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
리그너스 대륙전기 297
띵동.
-던전의 전리품 수급이 끝났습니다.
-SS급 던전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293523012 리스와 1952163423 의 식량을 획득했습니다.
-SS급 던전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아이템 허리케인 글로브를 획득했습니다.
-SS급 던전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아이템…….
높은 등급의 던전답게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눈앞을 가득 메웠다. 던전에서 획득한 리스와 식량 역시 엄청난 양이었다. 억 단위의 재물은 낮은 등급의 던전에서 획득한 전리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호는 이렇게 얻은 자원들을 골든 크로우와 반반씩 나눌 생각이었다. 애초에 중요한 것은 브로리를 승급시킬 수 있는 아이템인 허리케인 글로브뿐이었다.
“엄청난 양이로군.”
“그러게 말일세. 이렇게나 많은 돈과 식량을 신전에 숨겨두고 있었다니……. 고대신의 추종자들을 빨리 물리치지 않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어.”
황금 기사단 소속의 영웅들이 신전 밖으로 옮겨지는 전리품들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그만큼 던전에 숨겨져 있던 재물은 엄청난 양이었다. 그렇게 전리품들을 바라보던 황금 기사들의 시선이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호에게로 향했다.
처음과는 달리 호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는 약간이지만 존경심이 우러나고 있었다.
이번 폭풍 바람의 신전 공략에서 알르드의 지배자가 보여준 정확한 오더가 아니었다면 공략이 불가능했었을 터였다. 더불어 이런 재물을 획득할 수 없었다.
“고작 그런 것을 위해 이 위험한 곳을 토벌하려고 한 건가요? 그것도 그대의 왕국과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군대를 움직여서?”
눈을 몇 번 깜빡인 기사왕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호가 들고 있는 장갑으로 향해 있었다. 장갑의 중앙에 박힌 수정 안쪽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마나의 움직임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수많은 무기를 다뤄본 그녀의 안목에 허리케인 글로브는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수준의 아이템에 불과했다.
“평범한 아이템이라도 주인은 있는 법이니까요.”
“주인이 있다?”
말을 하면서 연신 글로브를 힐끔거리는 게, 이레네 아르티아는 호가 폭풍 바람의 신전을 찾은 정확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호는 미소만 지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이 큰 무리를 하면서까지 폭풍 바람의 신전을 찾은 이유가 브로리의 승급 때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가 이레네의 앞에서 허리케인 글로브를 치우려고 할 무렵, 한 소녀가 호에게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그것이냐! 그것이 바로!”
“브로리! 자, 잠깐!”
“좋다! 나도 이제 SSS등급이다! 자아! 윤호! 나에게 빨리 짐승신의 축복을 내려다오!”
순식간에 호의 손에서 장갑을 빼낸 브로리는 허리케인 글로브를 들며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런 브로리의 행동에 호는 한숨과 함께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짐승신의 축복?”
옆에서 이레네 아르티아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를 치는 브로리의 행동에 호는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얼버무리고 싶었지만, 기사왕의 얼굴에는 어떻게든 대답을 듣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기사왕은 던전을 벗어나 막사로 돌아갈 때까지 호의 옆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빨리 나에게 축복을 내려다오! 호!”
게다가 이제야 기다리던 승급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걸음을 옮길 때 마다 귀찮을 정도로 보채는 브로리의 행동에 호는 어쩔 수 없이 마장기의 보급품으로 위장했던 마정석과 해양석 상자를 꺼내야만 했다.
수리병으로 위장한 드워프 장인들 역시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고는 아이템의 강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후우……. 눈치라고는 일 만큼도 없는 녀석.”
“하지만 나, 나는 너무나도 오래 기다렸다!”
자신의 말에 브로리가 핑계를 대며 노려봤지만, 호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앞에 뜬 시스템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리케인 글로브(SS등급 무기)
효과-무력 55 증가
폭풍과 바람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글로브입니다. 그러나 무기보다는 장식품으로써의 가치가 훨씬 높습니다. 특히 장갑 중앙의 수정에 봉인된 마나의 움직임은 모든 생명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실망스럽게도 허리케인 글로브는 등급에 비해 능력치가 굉장히 떨어졌다. SS등급의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낮은 S등급 무기인 한시진의 아르마다보다도 효과가 떨어졌다.
‘그리고 이걸 9강까지 해야 된단 말이지.’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따르면 허리케인 글로브의 강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마정석과 해양석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었다. 하기야 낮은 등급의 아이템도 아닌 무려 SS등급의 아이템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9강까지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카앙! 퍼엉! 펑! 퍼어엉!
강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드워프 장인들이 망치질을 할 때마다 수많은 마정석과 해양석들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고, 안에 내재되어 있던 마나들이 허리케인 글로브로 흡수가 되었다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브로리를 비롯한 많은 영웅들이 그런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강화 작업에 열중했다.
펑! 퍼어엉! 퍼엉! 카앙!
