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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15화 (315/522)

# 315

리그너스 대륙전기 315화

띵동.

엘 라스엘이 생명의 요새를 발동했습니다. 1 시간 동안 아군의 방어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전장 위로 녹색의 빛 무리가 살랑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여든 빛 무리들은 성곽과 비슷한 형태의 그림으로 변했고, 그 모습 그대로 알르드의 병사들에게 흡수가 되었다. 이는 보병, 기병, 마법병은 물론이고 마장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S랭크 스킬인가? 아군의 방어력 상승인데 마장기까지 적용이 된다는 거군…….”

호는 고개를 돌려서 커다란 발을 들어 느릿하게 움직이는 엘프의 마장기를 바라보았다.

거북이나 다름없는 이동 속도에 형편없는 공격력. 딱히 장점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마장기였지만 단 하나, 방어력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런 세비트리들은 방어력을 높여주는 엘프 영웅들의 스킬에 영향을 받아 아군을 지키는 단단한 강철의 방패로 전장에서 활약 중에 있었다.

그리고 그에 힘입어 치니코프 성에서 출진한 아군은 바라테이온의 병사들을 상대로 네 번의 큰 전투를 치러 모두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대 마장병입니다!”

그렇게 행군을 하던 도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울려 퍼졌다.

“적들의 마장기는 대체 어디로 가고 저런 녀석들만 나타나는 거야?”

“마장기전을 치르기 전에 어떻게든 아군의 전력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겠죠. 그나저나 귀찮을 정도로 준비를 많이 했네요.”

그리고 대마장병이 등장했다는 보고에 브로리와 한시진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바라테이온의 군사들이 아군의 앞을 가로막는 게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나 되었다.

보통 천명 안팎의 소수인데다가 랭크가 높지 않은 녀석들이기에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마력 작살이 마장기에 닿기라도 하면 마력 회로를 비롯한 부품들이 망가질 가능성이 컸다.

자신의 기체를 끔찍이 아끼는 마장기사들에게는 마장기의 파괴만큼이나 최악의 상황이었다.

“숫자는 얼마나 되지?”

“오천 가량으로 보입니다! 대 마장병과 함께 로얄 나이트와 스나이퍼도 확인되었습니다!”

“실버 문 부대와 함께 세비트리를 선두에 내세우도록.”

하지만 호에게는 두꺼운 장갑을 지닌 세비트리가 있었다. C등급 마장기이긴 하지만 세비트리의 장갑은 A랭크 수준의 대마장병의 공격도 너끈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했다.

“찍찍. 대체 적의 본진은 어디에 있을까요? 로우덴 참모님의 말에 의하면 적들이 우리를 포위할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겠지. 뭐, 우리들의 움직임은 모조리 파악하고 있을 걸? 멍멍?”

라쿤의 물음에 사드나인이 자신의 흰갈색 털을 휘날리며 말했다. 치니코프 성에서 출진한 영웅들은 바라테이온의 저런 움직임들이 유인책이라는 사실이라고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흥. 그런 유인책따위 힘으로 깨부수면 될 것을.”

브로리가 코웃음과 함께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도 그렇게 말만 할 뿐, 계속해서 나타나는 적들을 상대로 독단적으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치니코프 공방전에서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바라테이온의 병사는 아직까지도 수백만 이상이 남아 있었다.

“그나저나 로우덴님은 어디로 간 거예요? 게다가 팔쿤님을 포함해 몇 기의 라이온레인들도 보이지 않는데……. 모두가 출진한 게 아니었나?”

그렇게 적을 앞에 두고 다들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한 엘프 영웅이 조심스레 물었다.

“뭐, 혀가 빠지도록 달리고 있겠지.”

대답과 함께 호는 지금쯤 바라테이온의 영토를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하고 있을 녀석들을 떠올렸다.

