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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21화 (221/522)

# 221

리그너스 대륙전기 221

천족과 소환자 윤호가 충돌했다는 소식은 곧바로 주변 왕국으로 퍼져 나갔다.

“호? 림드 산맥의 패자 말인가?”

“블루 스케일이 소환자에게 지원을 요청했단 말인가?”

림드 산맥의 패자인 윤호가 상당 수준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천족의 군대와 정면으로 맞붙을 줄은 몰랐다는 듯 다들 놀란 기색이었다. 왕국을 이루는 수많은 귀족 중 하나 정도로나 여겨지는 게 블루 스케일과 골든 크로우를 제외한 인간들의 평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투의 결과는 그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천족들의 10 천사 중 하나인 칸디르가 이끄는 병사들이 호와의 전면전에서 대패, 무려 여덟 기의 마장기를 잃고 후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천족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호는 현재 주위에서 느껴지는 반짝반짝한 눈빛에 나지막한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음…….”

눈동자의 주인공들은 블루 스케일의 귀족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전쟁에 참여한 블루 스케일의 마장기사들이었다.

“정말 대단한 전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신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습니다. 역시 실버 문의 명성은 명불허전이로군요. 그 로얄 소벨리온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지는 모습이라니!”

“윙드 훗사르들은 어떻고요? 수인족의 기병대가 무시무시하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전투에서 보여준 그 돌파력은 이 완타페의 가슴을 뛰게 만들더군요.”

윙드 훗사르를 입에 올리며 콧수염의 길게 기른 귀족의 감탄에 호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윙드 훗사르나 훗사르나 능력치를 따지고 보면 큰 차이는 없었다. 비록 랭크의 차이는 있었지만, 단계를 뛰어넘을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블루 스케일에도 훗사르 부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험험.”

“분명 배치가 되어 있기는 했습니다만. 큼! 천족들을 막아내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신 크로스 공작님과 운명을 함께했습니다.”

“…….”

귀족들의 말에 호는 입을 다물었다. 자세한 설명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날려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전면전에서의 승리로 인해 블루 스케일은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린 상황이었다. 천족들의 칼끝이 목구멍을 쿡쿡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천족들을 이끄는 10 천사인 칸디르가 건재했고, 계속해서 해상을 통해 천족들의 군대가 북동쪽 평원으로 수송되고 있었다.

이번 전투의 승리로 천족들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히기는 했지만, 그들의 공세를 꺾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된 이상 커다란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블루 스케일의 영토에서 천족들을 몰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장을 정리한 호의 군대는 빠른 속도로 북상하며 천족들의 손에 넘어간 블루 스케일의 영토를 수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칸디르의 군대가 그런 호의 앞을 가로막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격! 너희들은 강해졌다!”

띵동.

-<침착하라!> D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지휘관이 독려> B+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아크 스피릿>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전장의 노래> S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킬로 인해 발동된 버프들이 아군의 몸에 깃들기 시작했다. 지휘관 테크를 타며 획득한 스킬들이 전장에서 보여주는 위력은 그야말로 치트키 수준. 비슷한 수준의 병사들끼리의 전투는 백전백승.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수준이라고 버프만 있으면 충분히 승전보를 울릴 수 있었다.

처음 전투에서도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 버프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승리를 예감한 호는 자신 있게 엑스칼리버를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띵동.

-<대규모 무효화> A랭크가 발동되었습니다.

-<대규모 무효화>로 인해 A랭크 이하의 스킬들이 모두 해제됩니다.

“어……?”

예상하지 못한 메시지의 등장에 호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휘감던 빛들이 사라지는 모습에 당황한 것은 호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S랭크 스킬인 전장의 노래는 해제되지 않은 터라 힘이 넘쳐나는 것은 그대로였지만 전과 비교하자면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순순히 당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 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대응이었다. 동시에 감탄도 터져 나왔다. 그래. 이렇게 나오는 게 당연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 전장의 노래, 아크 스피릿과 같은 버프 마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디스펠 스킬이 필요했다. 이 스킬은 대상의 이로운 효과 뿐 아니라 해로운 효과까지도 무력화 시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호는 이제까지 자신을 맞상대한 적들 중 자신의 스킬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디스펠 스킬을 사용 하는 적을 만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스킬을 이용해 손쉽게 전투를 치른 셈이었다. 하지만 리그너스 대륙전기은 그렇게 만만한 게임이 아니었다. 이 세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행인 것은 대규모 무효화 마법을 시전한 정체모를 영웅이 고 등급의 영웅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적이 시전한 대규모 무효화 스킬의 랭크는 A랭크. 그 때문에 S랭크 스킬은 전장의 노래는 무효화되지 않고 버프가 유지 중이었다.

“문제라도 생긴 거야?”

병사들을 휘감던 빛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봤는지 브로리가 통신을 보내왔다.

“아, 적들의 진영에서 디스펠 마법이 시전 됐다.”

“디스펠?”

“그래. 덕분에 병사들의 능력을 북돋아주는 내 능력이 해제됐어. 아무래도 상황 판단이 빠른 녀석이 천족들의 진영에 끼어 있는 것 같아. 이제껏 내 능력을 무효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

“흐으응…….”

