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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64화 (264/522)

# 264

리그너스 대륙전기 264

“나는 크리솔라이트 부족을 비롯해 알르드에 거주하는 많은 종족들의 평화를 위해 당신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띵동.

-그린 드래곤 레피스트 퓨리온이 동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녀는 이상향이라 불리는 알르드의 평화가 깨어지지 않는 한 소환자 윤호를 도울 것입니다.

레피스트 퓨리온의 말이 끝나고 메시지가 뜨는 순간 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드래곤을 동료로 만든 것이다.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띵동.

-드래곤의 지식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연구가 발견되었습니다.

-용족 병종의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드래곤 스케일을 이용한 무구와 장비의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용족 관련 건물들의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좋았어!”

계속해서 나타나는 메시지를 보던 호는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놀란 레피스트 퓨리온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는데요?”

“제가 살던 세계에서 드래곤은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존재나 다름없었죠. 그런데 퓨리온 님이 저를 도와주신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그만…….”

“그런가요?”

호의 말에 퓨리온은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신 라헬이 소환한 다른 차원의 존재들도 드래곤을 우러러본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어쨌든 레피스트 퓨리온이 동료가 된 것은 큰 성과였다.

게다가 이제부터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만능 병사들이라 불리는 용족의 병과를 연구할 수 있었다. 실버 문과 같은 SSS랭크의 병사들이 있는 만큼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그들을 뛰어넘은 강력한 병사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퀘스트를 완료할 걸 그랬나?’

그러나 최근에 있었던 사건사고들을 떠올리며 호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라도 퀘스트를 완료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흠흠. 그렇군요. 다른 차원의 존재들도 우리 드래곤을. 음음.”

가벼운 콧노래가 호의 귀로 들려왔다. 콧노래의 주인공은 당연히 레피스트 퓨리온이었다. 소환자들이 드래곤을 우러러본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꽤나 기분 좋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차원을 넘어온 소환자와 인연을 맺었는데 그냥 보내면 우리 드래곤들의 명성이……. 아 참! 혹시 필요한 거라도 있으세요?”

그렇게 한참을 흥얼거리던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호의 시선을 느끼고는 입을 열었다.

“네.”

퓨리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가 대답했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그녀만이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마침 필요하던 참이었다.

* * *

[5단계–그린 드래곤은 자애로운 성격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편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인해 레피스트 퓨리온은 플레이어의 영토에 살고 있는 종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 요구를 들어주면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호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통해 크리솔라이트의 꿈 퀘스트의 다음 단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고는 슬쩍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실버문들과 함께 말을 타고 움직이는 한 여인이 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린 드래곤, 레피스트 퓨리온이였다.

‘퓨리온 산맥에 살고 있는 크리솔라이트 부족들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위치는 바리안스의 대지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그녀는 퀘스트의 말마따나 호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상황이었다.

“터전이라면 분명 마을을 의미하는 거겠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할 무렵 이와 비슷한 퀘스트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돈과 자재를 쏟아 부어 마을을 건설하라는 의미였다. 마을의 위치는 크리솔라이트 부족과 상의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흐냥냥냥!”

그런 호의 귀로 브로리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린 드래곤의 가죽갑옷 덕분이었다. 이로써 브로리의 승급 아이템 중 세 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남은 것은 +9 허리케인 글러브와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 그리고 후작의 증표였다.

“이곳이 이 세계의 종족들에게 알르드라 불리는 당신의 영지로군요!”

마족, 엘프, 수인, 드워프, 인간들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는 모습이 그린 드래곤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여행 끝에 군트락에 도착한 그녀는 무어가 그리 궁금한지 하루가 멀다 하고 밖을 쏘다녔다. 어느새 수인 왕국과의 전쟁이 끝난 지도 4 개월 정도가 흐른 탓에 군트락은 전쟁의 복구 작업을 끝내고 새로운 건물들의 건설이 한창이었다.

덕분에 군트락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토슬치는 림드 산맥에서 수송되어 온 리스와 식량 그리고 자원들에 힘입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번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도 이런 마을을 만들어야겠어요!”

그리고 한참 토슬치 성을 돌아다니던 레피스트 퓨리온이 집무실에 있던 호를 찾아와 말했다.

“……크리솔라이트 부족을 위한 마을은 이미 건설 중에 있습니다.”

크리솔라이트 부족을 위한 마을은 바리안스 대지의 남쪽, 드워프들의 영토 가까이에 건설이 되고 있었다. 마을의 이름은 크리솔라이트 부족의 이름을 딴 크리솔라이트로 대륙의 남쪽을 통해서 넘어오는 상인들이 제덴 사막을 넘기 전 휴식처가 될 도시였다.

“아뇨!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네?”

“이 알르드는 제가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공간이에요! 모두가 평화롭게 그리고 조화롭게 자신들의 역할에 맞춰서 살고 있죠. 저는 이러한 축복을 다른 종족들에게도 안겨다 주고 싶어요!”

“아아.”

레피스트 퓨리온이 무슨 뜻으로 말을 꺼냈는지 깨달은 순간 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들이 필요했다.