자신들이 이렇게 적의 함정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에게 시선이 쏠린 적들의 뒤를 기습할 생각이었다. 이미 적들의 계략을 읽고 움직임까지 파악한 이상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자, 그러면 빨리 정리하고 함정으로 들어갑시다!”

“세비트리! 출진한다!”

쿠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비트리 두 기가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자 바라테이온의 대마장병과 병사들의 공격이 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세비트리의 장갑은 자잘한 기스 정도가 생겨날 뿐이었다.

* * *

바라테이온이 자랑하는 마장기사단 중 하나인 대머리 기사단의 단장 발드는 패왕 패트릭 바라테이온이 있는 본진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편대를 포진시키고 있었다.

넓은 평원이지만 군데군데 커다란 바위가 있어 마장기의 엄폐가 가능한 장소였다. 또한 수십만 이상의 병사들을 움직이는데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넓은 전장이었다.

“그래서 알르드 녀석들을 기습한 병사들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했다고?”

“삼만에 가까운 대마장병과 대마장병의 다섯 배 이상이나 되는 병사들이 공격을 가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젠장. 참모들의 머리가 벌써부터 아파오고 있겠어.”

덩달아 한 올의 머리카락도 없는 그의 머리 역시 지끈거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은 전력의 누수가 거의 없는 알르드의 군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안도가 되는 점이라면 현재 평원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이 거의 백만에 다다른다는 점이었다.

참모진에게서 전달받은 그의 임무는 치니코프 요새 밖으로 나선 호의 발을 붙잡는 일이었다.

그렇게 자신들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다른 아군 사단이 적의 후방을 기습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치니코프 요새 또한 공격을 할 계획이었다.

이미 새롭게 편제를 갖춘 하이에나 기사단이 대기 중에 있었고, 사자기사단과 독수리기사단도 치니코프 요새라는 껍질에서 나온 거북이 녀석을 잡기 위해 이를 갈고 있었다.

자신들의 계획대로 전투가 시작되면 전장을 중심으로 다섯 겹 이상의 포위망이 구축될 터였다.

“함정인지도 모르고 아주 당당하게 걸어오는군.”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알르드의 깃발을 보며 발드는 혀를 내둘렀다. 잠시 후, 그의 눈앞으로 수십 기의 마장기와 함께 실버문을 포함한 브뤼헤아 비쉬와 같은 고 랭크의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발드는 부드러운 손수건으로 머리의 땀을 살짝 닦으며 마장기의 스크린에 떠오른 적의 병력을 바라보았다.

웬만한 도시의 인구수에 버금가는 부하들도 모습을 은폐한 채 긴장한 모습으로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적의 실버 문이 자신이 마음속으로 정해둔 선을 넘었을 때 발드가 힘찬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때다! 공격하라!”

쿠쿠쿵! 쿵!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마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마력포를 발사했고, 엎드려서 몸을 숨기고 있던 궁수들의 화살 세례가 적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고 서클 마법사들의 마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주문을 외울 때 마다 폭발과 함께 불꽃이 튀었고, 흙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하지만 회심의 기습이나 다름없었던 공격은 적들에게 별 피해를 주지 못했다. 선두의 실버 문들이야 마력의 폭풍에 휘말려 가루로 변했다지만 적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마장기는 마력의 포화를 굳건히 견뎌내고는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무 형태의 커다란 마장기가 있었다.

“세비트리……?”

“저, 전장의 세계수가 어떻게 여기에?!”

발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그리 위협적인 녀석이 아니었지만 장갑만큼은 굉장히 단단해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골치가 아픈 녀석이었다.

게다가 실력이 뛰어난 엘프 영웅이 탑승해 있다면 그만큼 귀찮은 마장기가 따로 없었다.

“알르드가 엘프 왕국에 도움을 요청한 걸까요? 그 둘은 사이가 꽤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저 호라는 녀석은 수인 왕국뿐만 아니라 엘프 왕국과도 한바탕 전쟁을 벌인 녀석이야. 심지어 남부의 관문이라는 토갈론 요새까지 차지하고 있는 녀석이라고. 당연히 서로 사이가 좋을 리 없잖아?”

