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6
리그너스 대륙전기 306
“우리도 간다!”
“적들의 마장기를 제압해 공을 세운다! 그래야 훈련의 지옥에서……!”
“크아아앗!”
순식간에 적의 마장기들을 제압하는 호의 활약에 고무된 것일까? 라이온레인을 다루는 알르드의 인간 영웅들이 기합과 함께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의 반격에 겁먹을 필요 없어! 라이온레인의 성능을 믿으라고!”
그런 라이온레인들을 향해 사방에서 적의 마력 병기와 함께 화살이 날아왔다.
하지만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는 마장기의 단단한 장갑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마장기사들의 움직임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게다가 이 자리에는 자신들이 방패로 지켜야 할 아군 병사들도 없었다.
“이야앗!”
라이온레인 하나가 멀찍이 보이는 적의 병사들을 발견하고는 마나 건을 연사했다. 그리고 그런 마장기의 공격은 일반 병사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 이런 빌어먹을!”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아군이 먼지로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적의 마장기사가 라이온레인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하지만 목표로 삼았던 라이온레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고, 다른 곳에서 발사된 마나 건이 그의 마장기를 꿰뚫어 버렸다.
“공적! 공적이 필요하다!”
앞으로 나선 두 기의 라이온레인은 자신들의 월등한 성능을 바탕으로 하는 협력 플레이로 빠르게 적들을 분쇄해 나갔다. 간간히 자넷, 골드 이글 급의 마장기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마력 폭탄의 화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제법 열심이네요.”
그런 라이온레인의 활약을 보면서 한시진이 호에게 개인통신으로 말을 건넸다. 그리고 호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당신의 훈련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봐봐. 당신의 마장기가 보이자마자 저 녀석들의 움직임이 세 배는 빨라졌다고.”
“그런가요? 흐음. 뭐, 잘됐네요. 저 모습이 저들의 진정한 실력이라면 앞으로 있을 훈련의 강도를 세 배 정도 높여도 무리는 없겠네요. 그렇죠?”
“……악마.”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마장기사들이 들었으면 경악을 하다못해 피를 토했을 이야기였다. 어찌되었든 두 기의 라이온레인은 자신들의 모든 화력을 동원해 코른을 박살내고 있었다.
국경 도시인 까닭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의 수는 물론이고 방어 시설까지 적지 않게 건설되어 있었지만, 다들 등급이 높지 않은 까닭에 라이온레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위협적인 적들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간간히 마장기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C등급에 불과했고, B등급인 엑스칼리버급 마장기는 한시진이 나서서 처리했다.
그렇게 코른의 파괴상황을 보던 호가 흘깃 시간을 확인하고는 통신구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
“좋아! 지금부터 후퇴한다!”
지금까지의 전투성과만 놓고 본다면 적들의 지원이 없는 이상 충분히 코른을 점령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병사들은 전멸하디시피 했고, 사방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적 마장기의 잔해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습격의 목적은 코른의 점령이 아닌 적들의 혼란 유도였다. 게다가 한 명의 병사도 없는 상태에서 코른을 점령한다면 영지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막아낼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오늘의 피해를 복구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
“최소 한 달 이상 심시티들이 달려들어야 할 걸? 게다가 건물들의 피해는 중요하지 않아. 상대 마장기를 얼마나 박살냈는지가 중요하지. 생각해봐. 건물을 짓는데 돈이 들어봤자 얼마나 들겠어?”
“우리가 몇 대나 파괴했더라…….”
잠시 계산을 하던 라이온레인의 오너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적들을 상대로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하며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였는데, 얼핏 계산을 해보니 자신들에 비해 널널하게 전투를 치렀던 한시진의 데스사이더가 파괴한 마장기의 숫자가 더욱 많았다.
게다가 그녀의 낫에 고철이 된 마장기 중에는 B등급 마장기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래서 재능의 차이란…….”
“으으. 다시 한 번 창조신의 축복을 받고 싶다.”
