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300화 (300/522)

# 300

리그너스 대륙전기 300

[스크루지의 장부(S등급 장신구)

-정치 72 증가

-정치 계열 클래스 전용

대륙의 큰 부자로 알려진 스크루지의 장부입니다. 물건의 출납이나 돈의 수지를 계산하던 스크루지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건 꽤 괜찮네. 벨에게 주면 좋아하겠어.”

호가 먼지가 잔뜩 묻은 고동색의 책을 탈탈 털며 말했다.

치킨 네스트에서 획득한 유일한 S등급 아이템으로 정치 클래스를 보유한 영웅들에게 상당히 유용해 보이는 장신구였다.

그러나 모든 전리품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루지의 장부를 제외하면 쓸 만한 수준의 아이템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기껏해야 B, C등급의 아이템에 불과했는데, 이런 아이템들은 이미 영지의 창고 안에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다.

‘이거 던전 클리어 보상이 너무 짠 거 아니야? S등급 던전 하나를 클리어 했는데, 어떻게 S등급은 아이템은 하나에 A등급은 하나도 없는 거지?’

클리어 보상으로 많은 양의 리스와 식량을 획득하기는 했지만 노력에 비해 보상이 너무나도 적은 것 같았다. 그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보며 실망을 하는 호에 옆에서 라쿤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찍찍. 파이어 치킨 네스트는 성질이 더러운 타락한 조인들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이라 굉장히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위험한 정도로 따지자면 치킨 아니 조인들 따위보다 브로리가 훨씬 위험할걸?”

“그건 맞는 말씀이십니다만……. 도대체 브로리 님의 정체가 뭘까요?”

말을 하는 와중에도 브로리의 코우랄라에게 쓸려 나가는 몬스터들을 보며 라쿤이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찌익. 이건 제 생각인데 브로리 님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소문과는 달리 사실 평범한 혼혈이 아니었던 것이죠. 아마 소수의 인간과 수인들이 모여 대륙 최강의 병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만든 뭐, 그런 종류의 키메라가 아닐까요? 찍!”

“키메라라…… 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능력이 무시무시하기는 하지.”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브로리의 출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치부와도 관련된 일이었기에 섣불리 밝히기가 곤란했다.

띵동.

-S등급 던전 두 선택의 동굴의 ‘푸링칼’을 물리쳤습니다.

-전투성과를 결산 중입니다. 3……2……1. 결산완료. 이번 전투의 등급은 F랭크입니다. 경험치를 1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호가 라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브로리는 홀로 S등급 던전의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로 자신의 강력함을 뽐내며 연전연승을 거듭해 나가고 있었다.

그와 함께 호의 오버로드 전직을 위한 조건 또한 조금씩 달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직의 가장 큰 난관은 다름 아닌 SS등급의 던전 클리어였다. 호가 오버로드로 전직을 하려면 다섯 개의 SS등급 던전을 완벽하게 클리어 해야만 했다.

‘SS등급이지만 난이도가 쉬운 던전이 어디 없나…….’

하지만 문제는 난이도가 아니었다. 최상위 난이도의 던전인 만큼 SS등급 던전은 대륙 전체를 찾아도 수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군트락을 포함한 주위의 영토에 위치한 SS등급의 던전은 ‘사막의 무덤’이라 불리는 던전 하나밖에 없었다.

“왜 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야?”

그리고 사막의 무덤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SS등급 던전은 알르드가 아닌 수인 왕국이나 북쪽의 바라테이온, 미피츠에 위치해 있었다. 그나마 SSS등급의 던전이 두 개나 존재한다는 게 위안이 될 만한 사항이었다. 게다가 그중 하나는 로우덴의 SSS 승급과도 관련이 된 던전이었다.

* * *

“……그래서 우리들을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말을 하며 토르니 공작은 눈앞을 남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들은 블루 스케일에서 모든 것을 잃고 망명한 귀족에 불과했다.

이들의 필요에 의해서 처부가 결정이 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 사실이 떠오르자 토르니 공작은 절로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 바라테이온의 일 왕자 빅터 바라테이온이 입을 열었다.

“너무 흥분하지 마시오, 토르니 공작. 우리 바라테이온은 그대들을 빈털터리로 쫓아낼 정도로 매정한 이들이 아니니. 아무튼 제법 솔깃한 정보가 귀로 들려오더군.”

“솔깃한 정보?”

“그렇소. 그대가 블루 스케일의 핏줄 하나를 모시고 있다고 하던데…… 이름이 아마 모제스 클리퍼드였던가?”

“으음.”

토르니 공작이 대답대신 낮은 신음을 내었다. 그제야 그는 바라테이온의 왕자가 어째서 자신을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모제스 클리퍼드. 블루 스케일의 국왕인 세이라 클리퍼드와 육촌 관계로 그대의 가문과는 혼인으로 연을 맺은 사이지. 그리고 저번의 전쟁에서 우리 바라테이온으로 망명을 했다고 하더군. 그러고 보니 조금 섭섭하군. 솔직히 나는 모제스라는 인물이 평범한 귀족인 줄 알았다네.”

“으음……. 모제스님이 분명 클리퍼드 가문의 핏줄은 것은 맞소. 하지만 그게 전부일 뿐이요. 어디까지나 모제스님은 클리퍼드 가문의 방계. 블루 스케일의 진정한 주인은 세이라 클리퍼드 폐하와 그분의 핏줄일 뿐이오.”

