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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98화 (298/522)

# 298

리그너스 대륙전기 298

“저건 대체?!”

“짐승신의 축복이라 불리는 창조신의 권능.”

이레네 아르티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이 칼츠만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이제야 전승의 내용이 이해가 됩니다. 소환자들에게는 이 대륙 영웅들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여신 라헬은…….”

“하지만 그나이 칼츠만. 창조신의 권능을 지닌 소환자가 오직 알르드의 지배자뿐인지 아니면 다른 소환자들도 동일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폐하, 계시에 따르면 창조신의 권능을 이어받은 자는…….”

“한 명이라고 했지.”

말을 하며 이레네 아르티아는 녹색의 광채로 둘러싸인 브로리를 바라보았다. 엄청난 양이 마력이 그녀의 몸에서 흘러 나왔다가 갈무리되고 있었다. 이는 자신이 지닌 마력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SS등급의 영웅이라고 했던가?’

한시진이라는 이름을 지닌 소환자의 기량도 출중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수인 소녀는 기사 왕국이라 불리는 골든 크로우에서도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실력자였다. 황금 기사단의 단장인 그랜달조차도 그녀보다 등급이 떨어졌다. 그러한 실력의 영웅이 자신의 눈앞에서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성장이라…….”

그리고 시간이 흘러 브로리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서서히 갈무리 될 쯤 이레네 아르티아가 입을 열었다.

“그나이 칼츠만. 우리들은 소환자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늘 당장 왕국의 소환자들을 불러 모아 다시 평가하고 조사한다. 특히 창조신의 권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소환자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기사왕이 시선이 흘깃 윤호에게로 향했다.

“알르드의 지배자에 대한 중요도를 최상급으로 높이도록.”

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감탄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 * *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브로리

2. 성별 : 여(133)

3. 종족 : ???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990

6. 직업 :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 -제천대성(SSS)

7. 세부능력

통솔 : 933 / 1000(SSS)

무력 : 1782 / 2000(EX)

지력 : 211 / 300(A)

정치 : 162 / 300(A)

매력 : 436 / 500(S)

8. 특성 : 전투의 열광, 파괴의 외침, 황금의 목소리, 타고난 재능, 진정한 포식자, 구름 분신, 달의 분노

9. 스킬

<무릎 꿇어라!> SS랭크.

브로리는 원인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인간들의 영웅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인간과 원인의 장점을 동시에 타고난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괴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효과 : 일대일의 전투에서 자신의 무력 능력의 이상의 파괴력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효과(2) : 브로리가 지휘하는 병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 효율의 공격력을 발휘합니다.

<달의 분노> SSS랭크.

신의 힘을 이어받은 제천대성은 위기에 몰렸을 경우 자신의 분노를 통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보름달을 보면 거대 원숭이 괴물로 변하는 외계 종족과 비견될 정도로 위력적입니다.

효과 :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이가 위험에 처하거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경우 무력 능력이 두 배로 상승합니다. 단, 이성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몸의 힘 앞에 모두들 무릎 꿇어라!”

브로리의 승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기쁨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브로리를 보며 호는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SSS등급의 영웅이 된 브로리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포스를 발산했다. 하기야 이제는 무력 능력이 1782이나 되는 괴물이었다.

만마의 지배자라 불리며 EX등급의 영웅인 쉐르난비체의 무력과 비교해도 무려 500가량이나 더 높았다. 여기에 본인의 스킬까지 사용한다면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했다. 승급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염려스러웠던 스킬인 황금 본능도 사라져 있었다.

“뛰어난 인재를 손에 넣으셨네요. 아니, 키워내신 건가?”

“…….”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이레네 아르티아의 질문이 호의 가슴 깊숙한 곳을 푹하고 찔렀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인정을 하는 게 영 껄끄러웠다. 어차피 승급에 대해 들통이 난 이상 사실을 밝혀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지만 호는 곧 생각을 바꿨다.

지금은 서로 손을 잡은 사이라고 하지만 국제사회의 관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관계였다. 게다가 이레네 아르티아는 자신의 영웅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거짓으로 뒤덮을 수도 없는 노릇. 잠시 후, 호가 씁쓸한 표정을 연기하며 입을 열었다.

“대단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능력입니다. 이 대륙의 영웅 전부가 아닌 저와 싱크로가 맞는 영웅만을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브로리는 운 좋게 만난 저와 잘 맞는 영웅입니다.”

“그렇군요. 소환자와 싱크로율이 맞는 영웅이라…….”

호의 말에 이레네 아르티아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영웅의 격을 높이는 창조신의 권능이다. 당연히 힘에 대한 제약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기사왕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능력은 당신과 싱크로율이 잘 맞는 영웅이라면 종족은 관계가 없는 겁니까?”

“……아마도요?”

“그렇다면 저는 어떤가요?”

“네……에? 쿨럭.”

“당신과 싱크로율이 잘 맞나요? 알르드의 지배자?”

갑작스러운 기사왕의 말에 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눈앞에 보이는 이레네 아르티아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등장하는 영웅의 등급 중 최고 등급에 속하는 SSS등급의 영웅이었다. 당연히 공략본에도 그녀의 승급과 관련된 정보는 하나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호가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 때였다.

띵동.

‘EX등급의 전설’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동됩니다. 3……2……1……. 실패. 영웅의 호감도가 낮습니다.

‘이게 무슨?! 깜빡이는 좀 키고 들어오라고!’