SS등급의 아이템답게 허리케인 글로브의 강화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강화를 이어나가던 드워프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거 엄청나게 까다로운 장갑이로군. 타락한 고대신의 힘 때문인가? 마정석의 마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야.”
호 또한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장갑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양의 마정석과 해양석을 사용하고도 허리케인 글로브는 고작 7강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적어도 만 상자 이상의 분량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브로리는 드워프들이 작업을 멈추자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이 몸도……!”
“기대를 깨서 미안한데, 아직 안 돼. 9강까지 해야 되는데 이제 7강이란 말이야.”
“그, 그렇다면?”
“아무래도 짐승신의 축복은 알르드로 돌아간 후에야 가능할 것 같다.”
호가 슬쩍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 호의 말에 브로리가 좌절한 듯 쓰러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지고 온 마정석과 해양석은 모조리 사용했고, 9강까지 높여야 할 허리케인 글로브는 7강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때 한참 동안 아이템의 강화 작업을 지켜보던 이레네 아르티아가 미소를 지으며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마정석과 해양석이 부족하시다면 알트라로 초대하겠습니다. 알트라의 창고에는 두 광석이 굉장히 많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괜한 민폐를 끼칠…….”
어떤 의도가 가득해 보이는 이레네의 제안에 호가 말을 얼버무리며 거절하려고 했다.
“알트라! 그래! 가자! 알트라로!”
“……씨앙.”
하지만 좌절해 있던 브로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외쳤고, 그 모습을 보는 기사왕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한시진을 비롯해 이번 원정에 참여한 알르드 소속 영웅들의 입에서는 한숨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만, 호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팔쿤만이 꼬꼬댁거리며 의아함을 나타낼 뿐이었다.
결국 호와 일행들은 기사왕의 호의를 받아들이며 알트라로 향해야만 했다. 브로리의 땡깡이 상상 이상이었던 데다가 과도하게 관심을 나타내는 이레네 아르티아를 뿌리치고 알르드로 돌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띵동.
-강화에 성공해 +9 허리케인 글로브를 획득했습니다.
“드디어…….”
SS등급이라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답게 허리케인 글로브는 알트라의 창고에 보관된 마정석과 해양석의 십분의 일 가량을 잡아먹고 나서야 강화를 마칠 수 있었다. 이레네 아르티아의 호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양의 특산품을 공짜로 먹을 수는 없는 노릇. 골든 크로우의 재상인 그나이 칼츠만을 통해 추가적인 대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어쨌든 호는 +9 허리케인 글로브를 마지막으로 브로리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두 획득할 수 있었다.
“끄, 끝난 건가……?”
끝까지 강화가 완료된 허리케인 글로브를 보며 브로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거 받아.”
“으, 응. 자꾸 보채서 미안하다.”
“괜찮아. 어차피 니가 강해지면 나도 좋은 일이니까.”
미안한 표정을 짓는 브로리를 향해 호가 허리케인 글로브를 건네주며 말했다. 브로리가 자신의 손에 들린 +9 허리케인 글로브를 바라보았다. 폭풍 바람의 힘이 담긴 신비로운 장갑이 그녀의 눈동자가 깊게 아로새겨지기 시작했다.
“저런 장갑 하나를 강화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양의 마정석과 해양석이 낭비되다니…….”
골든 크로우의 재상 그나이 칼츠만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고작 성공적인 강화 두 번을 위해 낭비된 특산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나이 칼츠만. 저는 알르드의 지배자에게 어떤 의도가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짐승신의 축복에 대해서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폐하. 짐승신의 축복이라면 창조신 리그로우와 세리너스님의 능력이지 않습니까?”
알테라 성 광장에 모인 영웅들의 시선이 브로리에게 집중되었다. 골든 크로우 소속의 영웅들은 이레네 아르티아를 포함해 그나이 칼츠만과 황금 기사단의 단장인 그랜달뿐이었지만 알르드의 영웅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광장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브로리가 장갑을 착용하며 철컥하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린 순간이었다.
띵동.
-브로리가 ‘+9 허리케인 글로브’를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드디어 SSS등급이다!’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를 치우며 호는 브로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이 얼어붙었다. 아니,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호는 브로리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조그마한 소녀는 자신의 몸으로 마력의 폭풍을 터뜨리고 있었다.
“크윽! 이건?!”
“우악! 그거 잡아!”
그 위력이 상당했기에 광장에 있던 영웅들은 모두들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녹색의 광채가 그녀의 머리 위로 내리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
간헐적으로 신음성을 내뱉던 브로리가 호를 돌아보았다.
“내 투정 들어줘서 고마워.”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띵동.
-SS등급 수인 영웅인 브로리가 SSS등급 유니크 클래스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제천대성’ 으로 전직합니다.
-휘하의 영웅을 SSS등급으로 승급시켰습니다.
-창조신의 전승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깨달음을 획득했습니다.
-‘EX등급의 전설’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호는 그런 브로리의 미소에 제대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충격적인 메시지들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