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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40화 (240/522)

# 240

리그너스 대륙전기 240

띵동.

-퀘스트 ‘대로 정비’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성공 등급은 SS랭크입니다. 경험치를 27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식량 부족’을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성공 등급은 A랭크입니다. 경험치를 6 획득했습니다.

디르시나로 돌아온 호는 병사들의 정비와 영지 발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장 림드 산맥 원정을 떠나기엔 정보가 부족했다.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퀘스트에 나온 내용대로 림드 산맥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수의 수인족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을 찾기 위해 당장 병사들을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캣 타워에서 마주쳤던 페일 캣어스처럼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 자신의 발목을 붙잡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에게는 자신의 명령을 따를 충실한 부하들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존재들. 바로 다크 엘프들이었다.

“호 님께서 말씀하신 위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적을 발견했다는 보고입니다. 상당히 큰 유적으로 추정되며 정찰대원들이 3 층까지 정찰을 마쳤다고 합니다.”

“다른 문제는 없었나?”

“유적 내부에서 견인들을 발견했습니다. 타락한 마력에 영향을 받은 모양인지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다크 엘프 영웅 진 카라얀의 보고에 호는 그들이 발견한 게 일반적인 유적이 아닌 던전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충돌이 일어났겠군.”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정찰대원 셋을 잃었습니다.”

다행히도 큰 충돌은 아닌 모양이었다.

“견인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였지?”

“A랭크 병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오래되어 보이는 마장기도 두기 발견했습니다.”

크게 문제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마장기를 발견했다고는 하나 고위 던전에는 마장기 수준의 능력을 보이는 괴물들이 더러 존재하곤 했었다.

다크 엘프들이 발견했다는 유적은 분명 강다리의 무덤이 틀림없었다. 퀘스트의 내용대로 유적 안에 수인들 그것도 견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타락한 마력에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중요시여기는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보고를 끝낸 진 카라얀을 내보낸 호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펼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강다리의 무덤에 관한 내용이 공략본에 적혀 있는지를 검색하기 위해서였다.

“어……?”

그리고 호는 의외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견인족의 무덤?”

공략본에는 강다리의 무덤이 발견된 위치에 견인족의 무덤이 존재한다고 나와 있었다. 심지어 이 견인족의 무덤은 수인 왕국을 멸망시킨 후 여러 퀘스트를 완료해야지만 발견할 수 있는 특수한 던전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어져 있었다.

“뭐야 이건? 진짜로 연관이 있는 건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이 세계의 이레귤러인 줄 알았던 퀘스트 수인족의 전설에 등장하는 강다리의 무덤이 공략본에 얼추 비슷한 내용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략본의 내용을 읽어보니 방금 전 진 카라얀에게 보고받았던 내용과 거의 흡사했다. 공략본에 나온 견인족의 무덤에는 A, S랭크 병사로 이루어진 견인 조상들과 함께 그들이 다루는 B등급 마장기 여섯 기가 존재한다고 나와 있었다. 보상 역시 적혀 있었다. 뼈다귀 여의봉이라는 SS등급 무기였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네.”

만약 강다리의 무덤이 공략본에 나온 수준에 불과하다면 어렵지 않게 공략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B등급 마장기 여섯 기가 조금 껄끄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브로리와 자신을 포함해 몇몇 영웅이 함께하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는 섣부르게 병사를 움직이지 않았다. 캣 타워에서 당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던 탓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크엘프들을 통해 또 다른 정보가 들어왔다. 강다리의 무덤에서 추가로 네 기의 마장기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정보를 들은 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견된 여섯 기의 마장기. 공략본에 나온 내용과 똑같았다.

“출진을 준비한다!”

호의 명령에 따라 병력이 편성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출진 명령에 브로리도 크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호가 출진하지 말라고 해도 강제로 출진할 기세였다. 그렇게 호가 출진 준비에 여념이 없을 무렵 예상외의 인물이 디르시나에 도착했다.

“시진아?”

호는 눈앞에 나타난 긴 생머리의 여인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파인플에서 조인족과 대치하고 있어야 할 그녀가 현재 자신을 향해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에? 파인플은?”

“머리가 좋은 묘인족 아기에게 맡기고 왔어요. 눈치도 있고 용맹도 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거예요.”

깡총거리며 대답하는 한시진의 말에 호는 재빠르게 정보창을 확인했다. 그녀의 말대로 파인플의 영주는 A등급 묘인족 영웅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의 명령도 없이 벌어진 일에 호는 기분이 떨떠름했다. 확실히 소환자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영웅들보다도 훨씬 자유로웠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최근 큰 충돌도 없었으니까 별 일 없겠지. 그런데 시현이 보러 온 거야?”

그렇다고 해서 한시진에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호가 특별하게 여기는 몇 안 되는 동료였다.

“아뇨. 오빠 보러 왔어요.”

“나를?”

“네.”

한시진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연한 쌍꺼풀이 진 눈을 깜빡거리더니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근 또 위험한 일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아…….”

캣 타워에서 벌어진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작은 사건은 아니었다. 마장기 세 기가 박살이 났고, 많은 병사들이 던전에서 사망했다. 브로리의 임기응변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사단이 일어났었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물며 전투에 참가했던 세 명의 영웅이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중상까지 입었다.

“파인플에서 그 소식을 듣는 데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오빠, 블루 스케일을 돕는 전쟁에서도 위험한 일을 겪었잖아요.”