갑자기 예상을 깨고 나타나는 메시지의 내용에 호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레네 아르티아는 그러한 호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농담입니다, 알르드의 지배자. 굳이 그런 우스꽝스러운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시, 실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폐하와 저의 싱크로율은 높지 않은가 봅니다. 게다가 폐하의 능력은 이미 대륙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기분 좋은 이야기로군요.”

대답과 함께 미소를 보인 기사왕은 이어서 몇 번이나 브로리를 바라보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고, 그나이 칼츠만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때서야 브로리를 포함해 알르드의 영웅들이 호의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느낌이 불길하다. 아무래도 호, 너의 능력에 대해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꼬꼬댁! 지, 짐승신의 축복입니다! 창조신의 권능이라고요! 당장 이 곳을 떠나야 합니다. 기사왕이 불순한 마음이라도 먹게 되면…….”

“흥! 이 몸이 상대하면 된다!”

SSS등급이라는 것을 뽐내려는 모양인지 브로리가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하지만 호에게 있어 그런 브로리의 행동은 얄밉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위에 꿀밤을 놓아준 호가 말했다.

“너만 아니었으면 기사왕에게 우리의 비밀을 들켰을 리도 없잖아.”

“크……크윽. 분통하다.”

“하아, 모르겠다. 당장 골든 크로우가 어떠한 행동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브로리를 비롯해 영웅들의 얼굴을 보던 호의 얼굴이 순간 진지해졌다.

“빨리 골든 크로우를 벗어나기는 해야겠어. 어차피 알르드의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으니 골든 크로우도 우리들을 오래 붙잡고 있지는 못할 거야.”

호의 말에 다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창조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벌써 가신다고요? 흐음, 오랫동안 알르드를 비웠으니 걱정이 되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일행들의 우려와는 달리 골든 크로우는 알르드로 돌아가겠다는 호와 일행들을 붙잡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무언가를 하느라 굉장히 바쁜 모양이었다.

그렇게 호는 어렵지 않게 림드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자신의 목표 중 하나이자 브로리의 소원이었던 SSS등급으로의 승급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 * *

“그런데 SSS등급이 끝이 아니었단 말이지…….”

골든 크로우에서 나타났었던 메시지를 확인하며 호는 뒷머리를 긁었다. 이제껏 유저의 능력을 빌어 자신이 성장시킬 수 있는 영웅의 등급은 SSS등급이 최고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륙의 영웅들은 SSS등급이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힘을 지닌 EX등급의 영웅들이 존재했다. 브로리만 해도 무력 능력의 한계가 EX등급이었다.

‘게다가 쉐르난비체는 아예 EX등급의 영웅이었지.’

EX등급의 전설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 이는 SSS등급이라는 한계에 다다른 영웅들의 능력을 또 한 번 진화시킬 수 있는 퀘스트였다. 하지만 모든 영웅들을 진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띵동.

-‘EX등급의 전설’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동됩니다. 3……2……1……. 성공.

SSS등급 영웅 브로리 발란스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브로리 발란스에 대한 스캔을 시작합니다.

브로리 발란스가 지닌 재능의 색이 황금색입니다. EX등급으로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이레네 아르티아와는 다르게 브로리에게는 다른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호는 황금색이라는 재능의 색에 시선을 집중했다. 아무래도 이 대륙에 존재하는 영웅들에게는 재능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EX등급으로의 승급 여부가 정해지는 모양이었다.

그런 면에서 브로리는 확실히 뛰어난 영웅이었다. 다른 능력과 비교해 지력과 정치 능력이 굉장히 낮고 게으르다는 점이 흠이기는 했지만, 전투에서만큼은 충분히 의지가 되었다.

“그래서 오빠는 우리가 EX등급, 그러니까 SSS등급 이상으로 더욱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죠?”

“글쎄……. 안타깝지만 재능에 따라 걸린 문제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오빠나 나나 크게 문제가 없겠네요.”

확신하듯 말하는 시진의 모습에 호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그녀는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러나 시진은 농담을 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호를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여기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도 빨리 SSS등급으로 전직해야겠네요. 그래서 오빠가 말한 전설로 향하는 시험을 통과하고 EX등급이 되어야죠.”

“천본앵이 S등급이었지?”

“네. 그리고 SS등급의 클래스로는 검제를 선택하려고요. 전직이 가능한 클래스로 몇 개의 클래스들이 나타났는데, 영 다들 별로인 것 같더라고요.”

“검제. 괜찮네. 나는 추천이야.”

한시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그녀는 알고 있을까? 유니크 클래스에 속하는 검제는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 검의 길을 걷는 유저라면 누구나 다 최종적인 목표로 두는 끝판왕 격인 직업이었다.

“그런데 슬슬 오빠도 전직하셔야죠.”

“나는 아직 멀었어. 작전 지휘관으로 전직을 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데다가 오버 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너무나도 많아.”

호가 힘 빠진 소리로 말했다. ‘작전 지휘관–백우선의 깃털’의 상위 직업이자 SS등급의 클래스인 오버로드. 그리고 유니크 클래스에 속하는 오버로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전직을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세부 목표들을 달성해야만 했다.

그리고 가만히 호의 이야기를 듣던 한시진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하나씩 차근차근 해야죠.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요?”

“어? 글쎄……. 잠시만.”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오는 시진의 행동에 호는 공략본을 열어 오버 로드의 전직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SS등급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다섯 번 공략하기.”

“……그 SS등급의 던전이라면 폭풍 바람의 신전과 동급의 난이도인 던전. 마, 맞나요?”

“하하하. 그래.”

호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진은 쓴 웃음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SS등급으로 가기위한 길은 너무나도 멀고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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