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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62화 (26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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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262

가장 먼저 승급을 시킬 영웅은 다람쥐족의 영웅 제리의 유물 주인으로 낙점한 A등급 영웅인 라쿤이었다. 라쿤을 승급시킬 재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디아린 상단이라는 믿음직한 상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수인 왕국의 영토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라홀로프 상단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라 쉽게 의뢰를 넣을 수 있었다.

“이, 이건?! 우왓! 찍!”

-라쿤이 환상적인 크기의 원형 치즈를 보며 굉장히 기뻐합니다.

-라쿤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형 도토리 저금통을 보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라쿤이 +3 강화된 미스릴 레이피어를 얻고서는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찍! 영주님! 이 라쿤! 영주님에게 충성……. 어어?!”

호의 선물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라쿤이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눈치채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그리고 진녹색의 빛이 자신을 휘감는 순간 라쿤은 침을 꼴깍 넘기기 시작했다.

“찌찍! 소인에게 짐승신의 축복을 내려주시다니! 이 라쿤! 평생 영주님만을 모시겠습니다!”

잠시 후, S등급 영웅으로 승급한 라쿤이 호를 바라보고는 향해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쿵쿵 찍어 대었다.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심히 부담스러웠다. 승급이라는 것이 이 세계의 영웅들에게는 상당한 축복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호는 라쿤이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 오히려 잘 된 셈인가?’

어차피 제리의 유물인 A등급 마장기 프랭스의 오너가 될 예정인 이상 호는 앞으로 라쿤을 뼈 빠지게 굴릴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한 소녀가 빠르게 호에게 달려들었다.

“여, 연녹색의 빛을 봤다! 축복! 짐승신의 축복이 내려진 것이냐!”

소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브로리였다. 대체 어디서 빛을 목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달려온 그녀는 호의 앞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래. 방금 전에 라쿤에게 짐승신의 축복을 내렸어.”

“이럴 수가! 나는?! 나는?”

“안 그래도 승급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고 있어. 근데 그 재료들이 구하기가 쉬운 게 아니라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덕분에 디아린과 라홀로프 상단의 주인인 페이샬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리의 승급에 필요한 재료 중 호가 손에 넣은 것은 두 개 밖에 없었다. 그만큼 SSS등급으로의 승급은 쉽지 않았다.

“어째서? 라쿤 녀석은 금방 걸렸는데?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

“라쿤은 약하고 넌 강하잖아. 강한 녀석을 더 강하게 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알아?”

“아하! 그렇군! 이 몸은 강하니까. 음음! 당연한 말이지.”

호가 적당히 대꾸하자 브로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S등급으로 승급한 라쿤을 향해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

“S등급 밖에 되지 않는 루저 녀석.”

“찌, 찌익?!”

순식간에 수긍을 하는 브로리의 모습이 꽤나 웃기긴 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웅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을 희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아이템의 획득 난이도 역시 올라갔다. 특히나 브로리는 SS등급의 영웅인데다가 금파신이라는 유니크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는 영웅이었다. 그 어떤 영웅들보다도 승급 난이도가 높은 게 당연했다.

‘그래도 이 녀석, SSS등급으로 승급시키면 엄청날 텐데.’

지금도 일대일로는 수인 왕국의 대왕 아쉬토와 맞먹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력을 자랑하는 영웅이었다. 하물며 SSS등급으로 성장한다면? 지금 당장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훗날 라헬의 오호신장과 신의 군대를 상대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SSS등급으로 승급시켜 달라고 졸라대는 녀석이었기에 호는 브로리의 승급표를 열었다.

<브로리의 SSS등급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

-+9 허리케인 글러브(SS등급의 던전인 폭풍 바람의 신전에서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강화가 쉽지 않으므로 해양석과 마정석을 몇 만 상자이상 쌓아놓고 시도하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수인족의 정수 9 개(수인족의 수도인 사파리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A등급 전용기(마장기가 아닌 전용기입니다. 전용기 연구 개발을 끝내셔야 합니다.)