한 마장기사가 말을 하면서 힐끗 호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영웅이었던 자신이 이렇게 라이온레인의 오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알르드의 패자인 윤 호 덕분이었다.
“그러면 오빠, 이제 치니코프로 돌아갈 거예요?”
“응. 마정석도 떨어졌고, 소모된 무기도 보충해야지. 게다가 코른을 공격했으니 잠잠하던 녀석들도 어떻게든 반응을 보일 거야. 그 녀석들의 움직임에 따라 다음 계획을 세워보려고.”
“하기야 우리 뿐 아니라 라우드 쪽도 공격을 당했을 테니까요.”
시진의 말에 호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습격에 큰 피해를 입은 코른처럼 바라테이온의 또 다른 국경도시인 라우드는 지금쯤 브로리를 위시한 수인 마장기 편대가 공격을 당하고 있을 터였다. 넷 다 수인족의 전설적인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알르드의 영웅 중 무력만큼은 가장 독보적인 브로리가 편대장으로 있는 만큼 호는 그들 역시 손쉽게 라우드를 파괴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호기롭게 라우드를 공격한 브로리들은 라우드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적들과 맞닥뜨리고 있었다.
“2시 방향! 라이온레인 접근합니다! 찌익!”
라쿤의 목소리에 브로리가 고개를 돌려 마장기의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의 말대로 두 기의 라이온레인이 자신들의 검을 들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군의 마장기는 아니었다. 현재 라우드에 있는 알르드의 마장기는 전부 수인족의 전설급 마장기였다.
게다가 붉은색으로 도색된 아군과는 달리 눈앞의 라이온레인은 황금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데다가 가슴에는 사자가 입을 벌린 것처럼 보이는 문장이 매끈하게 새겨져 있었다.
“꼬꼬댁! 저 문장은?! 바라테이온의 사자기사단……?!”
“사자기사단? 최근에 꽁꽁 숨어버렸다는 그 녀석들 맞지?”
“분명합니다! 꼬꼭!”
“그렇군! 잘 만났네?”
팔쿤의 말에 브로리가 눈앞의 적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바라테이온을 대표하는 기사단.
어쩐지 날렵한 움직임이 아군의 못미더운 초짜들보다는 상태가 좋아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눈앞의 적이 사자기사단이건 패왕 패트릭 바라테이온이건 브로리는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왼쪽은 내가 맡는다. 그리고 오른쪽은……. 팔쿤 출동. 그리고 남은 둘은 뒤쪽에 있는 적 마장기 편대를 상대로 교전을 펼친다.”
“꼬꼬댁! 꼬꼬!”
브로리의 명령이 떨어졌다. 수인 왕국의 십이멀로 명성을 떨쳤던 팔쿤이라면 충분히 적의 라이온레인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네 기의 마장기들이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히 이 몸을 상대로 혼자 덤비는 것이냐!”
상대의 움직임을 본 사자기사단의 단장 레온이 분노를 담아 외쳤다. 보급을 위해 마장기 한 개 편대와 소수의 병사들을 이끌고 라우드를 방문한 게 바로 그제의 일이었다. 그리고 내일 본대로 복귀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와중에 알르드의 습격이 이뤄진 것이다.
“저들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라이온레인을 다루는 마장기사가 바라테이온을 대표하는 사자기사단의 레온 단장님인지 전혀 모르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소수의 마장기 편대를 운용해 기습을 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저 녀석들도 참 운이 없네요. 하기야 이곳에 레온 단장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훗. 그렇다 해도 방심은 하지 마라.”
은근슬쩍 자신을 높이는 부하의 칭찬에 레온이 입 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인간 형태의 라이온레인과는 달리 자신에게로 접근하고 있는 상대는 네 발로 이동하는 짐승 형태를 띄고 있었다. 수인 왕국의 마장기가 보이는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특이점이라고는 뒷발에 비해 앞발이 상당히 두꺼웠다.
‘릴라릴라급 마장기가 저런 모습이었던가?’
