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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61화 (26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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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261

“좋아. 이다음은 조인들의 유물을 찾을 차례인가?”

이미 팔쿤에게 조인족의 유물에 대해 조사를 해 놓으라고 명령을 내린 참이었고, 군트락에서도 다람쥐족의 유물에 대해 탐문이 이뤄지고 있었다.

무려 A등급 마장기 그것도 전용기를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인 만큼 전력을 높이는 데는 이만한 퀘스트도 없었다. 게다가 난이도 역시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빨리 퀘스트를 수행해 전력을 끌어올리라는 누군가의 배려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탐험하는 일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바트로스라는 S등급 마장기를 얻을 수 있는 수인들의 전설에 관한 연계 퀘스트들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퀘스트가 공략되어 있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도 없는 정말 이 세계만의 오리지널 퀘스트였다.

그것도 대단한 보상을 주는 퀘스트였다.

“찍찍? 한때 묘인들을 한 손에 가지고 놀았던 제리라는 영웅이 있었지요.”

“찍. 맞아! 그 묘인 녀석 이름이 톰이었던가? 정말 멍청한 놈이었어!”

“맞아! 톰 앤 제리!”

찍찍거리며 자신들끼리 신나하는 다람쥐족을 보며 호는 나지막한 신음성을 흘렸다.

“……톰 앤 제리? 이거 정말 오리지널 퀘스트가 맞긴 한 거겠지?”

이상한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했을 때는 경험해 본 적도,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들어본 적도 없는 퀘스트였다.

“찌익. 호 님! 영웅 제리님의 치즈 무덤이 군트락 어딘가에 있는 모양입니다.”

다람쥐족의 A등급 영웅 라쿤이 쪼르르 달려와 말했다. 이번에 군트락에서 등용한 이 녀석은 한때 다람쥐 부족의 병사들을 이끌고 호에게 맞섰던 수인 영웅이었다. 하지만 토슬치 공성전에서 다람쥐족이 대패를 한 이후 패잔병들을 이끌고 유랑생활을 하던 도중 빠르게 변화하는 토슬치의 모습과 이상향이라 불리는 알르드에 감화되어 투항을 결정, 지금은 호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귀여운 이름도 이름이었지만 능력도 괜찮은데다가 눈치까지 빠른 녀석이라 호가 내심 유물의 사용자로 점찍어 두고 있는 녀석이기도 했다. 물론, 라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한 몫 했다. 라쿤은 조인의 십이멀 팔쿤과 마찬가지로 영웅의 충성이라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알르드를 배신할 확률이 극히 낮았다.

“제 생각으로는 치즈 무덤이 숨겨져 있는 장소가 아무래도 슬라이스 평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슬라이스 평원?”

“그렇습니다, 찍. 과거 우리 종족의 영웅들은 전부 슬라이스 평원에서 치즈를 먹으며 생을 마무리하셨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찍!”

“슬라이스 평원이라…….”

라쿤의 말에 호는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열었다.

공략본에 따르면 군트락에서 가장 넓은 평원인 슬라이스 평원에는 세 개의 던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두 개는 C, D 등급의 던전으로 대단치는 않은 곳이었지만, 리코타 치즈성 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던전은 무려 S등급의 던전이었다.

“보나마나 여기겠군.”

제리의 치즈 무덤으로 알려져 있는 리코타 치즈성. S등급의 던전이라지만 공략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적이다!”

“하나, 둘, 셋?! 마장기가 세 기 입니다! 모두 B등급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공략본과는 다르게 치즈성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세 기의 B등급 마장기가 호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 탓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코우랄라를 손에 넣은 브로리가 가볍게 처리했다. 마장기의 등급이 괜히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닌 듯, 전설의 마장기를 손에 넣은 브로리는 B등급이었던 골든 스테이트를 탑승할 때와는 한 수 위의 강력함을 보이고 있었다.

“제리? 그 녀석이 남긴 유물이 뭐라고 했지?”