-수인의 축복을 받은 하늘하늘한 드레스(상인에게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물건을 구입하려면 수인 왕국에서 가장 세력이 큰 상단과의 친밀도를 신뢰까지 올려야 합니다. 신뢰 -> 친애 -> 호의 -> 관심 -> 평상 <-불신 -< 경계 -< 적의 <-험악 순입니다.)

-그린 드래곤의 가죽갑옷(상인을 통해서 구하거나 직접 드래곤을 사냥하신 후 대장간을 통해 제작하시면 됩니다.)

-후작의 증표(열 개의 영토를 획득해 대륙에 세력을 세운 후 브로리를 후작으로 임명하시면 됩니다.)

<브로리가 SSS등급으로 승급 시 얻을 수 있는 클래스>

-SSS등급,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제천대성’ / 100%의 확률로 전직합니다.(유니크 클래스)

[통솔 SS급, 무력 SSS급, 지력 A급, 정치 A급, 매력 S급]

‘허 참…….’

아이템을 보니 절로 욕이 나올 정도였다. 그나마 코우랄라의 존재로 인해 A등급 전용기와 라홀로프 상단을 통해서 구한 수인족의 정수로 인해 필요한 아이템 중 두 개는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템은 도저히 마련할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쉬운 게 후작의 증표겠네.”

오히려 전쟁을 통해서 영토를 차지하는 게 쉬울 정도로 다른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특히나 그린 드래곤의 가죽 갑옷은 어떻게든 그린 드래곤을 사냥해 가죽을 얻어야만 했다. 상인을 통해서 구한다? 솔직히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

그 순간 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린 드래곤이라는 단어를 잠시 보고 있다 보니, 잠시 잊고 있던 퀘스트가 떠오른 것이다.

‘크리솔라이트의 꿈!’

SS등급의 퀘스트로 9단계로 이루어져 있는 연계 퀘스트였다. 그리고 호는 현재 크리솔라이트의 꿈 퀘스트 중 4단계를 진행 중에 있었다.

“엘프들의 수도 트오세로 디아린 상단을 보내야겠군.”

“트오세로? 어째서?”

가벼운 혼잣말이었는데 그새 들은 모양인지 브로리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숨겨야 할 내용은 아니었기에 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계수의 가지를 구하기 위해서. 크리솔라이트 부족이 살고 있는 코르다에 세계수를 심을 생각이야.”

“세계수의 가지를 심는다고 세계수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건…….”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엘프라면 세계수의 가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는 있겠지.”

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중요한 것은 퀘스트의 성공 여부였고, 레피스트 퓨리온은 세계수의 가지를 구해오면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했었다.

‘그 레피스트 퓨리온이 바로 그린드래곤이란 말이지.’

가죽갑옷을 만드는 데 드래곤의 가죽을 통째로 벗겨낼 필요는 없을 터였다. 더욱이 브로리의 신체는 작기까지 했다. 어차피 크리솔라이트의 꿈 퀘스트도 진행을 해야 했다. 퀘스트의 유효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미적거리다가 영주성에 브레스가 날아오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 * *

“세계수의 가지요? 와……. 트오세까지 가야 되네요. 휴우. 워낙 먼 길인 만큼 다녀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호의 의뢰에 디아린은 투덜거리긴 해도 군말 없이 먼 길을 떠났다. 전과는 달리 엘프 왕국과의 관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던 터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러면 이제는 피닉스를 찾아볼까.”

다람쥐족의 전설적인 영웅 제리의 유물이자 A등급 마장기인 프랭스는 며칠 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연히 프랭스의 오너는 라쿤이었다.

“이 라쿤!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충성! 충성하겠습니다아! 영주님!”

프랭스의 오너가 된 라쿤은 짐승신의 축복을 받았을 때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땅바닥에 머리를 찍어댔다. 행동만 보면 충성도가 최소 200 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조인들의 전설적인 마장기인 피닉스를 찾는 여정은 굉장히 쉬웠다. 호의 명령을 받은 팔쿤이 이미 조인족의 전설적인 영웅 꼬꼬의 무덤을 찾아놨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던전 내부를 직접 공략해 몬스터들을 싸그리 쓸어놓기까지 했다.