“하지만 저 마장기들은 분명…….”

“흐음.”

부하의 말에 발드가 세비트리를 바라보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알르드의 영토에는 엘프들이 인간만큼이나 많이 살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불확실한 가정이긴 하지만 정말로 엘프 왕국의 지원이 없다고 한다면 알르드에 거주하는 엘프들이 자신들의 마장기 기술을 연구해 세비트리를 생산해 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나도 몰라.”

중요한 것은 라이온레인을 포함해 엘프들의 마장기인 세비트리까지 동시에 상대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수인들의 전설급 마장기들도 있었다.

“아군이 포위망을 만들고 있을 거다! 여기서 알르드 녀석들을 몰살시키고 블루 스케일까지 진군하는 거다! 공격!”

발드가 명령을 내렸다. 적이 치니코프 요새로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붙잡아야 했다.

치니코프 요새에 건설되어 있는 방어시설인 이제르론의 끔찍함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선제공격은 바라테이온이었지만, 알르드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크아아앙!”

거친 포효와 함께 브로리의 코우랄라가 바라테이온의 병사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양팔을 쿵하고 내리칠 때 마다 대단위마법인 어스퀘이크가 시전된 것처럼 지면이 요동을 치며 병사들을 땅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한시진의 데스 사이더도 만만치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브로리가 일반 보병을 쓸어버리는 중이라면 그녀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적의 마장기들을 낫의 제물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알르드 포에버!”

“호님을 위하여!”

“호! 호! 호! 호!”

여기저기서 환호와 함성, 비명이 섞이며 난전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불덩이들이 교차로 쏟아졌고, 마나라는 이름을 한 푸른빛의 소나기들 역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계속되는 난전에는 강철 거인인 마장기도 버티지 못했다.

“포, 폭발한다!”

적의 공격에 계속해서 얻어맞은 바라테이온의 엑스칼리버가 마력 장갑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빛과 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마장기는 커다란 폭발과 함께 주위의 병사들을 이끌고 찢겨져 버렸다. 하지만 알르드 역시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병사들의 랭크와 영웅들의 실력은 더욱 뛰어날지 몰라도 전장에 배치된 바라테이온의 병력은 알르드의 배 이상으로 많았다.

마장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계수여! 제 이름을 기억하소서! 아이엠 샤라인!”

최전선에서 바라테이온의 공격을 용감하게 막아내던 셰비트리 한 기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폭발했다.

띵동

엘 샤라인이 조종하고 있던 C등급 마장기 셰비트리가 파괴되었습니다.

엘 샤라인이 사망했습니다. 당신을 위해 싸웠던 그녀의 용맹은 기리 기억될 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에 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력 폭탄을 이용해 적 마장기들을 요격하고 있었지만, 아군이 입는 데미지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나마 셰비트리가 있어서 망정이지 A등급 마장기라는 믿음으로 라이온레인만 이끌고 성밖을 나섰다면 큰 봉변을 겪었을 것 같았다.

“우측이 위험하다! 라쿤! 프랭스로 지원해 줘!”

“알겠습니다! 찍찍!”

전황을 살핀 호가 즉각 명령을 내렸다. 셰비트리의 장갑이 단단하다 하더라도 그들이 무적은 아니었다. 더욱이 셰비트리는 느릿한 움직임 때문에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 물론 예외가 있기는 했다.

“저, 저 셰비트리는 대체 뭐야?!”

자신을 향해 돌진을 해오는 셰비트리를 보며 바라테이온의 마장기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는 동체는 다른 셰비트리와는 다른 모습으로 누가 봐도 전용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셰비트리는 굉장히 느리다’라는 대륙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샤라인의 복수를 해주마!”

그 정체는 알르드의 S등급의 영웅이자 한때 엘프 왕국의 군단장이었던 엘 라스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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