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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37화 (237/522)

# 237

리그너스 대륙전기 237

“적들에게 세계수의 분노를!”

“호 님을 위하여!”

당연한 말이지만 캣 타워의 몬스터들은 마장기를 앞세운 호의 병사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호의 앞을 가로막은 중간 보스급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반 병사들로만 그들을 상대했다면 어느 정도 공략에 애로사항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지만 호는 캣 타워의 원활한 공략을 위해 골든 스테이트를 포함한 다섯 대의 마장기를 던전 공략에 투입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마장기와 호의 버프를 잔뜩 받은 병사들은 파죽지세로 몬스터들을 쓸어 나갔다. 탑 구석구석을 수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캣 타워 공략의 목적은 강다리의 무덤으로 향하는 지도의 발견이기 때문이었다.

4 층, 5 층, 6 층. 점점 층층 수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공략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캣 타워의 마지막 층에 도달하기 전까지 말이다.

“더 많이! 더 넓게!”

중간 보스급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선두의 병사들이 마지막 층으로 올라서는 순간 호는 위층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빛으로 인해 눈이 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바로 옆에서 대포가 터진 것처럼 엄청난 굉음이 호의 고막을 후려쳤다.

“크으으윽!”

그리고 잠시 후 호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보스급 몬스터의 능력으로 추정되는 마법에 정확히 얻어맞은 선두의 부대는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고, 마법의 영향권에 미쳤던 병사들도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감히 나의 캣 타워를 공격하다니!”

환한 빛 무리 사이로 흰 털을 지닌 호리호리한 체구의 묘인이 지팡이를 들고 호와 호의 병사들을 향해 거세게 화를 내고 있었다. 캣 타워의 최종 보스 페일 캣어스 의 등장이었다.

* * *

“부상당한 병사들을 뒤로 옮겨!”

“적의 공격이 이어질지 모른다! 빨리빨리 움직여!”

후방에서 대기하던 부대가 부상병들을 뒤로 옮기기 시작했고, 곧바로 의무병들이 투입되었다. 재빠르게 피해를 입은 부대를 뒤로 물린 호는 뛰어난 항마력을 지닌 마장기를 앞세워 화를 내며 허공에 지팡이를 휘두르는 캣 타워의 최종 보스 페일 캣어스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페일 캣어스.’

방금처럼 실버문 부대를 몰살시킨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이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더 많이! 더 넓게! 라고 외치는 마법만을 주의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재미있게도 페일 캣어스가 사용하는 능력은 그것 하나 밖에 없었다. 얼핏 생각하면 상대하기가 까다롭지 않게 느껴지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 위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지. 생각보다 더욱 무시무시한데?”

방금처럼 버프를 받은 SSS랭크의 실버 문들이 단번에 전멸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게다가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따르면 페일 캣어스의 더 많이! 더 넓게!라는 능력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이름처럼 능력의 범위가 더 넓게 그리고 더 많은 대상에게로 날아든다고 했다. 심지어 위력도 더욱 세졌다.

이는 마왕 쉐르난비체나 정령 여왕 아르넨 리네와 같은 네임드급 영웅들도 보여주지 못하는 위력이었다. 동급의 던전인 오장원에서 나타나는 보스급 몬스터들과 비교해도 훨씬 위력적이었다.

한 마디로 페일 캣어스와의 전투는 공략 시간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플레이어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타임어택형 보스라는 이야기였다.

“레어 던전인가? 이래서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의 최종 목표가 진 엔딩 뿐 아니라 이 대륙의 모든 던전 클리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제작한 Korea사의 제작진들은 플레이어들의 컨텐츠를 위해 이 대륙에 다양한 던전들을 만들어 놓았다.

플레이어들이 메인 스토리를 공략하다가 지겨워질 때면 던전처럼 스토리와 크게 관련이 없는 컨텐츠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단순히 던전의 공략을 즐기라는 목적으로 제작진들이 던전을 만든 건 아니었다.

던전의 공략에 성공하면 플레이어들은 많은 경험치와 희귀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고, 이는 살인적인 난이도로 알려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즐기는 데 있어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물론, 이 보상만을 믿고 깝죽대다가 게임 오버를 당한 플레이어수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어쨌든 이런 던전의 보상 중에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플레이 후반부에서도 얻기 힘든 희귀한 마장기와 아이템은 물론이고, 평범한 진행으로는 양성할 수 없는 특수한 병과들도 있었다. 그런 만큼 좋은 보상이 있는 던전의 공략 난이도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페일 캣어스 역시 그런 몬스터 중 하나겠지.’

그렇지 않다면 방금 전 단숨에 실버 문들을 날려버렸던 그 위력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 페일 캣어스를 공략하는 방법은 타임 어택. 더 많이! 더 넓게! 라는 스킬로 인해 곤란에 빠지기 전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그를 쓰러뜨려야 했다.

띵동.

-<침착하라!> D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지휘관이 독려> B+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아크 스피릿>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전장의 노래> 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팔진도> 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스킬이 발동하며 다양한 버프들이 병사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마장기에 탑승한 영웅들 역시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했다.

실버 문 부대의 전멸을 목격하며 눈앞의 묘인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공격!”

명령과 함께 호가 재빠르게 마장기의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최종 보스인데다가 타임 어택형 보스인 만큼 마력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투쾅!

엑스칼리버의 포격 무기 MLC 에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자세를 잡은 호는 페일 캣어스를 향해 마력포를 발사했다. 직격한다면 C등급 마장기도 행동불능에 빠뜨릴 정도의 강한 위력을 지닌 마력포였다.

하지만 호가 발사한 마력포는 페일 캣어스의 주위를 은은하게 밝히는 보호막을 강타하고는 그대로 캣 타워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와! 존나 단단하네.”

