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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03화 (303/522)

# 303

리그너스 대륙전기 303

“정말로 전쟁을 하자는 거야? 레지온을 공격하라는 것은 알르드를 공격하라는 말과 동일한 명령이잖아? 게다가 알르드의 왕이라는 소환자 윤호는 굉장히 호전적인 인물이라고 들었어.”

“맞아. 수인 왕국과 엘프 왕국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전쟁을 벌이는 피의 미치광이라고 하던데?”

“솔직히 목숨은 아깝지 않아. 하지만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우리가 보유한 전력으로는 조금 무리일 것 같은데? 상대는 그 라이온레인이라고.”

“게다가 다른 적도 아닌 칠 왕국을 상대로 한 공격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마장기사들이 하나둘씩 자신들이 가진 의문을 내뱉었다.

그때 회의실의 중앙에 앉아 있던 중년의 기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라.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고, 너희들은 기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명령을 수행해야 바라테이온의 검이란 말이다. 그리고 레지온을 공격하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야. 사자기사단도 함께할 거다.”

“뭣?! 사, 사자기사단이?! 그게 정말입니까? 단장?!”

“그들이 함께한다고? 아니, 대체 언제 이동한 거지? 잠깐! 사자기사단이 움직였다면……!”

자리에 있는 기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기사왕만을 따르는 황금기사단처럼 바라테이온의 사자기사단은 패왕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직속기사단이었다.

“그, 그렇다면 왕께서 직접 움직이셨다는 건가?”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한 기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중년기사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폐하의 안위와도 관련된 일이니 나도 정확히는 모르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위에서는 우리를 전쟁의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다.”

“확실히 사자기사단이 함께한다면…….”

“잠깐,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레지온에 바라테이온의 깃발을 꽂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크으……. 그렇게만 되면 공적이 엄청나겠는데?”

“잘하면 상급 기사가 될 수도 있겠어. 더 높은 등급의 마장기를 수여받을 지도 몰라.”

사자기사단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모두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다들 벌써부터 승전의 보상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출진은 이틀 뒤 새벽. 기습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정보의 통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마장기의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그리고 중년의 기사가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며 말했다.

기습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계획인 만큼 이제부터는 움직임을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크게 꼬이고 있었다.

* * *

“……특이한 기척이 느껴지는데?”

마족의 SSS랭크 마법병인 브뤼헤아 비쉬가 란틴 산맥 방향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흔들림을 감지하고는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킁킁. 기계의 냄새야. 마장기인가?”

“하지만 이쪽에는 배치된 마장기 편대가 없을 텐데?”

이상함을 느낀 건 다른 브뤼헤아 비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의 흐름에 굉장히 민감한 마법병 그것도 SSS랭크의 병사인 그녀들은 조그마한 마력의 변화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한 브뤼헤아 비쉬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궁금하면 확인해 보면 되잖아?”

“순찰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될 텐데? 게다가 저쪽은 바라테이온의 영토라고.”

“꺄하! 뭐, 어때?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거 몰라? 행여나 저쪽에 바라테이온의 마장기 편대가 배치되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너 선 조치 후 보고라는 말 못 들어봤어?”

“나는 못 들어 봤는데?”

“아! 들어 본 적 있어. 호 님께서 자주 쓰시던 말이야.”

시끄럽게 떠드는 브뤼헤아 비쉬들이 마법 빗자루는 어느새 란틴 산맥으로 향하고 있었다.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력의 흔들림은 그녀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테이온의 국경을 넘어 란틴 산맥 가까이 그녀들이 도착했을 때였다.

콰아앙!

“꺄아아악!”

산맥에서 마력포가 발사되었고, 강렬한 마나의 힘이 순식간에 브뤼헤아 비쉬 둘을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저, 적이다! 도망쳐!”

“마장기야!”

“몇 몇은 시간을 끌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호 님에게 보고를 해야 돼!”

자신들이 아는 정보에 따르면 이곳에 배치된 적은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 말은 즉,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흩어진 브뤼헤아 비쉬들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용감한 몇몇이 시간을 끌기 위해 앞으로 나섰고, 나머지는 방향을 돌려 전속력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랏! 헬 파이어!!”

강렬한 화염의 마법이 란틴 산맥으로 발사되었다.

폭발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에 숲의 나무들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연기 속에서 휴머니온 합금으로 만들어진 금속의 거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엑스칼리버! 더러운 바라테이온 놈들! 역시 블루 스케일을 공격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

“어떻게든 동료들이 무사히 도망칠 때까지 저 녀석들을 붙잡아야 돼! 몇몇은 제어 마법을! 나머지는 바람마법으로 시야를 가려!”

고 랭크의 병사들답게 브뤼헤아 비쉬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였다. 곧바로 수많은 마법들이 시전 되었고, 마장기의 공격 또한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법들이 연달아 시전 되며 지면을 뒤엎었지만 그녀들의 상대는 리그너스 대륙의 최종 병기라 불리는 마장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마장기의 공격에 당한 브뤼헤아 비쉬들이 하나, 둘씩 추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하늘에 떠 있던 브뤼헤아 비쉬들이 모두 목숨을 잃는 것을 끝으로 전투는 끝이 났다.

