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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65화 (265/522)

# 265

리그너스 대륙전기 265

“맞아요. 마음 같아서는 전설의 병사라는 실버 문으로 이뤄진 호위대를 이끌고 상행위를 나가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수많은 수인 상단들의 견제를 받을 게 분명해요.”

“윙드 훗사르가 필요하다는 말이로군.”

“더 높은 랭크의 병사면 더 좋고요. 예를 들면 빼액곰이라던가?”

“아니면 샤벨 타이거가 있겠군.”

샤벨 타이거. SSS랭크의 수인족 기병으로 몽골군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엄청난 이동 능력을 보유한 병사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병대임에도 불구하고 기병들의 약점이라는 지형지물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특이한 병종이기도 했다.

늪지대나 화산 지대와 같은 특수 지형을 제외하면 이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전투가 주로 벌어지는 지형 중 하나인 산 지형에서는 오히려 이동 속도가 상승하는 괴랄함을 보여주곤 했다.

이러한 사기적인 특성으로 인해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대다수 유저들은 샤벨 타이거를 가리켜 씨발 타이거라 부르곤 했었다.

“샤벨 타이거를 양성할 수 있나요?!”

그리고 화들짝 놀라는 페이샬의 말에 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양성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개발 중인 연구 기술은 마장기의 전용기 제작 기술이었고, 그 연구가 끝난다 하더라도 샤벨 타이거가 아닌 브뤼헤아 비쉬의 연구에 들어갈 예정에 있었다.

“그, 그렇군요.”

호의 말에 페이샬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지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가 이동 속도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샤벨 타이거라면 대륙 어디든 간에 빠른 속도로 상행위를 할 수 있었다.

“빼액곰도 불가능해. 우리가 양성할 수 있는 수인 병사들 중 최고 랭크의 병사는 S+랭크인 윙드 훗사르가 최고니까.”

“그런가요? 저번 전쟁에서 호 님이 빼액곰을 쓰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그건 내가 쓴 게 아니라 소환사를 통해 일정시간 소환한 것에 불과해.”

정확히 말하면 군단의 소환사인 신윤아가 소환한 녀석들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정보력이 장난 아닌데?’

호가 슬쩍 페이샬을 내려다보았다. 개미굴 내부에서 잠깐 소환한 것에 불과한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륙의 상단들은 친해두면 친해둘수록 손해 볼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원한다면 윙드 훗사르의 지원은 해주도록 하지.”

용병들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페이샬은 그런 호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상단을 노리는 몬스터들과 산적들의 습격이 잦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페이샬과의 대화를 마친 호는 공략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호가 찾은 목록은 브로리의 SSS등급 승급에 관한 정보였다.

라홀로프 상단이 수인 왕국 최고의 상단으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이제껏 페이샬이 호치 상단에게 밀렸던 것은 그녀가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호치 상단을 비호하는 호인족 덕분이었다.

페이샬을 통해서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획득할 수 있다면 남은 것은 +9 허리케인 글러브와 후작의 증표뿐이었다. 어차피 후작의 증표는 세력을 넓히다보면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폭풍 바람의 신전으로 출발할 차례로군.”

다행이도 폭풍 바람의 신전은 골든 크로우에 위치 해 있었다. 공략을 위한 출입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당장 폭풍 바람의 신전으로 떠날 수는 없었다. 폭풍 바람의 신전은 이제껏 호가 탐험했던 던전 중 가장 높은 등급인 SS등급의 던전이었다.

당연히 S등급의 던전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만큼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충분한 전력을 갖춰야만 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 본에서도 최소한 A등급 마장기 열기 이상과 평균 S등급의 영웅들만 모아서 공략을 하라고 나와 있었다.

결국 브로리의 SSS 승급은 조금 더 먼 훗날의 일로 미뤄져야만 했다.

[6단계–그린 드래곤이 원하는 위치에 마을이 세워졌을 겁니다. 그 순간부터 퀘스트는 시작됩니다.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새롭게 세워진 마을을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죠. 대도시까지 발전시키면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면 곤란하겠죠? 그린 드래곤의 인내심은 긴 편이지만 무한정이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크리솔라이트 꿈 퀘스트는 어느새 5단계를 지나 6단계에 들어섰다. 클리어 방법은 크리솔라이트 마을을 대도시까지 성장시키는 것.

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팀 심시티에게 맡겨야겠군.”

로우덴이 이끄는 팀 심시티는 바리안스의 대지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개발도가 떨어지는 도시에 순식간에 건물들을 세워 올리는 한편,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도시들은 도시의 특색에 맞춰 특성화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 이것이 천국이냐앙!”

덕분에 신이 난 것은 리셴르나였다. 심시티의 영향으로 빠르게 발전한 아트리그에서 최고급 캣닢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묘인들의 충성도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덤이었다.

전용기에 대한 연구도 끝이 났다. 이제부터는 S등급의 영웅을 대상으로 그들만을 위한 커스텀 마장기를 제작해 줄 수 있었다. 자원이 조금 필요하기는 했지만 동급의 기체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닌 것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딱 맞춘 개조로 인해 마장기 오너들의 조종 실력 또한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커스텀 개조가 진행이 된 마장기는 적들에게는 검은 악마라 불리는 한시진의 데스 사이더였다.

“화랑. 화랑이라고 부를게요.”

“화랑?”

“네. 대한제국에서는 마장기와 비슷한 무기들을 가리켜 화랑이라고 불렀어요.”