그리고 그 모습은 본 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런 방어력이라면 일반 병사들의 공격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리 보스급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일개 몬스터가 마장기 그것도 B등급 마장기가 발사한 마력포를 튕겨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을 통해 페일 캣어스의 보호막이 굉장히 단단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 힘든 강도였다.

결국 이 전투는 페일 캣어스를 둘러싼 저 보호막이 깨지느냐, 더 많이! 더 넓게! 스킬에 의해 아군이 먼저 당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거 밸런스 붕괴 아니야?”

엑스칼리버를 움직이며 호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퀘스트의 이름이 수인족의 전설 이라고 나타날 정도로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더니만 역시나 난이도에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가장 최근 맞상대를 했던 적 중 가장 위협적이었던 니나 다니엘레도 저 정도로 무식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던전의 마지막 층에는 페일 캣어스는 혼자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너희들을 모조리 우리의 집사로 만들어주마!”

페일 캣어스의 외침이 캣 타워에 울려 퍼졌고, 탑의 아래층에서 다수의 타락한 묘인들이 호와 호의 병사들을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집중되는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상대의 방어가 단단하면 계속해서 두드리면 되는 일이었다.

“아래층의 고양이들은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네! 호 님!”

호의 명령을 받은 영웅이 경례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마법을 준비한다!”

이어서 부대장으로 보이는 할리온이 지팡이를 높게 들어 올렸고, 다른 할리온들이 하나, 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실버 문들이 그런 할리온들의 앞으로 나서며 방패의 벽을 만들었고, 궁병들 역시 그런 실버 문들 사이로 끼어들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다크 캐논!”

“어둠의 속박!”

수많은 빛이 번쩍이며 무시무시한 마력을 흘리는 마법들이 타락한 묘인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S랭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할리온들이 시전 한 마법은 하나하나가 위력적이었다.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마법은 연쇄적으로 폭발을 만들어냈고, 여기저기서 타락한 묘인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호는 그런 병사들의 전투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페일 캣어스가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당할 수는 없지!”

호가 재빠르게 마장기를 움직였다. 페일 캣어스가 사용하는 ‘더 많이! 더 넓게!’ 라는 괴상한 이름을 지닌 스킬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스킬이 발동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최대한 뒤로 빠질 생각이었다.

다른 마장기 오너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다들 부스터까지 이용해 뒤로 빠지는 모습이었다.

“더 많이! 더 넓게!”

잠시 후, 주문을 외치는 소리와 함께 페일 캣어스가 들고 있는 지팡이의 끝부분에서 마력이 폭발했고 사방이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빛 사이에서 호는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엑스칼리버의 조종석에 붉은색의 경고음이 울려 퍼지면서 자신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으윽! 생각보다 범위가 넓잖아!”

호는 빠르게 마장기의 출력을 높이며 조종간을 당겼다. 흡사 자신의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것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엔딩을 본 유저로써 호가 마장기를 타고 전장에 나선 횟수는 수백, 수천 번에 달했다. 거기에 종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마장기를 조종한 경험도 있었다.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호의 마장기 조종술은 대륙에서도 이름난 영웅들만이 보일 수 있는 수준급의 솜씨였다. 호가 자신의 전용기로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하는 엑스칼리버를 선호하는 것은 근접전에서 뛰어난 위력을 보이는 브로리, 한시진과 같은 인물들이 있기 때문인지 본인의 마장기 조종술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었다.

“뭐야 저건?!”

그리고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회피한 호는 재빨리 몸을 돌려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물고기처럼 생긴 마력의 결정체가 유도탄처럼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고양이 주제에 물고기를 무기로 사용하는 거냐!”

심지어 이빨까지도 날카로워 보였다. 그런 마력탄을 베어버리기 위해 호는 엑스칼리버의 보조 무기 중 하나인 단검을 꺼내들었다. 속도가 제법 빠르기는 했지만, 물고기 형태의 마력탄을 베어버리는 것 정도는 자신의 실력으로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날아오는 마력탄의 모습을 바라보던 호는 단검을 든 채 그대로 몸을 날렸다. 마력탄의 위력이 실버 문 부대를 전멸시킬 정도로 무시무시했다는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행여나 마력탄을 베어버린 순간 그 자리에서 폭발이라도 일어나면 아무리 엑스칼리버라도 무사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엑스칼리버를 스치고 지나간 마력탄은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한 번 호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호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귀찮게 하네! 정말!”

호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그런 호의 눈에 엑스칼리버의 주 무기인 MLC 정도의 크기를 한 돌로 만들어진 탁자가 들어왔다.

‘저거다!’

방향을 튼 마력탄은 어느새 엑스칼리버와 부딪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몸을 틀어 다시 한 번 마력탄을 회피한 호는 재빠르게 식탁을 들어 올려 마력탄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집어던졌다.

콰와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돌가루들이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목표를 노리는 유도 능력은 있어도 장애물을 피하는 능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무모하게 몸으로 때우지 않기를 잘했네.”

단검으로 마력탄을 베어버리는 미련한 행동은 안 하는 게 옳았던 모양이었다. 방금 전의 폭발은 마장기인 엑스칼리버도 이겨내기 힘들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괜히 실버 문들이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마력탄의 공격에서 벗어난 호는 고개를 돌려 주위의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마장기들은 모두 무사…….

띵동.

-페이샬 티슈가 조종하고 있던 C등급 마장기 자넷이 파괴되었습니다.

-페이샬 티슈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는 못했다. 직격을 당했는지 아니면 주위에서 터진 폭발에 휩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체의 좌측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자넷 급 마장기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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