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224화 (224/522)

# 224

리그너스 대륙전기 224

“……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런가?”

“그래. 하지만 조만간 병사들을 움직일 거야.”

호의 말에 브로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질색이었다. 단지 눈앞에 나타나는 적들을 부술 뿐이었다.

대규모 무효화 마법을 본 이후 호는 섣부르게 군사를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버프와 병사의 질 그리고 유능한 영웅들을 통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행여나 있을 변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시진과 로우덴을 포함해 최정예들만 모인 군대였다면 모르겠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믿을만한 건 브로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가 전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이 말고도 또 하나가 있었다.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호

2. 성별 : 남(31)

3. 종족 : 인간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500

6. 직업 : 작전 지휘관 - 백우선의 깃털(S)

7. 세부능력

통솔 : 1000(+70) / 1000(+70)(SSS)

무력 : 300(+15) / 300(+15)(A)

지력 : 500(+5) / 500(+5)(S)

정치 : 500 / 500(S)

매력 : 300 / 300(A)

8. 특성 : 부대 강화, 통솔 상승(소), 사기의 외침, 호위병 소환, 아크 스피릿, 전장의 노래, 팔진도, 약자멸시

9. 스킬 :

<침착하라!> D 랭크.

많은 전투를 경험한 상급 사관은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부대의 병사들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효과 : 병사들이 혼란 및 이상 상태에서 쉽게 빠져 나옵니다. 또한 부대의 공격력을 10% 상승시킵니다.

<지휘관의 독려> B+랭크.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전투의 스페셜리스트인 전쟁 군주는 자신의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들의 능력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효과 : 휘하에 있는 모든 병종의 공격력, 방어력 수치가 4 상승합니다.

<아크 스피릿> A랭크.

아크 로얄은 먼 옛날 리그너스 대륙의 5분의 1를 차지했던 인간의 유명한 황제를 일컫는 명칭이었습니다.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선보이며 각 종족들과의 전쟁에서 승승장구를 거뒀던 아크 로얄의 위명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효과 : 통솔 수치 50 상승. 휘하에 있는 모든 병종의 공격력, 방어력 수치를 30% 상승시켜 줍니다.

<전장의 노래> S랭크.

전장상황 파악 능력이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제네시스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 외통수에 몰리게 만듭니다.

-효과(1) : 스킬을 발동한 순간, 휘하에 있는 모든 병종의 공격력이 10, 방어력이 5 상승 합니다.

-효과(2) : 1 시간 동안 휘하의 모든 병종들이 상대의 방어력을 50% 무시한 공격력을 가합니다.

<팔진도> SS랭크.

작전 지휘관–백우선의 깃털이 지휘하는 병사들은 지휘관이 어떤 신호만 보내도 질서 있게 자신들의 진형을 변화시키며 대응합니다. 이들은 어떤 난전 상황에서 혼란에 빠지지 않아도 최고의 전투력을 유지합니다.

-효과(1) : 적군의 상태이상 마법이 무효화됩니다.

-효과(2) : 아군이 전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최고의 사기를 유지합니다.

- 효과(3) : 팔진도는 대규모 무효화 마법을 통해 해제되지 않습니다.

<약자멸시> SS랭크.

수많은 전장을 통해 전투의 신으로 명성을 떨친 작전 지휘관들은 자신보다 수준이 낮은 전술을 구사하는 전술가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작전 지휘관이 대단한 것이지 상대를 얕잡아보는 게 아닙니다.

-효과(1) : 작전 지휘관보다 통솔이 낮은 영웅이 지휘하는 적들은 일정확률로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효과(2) : 작전 지휘관보다 무력이 낮은 영웅이 지휘하는 적들은 사기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천족과의 두 번째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안 있어 호는 하나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휘하 영토의 한 달 리스 수입량이 5억이 넘었다는 메시지였다. 이는 S등급의 레어 클래스 ‘작전 지휘관–백우선의 깃털’의 전직 조건 중 하나였다. 그렇게 호는 자신이 원하던 클래스로 전직을 마칠 수 있었다.

경험치를 사용해 능력 포인트를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A등급의 시절이 길었고, 그동안 많은 임무 및 전투의 승리로 획득한 경험치가 몇 백만이 훌쩍 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통솔수치 천!’

정확히 표현하면 1070 이었다. 그리고 이는 가뜩이나 강력한 실버 문의 능력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칠 터였다. 게다가 새롭게 생긴 스킬들은 그야말로 사기나 다름없는 스킬들이었다.

“좋아.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지. 내 능력을 모조리 동원해서 물리쳐주겠다.”

호가 정보창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천족들은 지금의 휴식을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런 변화된 능력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가자! 전사들이여! 이 땅을 침입한 천족들을 물리치자!”

소강 상태였던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먼저 공세를 취한 쪽은 호가 이끄는 군대였다. 호는 천족의 본대가 후퇴한 사이 빼앗긴 블루 스케일의 영지를 되찾을 생각이었다.

“천족들을 물리치자! 우리의 이상향을 지키자!”

“호 님을 위하여!”

“호우!”

호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천족의 성에서도 사기를 드높이려는지 연신 소리를 지르는 모양이었지만 림드 산맥의 병사들이 내는 소리에 모조리 먹혀 버리고 있었다. 두 번의 전투를 승리로 장식한 것과 더불어 팔진도 스킬의 영향인 탓인지 그들의 사기는 평소보다도 드높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휩쓸린 것은 호의 병사만이 아니었다.

“와아아아아!”

푸른색 바탕에 백조가 그려져 있는 깃발 아래에 모인 병사들 역시 소리를 높였다. 블루 스케일의 군대였다.