그렇게 리코타 치즈성을 공략하며 한창 자신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두들겨 패던 브로리가 궁금했는지 호에게 통신을 보냈다.

“랭스. 풀네임으로는 프랭스라고 하더군.”

그렇게 대답을 한 호는 슬쩍 라쿤을 바라봤다.

다람쥐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의 영웅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일까?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며 몬스터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대다수의 수인들에게 약소 부족이라고 알려진 다람쥐족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용맹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랭스. 이름만 들어도 강력해 보이는데? 저 녀석 줄 생각이지?”

호의 고개가 라쿤에게 향한 것을 본 브로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뭐, 그럴 생각이야. 다람쥐족의 유물인 만큼 다람쥐 종족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저 녀석 성격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음. 그렇긴 하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나에게 황금덩이를 가져다주더군. 윤호군의 최강자인 이 몸을 존경한다나”

“……헐.”

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브로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마장기를 움직였다. 리코타 치즈성의 구조는 총 두 개 층으로 각 층이 굉장히 넓게 이루어진 던전이었다. 게다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더 강력한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당연하지만 호가 이끄는 병사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이 치즈는 내껀데!”

원통한 비명과 함께 리코타 치즈성의 최종 보스가 쓰러졌다. S등급 던전의 최종보스답게 실버문 부대를 상대로도 우위를 점하는 강력함을 보이던 녀석이었지만 호를 비롯해 브로리와 마장기 편대가 합세하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여기가 끝 아닌가?”

그리고 보스를 쓰러뜨린 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띵동.

-던전의 전리품 수급이 끝났습니다.

-S등급 던전 리코타 치즈성을 공략함으로서 121920리스와 197350 의 식량을 획득했습니다.

-S등급 던전 리코타 치즈성을 공략함으로서 아이템 ……

라코타 치즈성의 공략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람쥐족의 영웅 제리의 유물에 관한 단서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빼놓고 온 방이 있던가?”

“아니, 모든 통로를 샅샅이 수색하면서 왔다.”

“흐음.”

호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이 성이 아니면 남은 C, D 등급의 던전에 제리의 유물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 그 때였다.

“여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보스의 방을 수색하던 실버 문 하나가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리고 마장기에서 내린 호가 실버 문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뭐지?”

“통로입니다. 아무래도 위층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버 문의 보고에 호는 그가 가리키는 장소를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통로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크기가 굉장히 작군.”

“저건 나도 못 들어가겠는데?”

어느새 호의 옆으로 다가온 브로리가 통로의 크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흐응하는 콧소리와 함께 감이라도 잡은 듯 라쿤의 머리를 콕콕 건드리며 말했다.

“이 녀석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 그렇겠군.”

통로의 크기가 작기는 했지만, 다람쥐족이라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크기였다. 앞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제리의 유물이 이 리코타 치즈성에 숨겨져 있다면 눈에 보이는 통로는 제리의 유물로 안내해주는 가장 확실한 단서로 보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호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라쿤이 번쩍 손을 들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종족의 부흥을 이끌었던 제리님의 유물을 얻어 우리 다람쥐족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릴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뭐. 그렇다면야."

굳이 막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영웅 중 통로로 들어갈 수 있는 영웅은 다람쥐족인 라쿤 밖에 없었다.

그렇게 라쿤이 구멍 안으로 들어섰고, 주변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라쿤이 통로의 반 정도를 통과했을 무렵이었다.

띵동.

-다람쥐족의 전설–제리의 무덤에 진입합니다. 진입 조건을 확인합니다……. 실패.

-진입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진입 조건은 다람쥐 부족의 S등급 영웅입니다.

“쿠아아악!”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요란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조그마한 제리의 몸이 용수철마냥 뒤로 튕겨져 나왔다.

“진입 조건이라니?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주려고 조건까지 있어?”

그리고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호는 황당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시바나 코우랄라를 얻었을 때는 이런 조건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이럴 수가. 이 몸이 부족해서 제리님의 유물을 얻지 못하다니…….”

