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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95화 (295/522)

# 295

리그너스 대륙전기 295

“1분도 되지 않았는데 실버 문들이 백이 넘게 죽었다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여기는 정말로 위험한 던전이라고.”

브로리의 놀람에 호가 그녀의 머리를 툭 때리며 말했다.

하층부의 첫 번째 보스급 몬스터인 골렘의 등장은 토벌에 참여한 영웅들의 경각심을 순식간에 일깨웠다. 이제까지 입이 아프도록 던전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호가 허탈할 정도였다. 역시 말로 떠들어봤자 몸으로 깨닫는 것에 비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마장기사가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골렘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침에 한 브리핑을 떠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 저기!”

“다시 한 번 브리핑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들려오는 황금 기사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서는 던전을 공략할 수 없었다.

게다가 휘하 영웅들의 표정 역시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중얼거리는 것이 필사적으로 골렘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떠올리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쩔 수 없죠. 그러면 다시 한 번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솔직히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굉장히 지겨운 일이다.

그러나 마장기의 성능만 믿고 무턱대고 돌격을 했다가는 큰 피해만 입을 뿐이었다. SS등급의 던전에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 괜히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다수의 A등급 마장기가 필요하다고 나온 게 아니었다.

그리하여 호는 준보스급 몬스터인 골렘, 락스톤이라 불리는 괴물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브리핑을 시작했다.

“저런 괴물이 있었다니…….”

“역시 대륙은 넓군요.”

호의 브리핑을 듣는 영웅들의 얼굴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골렘의 기세를 직접 받은 만큼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 다들 느낀 것이다.

“락스톤과의 전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공격은 락스톤이 양손에 깍지를 끼고 내리치는 강력한 공격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호가 손에 깍지를 끼며 락스톤의 공격을 흉내 내며 말했다. 공략본의 내용에 따르면 엄청난 무게가 실린 락스톤의 공격은 A등급 마장기조차도 단숨에 고철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위력적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두 기의 마장기가 힘을 합쳐서 방어를 해야 합니다.”

마장기를 다루는 실력이 떨어지거나 등급이 낮으면 세 기, 아니 그 이상의 마장기가 함께 뭉쳐서 방어를 해야 했다. 아니면 한 기의 마장기를 희생시키거나.

다행히 여기에 있는 영웅들은 다들 S등급의 영웅들. 두 기 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결코 락스톤의 공격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왜 피해서는 안 되는 겁니까?”

“고서에 따르면 공격의 대상자가 공격을 회피하게 될 경우 락스톤이 분노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아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다주게 되는 셈이죠.”

의아한 명령이긴 했지만, 모두들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핑을 할 만큼 이 던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바로 호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몬스터인 락스톤의 등장은 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실제로 이런 호의 브리핑은 전부 공략본을 토대로 한 내용이었다.

공략본에 따르면 락스톤의 내려치기는 절대로 피하지 말고 막아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혹시나 공격을 회피할 경우 분노에 찬 락스톤이 괴성을 내지르며 주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공격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내려치기를 얻어맞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큰 피해를 준다고 했다.

어쨌든 A등급 마장기와 S등급 영웅들 그것도 뛰어난 마장기사들만 엄선한 만큼 공략대로만 움직인다면 충분히 락스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하물며 이 자리에는 모인 영웅들은 알르드와 골든 크로우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이었다.

“우리 왕국에 저런 괴물이 있었다니…….”

“이 대륙을 창조하신 리그로우와 세리네스님과 세력다툼을 하던 고대신의 추종자라니. 믿기지는 않지만 저런 존재가 있는 걸 보면 또 안 믿을 수도 없고.”

그렇게 브리핑이 끝나고 잠시의 휴식시간을 가진 영웅들은 휴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들의 마장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던전 공략의 시간이었다. 오더는 호가 내리기로 했다. 이 던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이레네 아르티아님께서 소환자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것이냐?!”

“조용히 하도록, 루칼. 나는 알르드의 패자가 내리는 명령을 따르겠다.”

소환자인 윤호가 지시를 내린다는 사실에 반발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레네 아르티아가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호를 노려보는 이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기사왕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 * *

독수리의 문양이 새겨진 푸른색의 마장기가 신전의 내부를 이동하고 있었다. 그 뒤로 비슷한 생김새를 한 마장기들이 일정한 대열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는 골든 크로우가 자랑하는 황금 기사단이었다.

“천족과의 전쟁에서도 우리 황금 기사단 모두가 나서지 않았는데, 대체 얼마나 위험한 던전이라는 거야?”

조종석 안에서 황금기사단의 부단장 치토크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소속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것인지 치토크의 말에는 던전을 얕보는 기색이 언뜻 보이고 있었다.

“집중해라, 치토크. 먼 옛날부터 타락한 고대신을 추종하던 곳이다. 게다가 수많은 원정대들이 토벌을 실패한 곳이기도 하지.”

“단장! 그건 저도 알지만…….”

“게다가 이레네 아르티아 폐하께서도 이 던전에 대해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자네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치토크를 나무라던 그랜달이 입을 다물었다. 몸을 찌르르 울리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선두에서 움직이던 마장기가 움직임을 멈췄다. 라이온레인보다 몇 배나 되는 커다란 크기의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디어 나타났군.”

그랜달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정면의 골렘을 노려보았다.

일반적인 골렘과는 차원이 다른 무시무시한 기세가 느껴지고 있었다. 평범한 녀석이 아니었다. 마치 골렘의 제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골렘은 모두를 압박하고 있었다.

“꼬꼬댁. 고작 고대신의 추종자 주제에 저런 힘이라니?!”