“레피스트 퓨리온 님의 뜻에는 저도 깊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호는 자신의 앞에 쌓인 서류들을 보다가 퓨리온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레피스트 퓨리온

2. 성별 : 여(5323)

3. 종족 : 용족

4. 소속 : 그린 드래곤

5. 레벨 : 750

6. 직업 : 그린 드래곤(성룡)(SS)

7. 세부능력

통솔 : 750 / 750(SS)

무력 : 750 / 750(SS)

지력 : 750 / 750(SS)

정치 : 750 / 750(SS)

매력 : 750 / 750(SS)

8. 특성 : 마법의 종주, 스피드 비행, 짙은 녹색의 생명, 마장기 탑승 불가, 폴리모프, 끊임없는 탐구자…….

드래곤인 그녀는 모든 능력치가 SS 인 만능 영웅이었다. 이는 어떤 일을 맡겨도 뛰어난 효율을 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내정 및 군사 관련 명령은 물론이고 연구 개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다양한 특성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드래곤인 만큼 체력도 좋겠지?’

그리고 군트락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호 님을 위하여! 건물을 만들자!”

“호 님을 위하여! 열심히 훈련하자!”

만능에 가까운 영웅인 레피스트 퓨리온의 합류로 인해 토슬치의 발전 속도는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영웅들에게 맡기면 한 달 가량 걸릴 일들을 그녀는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곤 했다. 그렇게 퓨리온의 합류로 인해 여유가 생긴 호는 다시금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하나씩 진행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라홀로프 상단의 상단주 페이샬이 토슬치를 방문했다.

“수인 왕국 제일의 상단이라면 역시 호인족의 보호를 받는 호치 상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대의 라홀로프 상단과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지?”

“으음.”

호의 질문에 페이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그시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페이샬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큰 차이는 없어요. 호치 상단의 세력이 백이라면 우리 상단은 구십오 정도는 될 테니까요. 전부 제 앞에 계신 분의 덕분이죠.”

“그렇군.”

페이샬의 대답에 호는 고개를 주억였다. 라홀로프 상단과 알게 된 이후 꾸준히 노예들을 구입했던 영향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네.’

[상단-디아린 상단(신뢰)[50000 / 50000]-마법석, 가축, 광석]

상단–라홀로프 상단(호의)[46222 / 50000]-노예, 무기, 고리대금]

계속된 거래의 영향으로 조금씩 높아진 라홀로프 상단과의 관계는 현재 신뢰의 바로 아랫단계인 호의에 머무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노력해 라홀로프 상단과의 관계를 신뢰까지 높이고, 수인 왕국 최고의 상단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라홀로프 상단을 수인 왕국 최고의 상단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갑자기 왜?”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 그게 필요해.”

제안이 너무나 의외였기 때문일까? 의아한 표정을 짓는 페이샬을 향해 호가 말했다. 브로리의 SSS등급 만들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 그런 물품이 있던가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수인 왕국 최고의 상단이 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에에?”

미심쩍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페이샬을 향해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그렇게 나와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공략본에 따르면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는 수인 왕국 내에서 가장 세력이 큰 상단과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세력이 가장 큰 상단이라는 조건을 만족하게 되면 페이샬 역시 자연스럽게 알게 될 터였다.

더 이상의 대답이 없자 페이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라홀로프 상단과 호치 상단의 거래 규모는 고작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에 불과해요. 하지만 그 차이가 요즘 굉장히 크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어째서?”

“……무력이에요.”

페이샬은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만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호인족의 비호를 받는 호치 상단과는 다르게 라홀로프 상단은 페이샬이 직접 고용한 용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물품을 수송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 둘의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용병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A랭크가 최고 수준에 불과하니.’

덕분에 라홀로프 상단이 몬스터나 산적에게 공격을 당해 물건을 탈취당하는 확률은 호치 상단과 비교해 수 배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그렇게 생겨나는 손해들을 페이샬은 자신과의 대규모 거래로 메꿨던 모양이었다.

“최근 들어서 호치 상단과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어요. 전부 몬스터나 산적들 때문이에요. 호인족의 호위를 받는 호치 상단을 공격하느니 차라리 우리 쪽의 물건을 털겠다는 거죠. 그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멀리 돌아가거나 의뢰를 포기하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어요.”

“호위 병력의 부재가 문제라는 말이로군.”

“맞아요.”

디아린 상단 같은 경우에는 고민할 거리도 되지 않은 문제였다. 실버 문이 호위하는 그들은 S등급 던전 근처를 지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실버 문의 지원은 해줄 수 있지만. 그건 원치 않을 텐데?”

호가 말했다. 디아린 상단이 자신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단이라는 것은 대륙에 제법 알려져 있었다. 그들을 호위하는 실버 문 때문이었다. 현재 대륙에서 실버 문을 양성할 수 있는 세력은 림드 산맥의 패자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라홀로프 상단은 호와 거래는 하고 있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수인 왕국의 상단이었다.

‘플레이어의 세력이 아니라면 시스템 상 수인 병사들로만 호위를 구성하려고 하겠지.’

아무래도 림드 산맥에 전령을 보내 윙드 훗사르의 양성 명령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토슬치에는 육 천기가 조금 안 되는 윙드 훗사르만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호의 예상은 가볍게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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