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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36화 (236/522)

# 236

리그너스 대륙전기 236

“강다리요? 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왈왈! 강다리 님요? 알고 있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다고 들었어요.”

“으르렁. 호 님. 그거 알고 계세요? 견인과 산책을 나설 때는 목줄과 입마개를 꼭 하셔야 합니다.”

여러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그럴수록 호의 표정 역시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거창한 퀘스트의 이름으로 인해 왠지 쉬운 퀘스트는 아닐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많은 견인들과 대화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호는 강다리의 무덤에 관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하나도 얻을 수 없었다. 브로리 역시 쓸모없는 이야기가 계속되자 흥미가 떨어졌는지 주점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멍멍아 야옹해봐의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어차피 퀘스트를 쉽게 클리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무려 전설이라는 제목이 붙은 퀘스트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호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견인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얻은 정보 중 강다리의 무덤에 대해 관련이 있는 정보는 고작 서너 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크게 관련이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결국 획득한 정보 중 대다수가 수인족의 전설 퀘스트를 진행하는 데 관련이 없는 쓸모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시간 낭비였나?”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최근 견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은 탓인지 디르시나에 거주하고 있는 견인들의 충성도가 올라갔다는 메시지뿐이었다.

“일단 림드 산맥의 다른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견인들도 만나야겠어.”

디르시나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다른 도시에서 정보를 얻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가 퀘스트의 진행을 위한 영지 순찰을 준비하던 도중이었다.

“영주님. 팀 심시티가 귀환했습니다.”

한창 짐을 꾸리던 호에게 실버 문 하나가 다가와 보고했다.

“로우덴이?”

최근 팀 심시티는 팀 공돌이와 함께 열심히 갈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림드 산맥의 특성화 개발은 끝났다지만 붉은 핏빛의 대지, 토갈론 요새, 나크 평원 등에 위치한 도시 역시 발전시키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일까? 전쟁 이후 오랜만에 만난 로우덴의 얼굴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보다 한층 늙어 있었다.

“영주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멍!”

“최근 나크 평원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다.”

“멍멍! 그렇지 않아도 특성화 발전에 필요한 자재를 수급하고 팀원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디르시나에 들렀습니다.”

“좋은 생각이군.”

로우덴의 보고에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끊임없이 가는 것도 좋지만 당근, 그러니까 휴식 역시 주면서 갈아야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 다녀오실 생각이십니까? 멍?”

집무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호의 옷차림에 로우덴이 물었다.

“아, 순찰…….”

호가 말끝을 흐리며 로우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로우덴 역시 견인 영웅이었다. 큰 기대는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다리에 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게 있을 지도 몰랐다.

“강다리의 무덤에 관한 정보를 조사 중이야.”

“……강다리 님이요? 멍멍?”

“최근 뽀삐라는 견인 소년을 만났는데 강다리의 무덤이 림드 산맥에 있다고 알려주더군.”

“머어엉. 그렇군요. 강다리 님이라.”

검지로 자신의 외알 안경을 스윽 고쳐 쓴 로우덴이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로군요. 확실히 강다리 님의 무덤이 림드 산맥에 존재하긴 합니다. 멍멍.”

“어? 알고 있나?”

심상치 않은 로우덴의 대답에 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관심을 보였다. 그런 호의 반응에 로우덴이 멋쩍은 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강다리 님에 대해 조사하신다면서 아직 모르셨던 모양이군요, 영주님. 멍멍. 강다리 님의 풀 네임은 강다리 셰필드. 바로 저 로우덴 셰필드의 먼 조상이 됩니다.”

호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퀘스트가 해결되고 있었다.

* * *

“멍멍! 안타깝지만 강다리 님의 무덤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멍. 하지만 셰필드의 조상 중 누군가가 셰필드 족이 위기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 무덤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숨겨놓은 장소는 알고 있습니다.”

“셰필드의 난 때 제가 왜 강다리 님의 무덤을 찾지 않았냐고요? 끼이잉.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지도가 바로 던전 안에 있기 때문이죠. 저 혼자서는 도저히 그 지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로우덴과 대화를 나눈 호는 많은 견인들과 대화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강다리와 관련된 중요 정보를 듣지 못했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강다리의 무덤에 관한 정보는 셰필드 족에게만 알음알음 내려오던 이야기였고, 셰필드 족은 셰필드의 난 때 로우덴을 제외하고 모조리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뽀삐라는 녀석은 어떻게 강다리의 무덤에 대해 알고 있던 거지?”

생각해보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수준에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라고 했다. 그 즈음부터 셰필드의 피가 섞인 혼혈인 모양이었다.

로우덴은 셰필드의 조상 중 누군가가 강다리의 유물이 숨겨져 있는 무덤의 지도를 던전 안에 숨겼다고 했다. 견인 영웅의 힘이 사악한 자들 특히 원인과 묘인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나?

“그리고 지도가 숨겨져 있는 장소는 바로 캣 타워입니다.”

“어?”

그리고 로우덴에게서 던전의 이름을 들은 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놈의 네이밍 센스. Korea사 놈들이란…….”

묘인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했다는 셰필드의 조상이 지도를 숨긴 장소는 그냥 들어도 묘인과 큰 관련이 있어 보이는 던전이었다. 던전의 이름만 해도 캣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이용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캣 타워는 더 많이, 더 넓게라는 대사를 외치는 보스 몬스터 페일 캣어스가 있는 S등급의 던전이었다.

“클리어는 어렵지 않겠어."”