방금 전에 벌어진 일의 연유를 파악한 라쿤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용수철마냥 뒤로 튕겨져 나간 물리적인 충격보다는 제리의 무덤에 거부를 당했다는 정신적인 충격이 훨씬 큰 것 같았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일단 저 구멍이 제리의 무덤으로 향하는 통로는 맞는 거 같아. 하지만,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S등급 이상의 다람쥐족 영웅이 필요한 모양이야.”

호의 말에 라쿤의 어깨가 다시 한 번 축 쳐졌다. 그런 고위 영웅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다람쥐 종족이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려 있었다.

“S등급?”

그러나 라쿤과는 달리 호의 말을 들은 브로리는 별일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윤호. 너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잖아?”

“어, 어렵지 않은 일이라뇨? 혹시 저 말고도 다른 다람쥐족 영웅이 호 님을 따르고 계셨던 겁니까?!”

눈을 크게 뜨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라쿤의 모습에 브로리는 피식 웃더니 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저 녀석은 말이야. 니가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을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단 말이지.”

“대단한 것? 그게 뭡니까?”

머리 위로 물음표를 가득 띄우는 라쿤을 보면서 브로리는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큼큼. 저 녀석은 우리에게 짐승신의 축복을 내려줄 수 있어.”

마치 대단한 비밀을 말해주는 것 마냥 브로리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만 평평한 가슴을 쭈욱 내밀며 말했다.

“지, 짐승신의 축복!?”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각각의 영웅들이 특별하게 좋아하는 아이템을 이용해 영웅을 성장시키고 등급을 높이는 것을 가리켜 승급 작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게임과는 달리 이 세계의 영웅들은 그런 행위를 누구의 축복이라고 불렀다. 엘프 같은 경우에는 세계수의 축복, 마족은 어둠의 축복, 그리고 수인들이 짐승신의 축복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축복은 오랜 시간을 사는 이 세계의 영웅들은 평생을 걸쳐 한 번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짐승신의 권능을 우리 영주님께서?!”

브로리의 말을 들은 라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어쨌든 호가 짐승신의 축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내가 이미 몇 번이나 목격한 바 있다고. 그 멍멍거리는 로우덴 녀석도 SS등급으로 올라섰고 말이야.”

말과 함께 호는 브로리의 뜨거운 시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로우덴을 승급시킨 후 자신에게도 짐승신의 축복을 내려달라고 난리를 쳤었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의 땡깡은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브로리는 라쿤에게 짐승신의 축복을 내려 제리의 유물을 차지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슬슬 승급 작업을 할 때가 되기는 했지.’

영토가 넓어짐에 따라 또다시 영웅들이 수가 부족해지면서 여러 영지에서 행정 및 군사 업무를 맡을 영웅들을 찾고 있었다. 그게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하면 일단 보이는 영웅들은 천족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등용하는 수준이었다. 호가 머무르고 있는 토슬치도 마찬가지로 한 명의 영웅이 주점에 상주하면서 토슬치를 방문하는 영웅들을 꼬드기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빠르게 영웅들의 수를 늘릴 수 있었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등용된 영웅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점과 충성심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승급이었다.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승급시키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각각의 영웅들이 필요로 하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아이템을 선물하면 되었다. 그 수는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정도로 많지는 않았지만, 영웅들의 중요도에 따라 필요한 아이템의 획득 난이도 역시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승급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템의 획득 난이도가 아니었다. 등장하는 영웅들이 워낙에 많다보니 각각의 영웅을 승급시키는데 어떤 아이템을 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호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 하던 시절 게임 커뮤니티에는 영웅들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의 정보를 물어보는 내용의 글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곤 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게 필요 없다는 말씀.”

관우는 내 여자. 전설이나 다름없는 이 게이머의 공략본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굳이 영웅들 개개인마다 친밀도를 높이고 대화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지 않아도 영웅들의 승급에 필요로 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모두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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