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
리그너스 대륙전기 246
[숙련도
인간족 마장기 – C등급(1000 / 1000), B등급(0 / 1000)
엘프족 마장기–제작 불가
⋮ ]
띵동.
-계속된 마장기의 제작에 영향을 받아 영지 장인들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인간의 B등급 마장기와 관련된 연구 기술이 해금되었습니다. 모든 기술의 개발이 끝나면 인간족의 B등급 마장기 엑스칼리버의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바로 자넷과 골드 이글을 제작하며 빠르게 기술 숙련도를 높인 장인들이 B등급 마장기인 엑스칼리버를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연구해라! 눈을 감지 마! 졸더라도 머릿속은 프로젝트에 관한 것만을 생각해!”
“너희들에게 휴식은 없다! 지금은 크런치 아니 슈퍼 크런치 모드가 발동된 상황이란 말이다!”
“근성을 보여!”
“앗! 여기 쓰러졌다! 포션! 포션을 가져와!”
덕분에 갈려나간 것은 다름 아닌 팀 ‘갈리는 공돌이’ 소속의 노예, 아니 영웅들이었다.
전 세계의 모든 프로젝트에는 연구원들의 피, 땀, 눈물이 섞여 있다는 말처럼 인간 영웅들의 닦달과 함께 입에 포션을 달면서 생활하던 엘 브릭과 공돌이들은 결국 믿기지 않는 속도로 엑스칼리버 관련 기술 연구를 끝냈다.
오죽하면 호가 그런 공돌이의 연구 속도에 순간적으로 에디터? 라는 생각을 떠올렸을 정도였다.
[엑스칼리버(B등급 마장기–인간족)
C등급 마장기인 골드 이글의 발전 기체로 MLC 라는 강력한 마력포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 당연히 발전 기체인 만큼 골드 이글에 비해 많은 기능과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근접전 능력이 부족한 골드 이글과는 달리 근접전에서도 좋은 위력을 보이는 휴머니온 단검을 보조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양성 비용–7억 리스, 휴머니온 합금 600상자, 마정석 1500상자, 해양석 1000상자…….]
외형만 놓고 보면 마력포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엑스칼리버는 고성능의 원거리 마장기로 생각하기 쉬웠다. MLC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주력 병기라 할 수 있는 이 마장기는 휴머니온 단검의 존재로 인해 근접전에서도 뚜렷한 약점을 보이지 않는 전천후에 가까운 마장기였다. 출력 또한 나쁘지 않았다.
물론, 원거리 및 근거리 전투가 모두 가능한 엑스칼리버의 능력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숙련된 실력의 마장기사가 요구되었지만 이 문제는 브로리가 해결할 수 있었다. 공돌이처럼 마장기의 오너가 될 영웅들을 죽도록 굴리면 적어도 한 사람 분의 임무는 해낼 수 있을 터였다.
마장기의 숙련도가 요구 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는 이 기체를 호는 앞으로 자신의 주력 마장기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엑스칼리버가 생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곧 주변 영지의 영주들에게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엑스칼리버?”
부하의 보고에 리셴르나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만 다시 입을 열었다.
“림드 산맥의 엑스칼리버는 소환자 윤호의 전용기로 알고 있는데? 그가 아멘드마를 방문한 모양이지?”
“그, 그게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아멘드마에 배치된 엑스칼리버는 총 세 기입니다. 그리고 오너로 생각되는 인간 기사들이 아멘드마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세 기?”
리셴르나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마장기 그것도 B등급 마장기 세 기가 국경에 배치된 것이다. 가뜩이나 실버 문과 윙드 훗사르, 할리온을 비롯한 다양한 고위 병종들이 경계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치하고 있는 수인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리셴르나의 마음이 무거워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B등급 마장기 세 기면 리셴르나도 무시하기 힘든 전력이었다. 게다가 상급 마족인 볼 붸르니체스와의 전투를 벌이면서 마장기 전력에도 구멍이 난 상황이었다.
