤼헤아 비쉬로 이루어진 병사들 또한 전투 초반과 비교해 그 수가 눈에 확연히 띌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단원들의 수다를 뒤로한 채 전장을 지켜보던 발드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는 입술을 움직여 물었다.

“병사들의 수에 비해 아군 마장기가 너무 적은데? 머머우리 부관. 제 6파 공격을 맡은 인물이 누구지?”

“네, 넷? 6파면……. 핵맨입니다.”

“핵맨?”

부관의 대답과 함께 발드가 무의식적으로 전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핵맨이라면 그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잠깐. 쉿.”

부관의 말을 끊은 발드가 차가운 눈동자로 빠르게 전장을 훑었다. 분명 전황은 아군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불안한 느낌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한 순간 발드는 싸늘한 무언가가 자신의 온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발드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것은 발드의 부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한 단원이 비명을 내질렀다.

“해, 핵맨의 부대가?!”

“6파가 없잖아?”

벌써 전장에 합류했어야 할 아군의 마장기 편대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세에 올라탄 아군은 이상함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오히려 적의 마장기를 향해 인간 방패처럼 돌격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의 마장기 전력이 무너지지 않은 지금 아군 병사들의 돌격은 오로지 희생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콰콰쾅!

그 증거로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터지는 순간 천 명에 가까운 로얄 나이트가 비명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마력 폭탄 공격을 막아줘야 할 마장기가 없기 때문에 일어날 일이었다.

“빌어먹을!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핵맨 녀석이 시간을 착각할 리는 없을 텐데……?”

발드의 부관이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다른 전투도 아니고 패왕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친정이었다. 그리고 핵맨은 관록 있는 지휘관이었다. 분명 무슨 문제가 터진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때,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아군의 뒤쪽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저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력포의 공격에 얻어맞은 아군 마장기가 불덩어리가 되어 폭발하는 모습을 보며 발드를 비롯한 대머리 기사단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알르드의 공격이었다.

“멍멍! 공격! 이대로 적들을 무너뜨린다!”

“팔쿤님이 나가신다!”

피닉스를 선두로 알르드의 마장기들이 마력포를 발사하며 바라테이온의 포위망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피닉스의 치르넬과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이 한 번 훑고 지나가면 남은 것은 마장기의 고철과 바라테이온 병사들의 시체뿐이었다.

“저, 적의 공격입니다! 후방에서 적이 나타났습니다!”

“후방에서? 자, 잠깐! 폐하의 호위 병력은?!”

“뒤로 후퇴! 아군을 기습한 적들을 막아야한다! 폐하를 지켜라!”

로우덴이 이끄는 군대의 등장에 호를 공격하고 있던 바라테이온의 영웅들이 군대를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적의 진군 방향과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공격을 계속하기에는 자신들의 왕,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적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이 될 판이었다.

“마, 막아랏!”

“폐하가 피신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바라테이온의 참모들이 연신 병사와 영웅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주도권은 이미 알르드에게 넘어가 있었다. 제갈공멍이라는 SS등급의 클래스를 지닌 영웅답게 로우덴은 넓은 전장에 퍼져 있는 적들의 마장기를 각개격파로 괴멸시키는 한편 적의 행동곡선을 미리 예측해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호위가 가장 약해진 틈을 타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뒤로 물러나면 안 됩니다! 계속해서 적을 몰아쳐서 소환자 윤호를 붙잡아야 합니다!”

게다가 명령 체계도 꼬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알르드의 군주인 윤호를 사로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을 지원해야 할 부대가 뒤로 후퇴하면서 포위망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반전한다!”

“나이스 로우덴!”

“좋아! 반격이다! 뒤로 물러나는 적들의 발을 붙잡는다!”

그리고 그 틈을 타 호의 본대가 반격을 개시했다. 어제부터 계속된 전투로 인해 누적된 피해가 상당했기에 적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물고 늘어지지는 못하겠지만, 에이스 급 마장기사들로 하여금 적의 뒤통수를 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와아아아아!

로우덴이 이끄는 군대는 바라테이온의 방어선을 파죽지세로 무너뜨렸다. 어느덧 가까이 바라테이온의 깃발을 단 군대가 눈앞에 들어오고 있었다.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이끄는 부대가 틀림없었다.

