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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96화 (296/522)

# 296

리그너스 대륙전기 296

“켁! 무슨 힘이?!”

“끄어어어억!”

“빌어먹……! 찍!”

하지만 거대한 골렘이 짓누르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A등급 마장기 세 기가 힘을 합쳐 만든 방어막이 그대로 우그러지고 있었다.

“버텨! 버텨야 해! 거기서 밀렸다가는 쥐포가 된다고!”

“좀 더 힘을 내! 뒤져라! 이 괴물자식!”

압살당하고 있는 아군이 당하는 모습에 분노한 동료들이 연신 락스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골든 크로우 소속의 황금기사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적의 등장에 그들은 쉴 새 없이 무기에 마나를 담아 휘둘렀다.

기사왕이라 불리는 이레네 아르티아도 한시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 역시 키마라이–플레임의 대검으로 연신 락스톤의 바위를 깎아내었다.

“쿠워어어억!”

그렇게 몇 시간 후, 락스톤은 자신의 단단한 돌덩어리들만을 남긴 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락스톤의 주위에는 마장기들의 부서진 부품들과 격렬했던 전투가 만들어낸 크레이터들로 가득했다. 치열했던 전투의 결과물들이었다.

다행이도 완파된 마장기는 없었다. 인간들이 자랑하는 A등급 마장기인 라이온레인의 장갑은 굉장히 단단한 편이었고, 마장기를 다루는 오너들의 실력 역시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크흑!”

팔과 다리를 잃고 무너지듯 넘어진 라이온레인을 보며 한 기사가 얼굴을 구겼다.

황금색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갑옷을 입은 훤칠한 외모의 기사로 오늘 아침 호가 브리핑을 할 무렵 굉장한 자신감을 드러내었던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는 락스톤과의 전투에서 유일하게 마장기를 잃은 오너이기도 했다.

“라이온레인을 다루기에는 론달 경의 수련이 아직 부족했던 모양이군요.”

이레네 아르티아가 흘러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황금 기사단의 단장 그랜달은 그런 기사왕을 말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 죄송합니다, 폐하.”

“그랜달 경. 상대가 그 누가 되었던 간에 황금 기사단은 언제든지 승리만을 거둬야 합니다. 우리 골든 크로우는 인간들의 중심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황금 기사단은 골든 크로우를 대표하는 기사단. 당연히 인간 기사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만큼 자부심도 높았다.

하지만 이번 락스톤과의 전투가 활약을 한 이들은 황금 기사단이 아닌 소환자 윤호의 영웅들이었다. 오히려 황금 기사단은 락스톤을 상대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인 A등급 마장기를 잃기까지 했다.

기사왕 이레네 아르티아가 자신의 신검 특성을 발휘하며 락스톤을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녀는 황금 기사단이 아닌 그들이 모셔야 할 주군이었다.

어쨌든 락스톤과의 전투는 폭풍 바람의 신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우습게 여기던 영웅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A등급 마장기를 가볍게 부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괴물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타락한 고대신의 힘을 이어받은 곳이라고 하던데. 멍멍!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로군요.”

“꼬꼭! 내 생전 저렇게 강한 골렘은 처음 봤다. 하마터면 쥐포가 되어 죽을 뻔했어.”

팔쿤의 말에 사드나인과 라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공포가 깃들었다.

락스톤의 거대한 주먹은 수인족의 전설적인 마장기 세 기가 만들어낸 방어벽을 부수며 그들을 찍어 눌렀기 때문이었다. 만약 A등급이 아니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낮은 등급의 마장기에 탑승하고 있었더라면 목숨을 잃은 건 락스톤이 아니라 자신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꼬옥. 이런 괴물 같은 녀석이 이 던전에는 몇이나 더 있단 말이지.”