“찍찍. 고대신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렇게나 강한 녀석들이 존재했던 겁니까?”

“소문에 의하면 우리가 섬기는 짐승신님과 동급의 존재라고 하더군. 멍멍”

그리고 사드나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브로리에게 통신을 보냈다.

“멍멍. 그나저나 저 놈 우리가 잡을 수는 있는 겁니까? 어째 그냥 죽어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잡아야지. 저런 놈쯤은 이 몸의 코우랄라로 가볍게 날려주겠다.”

브로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스러움이 실려 있었다. 당장 조종간을 잡고 있는 손부터가 살짝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락스톤의 위압감은 대단했다. 그리고 전장의 모습을 드러낸 마장기들을 발견한 락스톤이 눈을 번뜩였다.

“피해랏!”

“피해요!”

이레네 아르티아와 호의 지시가 동시에 날아오고 각 마장기들이 회피 기동을 전개했다.

콰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락스톤의 주먹이 방금 전까지 마장기들이 있던 장소로 떨어져 내리며 조그마한 크레이터를 만들어 내었다.

“휘유. 무시무시한 힘이로군.”

“제대로 한 방 맞으면 라이온레인이라면 무사하기 힘들겠는데?”

“모두 조용! 이제부터는 오더에 집중한다!”

주변이 시끄러워질 것 같은 분위기에 그랜달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렇게 황금기사단과 함께 이번 전투에 함께하는 호의 영웅들이 지시를 기다렸고, 잠시 후 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락스톤의 탱커는 이레네 아르티아님과 한시진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황금기사단은 왼쪽, 알르드는 오른쪽으로 공세를 개시합니다.”

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레네 아르티아의 전용기 블루 세이버가 앞으로 달려 나갔고, 한시진의 데스 사이더–화랑 역시 그 뒤를 바짝 뒤쫓기 시작했다.

마장기의 마력회로가 터질 듯 가동하며 힘을 끌어 올렸고, 이어서 가장 먼저 락스톤에게 접근한 이레네 아르티아가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네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시험해 보마!”

이 대륙의 지배자 중 하나인 칠제라 불리는 이답게 SSS등급 영웅의 행동에는 거칠 게 없었다.

띵동.

-이레네 아르티아가 검신을 발동했습니다.

블루 세이버의 동체가 푸른색의 마나로 타오르면서 락스톤을 향해 검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휘잉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그녀의 공격이 락스톤의 돌로 만들어진 몸체를 부수기 시작했다. 엄청난 위력의 공격에 락스톤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둘렀지만, 블루 세이버의 가벼운 움직임은 그런 락스톤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저도 갈게요!”

띵동.

-한시진이 검의 길을 발동했습니다. 그녀의 공격을 앞으로 5분간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마나의 힘이 실린 낫이 락스톤을 긁어내렸다. 맹렬한 불꽃이 튀면서 락스톤의 몸에 기다란 상처가 새겨졌고,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마장기들이 연달아 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

“타락한 고대신의 힘 따위! 우리 황금 기사단에게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브로리 님이 나가신다!”

“수인 사연성! 가즈아!”

그렇게 탱커들의 공격을 시작으로 마장기들이 자신들의 모든 출력을 동원해 락스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아무렇게나 무기를 휘두르고 날리는 것 같지만 모두가 락스톤의 동체에 명중할 정도로 정확한 공격들이었다.

확실히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마장기사들다웠다.

그리고 호는 키마라이의 대검을 휘두르며 락스톤에게 타격을 주는 한 편, 정보창을 열어 락스톤의 생명력을 확인하고 있었다.

“마장기의 등급도 그렇고, 다들 실력이 엄청나네.”

마장기사들의 공격이 이어질 때 마다 락스톤의 생명력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이렇게만 전투가 진행이 된다면 어렵지 않게 락스톤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는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었다.

“귀찮은 것들!”

계속해서 마장기의 공격에 얻어맞던 락스톤이 목을 휙 돌리더니 자신의 팔을 크게 휘둘렀다. 이어서 세 기의 마장기가 하늘을 날더니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공격 자체는 단순했지만 락스톤의 몸체가 워낙 큰 터라 타격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

위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가장 먼저 락스톤의 공격을 맞은 라이온레인급 마장기는 팔 하나가 덜렁거리며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회피 기동 없이 정면으로 락스톤의 공격을 얻어맞은 대가였다. 함께 얻어맞은 마장기들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라이온레인의 장갑을 이렇게나 단번에?!”

“위력이 엄청나다! 모두들 조심해!”

아군이 당하는 모습을 본 마장기사들이 바삐 통신을 나눴다. 하지만 락스톤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너희들! 모두 짓눌러 주마!”

전장이 진동하며 서서히 몸을 일으킨 골렘이 양손을 들어 올리더니 깍지를 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전장을 움직이는 마장기 중 하나를 노려보며 발을 굴렀다.

“내려치기입니다! 목표는…….”

락스톤의 움직임에 따라 호의 눈동자 역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락스톤의 목표가 누구인지를 빨리 파악해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락스톤의 시선이 네 발 형태를 한 마장기에게 꽂혔다.

“사드나인! 팔쿤!”

“꼬꼬댁! 이 몸이 간다!”

“찍찍! 저도 돕겠습니다!”

골렘이 몸을 일으킬 때부터 영웅들은 자신들의 감각을 잔뜩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호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시바의 주위에 있던 팔쿤의 피닉스와 라쿤의 프랭스가 시바의 주위로 뭉쳤다. 그러고는 골렘의 공격을 대비해 방어벽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세 마장기의 위로 락스톤의 커다란 돌주먹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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