그리고 빅터 바라테이온이 떠보듯이 질문을 던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빅터는 그렇게 말을 하며 살짝 입 꼬리를 들어 올렸다. 자신이 아는 토르니 공작은 권력욕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비록 지금은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추레한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기회만 있으면 분명 블루 스케일로 향할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자신, 아니 바라테이온이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게다가 모제스 클리퍼드라는 클리퍼드 가문의 핏줄을 전면에 내세우면 칠 왕국의 견제를 이겨내고 블루 스케일에 간섭할 수 있는 명분 또한 얻을 수 있었다.

“블루 스케일로 군사를 일으킬 생각입니까? 연합의 질서를 깬다면 기사왕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요?”

“천족과의 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이레네 아르티아가 무리를 해서까지 우리를 견제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소. 게다가 우리들에게는 명분이 있잖소?”

“……그렇군요.”

토르니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모제스 클리퍼드를 데리고 바라테이온으로 망명을 한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훗날 바라테이온의 군사를 빌려 블루 스케일의 정권을 장악하려고 할 때 필요한 명분 때문이었다. 그리고 빅터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블루 스케일은 나약한 여왕의 밑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소. 많은 영토를 잃었고, 남아 있는 영토를 지킬 수 있는 힘마저 부족한 상황이지.”

“전부 알르드 때문입니다. 그 놈들만 아니었다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오. 팔 왕국의 이름 아래에 우리가 블루 스케일을 지원하는 것이지. 블루 스케일에는 강력한 힘을 지닌 지배자가 필요한 시점이요.”

토르니 공작은 입을 여는 빅터의 표정을 열심히 살폈다. 바라테이온은 블루 스케일을 흡수하고 싶어 했고, 그는 바라테이온의 군사를 빌려 자신의 왕국에서 다시 권력을 잡고 싶었다. 생각의 핀트가 조금 다른 것이다.

하지만 하나 만큼은 확실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블루 스케일의 영토를 차지한 알르드라는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이라 클리퍼드와 알르드는 돈독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알르드의 군사력은…… 굉장히 강력합니다.”

말을 마친 토르니 공작은 자신의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자신을 무참하게 패배시킨 소환자의 국가 알르드는 B등급 마장기를 포함해 실버 문, 브뤼헤아 비쉬와 같은 SSS랭크를 주력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가였다. 그뿐인가? 최근에는 A등급 마장기인 라이온레인의 생산에도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허튼 소문은 아니었다. 팔 왕국을 대표하는 골든 크로우의 사신이 알르드를 방문했고, 네 기의 라이온레인을 구매했다는 소식이 귀족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빅터 바라테이온이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바라테이온 역시 골든 크로우 못지않은 군사강국이요. 블루 스케일와 알르드의 연합은 우리의 용맹한 마장기사들이 가볍게 꺾을 수 있소이다.”

* * *

몇 개의 S등급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에 대한 브로리의 갈증은 끝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S등급 던전 몇 개를 성공적으로 공략했다고 바로 SS등급으로 진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있었던 경험으로 말미암아 S등급과 SS등급의 난이도가 하늘과 땅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때는 이레네 아르티아라는 칠제가 함께 전투에 참가하기까지 했었다. 덕분에 호와 브로리는 SS등급의 던전은 포기한 채 토슬치로 귀환을 해야 했다.

“그래서 사막의 무덤은 포기를 하려는 것이냐?”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적어도 라이온레인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마장기사 열은 되어야 할 테니까.”

“으으…….”

“뭐, 빨리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눈을 빛내는 브로리의 모습에 호는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승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히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던전을 공략할 실력 넘치는 마장기사들을 네가 키워내는 거야. 바로 지금부터 말이지. 그렇게 일찌감치 손발을 맞추고 그러다보면 난이도가 높은 던전도 쉽게 공략하지 않겠어? 모르긴 해도 사막의 무덤뿐 아니라 SSS등급의 던전을 공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걸?”

“그, 그렇군.”

일리가 있는 호의 말에 브로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내가 최선을 다해 저 녀석들을 진정한 마장기의 오너로 만들어 주겠다!”

“호, 호 님!!”

“살려주시라오!”

그리고 그 때를 놓치지 않고 호는 그녀에게 A등급 영웅인 매크링거를 포함해 세 명의 인간 영웅을 맡겼다. 지금 당장은 B등급 마장기인 엑스칼리버의 오너에 불과하겠지만 브로리의 밑에서 지옥 같은 훈련을 받고 상위 등급의 클래스로 승급을 하고 나면 쓸 만한 라이온레인의 오너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드디어 귀찮은 짐 하나를 치웠네.”

그렇게 브로리에게 장기 프로젝트를 맡긴 호는 다시 영지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굉장히 많았지만 일단은 토슬치를 포함한 군트락을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었다. 군사적인 부문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수인 왕국과의 경계에는 엑스칼리버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었고, 림드 산맥에서 생산되는 라이온레인들 또한 하나둘씩 최전선으로 배치되고 있었다.

오히려 라이온레인의 탑승 조건을 만족시키는 실력 있는 마장기사들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훈련과 승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렇게 호가 내정에 집중하며 군트락의 내실을 다질 때였다.

“……블루 스케일이? 갑자기 왜?”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니나 다니엘레의 보고에 집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왕국에 문제가 생길 정도면 사안이 제법 크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걸리는 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빌려준 대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블루 스케일의 영토 몇 개를 날름 차지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응접실로 모시도록.”

하지만 군트락까지 먼 길을 찾아온 사신을 매몰차게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 호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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