“멍멍! 패트릭 바라테이온을 사로잡아라!”

그리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적의 라이온레인을 목격한 로우덴이 날카롭게 명령을 내렸다. 다른 라이온레인과는 확연하게 차이나 나는 외형은 분명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전용기가 틀림없었다. 그런 로우덴의 명령에 공을 세우려는 병사들이 더욱 더 힘을 내며 적들을 쓰러뜨렸다.

“바라테이온 황제의 목은 내거다!”

팔쿤을 비롯한 마장기사들도 용감하게 전진했다. 적의 총사령관인 패트릭 바라테이온을 사로잡는다면 그보다 더욱 큰 공이 없었다. 그리고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라이온레인에 가장 먼저 접근한 이는 탑수리라 불리는 라이온레인 편대 소속의 S등급 인간 영웅이었다.

“네 놈을 잡고 나도 진급하겠다!”

그리고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라이온레인을 향해 마장기사가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작열하는 섬광이 주위에 있던 병사들의 눈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던 로우덴이 눈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근처에 있는 병사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서, 설마…….”

거대한 폭발과 함께 생겨난 크레이터를 보며 로우덴이 입술을 아득 깨물었다. 근처에 있던 아군 마장기 두 대가 파괴당했고, 팔쿤의 피닉스도 딱히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멍멍! 총사령관이라는 작자가 저런 잔꾀를 부리다니!”

자신의 마장기를 제물로 삼아 도망을 갈 정도라니 패왕이라는 명성도 옛 말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피해가 제법 컸다. 게다가 주위에 있던 아군 병력들이 몰살을 당하며 사기가 꺾이고 있었다. 그리고 로우덴에 재빨리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패트릭 바라테이온은 죽었다! 멍!”

“네?”

“빨리 외쳐! 멍멍!”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죽었다!”

“알르드의 승리다!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죽었다!”

로우덴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병사들이 하나, 둘씩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패트릭 바라테이온을 지키기 위해 뒤로 물러서고 있던 바라테이온의 지휘관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뭐, 뭐야?!”

“폐, 폐하가 죽었다고! 무슨 개소리냐!”

“하지만 폐하의 라이온레인이 파괴된 것을 목격한 이들이 많습니다.”

소식을 들은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군주의 사망소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전투를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명령체계가 꼬여버린 데다가 황제 폐하가 사망했다는 소문으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가 빠르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로우덴과 호가 이끄는 병사들이 전장에 남아 있는 적들을 향해 들이닥쳤다.

바라테이온의 패왕 패트릭 바라테이온과 알르드의 군주 윤호가 맞붙은 전투는 이틀간의 치열한 싸움 끝에 알르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는 바라테이온에게 뼈아픈 패배였다.

전투가 벌어졌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바라테이온 병사들의 수만 해도 최소 백오십만 이상에 파괴된 마장기만 해도 백여 기가 훌쩍 넘었다.

게다가 이미 치니코프 영지 공성전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바라테이온이었다.

바라테이온의 상황에 대해 잘 아는 상인들은 바라테이온이 이번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십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힐몽거가 이끄는 모에드-블루 스케일 연합군은 패왕의 아들인 빅터 바라테이온이 이끄는 군대를 상대로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호는…….

“과거 사자기사단의 부단장으로 활동했던 라이자라고 합니다.”

성의 집무실에서 라이자가 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며 알르드의 몇몇 영웅들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말을 하는 그녀의 음성에는 지성은 있되 생기는 없었다.

치니코프 공성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라이자는 오크 간수들의 모진 고문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버텨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연인인 레온이 전투 중 사망했다는 소식에 크게 좌절하며 마음이 꺾여버린 것이다.

띵동.

-라이자 카르핀의 마음이 100% 꺾였습니다. 오너 시스템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꺾인 라이자 카르핀의 마음속에 오너의 이름이 새겨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소환자 ‘윤호’를 오너로 따르게 됩니다. 라이자 카르핀의 영혼에 새겨진 오너의 이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는 오너 시스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라이자는 호가 사용한 오너 시스템으로 인해 호의 이름이 영혼에 새겨지면서, 그를 따라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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