통신구를 통해 브로리가 길게 코 울음을 내었다. 짐짓 심각하다면 심각한 상황이겠지만 브로리는 호의 버프 스킬이 해제된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호는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고 천천히 천족들을 공략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규모 무효화로 인해 각종 버프들이 해제된 만큼 섣불리 돌진했다가는 병사들의 피해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천족의 진영을 바라보는 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어떤 녀석이 대규모 무효화 스킬을 사용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상태이상 마법을 모조리 해제하는 디스펠 스킬, 일명 ‘대규모 무효화’를 사용할 수 있는 영웅은 리그너스 대륙전기 내에서도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디스펠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필수에 가까운 스킬이었기에 이 스킬을 지닌 영웅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마장기사들은 아닌 모양이군.”

하지만 칸디르를 포함해 천족의 마장기를 운용하는 마장기사 중 대규모 무효화 스킬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천족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영웅 중 하나인데, 빼곡하게 보이는 천족의 병사들 중 어떤 녀석이 지휘관인지 알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호의 병사들은 지휘관 영웅들의 명령에 따라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실버 문이 전방에 포진했고, 측면으로 윙드 훗사르들이 천족들의 진영으로 갈라버릴 준비를 했다. 아르카니움 아쳐와 리치들은 실버 문의 보호 아래에 난전 상황에서 적들의 약점을 찌를 예정이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유저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정석적인 진형이었다.

척! 척! 척!

천족들도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로얄 소벨리온들이 커다란 방패로 방어선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뒤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다양한 병종이 모습을 드러내며 포진했다. 또한 그런 방어선 사이사이로 엔젤급 마장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저번보다 훨씬 단단해 보이는데? 이거 쉽게 뚫기 힘들겠는데.”

하지만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호에게는 단단한 방어도 어렵지 않게 뚫어낼 수 있는 최종병기나 다름없는 존재가 있었다.

“브로리!”

캬아아아아!

호의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황금색 웨어 타이거가 포효하며 앞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은 그야말로 단독 공격이었다.

“뭐, 뭐야?!”

“멍하니 쳐다보지 말고 대응해라! 이 멍청이들아!”

갑작스레 홀로 달려드는 마장기의 등장에 천족들이 당황스러운 움직임을 보였으나 곧 침착하게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웨어 타이거를 향해 천족 궁수들의 화살이 날아들었고, 엔젤 가디언급 마장기의 원거리 공격이 이어졌다. 마장기의 강력한 마력 공격에 굉음과 함께 지면에 크레이터들이 생겨났지만 그런 천족들의 공격을 사뿐히 피한 브로리는 그대로 천족의 진영으로 짓쳐들었고, 가장 먼저 눈앞에 보이는 엔젤급 마장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괴물의 모습에 엔젤급 마장기사가 크게 울부짖었다. 상대는 앞선 전장에서 자신들의 동료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괴물이었다.

“날개 달린 녀석! 어딜 도망가려고!”

어떻게든 웨어 타이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천족의 마장기가 몸을 낮추고 옆으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런 얕은 수에 넘어갈 브로리가 아니었다.

우지지직!

금속이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마장기의 팔 하나가 웨어 타이거의 입에 걸려 뜯겨져 나갔다. 이어서 날카로운 발톱이 천족 마장기의 머리를 후려쳤고, 그대로 동체를 바닥으로 내리찍으며 순식간에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안에 탑승해 있는 마장기사가 멀쩡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공격! 공격해!”

아군 마장기가 당하는 모습을 본 칸디르가 무섭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의 명령에 주위의 마장기들이 브로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웨어 타이거급 마장기 골든 스테이트와 천족의 마장기들이 맞부딪쳤고, 찢어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쉴 새 없이 불꽃이 이리저리 튀기 시작했다.

홀로 다수의 마장기를 상대하지만 재빠른 움직임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의 공격을 피해내고 치명타를 가하는 브로리의 마장기술은 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대단하군.”

“역시 브로리님이야.”

그런 브로리의 활약에 호의 진영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군 영웅의 용맹한 활약에 병사들의 사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크아악!”

“아아악!”

“모두 피해! 마장기전에 말려들지 마!”

더욱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는 천족의 진영. 거대한 금속 병기들의 싸움에 휩쓸린 천족 병사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단단해보이던 방어선도 어느새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군 빠르게 진군한다.”

일찌감치 상대 마장기사들의 능력을 파악한 만큼 브로리가 당할 일은 없었다. 정말로 운이 나쁘지 않은 이상 말이다. 설령 당할 것 같으면 멀찍이서 자신이 지원을 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브로리는 충분히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무모해 보이는 단독 공격이었지만 충분히 예상을 하고 벌인 행동이었다.

“공격!”

“적들을 물리쳐라!”

브로리의 돌진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천족 진영으로 실버 문과 윙드 훗사르가 들이닥치기 시작했고, 동시에 여기저기서 피 보라가 터져 나왔다.

양측 궁수들이 쏘아대는 화살들이 전장의 하늘을 수놓았고, 다양한 마법들이 시전 되며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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