조금 다른 것 같지는 했지만 레온은 곧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르드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만약 수인 왕국의 영웅이었다면 눈앞의 마장기가 수인들의 전설급 마장기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레온을 비롯해 사자기사단의 마장기사들은 천족과 엘프 왕국을 제외한 다른 종족과는 전투를 치러본 경험이 없었다.
그것도 대륙을 진동케 할 정도의 큰 전쟁을 경험한 적은 수십 년도 더 된 일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라이온레인의 오너이자 바라테이온의 A등급 영웅이 내리치듯 외쳤다.
“적!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원거리 공격인가?”
레온이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릴라릴라급 마장기는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었지만, 부하의 보고대로 뒤쪽에 있는 붉은색의 마장기는 제자리에 멈춰 천족의 영웅들처럼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다.
그리고 A등급 영웅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뒤쪽의 마장기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뭣이?! 무기는 보이지 않는데……?! 큭! 우리도 응사한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레온이 빠르게 마나 건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이 먼저였다.
“이것이 우리 조인족의 전설 병기 판, 아니 치르넬이다! 꼬끼오!!”
철컹! 철컹!
햇살처럼 사방으로 퍼진 피닉스의 날개가 하나둘씩 분리가 되고 있었다. 이어서 마장기를 다루는 오너인 팔쿤의 마나와 감응해 전후좌우로 펼쳐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빠르고 격렬해지고 있었다.
“저건?!”
레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무기였다. 하지만 놀라움보다는 회피가 먼저였다.
쾅! 콰쾅! 쾅!
“크으윽!”
자신들에게로 날아들기 시작한 상대의 날개 끝에서 마력포가 발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우왓!!”
붉은색의 경고등이 울려 퍼졌고, 급격한 회피 기동에 조종석에 강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수인 왕국의 마장기? 제법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잖아?!”
마장기를 움직이는 레온의 얼굴에는 호승심이 가득 드러나 있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사라지는 마력폭탄과는 달리 적의 무기는 연사가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은 라이온레인의 마력 폭탄에 비해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어디서 짝퉁 따위가!”
그리고 레온과 마찬가지로 피닉스의 공격을 회피하던 마장기사가 공격이 뜸해진 틈을 타 자리에 멈춰 라이온레인의 어깨를 활짝 열었다.
이어서 마장기의 어깨에 빼곡하게 장착되어 있는 구슬 형태의 무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라이온레인을 대표하는 병기인 마력 폭탄이었다.
딸칵! 딸칵!
제대로 직격만 하면 C등급 마장기조차도 순식간에 반파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폭탄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폭탄이 열 개 가까이 허공위로 둥실거리고 있었다.
“이거라 먹어랏!!”
마력 폭탄을 반출한 라이온레인의 오너는 곧바로 자신의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상대의 무기를 보며 팔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놀람이나 감탄이 아닌 분노의 떨림이었다.
“가, 감히 이 몸을 무시하는 거냐?! 꼬꼬댁!”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적 마장기의 움직임이 꽤 부드러웠기에 팔쿤은 상대가 제법 실력이 있는 마장기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 폭탄을 다루는 능력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소환자이자 자신이 모시는 영웅인 윤 호만 하더라도 수십 개의 마력 폭탄을 동시에 다룰 수 있었다.
그것도 지금처럼 느릿한 속도로 오는 폭탄과는 다르게 굉장히 빨랐고 움직임도 현란했다.
그렇기에 훈련을 통해 호를 상대해봤던 팔쿤의 눈에 들어온 적의 공격은 우스꽝스럽다 못해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퍼퍼펑! 펑!
곧이어 피닉스의 치르넬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불을 내뿜었고, 공중에서 여러 번의 커다란 폭발이 터져 나왔다.
“저, 저럴 수가?!”
예상치 못한 상대의 대응에 사자기사단의 마장기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력 폭탄 공격이 저런 식으로 파훼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황은 곧 치명적인 실수를 불러 왔다.
“오드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단장의 목소리에 마장기사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던 커다란 마장기가 눈앞을 가득 메울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