“빌어먹을! 저 정신 나간 년들은 대체 뭐야?!”

전투가 끝나자 자신들을 발견한 브뤼헤아 비쉬를 모조리 섬멸한 마장기사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밀히 란틴 산맥에 숨어 있다가 전쟁이 터지는 순간 벼락같이 움직여 적을 제압하려고 했건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적의 정찰병에 위치는 물론이고 정체까지 발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브뤼헤아 비쉬. 마족의 마법병들이다.”

“네에? 어째서 마족이 블루 스케일에…….”

단장의 말에 한 기사가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소환자의 나라인 알르드가 여러 종족의 병사들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지. 위치를 들켰으니 일단 자리를 피하고 본대로 보고를 하도록. 지시가 내려오는 대로 행동을 개시한다.”

작위가 제일 높은 인물이 명령을 내리자 기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장기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브뤼헤아 비쉬들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끈 동료들의 희생으로 인해 브뤼헤아 비쉬 몇몇이 살아남아 무사히 레지온으로 귀환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르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쟁! 전쟁이다!”

정찰을 나갔던 부대가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브로리가 득달 같이 나타났고, 한시진을 비롯한 다른 영웅들도 빠르게 호의 막사로 모습을 드러냈다. 레지온의 영주인 블루 스케일의 영웅도 사색이 된 얼굴로 나타났다.

그런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브뤼헤아 비쉬의 보고에 따르면 란틴 산맥에서 발견된 마장기들에게는 사자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자의 문장을 사용하는 바라테이온의 마장기사단은…….

“패트릭 바라테이온의 직속 부대로 알려진 사자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바라테이온은 순순히 블루 스케일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야.”

“정당한 혈통이라니. 개도 속지 않을 주장을 계속해서 우길 생각인가 보네요.”

“그렇다면?!”

적들을 상대로 자신의 성장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브로리가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나타내는 생각 없는 영웅의 머리에 강하게 꿀밤을 놔준 호가 시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림드 산맥으로 전령을 보내 지원군을 요청하도록 해. 전쟁이 크게 벌어진다면 현재의 병력으로는 버티기가 힘들 거야. 추가 병력을 이끄는 임무는 로우덴에게 맡기면 될 거야.”

“로우덴이라면 문제는 없겠네요. 그러면 출진은 언제부터 할 생각이에요?”

“오늘 새벽에 바로.”

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침묵이 막사 내로 흐르기 시작했다.

상대는 골든 크로우와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국가.

하지만 호는 그런 바라테이온을 상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호를 필두로 한 라이온레인 편대가 바라테이온의 국경을 넘었다.

* * *

치니코프 영지를 감싸고 있는 성벽의 위로 보초 한 명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바라테이온에서도 가장 외곽에 위치한 치니코프 영지는 블루 스케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외부의 침입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최근 양국의 분위기가 흉흉하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지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은 아니었다.

바라테이온에 비해 블루 스케일은 군사력이 굉장히 약한 국가였다.

“흐아아암.”

그래서일까? 순찰을 도는 병사의 얼굴에는 지루함이 가득해 있었다. 그렇게 의욕 없는 모습으로 설렁설렁 성벽 위를 걷던 보초의 눈에 불빛 하나가 들어왔다.

“저게 뭐야?”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떠 불빛의 정체를 확인하던 보초의 얼굴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불빛의 정체는 바로 10m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기갑 병기, 마장기였다.

그리고 마장기의 어깨 부근에서 발사된 마력 폭탄이 살아 있는 생명체 마냥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성벽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국경 도시라고는 해도 적들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던 영지인 만큼 치니코프 영지의 성벽은 굉장히 허술한 편이었다.

당연히 라이온레인이 자랑하는 마력 폭탄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콰콰쾅!!

야심한 밤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폭음이 치니코프 영지를 뒤흔들었다.

“포, 폭발?! 적이다! 적!!”

“적들의 공격이다!”

갑작스러운 공격과 함께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에 치니코프 영지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이 큰 소리로 외치며 전투를 전부하기 시작했다. 마장기사들 또한 허겁지겁 보관고로 달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치니코프 영주도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대체 누가 우리 영지를 공격했단 말이냐!”

“마, 마장기입니다! 붉은색의 마장기가 발견되었습니다.”

“붉…… 은색?”

병사의 보고에 치니코프 영주는 차가운 냉기가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주위의 영지 중 붉은색으로 도색한 마장기를 보유한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블루 스케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세력만큼은 예외였다.

“라이온레인?! 설마!”

알르드가 움직임 게 분명했다. 그리고 A등급 마장기 라이온레인이 움직였다면 치니코프 영지의 전력만으로는 상대가 불가능했다.

콰쾅! 쾅!!

그런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듯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멀찍이서 가동을 하던 아군의 마장기가 마력 폭탄 세례를 당하고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쓰러지는 모습이 치니코프 영주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적! 적은 어디 있냐!!”

자신만만한 목소리와 함께 고릴라 형태를 한 마장기가 커다란 양팔을 좌우로 휘두르며 무식할 정도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문제는 상대의 앞을 가로막은 아군의 마장기들이 적을 잠시도 저지하지 못하고 꼴사납게 넘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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