팔쿤의 시선이 멀리서 회의를 하고 있는 호에게로 향했다. 락스톤을 상대로 큰 피해가 없던 것은 전부 호의 지시사항 덕분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따라 마장기사들이 뭉쳤다가 흩어졌고, 방어벽을 전개하며 락스톤의 내려치기를 막아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확한 오더가 아니었다면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마장기사 중 몇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터였다. 그리고 호는 쓰러진 락스톤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SS등급의 던전에 등장하는 준보스급 몬스터. 역시 엄청나게 강력한데……?’

칠제 중 하나인 이레네 아르티아를 비롯해 한시진, 브로리는 물론이고 인간들 중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황금 기사단과 수인족의 전설급 마장기를 지닌 오너들이 합세한 전투였다. 무난하게 승리를 거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기의 마장기를 잃었다. 그만큼 락스톤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는 이대로 던전의 공략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브로리의 승급을 위해서 어떻게든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허리케인 글로브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이미 그 대가로 골든 크로우에 라이온레인을 판매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락스톤의 파괴된 몸체는 실버 문들을 통해 밖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별달리 쓸모가 없는 줄 알았는데 정보창을 통해 알아보니 재료에 속하는 아이템들이었다. 이렇게 옮겨지는 락스톤의 몸체는 실력이 뛰어난 대장장이의 손을 거쳐 아이템으로 재탄생 될 터였다.

“그러면 다음 녀석은…….”

호는 공략본을 열어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다음 순서로 만날 수 있는 준보스급 몬스터를 찾았다. 신관 카리아. 갈퀴바람 정령을 소환하며 폭풍 바람의 신전을 침입한 침입자들에게 폭풍의 공포를 선사한다는 괴물이었다.

“신관이라길래 당연히 인간인 줄 알았는데…….”

“이곳은 타락한 고대신을 섬기던 저주받은 장소. 그리고 타락한 고대신은 창조신이 만들어낸 존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따르는 신이지.”

호의 중얼거림에 이레네 아르티아가 신관 카리아를 보며 대답했다. 신관 카리아는 신관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형체가 이리저리 변하는 괴물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나마 말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구체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한 몸에 집어넣은 것 같은 끔찍한 모습을 보며 기사왕이 흥미 깊은 표정을 보였다.

“나의 땅에 저런 괴물이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닌 녀석……. 후우. 이번 던전의 공략에 대해 호, 그대에게 감사를 전해야겠어요. 만약 던전의 봉인이 풀려 이런 괴물들이 골든 크로우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분명 엄청난 피해를 보았을 겁니다.”

“골든 크로우의 저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물리쳤을 겁니다.”

호의 대답에 이레네 아르티아는 담담히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신검이 있는 이상 이들을 물리치는 것은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때를 틈 타 골든 크로우를 노리는 세력들이 군사를 일으켰을 지도 모르지.’

기사왕 역시 그런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황금 기사단의 움직임 역시 처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면 신관 카리아의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락스톤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던전에 있는 영웅들은 모두가 호의 브리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가 말하는 내용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고 했으며, 몬스터의 공격 패턴을 외우는 데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호 역시 순조롭게 브리핑을 마칠 수 있었다. 그만큼 영웅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감……히…… 주……인……님……의……성……소……를…… 침……입……자……. 죽……인……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세계의 가장 강력한 병기인 마장기와 끔찍한 모습의 괴물인 신관 카리아가 충돌했다.

콰앙! 쾅!

먼저 선제공격을 날린 이는 이레네 아르티아였다. 블루 세이버의 어깨 부분에 장착된 마력 폭탄들이 기사왕의 의지대로 움직이면서, 카리아의 촉수를 피해 접근. 그대로 엄청난 위력을 선보이며 폭발했다.

폭풍 바람의 신전을 울릴 정도의 큰 폭발에 마장기에 탑승한 영웅들은 신관 카리아에게 접근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만큼 블루 세이버 아니 라이온레인에 장착된 마력 폭탄은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저런 마력 폭탄을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호가 주위의 라이온레인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라이온레인에 장착된 무장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 무기인 만큼 마력 폭탄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숙련도와 뛰어난 마나를 운용 능력을 필요로 했다.

‘역시 칠제.’

