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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38화 (238/522)

# 238

리그너스 대륙전기 238

“당한 기체는 한 기뿐인가?!”

“골든 스테이트는 멀쩡해”

“센스. 골드 이글. 무사합니다.”

“엘 니키타. 윈드라이더. 무사합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파괴된 마장기는 자넷 급 마장기 한 기뿐 인 거 같았다.

‘무슨 놈의 위력이 마장기의 항마력을 무시하고 다 박살 내는 거야!“

하지만 반파도 아니고 파괴다. 1억 리스를 포함해 마장기를 제작하는 데 들어갔던 특산품들이 모조리 허공으로 증발한 것이다. 게다가 A등급 영웅인 페이샬 티슈는 중상. 빠르게 전투를 끝내지 못한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다.

“저 녀석이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방어막을 박살 내야 해!”

다시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는 페일 캣어스를 발견한 호가 외쳤다. 그와 함께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네 대의 마장기가 페일 캣어스의 보호막을 부수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장기를 더 가지고 오는 건데!”

네 기의 마장기가 공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보호막에는 실금 하나 가지 않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이었다.

“그런데 호!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렇게 페일 캣어스의 보호막을 부수기 위해 미친 듯이 단검을 휘두르고 마력포를 발사하던 호에게 브로리가 물었다.

“무슨 소리야?”

“이 괴물의 능력 말이다! 환한 빛이 시야를 빼앗는 것 같더니만 갑자기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났고, 인간 녀석이 조종하던 자넷 급 마장기가 박살이 났다.”

“……어? 너희들은 마력탄의 공격을 받지 않았어? 그 생선처럼 생긴 마력탄말이야.”

브로리의 말에 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마력탄의 공격을 받은 것은 자신과 파괴된 자넷 급의 마장기를 조종하던 페이샬 티슈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무언가가 나를 노리고 날아온 것은 없었다.”

“저도요. 영주님.”

“잠깐 폭발에 휩쓸리기는 했지만. 확실히 저를 노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적혀 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었다. 세세한 수준의 공략은 아니었지만, 어떤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는지 정도는 설명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후기에 마장기를 다수 가져가면 공략이 쉽다 라고 적혀 있던 게 떠올랐다.

‘빌어먹을. S등급의 던전이라길래 오장원하고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한 게 실수였어.’

하지만 후회는 늦은 뒤였고, 전투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네 기의 전력만으로 페일 캣어스를 물리쳐야 한다는 점이었다.

“페일 캣어스가 능력을 사용하면 밝은 빛이 시야를 빼앗으면서 물고기처럼 생긴 마력탄이 달려들 거다. 그 위력은 방금 본대로 자넷급 마장기를 단 번에 파괴할 정도지. 윈드라이더나 골든 스테이트 역시 무사하지 못할 거다.”

“이, 이런 위력을 지닌 마법이 존재 했다니!”

엘 니키타의 놀란 혼잣말이 통신구를 타고 울려 퍼졌다. 하긴 이런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 백 명만 있어도 리그너스 대륙을 정복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B등급의 인간 영웅인 센스 역시 조용한 것을 보니 엘 니키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 방에 C등급 마장기를 박살 내는 마력탄이다. 확실히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박살이 난 마장기가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빛으로 인해 시야를 빼앗기는 시간은 극히 짧은 편이니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문제는 마력탄이야. 저 녀석의 마력탄은 유도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피해도피해도 계속해서 달려들기 때문에 막는 게 조금은 까다로울 거야.”

“그렇군. 그런데 호, 너는 어떻게 막은 거지?”

마력탄의 위력에 놀라는 다른 영웅들의 반응에 비해 브로리의 태도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호가 페일 캣어스의 능력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묻고 있었다.

“간단해. 장애물을 이용하는 거다.”

“장애물? 아하! 그렇군!”

호의 대답에 잠시 생각을 하던 브로리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지력 수치는 나쁘지만 이런 면에서는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엘 니키타와 센스 역시 이어지는 호의 설명에 호가 어떻게 페일 캣어스의 능력을 막아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페일 캣어스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온다! 모두들 뒤로 후퇴해!”

“더 많이! 더 넓게!”

주문을 외치는 소리와 함께 페일 캣어스가 들고 있는 지팡이의 끝부분에서 다시 한 번 마력이 폭발했다. 그리고 눈을 가리는 빛 사이에서 호는 페일 캣어스의 마력탄이 또다시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도 없지.”

아까도 걸리고 이번에도 걸렸다. 하지만 마력탄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이상 아까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먼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력탄을 피한 호는 재빠르게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들어 마력탄을 향해 던졌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커다란 폭발이 주위를 휩쓸었다. 그리고 연달아 두 번의 폭발이 이어졌다.

“어……?”

호의 고개가 갸웃했다. 자신의 귀에 들려온 폭발 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한 번 더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빠른데? 골든 스테이트 무사하다.”

“휴우. 급하게 피하느라 하마터면 폭발에 휩쓸릴 뻔했지만 저도 무사해요. ”

“저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마장기들끼리 거리를 벌리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마력탄의 파괴력이 엄청나네요.”

통신구를 통해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다들 무사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호의 생각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잠깐. 지금 브로리랑 니키타 둘이 공격 당한거지?”

“그렇다.”

“네? 네. 어? 그런데 폭발 소리가 세 번이 들린 것 같은데?”

니키타의 물음에 호가 침을 삼켰다.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니었다. 자신과 페이샬 티슈 둘이 공격당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브로리와 니키타를 포함해 세 명의 마장기가 공격을 당했다. 생각해보니 처음 실버 문 부대가 몰살당했을 때는 폭발이 한 번만 일어났었다.