“.."

한시진의 말에 호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언제나 강직하고 침착함을 보여줬던 그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물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벌써 두 번째예요. 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빠를 잃을 뻔한 게.”

한시진의 얼굴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 자신과 동생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전부 호 덕분이었다. 그를 믿고 의지하면서 이 무서운 세계에서 버텨나갔던 것이다. 그런 그를 평생 못 볼 뻔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그렇게 말을 하던 한시진이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결정했어요. 제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오빠 곁에 있으려고요. 괜찮겠죠?”

“음.”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가 합류한다면 강다리의 무덤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브로리의 함께 윤호군의 투톱이나 다름없는 마장기사가 바로 그녀였다. 하지만 깊은 생각에 잠긴 척 한시진의 표정을 살펴보던 호는 점점 눈물이 글썽거리는 한시진을 보고는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나도 보고 싶었어. 시진아.”

* * *

한시진이 합류하면서 출진 준비는 더욱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녀의 뛰어난 무력과 통솔력 덕분이었다. 레어 클래스 인피니티 소드를 보유하고 있는 한시진은 300 의 통솔력과 750 의 무력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예전 호가 건네주었던 +6 우스바 에스테리온이라는 무기의 영향을 받아 최종적으로 따지면 818 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시진의 유능함을 단순히 숫자로 표시된 능력치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한때 제국 기사 단장을 맡았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는 물론이고, 데스 사이더를 다루는 마장기 조종술 또한 대단한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야지.”

어쨌든 한시진의 클래스인 인피니티 소드는 특수 클래스라는 장점이 있기는 해도 고작 A등급에 불과했다. 이 세계에서 성장할 여지가 아직 세 단계나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생각과 함께 호는 공략본을 열었다. 한시진에게 어울릴 만한 클래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미리 생각했던 후보는 여럿 있었다.

“차가운 별의 분노, 우주의 검사, 검의 그림자 그리고…….”

호의 눈동자가 공략본의 가장 끄트머리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무수히 많은 벚나무를 의미하는 이름 천본앵이 적혀 있었다.

“천본앵도 나쁘지는 않지.”

한시진의 선택에 따라 결정이 되겠지만 다들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아무거나 선택을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는 게 호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검의 그림자와 천본앵. 이 둘 중에 하나를 골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출진 준비가 거의 끝날 무렵 강다리의 무덤으로 향하는 원정대에 두 명의 영웅이 추가로 합류했다.

“오빠! 저, 저도 같이 가면 안돼요?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방해도 안 할게요! 저 요리도 제법 잘해요!”

오랜만에 언니를 본 터라 떨어지기 싫어서였을까?

디르시나에 도착한 한시진이 호와 함께 원정을 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한시현이 곧바로 호의 집무실을 찾은 것이다.

“네? 네? 주점은 이제 알아서도 잘 돌아가니까 제가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어……. 그래도 나중에는 돌아갈게요. 네? 휴가! 그래 휴가 주세요! 휴가를 달라! 안 그러면 저 파업할 거예요!”

“그래그래.”

한시현의 귀여운 협박에 호는 피식 웃으며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긴 해도 1회 차 소환자로 소환자 중에서는 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았고 생활하고 있는 아이였다.

게다가 그녀 역시 한시진과 마찬가지로 성장이 필요했다. 디르시나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멍멍아 야옹해봐를 맡고 있는 무희 클래스인 만큼 한시현의 성장은 곧 유능한 영웅의 발견과 등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출진 당일 날.

“백구! 멈춰!”

“커엉!”

남쪽 성문에서 한 소녀의 명령에 그녀를 등에 태우고 달리던 견인족 영웅이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한시현과 사드나인이었다. 한시현은 엘프의 특징이 담긴 얇은 가죽갑옷과 가벼운 단검을 사드나인은 두꺼운 중갑주를 장비하고 있었다.

“……오래 살다보니 별 일을 다 보는군.”

그런 두 남녀의 모습에 브로리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호를 응시했다. 호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예근성이 있는 건가. 아니면 충성심이 생긴 건가.”

사드나인이 한시현을 태우고 빨빨거리던 모습은 오래전부터 목격한 바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개인 탈 것으로 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쨌든 웃기기는 해도 제법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장점도 있었다. 현재 A등급 영웅인 사드나인은 울부짖는 천둥 이라는 레어 클래스의 영웅으로 전직, 무력 수치가 286 이나 되었다. 그 정도라면 크나큰 위기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시현이 정도는 충분히 지켜낼 수 있었다.

강다리의 무덤 원정에 참여하는 마장기는 총 3 기. 캣 타워 때보다도 적은 수였지만 질은 더 뛰어났다. A등급 마장기인 데스 사이더가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정보에 따르면 강다리의 무덤에 있는 마장기는 여섯 대 밖에 되지 않으니까…….’

자신들의 전력보다도 두 배나 많은 수였지만, 한시진과 브로리라면 어렵지 않게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호 역시 지원 사격이 아닌 직접 전투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출진에 나서는 호의 마장기는 마족의 B등급 마장기인 키마라이였다.

“출진한다! 목표는 킬리드의 남쪽! 강다리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유적이다!”

그렇게 세 기의 마장기와 오 만의 병사가 림드 산맥에 위치한 강다리의 무덤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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