그렇게 데스 사이더 -화랑의 개조가 시작되었다. A등급 마장기인 탓에 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리스만 십 억정도가 소모되었고, 그 외 부수적으로 소모된 자원들을 합하면 대략 십오억 정도의 리스가 소모되었다. 하지만 한시진이 보여줄 수 있는 나중의 가치를 생각하면 십오억이라는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브뤼헤아 비쉬?!”

“이거 하이 코넷 윗치에 대한 개발부터 먼저 시작해야겠는데?”

“이제 전용기 개발을 끝냈다 싶었는데……. 쉴 시간이 없구만.”

“투덜거릴 시간 없어. 당장 연구에 들어가야 돼.”

전용기 개발을 마친 팀 갈리는 공돌이는 마족의 SSS랭크 마법 병종인 브뤼헤아 비쉬의 연구에 들어갔다. 먼저 SS랭크인 하이 코넷 윗치의 연구부터 시작해야 됐지만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라는 게 호의 생각이었다.

팀 공돌이의 무시무시한 시너지도 시너지였지만 최근 팀 공돌이의 멤버들을 모두 S등급까지 승급을 시키며 연구의 효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높은 등급으로 승급을 시키고 싶었지만, SS등급부터는 구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리는 재료들을 필요로 했다.

“계속 이렇게만 시간을 보내면 아무 걱정도 없겠는데?”

점점 완료되는 연구 기술들이 늘어나고 있고, 커스텀 개조를 통해 마장기 전력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다. 엑스칼리버를 비롯한 마장기 생산도 별다른 차질이 없었다.

디아린이 이끄는 디아린 상단 역시 대륙을 누비며 막대한 이문을 가져다주고 있었고, 영토의 개발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의외로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거라 생각했던 수인 왕국의 행동은 아직까지 잠잠했다.

십이멀 중 다섯을 포함해 백 오십 만에 가까운 병사들을 잃은 게 꽤나 큰 타격이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사파리의 대 회의는 이번 패배의 책임으로 아쉬토를 지목했고, 현재 아쉬토를 지지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끼리 한창 싸움이 붙은 모양이었다.

당연히 호로써는 잘 된 일이었다. 그들이 싸움을 멈추고 다시 자신에게 이빨을 세울 무렵에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상승해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오늘도 시작해 볼까?”

호의 일과는 간단했다.

먼저 영지의 업무를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영웅들의 등급을 상승시키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일, 이 두 가지가 다였다. 그것도 레피스트 퓨리온이 토슬치의 업무를 돕기 시작하면서 영지의 업무는 대부분 그녀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덕분에 호가 하는 일이라고는 영웅들을 승급시키는 데 필요한 아이템들을 구하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영웅이 S등급으로 승급할 예정에 있었다.

“음무어?! 히, 힘이 솟구친다!”

짙은 녹색의 빛이 웃소를 휘감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짐승신의 축복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는 승급이라 불리는 광경이었다.

“F등급에서 S등급이라.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할 때도 저런 영웅은 키워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웃소를 보며 호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워낙에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는 A등급 이상의 영웅들만 손에 넣어도 충분히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등급이 낮은 영웅들은 버려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세계는 달랐다. F등급이나 A등급이나 등급의 차이만이 있을 뿐 똑같은 하나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등급이 변화할 때마다 외형은 물론이고, 태도, 성격까지 조금씩 바뀌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어째서 플레이어들이 부모님의 마음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려고 하는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웃소의 몸을 휘감았던 녹색의 빛이 사라지고 S등급으로 성장한 그가 모습을 드러낼 무렵이었다.

띵동.

-퀘스트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에 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변했다.

* * *

“푸르르륵.”

강철같이 단단한 근육을 지닌 우(牛)인 남성이 거칠게 투레질을 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이름은 수소, 우인들의 족장이자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내였다.

“무려 백오십 만이 죽었소! 백오십 만이! 그 패배의 원흉이 누구요? 당연히 병사들을 이끌던 호인들이 아니오?!”

“티르거만 지휘관이었소? 화이트베는? 리셴르나의 배신은 누구의 책임으로 물것인데?!”

“뭐라고?! 티르거 녀석이 멍청하게 병사들을 꼴아 박지만 않았어도 이긴 전쟁이었어! 쿠웡!”

“웃기시네! 소환자의 알량한 유인책에 넘어가 개미굴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뒤진 주제에! 그러니까 미련 곰탱이라고 그러지!”

수인 왕국의 대회의라는 말이 초라할 만큼 회의장은 난장판이었다. 세력 다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겠지만 문제는 이들의 싸움이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히히힝. 어휴. 쉬벌.”

그런 수소의 옆으로 온몸에 상처자국이 가득한 마(馬)인 하나가 구시렁거리며 다가왔다. 수소와 마찬가지로 마인족의 대장로직을 맡고 있는 포니였다.

“이 놈의 나라는 멀쩡할 날이 없어. 아무리 우리들이 종족 연합이라고 해도 허구한 날 저게 뭔 꼴이야? 히힝.”

자신들의 적인 소환자 윤호는 조인들과 다람쥐족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세력을 날름 집어삼켰다. 원인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세 개 종족의 그의 손에 무너진 것이다. 그뿐인가? 수인 왕국이 자랑하는 용맹한 전사인 십이멀 중 두 명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또한 수인들의 전설적인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의 유물까지도 손에 넣기까지 했다.

수인 왕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대세력이 등장한 마당에 아직까지도 대회의는 서로의 책임만을 물을 뿐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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