호의 군대가 10 천사 중 하나인 칸디르가 지휘하는 천족의 군대와 부딪쳐 연달아 승리를 거둔 소식은 곧바로 블루 스케일 내로 퍼져 나갔다.

그 영향일까? 연이은 승전보에 전공 욕심이 난 블루 스케일의 귀족들이 급히 병력을 편성, 호가 군대를 정비하는 사이에 합류한 것이다.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나이트와 레인저라는 인간의 B랭크 병사들로 주축이 된 이들의 군대는 여러 귀족들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이만 가량이나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거기에 그들이 보유한 C등급 마장기까지 네 기가 합류한 상황이었다.

“자신들의 배만 채우려는 빌어먹을 녀석들.”

“저 자는 도르바 후작이 아닌가? 여왕님의 명령에는 영지를 지키는 병사 한 명이 아쉽다고 말하더니만 새빨간 거짓말이었군!”

그런 귀족들의 행태에 세이라 클리퍼드 여왕의 명령을 받아 일찌감치 호와 합류했던 블루 스케일의 영웅들은 다들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전황의 유불리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그들의 행동이 꼴사나웠기 때문이었다.

호 역시 그런 귀족들의 행동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전공에 숟가락을 걸치려는 그들을 굳이 몰아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자신을 돕기 위해 합류했다는 이유도 이유였지만, 이만이라는 귀족군의 숫자는 혹시나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아군을 위한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뿌우우!

나팔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천족의 성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브로리의 마장기 골든 스테이트가 있었다. 호 역시 엑스칼리버의 MLC의 에너지 잔량을 확인하며 가볍게 목을 풀었다. 엑스칼리버의 저격 능력을 이용해 성벽 위에 자리 잡은 천족의 마장기를 박살낼 생각이었다. 그런 호의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띵동.

-<대규모 무효화>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어라? 분명 칸디르는 없었는데, 대규모 무효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성에 남아 있던 건가?”

메시지를 보며 의아한 듯 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규모 무효화 스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천족 내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는 영웅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함정은 아닌데….’

그렇다고 천족들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일단 10 천사 중 하나인 칸디르가 보이지 않았고, 성내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의 수 역시 이만이 조금 안 되는 숫자였다. 첩자의 말에 의하면 칸디르와 그녀 휘하의 친위 병력들은 자신들이 상륙했던 해안가까지 후퇴했다고 했다.

‘뭐지? 아니면 그냥 버림 패인가?’

생각을 거듭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성벽 위에 배치된 천족 마장기에 탑승한 몇몇 천족 영웅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대규모 무효화 능력을 지닌 영웅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하늘 위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을 지닌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마법진은 천천히 빛나기 시작하면서 아래로 하강, 그대로 호의 군대를 덮쳤다. 대규모 무효화. 대상자의 모든 상태 이상 효과를 해제하는 스킬이었다.

띵동

-해로운 효과가 감지되었습니다.

-<팔진도> S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팔진도> SS랭크 스킬의 효과로 인해 <대규모 무효화> 에 저항합니다. 3…2…1.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계속되는 메시지를 보며 호가 피식 웃었다.

“계속해서 당하고 있을 줄 알았냐?”

작전 지휘관–백우선의 깃털로 전직하면서 획득한 스킬인 팔진도. 대규모 무효화처럼 대상자에게 영향을 주는 마법을 모조리 무효화 시키는 팔진도 덕분에 호는 대규모 무효화 마법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규모 무효화 스킬을 사용한 이름 모를 영웅을 떠올리며 호는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스킬을 사용한 영웅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는 충분히 예상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규모 무효화 스킬에 저항한 호의 병사들이 천족의 성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작될 공성전을 떠올리며 내뿜는 거친 숨소리와 발을 구르는 소리로 인한 긴장감 때문일까? 진군의 발걸음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함성이 계속해서 이어질수록 그 속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이윽고 성 위에 있는 천족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무렵 그 속도는 최고조를 달리기 시작했다.

“화살이다!”

파파파팟!

아군이 사정거리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천족의 궁수들이 화살을 쏘아댔다. 천족의 비행병들 역시 하늘 위로 날아오르며 날카로운 창을 던져 대었다.

“뼈의 방패!”

천족의 공격이 아군의 위로 쏟아지려는 찰나 리치들이 일찌감치 준비했던 마법을 시전 했다. 회백색 뼈들이 얼기설기 엮이며 아군의 머리 위에 방패를 만들어내었고, 그 위로 화살과 창들이 쏟아졌다.

콰드드득!

요란한 소리와 함께 뼈로 이루어진 방패들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패의 저항에 힘을 잃은 천족 궁수들의 공격은 실버 문을 비롯한 아군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기껏 해봤자 눈 먼 화살에 몇몇이 나자빠지는 것에 불과했다.

“크아악!”

“으악!”

“방패! 방패를 들고 대열을 유지해! 이 머저리들아!”

그래도 뼈의 방패의 영향을 받지 못한 블루 스케일 귀족들의 군대는 확연히 눈에 띄는 피해를 입고 있었다. 아군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발사!”

뼈의 방패 아래에 엄폐해 자리를 잡은 엘프의 A랭크 궁병, 아르카니움 아처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하늘 위를 날고 있는 천족의 비행병들이었다. 곧바로 날카로운 예기를 담은 화살들이 비행병들을 덮쳤고, 비명소리와 함께 날개달린 것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서로의 전력을 탐색하는 가벼운 잽이 이어지던 와중에 콰앙 하는 효과음과 함께 브로이의 골든 스테이트가 성벽을 밟으며 위로 뛰어 올랐고.

“아군 마장기가 진입했다! 돌격!”

“미친 듯이 달려라! 가장 먼저 성벽위로 올라가는 병사에게는 천 리스의 포상금을 주겠다!”

그것을 신호로 본격적으로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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