“이래서 유능한 영웅은 진짜 다르다는 거군.”

한 마디로 호는 몸만 가서 유물만 챙겨오면 됐다.

“피, 피닉스를 저에게 말씀이십니까? 꼭?”

피닉스는 당연히 팔쿤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팔쿤이 조인 영웅 중 가장 유능한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열 두 개의 유물 중 네 개를 손에 넣은 호는 군트락의 발전에 신경을 쓰면서 새롭게 등용한 영웅들의 승급 작업을 진행했고, 그와 동시에 기존 영웅들의 등급도 하나씩 높이기 시작했다.

영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분명 많은 영웅이 필요했다. 하지만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중이떠중이보다는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특수 클래스를 지닌 엘리트 영웅들이 더 중요했다. 등급을 높일 영웅들은 대부분 수인 영웅으로 선택되었다. 이번에 호가 차지한 영토가 원래는 수인족의 영토인 만큼 수인 영웅의 승급 재료를 구하는 게 다른 종족들에 비해 난이도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어? 호 님. 오래마네 뵈어오. 저 이지 아느셔조?”

“아아? 호 님. 제 모미 이사해오!”

그렇게 해서 아직까지 B등급에 머무르고 있던 리젤 칼리노가 A등급을 뛰어넘어 S등급의 영웅으로 승급했다. S등급으로 전직한 리젤 칼리노의 클래스는 숲의 주문술사. 클래스 명만 보면 따뜻한 숲의 치유력으로 수인들을 회복시켜주는 사제 계통의 클래스로 보이겠지만 숲의 사제는 치유가 아닌 공격 마법 특히 약화 마법에 특화된 클래스였다.

“음뭐어? 내가 웃소?!”

웃소 또한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승급했다.

‘장족의 발전이네.’

에스트라다에서 처음 웃소를 등용했을 때만 해도 그는 고작 F등급의 영웅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쓰레기 중의 쓰레기 영웅이었다. 그랬던 웃소가 지금은 충분히 한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A등급 영웅이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웃소 녀석은 더 키워야겠는데?”

짐승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에 촉촉하게 젖은 커다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웃소를 뒤로 한 채 호는 웃소의 승급 재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인족 역시 다람쥐족과 마찬가지로 세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수인족의 열두 종족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종족이었다. 그런 우인족의 영토가 한시진이 다스리고 있는 디치 플레이스만과 마주하고 있었다. 훗날 우인족의 영토를 손에 넣고 전설의 유물을 손에 넣으려면 높은 등급의 우인 영웅이 필요했다.

“웃소가 딱 제격이지.”

제법 고참급에 속하는 영웅인데다가 이제껏 군말 없이 묵묵히 일만 해왔던 녀석이었다. 이제는 그 보상을 받을 때가 되었다.

“어디 보자. 환상적인 맛을 지닌 최고급 비프스테이크? 동족상잔을 시키라는 거야 뭐야?”

“미스릴로 만든 코뚜레? 이런 걸 좋아한다고?”

“황금 쟁기……?”

호가 웃소의 S등급 승급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려고 할 무렵, 트오세로 떠났던 디아린이 군트락에 도착했다. 그녀는 엘프 왕국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고와 함께 세계수의 가지를 다섯 상자나 구해왔다.

“고생했어. 이렇게나 빨리 구해오다니 역시 디아린 상단의 상단주다운걸?”

“덕분에 돈을 원 없이 쓰기는 했어요. 다행히 예상보다 깐깐하게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아, 그리고 트오세에서 아르카니움 슈팅스타를 목격했어요.”

“아르카니움 슈팅스타?”

디아린이 말한 아르카니움 슈팅스타를 떠올리던 호는 이어서 낮게 신음했다. 아르카니움 슈팅스타는 SS랭크의 엘프 궁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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