게다가 코르다와 아멘드마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늘어나더니만 현재는 육 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거기에 자넷과 골드 이글로 이루어진 마장기 두 개 편대, 총 여덟 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장기로 삼을 수 있는 B등급의 마장기 전력까지 추가가 된 것이다.
“흑묘의 연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주술사들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올해는 지나가야 연구가 끝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군…….”
호의 군대를 대비해 리셴르나 역시 상급 병종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흑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스린의 암살자’의 상위 랭크 병사인 흑묘는 수인족의 S등급 보병으로 소규모 전투 특히 잠입과 기습전에 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영토에서 생산되는 자원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 병종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관련 연구 기술이 워낙 많은데다가 연구에 필요한 리스와 특산품을 모조리 충당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주술이라도 사용한 건가? 아니면 짐승신의 축복이라도 받았나?’
리셴르나는 수인족의 십이멀 중 하나로 바리안스 대지라는 드넓은 영토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윤호는 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는 소환자. 불과 3 년전 만 해도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영지 중 하나인 아트리그의 도발조차도 막아내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3 년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림드 산맥의 패자는 원인과 조인은 물론이고 엘프 왕국과 천족의 도발까지 물리치며 자신만의 세력을 키워나갔고, 순식간에 림드 산맥을 논란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알르드라 불리는 그들의 영토를 방문한 수인 여행자들은 수인 왕국의 수도인 사파리는 림드 산맥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촌구석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였다. 그 말을 쉬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믿기 힘든 속도로 발전하는 호의 군대를 보면 완전히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곤란해. 곤란해. 이거 정말로 곤란한데.”
리셴르나의 꼬리가 좌우로 움직였다. 림드 산맥의 패자와 수인 왕국은 빈말이라도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일단 림드 산맥 자체가 본래는 수인족의 영토였던 까닭이었다. 또한 수인 왕국의 대회의에 참가하는 부족 중 하나였던 원인들이 그의 손에 박살이 났다. 그 여파로 자신들의 세력을 잃은 원인들은 수인 왕국의 대회의에서 쫓겨났고 현재는 다람쥐 부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흠흠…….”
그래도 자신은 소환자 윤호와 사이가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호가 군사를 일으키면 자신의 전력으로는 막아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다른 십이멀들이 곤란에 빠진 자신을 도와줄 것 같지도 않았다.
“랙돌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하나?”
리셴르나는 사파리에 있을 묘인족의 수장을 떠올렸다. 랙돌이 얼마만큼의 병사를 내줄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주의적 성격이 강한 부족의 특성상 그리 많은 병사를 지원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대를 최대치로 잡아도 C등급 마장기인 캣츠 몇 기 정도나 지원을 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리셴르나의 생각이었다.
“아멘드마에 엑스칼리버가 세 기나 배치되었다는 것은 결국 소환자 녀석이 엑스칼리버의 제작에 성공했다는 건데……."
리셴르나가 슬쩍 성 밖에 배치되어 있는 C등급 마장기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믿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마장기의 제작은 그리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C등급 마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그녀조차도 B등급 마장기의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생산이 가능한 C등급 마장기도 두어 달에 한 대 정도나 제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멘드마에 배치된 엑스칼리버들이 증거로 있는 만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일단 소환자와 만나봐야겠어.”
여러 상상들이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리셴르나는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일단은 호를 향해 평화의 제스쳐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볼 붸르니체스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만큼 실력이 있는 녀석들은 보내기는 힘들었다. 영리하고 말을 잘하는 녀석이 필요했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
그러던 상황에 한 상단이 리셴르나의 영토를 방문했다. 수인 왕국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상단인 라홀로프 상단이었다. 그리고 라홀로프 상단주인 페이샬은 리셴르나의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흐응. 그래서 소환자 윤호를 만나달라는 거지?”
“맞아. 냥. 최근 아멘드마와 코르다에 배치된 병사들의 수가 늘어난 게 영 불편해서 말이야.”