S등급의 던전이지만 자신의 전력을 생각하면 공략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오장원과 같은 S등급 던전을 클리어 한 경험도 있었고, 캣 타워 공략에는 강다리의 유물에 큰 관심을 보이는 브로리도 함께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의외로 로우덴은 강다리의 유물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보다 지도를 숨겨놓은 자신의 조상을 원망하는 모습이었다. 셰필드 부족을 위해 숨겨놓은 힘이지만 막상 셰필드의 난이라는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다만, 캣 타워가 어디에 있는지가 문제겠는데…….”

호는 공략본을 열어 캣 타워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만약 캣 타워의 위치가 대륙의 반대편에 존재한다면 퀘스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애로사항이 필 게 분명했다. 다행이도 캣 타워는 블루 스케일의 수도인 스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블루 스케일과의 조약에 따라 자신이 캣 타워를 공략하는 데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병력을 편성한다!”

강다리의 무덤에 관한 정보도 획득한 만큼 호의 행동은 재빨랐다.

디르시나에 주둔 하고 있던 병사들이 출진을 준비했고, 마장기의 운용에 필요한 마정석의 보급도 시작되었다. 그뿐 아니라 블루 스케일의 수도 스완으로도 사람을 보냈다. 예의상 캣 타워를 공략하겠다고 알리기 위해서였다.

“소환자 윤호가 캣 타워를 공략하겠다고 하는군요.”

“호오.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로군요. 굳이 트집을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캣 타워에서 빠져나오려는 타락한 묘인들로 인해 병사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소환자가 타락한 묘인들의 수를 줄여주면 국토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블루 스케일 역시 자신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캣 타워를 공략하겠다는 호의 행동을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호가 이끄는 군대가 다시 한 번 블루 스케일에 들어섰다.

쿠웅! 쿠웅!

“우와! 저게 바로……!”

“웨어 타이거 급 마장기인 골든 스테이트야. 천족과의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는군.”

다섯 대의 마장기와 함께 오 만에 가까운 병사로 구성된 군대가 캣 타워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S등급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 데 필요한 전력치고는 다소 과한 수준이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캣 타워를 공략하겠다는 호의 의지가 담긴 행동이었다.

그리고 캣 타워에 도착한 호는 곧바로 한 명의 타락한 묘인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캣 타워를 포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행여나 타락한 묘인족이 지도를 들고 도망가는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캬아악! 적! 강하다!”

“으냐앙!”

자신들을 포위하려는 군대의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낀 타락한 묘인들이 호의 군대를 공격했다가 큰 피해를 입고는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도망쳤다. 상대는 블루 스케일의 허약한 병사와는 수준이 다른 정예병들이었다.

“마장기를 앞세워 적들을 공격한다.”

그렇게 타락한 묘인들의 방해를 물리치며 던전의 포위를 끝낸 호는 곧바로 공략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S등급 던전이라지만 호는 캣 타워를 클리어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캬아앙! 엘프들을 죽여라!”

“마장기! 마장기다! 저 거대 괴물을 쓰러뜨려냥!”

캣 타워 내부로 호의 병사들이 진입하자 병사들을 발견한 타락한 묘인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아, 진짜. Korea 개발진들은 전부 아저씨들만 있나?”

아군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나타난 이름들을 보며 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터뜨렸다. 성질 더럽냥, 나 무섭다냥, 내가 웃기냥, 냥아치다냥 등 다들 하나같이 이상한 이름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름처럼 우습게 볼 녀석들은 아니었다. 다들 S등급의 던전인 캣 타워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이었다. 하지만…….

“좋아! 덤벼덤벼덤벼덤벼!”

콰아앙! 쾅! 콰직! 콰쾅!

브로리가 나서는 순간 기세 좋게 달려오던 묘인들이 그대로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무력 수치 964! 거기에 금파신의 스킬인 ‘무릎 꿇어라!’를 사용하면 그녀가 낼 수 있는 위력은 리그너스 대륙의 최대 수치인 무력 1000을 훌쩍 뛰어넘었다. 괜히 그녀가 수인족의 왕 아쉬토와 맞먹는 최강 로리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전투와 관련된 상황에서 보여주는 브로리의 능력은 그 어떤 영웅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캬아아악!”

“이냐아앙!”

“으냐아아앙!”

수십, 수백 개의 날카로운 발톱이 골든 스테이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돼지냥 이라 불리는 거대한 크기의 묘인 몬스터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아군을 공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은 그 누구도 브로리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 유능한 부하가 밑에 있어야 한다니까.”

거대한 덩치를 지닌 돼지냥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날카로운 외모의 건달냥도 모조리 쓸어버리는 브로리의 활약으로 인해 호는 실버 문을 비롯한 병사들에게 버프만을 걸어주며 느긋하게 캣 타워 내부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그러던 도중 숨어 있던 묘인 하나가 호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뭐야 이건?”

하지만 호는 B등급의 마장기 엑스칼리버에 탑승한 상태. 설령 마장기에 탑승하지 않았더라도 저런 몬스터의 기습에 당황할 만큼 경험이 없지도 않았다. 게다가 다른 수치에 비해 조금 떨어지기는 해도 호의 무력 수치는 315 나 되었다.

투쾅!

그렇게 가벼운 딱밤으로 자신에게 달려든 묘인을 먼지로 만들어버린 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로우덴 혼자서 지도를 찾아내기란 불가능했겠군.”

브로리와 버프를 받은 병사들은 호의 도움 없이도 눈에 보이는 타락한 묘인들을 먼지처럼 쓸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들이 너무나 강해서일뿐 이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머리는 뛰어나지만 무력이 떨어지는 로우덴이 홀로 이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브로리의 활약으로 1층의 공략을 마친 호는 병사들을 이끌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1층에서 지도는 발견되지 않았다. 1층의 보스였던 힘쎈냥을 물리치고 A등급 무기를 얻은 게 눈에 띄는 수확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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