“……빌어먹을.”

호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마장기가 다수 있으면 공략이 편하다는 공략본에 나온 설명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내용이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고 있었다. 저 녀석의 마력탄은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쾅! 콰쾅! 콰아아앙!

캣 타워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정도로 계속되는 위력적인 폭발에 아래층에서 타락한 묘인들과 전투를 벌이던 병사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위층을 올려다보았다. 대체 무슨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지 위력적인 폭발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아래층에서 밀려오는 타락한 묘인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피해!”

골드 이글을 향해 마력탄이 날아드는 것을 확인한 호가 재빠르게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페일 캣어스를 공격할 보조무기가 하나 사라지게 되는 셈이었지만 골드 이글을 잃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쏜살같이 날아간 단검은 마력탄을 반으로 갈랐고, 그대로 폭발이 일어났다.

“우, 우와아악!”

그러나 골드 이글의 위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마력탄이 골드 이글에 탑승한 인간 영웅 센스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피잉! 콰콰쾅!

다행히 이번에는 윈드 라이더가 화살을 명중시켜 마력탄을 터뜨렸다. 그렇게 모든 마력탄이 처리가 되었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페일 캣어스의 방어막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그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잠깐잠깐 실금이 가있기는 했지만 바로 박살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진짜 저 보호막만 깨뜨리면!”

다시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는 페일 캣어스를 보며 호가 이를 갈았다.

공략본에 따르면 페일 캣어스 본인의 능력은 E등급 병사만도 못한 수준이라고 했다. 보호막만 박살 내면 그대로 아작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호막을 깨뜨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벌써 더 많이! 더 넓게! 도 여섯 번이나 발동되었다. 그로 인해 호의 일행에게 날아드는 마력탄의 수도 여섯 개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무려 일곱 개의 마력탄이 이 자리에 있는 영웅들에게 랜덤하게 날아들 차례였다. 무조건적으로 하나 이상의 마력탄이 개별적으로 날아드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재수가 없으면 한 명이 네 개의 마력탄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SS등급의 영웅인 브로리나 A등급 영웅인 엘 니키타는 그래도 재주껏 마력탄을 피하고 있었다. 문제는 센스였다. B등급에 불과한데다가 마장기 조종에도 능숙하지 못한 그는 자신을 노리는 마력탄이 두 개가 넘어가게 되면 움직임이 꼬이고 있었다.

방금처럼 자신이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드 이글이 파괴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었다. 골드 이글이 파괴가 되면 보호막을 깨뜨리기 위해 필요한 시간도 더 길어질 터였다.

* * *

“캬아아악!”

“세계수의 분노로!”

몬스터의 포효가 사방을 흔들었고, 그런 몬스터와 맞서는 엘프 전사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화살촉이 서로의 가슴을 꿰뚫었고, 마법이 작렬하면서 곳곳에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서로가 격돌할 때면 어김없이 핏줄기가 튀어 오르며 많은 수의 생명이 사그라졌다.

“몬스터들 상대로 물러서지 마라! 우리는 알르드의 전사들이다!”

“호 님을 위하여!”

“앀빵! 캐피탈리즘 호!”

난전이었지만 실버 문을 위시한 호의 병사들은 타락한 묘인들을 상대로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호의 버프가 없더라도 그들의 전투력은 리그너스 대륙내에서 수위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캣 타워의 최종 보스인 페일 캣어스를 상대하는 호가 있는 최상층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야! 피해! 피하라고!”

브로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구를 타고 울려 퍼졌다. 호의 시선도 브로리의 목소리를 따라 함께 움직였다.

콰아앙!

생선 모양의 마력탄이 쏜살같이 날아들었고, 폭발과 함께 한 기의 마장기가 천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크윽!”

먼지구름이 사라지고 하체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마장기를 보며 호는 아랫입술을 질근 씹었다. 페이샬 티슈가 조종하던 자넷에 이어 더 많이! 더 넓게! 에 당한 마장기는 센스의 골드 이글이 아닌 엘 니키타의 윈드라이더였다.

이제껏 그녀는 자신에게 향하는 마력탄을 무난하게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일곱 개의 마력탄이 생성되었을 때 네 개의 마력탄이 동시에 엘 니키타에게 날아들었고, 결국 하나를 피하지 못하고 당해버린 것이다.

띵동.

-엘 니키타가 조종하고 있던 B등급 마장기 윈드라이더가 파괴되었습니다.

-엘 니키타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야잇!”

확인 사실이라도 하듯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에 참지 못한 욕이 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C등급 마장기도 아니고 무려 B등급 마장기가 파괴됐다. 그것도 엘프의 마장기였다.

호가 보유하고 있는 엘프족 마장기는 윈드라이더 한 대 뿐이었다. 그마저도 방금 전 파괴가 되었으니 새로운 엘프 마장기를 획득할 때까지 호는 실력 있는 엘프 영웅들을 마장기의 오너로 임명할 수 없었다. 손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잔해가 아닌 완성된 B등급 마장기의 가격은 10 에서 15 억 리스 사이. C등급 마장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무슨 놈의 난이도가! 이게 S등급 던전이라니 사기잖아!”

벌써 두 대의 마장기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남은 마장기 역시 무사하리란 보장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페일 캣어스의 보호막을 깰 수 있는 마장기의 수가 한 기 더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더 많이! 더 넓게!”

시간이 지나고 페일 캣어스의 능력이 다시 한 번 발동되었다. 이제는 여덟 개의 마력탄이 세 기의 마장기를 향해 날아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세 개가 센스의 골드 이글을 노리고 있었다. 호에게도 두 개 브로리도 세 개를 피해야 했기에 센스를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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