리셴르나의 말에 페이샬은 캣닢을 길게 흡입하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흐냐아아앙. 역시 아트리그의 캣닢은 끊을 수가 없다니까. 머리가 날아갈 것 같은 게 당장이라도 천국에 도착한 것은 같은 기분이야.”
"캣닢이 필요하면 당장이라도 제공하지. 어쨌든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지?"
“어렵지는 않아. 어차피 이곳을 들렸다가 림드 산맥으로 향할 생각이었거든.”
페이샬의 대답에 리셴르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와 거래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지?”
“물론이지. 여기까지 끌고 온 노예들이 전부 어디로 갈 거라고 생각해?”
“림드 산맥이군.”
라홀로프 상단이 끌고 온 노예는 수천 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였다. 호는 그런 노예를 구입해 림드 산맥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모양이었다.
“니가 싼 값에 노예를 넘기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노예들을 전부 구입한다? 리스가 상당히 많은가 보군.”
“많다 못해 넘쳐나는 곳이지. 덕분에 우리 상단도 대륙에 세력을 넓힐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 제법 많은 이득을 봤거든.”
페이샬의 대답을 들으며 리셴르나는 눈을 감았다. 마침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가 빠른 그녀라면 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서로의 관계 역시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한참 캣닢을 흡입하던 페이샬이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부탁은 들어줄게."”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할게. 캣닢도 따로 몇 상자 챙겨놓도록 하지.”
말과 함께 리셴르나가 박수를 몇 번 쳤다. 그러자 아름답게 생긴 남성 묘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페이샬을 부축했다.
“흥흥흥.”
리셴르나와 대화를 나눈 페이샬은 다음 날 바로 노예들을 이끌고 디르시나로 향했다. 하지만 디르시나에 도착한 페이샬을 맞이한 이는 호가 아닌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었다.
“뭐라고요?”
“호 님은 지금 디르시나에 안계십니다.”
“어, 어디를 가신 거죠? 오늘은 우리 라홀로프 상단과 거래가 있는 날이라고……."
“그래서 디르시나의 영주 대리인 제가 나왔습니다만?”
아스트리드 벨이 담담한 얼굴로 페이샬을 응시했다. 그런 벨의 모습에 페이샬은 실수했다는 생각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눈앞의 소환자는 삼백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메갈로폴리스급의 초대형 도시인 디르시나의 영주 대리였다.
“죄송해요, 아스트리드 벨양. 당신을 무시하려 했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호 님에게 어떤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마음이 급했네요. 냥냥.”
“……알겠습니다.”
다행히 거래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차로 돌아온 페이샬은 자신의 이마를 감싸 쥐어야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가 디르시나에 머무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그 며칠 사이에 디르시나를 떠난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부하를 향해 페이샬의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되듯 흘러나왔다.
“호의 전용 마장기를 엑스칼리버라고 생각했던 터라 착오가 있던 모양입니다. 다시 알아본 결과 키마라이에 탑승한 채 소수의 호위병들과 함께 남서쪽으로 향했다고…….”
딱!
부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페이샬이 가볍게 자신의 손가락을 부딪쳤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부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사, 상단주님! 제발!”
“끌고 가. 그리고 나중에 마족의 영지를 지나갈 때 팔아버려.”
그렇게 끌려가는 부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페이샬은 다시금 마차의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남서쪽이라. 그렇다면 붉은 핏빛의 대지로 향했다는 건데, 흐음. 이상하네. 디르시나로 오면서 길이 갈렸나? 대체 어디로 간 거지?”
페이샬이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디르시나에서 거래를 마친 라홀로프 상단은 앞으로 블루 스케일과 미피츠 왕국을 거쳐 정령족의 영토로 향할 생각이었다. 호가 떠났다는 남서쪽과는 반대 방향이나 다름없는 루트였다.
“뭐, 리셴르나에게는 미안하게 됐네.”
그녀는 커티삭에 있는 자신의 친구를 생각하며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의뢰대금으로 받은 캣닢도 있으니 나중에 쓸 만한 노예들이나 몇 명 가져다 줘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