적어도 방금 전과 같은 공격은 대륙의 지배자 혹은 대영웅이라 불리는 EX등급의 영웅만이 해낼 수 있는 신기였다. 그렇게 기사왕의 공격을 시작으로 마장기들 역시 전투에 돌입했다. 무서운 힘이 실린 카리아의 촉수 역시 미친 듯이 움직였고, 여기저기서 요란한 소리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브로리! 한시진! 우측의 검은 크리스탈을 파괴해!”

“그랜달! 뒤쪽 7 시 방향에서 타락한 정령들이 몰려듭니다!”

신관 카리아를 상대로 호는 키마라이의 대검을 휘두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삐 명령을 내려야 했다. 그만큼 전장의 변화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높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하는 게 오랜만인 탓에 오더가 꼬이는 경우도 몇 번 나왔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 자리에 모인 영웅들은 다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영웅들. 게다가 영웅들이 다루는 마장기 역시 대륙을 대표하는 A등급 마장기들었다. 특히나 황금 기사단들이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안타깝게도 카리아의 촉수가 몇몇 마장기의 장갑을 뚫고 마력 회로에 큰 피해를 입히긴 했지만, 다행히 호와 일행들은 별다른 사망자 없이 카리아를 물리칠 수 있었다. 파괴된 마장기야 수리를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죽은 영웅은 되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락스톤, 신관 카리아를 시작으로 장군 스틸거가 쓰러졌고, 폭풍 바람의 신전의 보스 몬스터인 군주 월타라크 역시 공략대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공략대도 무사한 건 아니었다.

‘이 공략본 어딘가 이상한 거 아니야? 이런 던전을 고작 A등급 마장기 열기로 클리어 하라고?’

월타라크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관우는 내 여자’라는 유저의 실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폭풍 바람의 신전은 고작 A등급 마장기 열기로 공략이 가능한 수준의 던전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림드 산맥에서 수송된 라이온레인 중 세 기가 완파되었고, 반파된 마장기들 역시 다섯 기에 달했다. 목숨을 잃은 영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천운일 정도였다. 이런 생각은 전투를 끝낸 다른 영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끔찍한 던전이로군.”

전투를 마치고 마장기에서 내린 그랜달이 자신의 전용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조그마한 흠집이라도 날까 소중하게 다루던 자신의 애기는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여러 부위가 망가진 모습이었다. 적어도 보름 아니 한 달 정도의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는 골든 크로우의 지배자이자 기사왕이라 불리는 이레네 아르티아의 전용기인 블루 세이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선두에서 격렬하게 전투를 치른 그녀의 마장기는 전투의 훈장이라 부를 수 있는 커다란 상처들이 여러 군데에서 보이고 있었다.

“후우……. 알르드의 지배자. 이 던전의 무서움은 라이온레인 네 기가 부족할 정도로 느껴지는군요.”

“……림드 산맥으로 돌아가면 이번 거래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호가 어두운 표정을 짓는 이레네 아르티아를 향해 말했다. 폭풍 바람의 신전 공략으로 골든 크로우가 입은 피해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특히나 황금 기사단이 다루던 라이온레인 두 기가 완파되었다. 무려 백억 리스에 해당하는 금액이 날아가 버린 셈이었다.

그리고 호는 골든 크로우가 입은 피해를 자신이 보상을 해 줄 생각이었다. 기사왕과 황금 기사단이 아니었다면 던전의 공략이 힘들었을 정도로 던전의 공략에 대단한 활약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호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던전을 공략한 이유는 단 하나의 아이템 때문이었다.

“호님! 찾았습니다!”

실버 문 한 명이 장갑 하나를 호에게 바쳤다. 장갑 중앙 부분에는 조그마한 크리스탈이 박혀 있었는데, 크리스탈 내부에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마나가 격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호는 떨리는 눈동자로 장갑을 들었다. 이 아이템의 이름은 허리케인 글로브. SS등급 던전인 폭풍 바람의 신전을 완벽하게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보상 아이템이자 브로리의 SSS등급의 승급에 필요한 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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