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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15화 (215/522)

# 215

리그너스 대륙전기 215

탄식의 평원은 골든 크로우의 남동쪽에 위치한 평원으로 필드형 던전이었다.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탄식의 평원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탄식이라는 이름처럼 구슬픈 울음소리로 대상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벤시를 비롯한 언데드들이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개중에는 제법 위험한 몬스터인 혼돈의 데스 나이트나 혼돈의 리치와 같은 보스급 몬스터들도 있었다.

“흠. 이들이 그 유명한 실버 문이로군요.”

한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후덕하게 살이 찐 중년의 이 남성은 탄식의 평원 근처를 다스리고 있는 골든 크로우의 귀족이었다. 그는 탄식의 평원 근처에 도착한 호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호의 군대를 방문했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엘프 보병 실버 문을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습니다. 엘프의 SSS랭크 병사들이죠.”

“으음. 엘프 왕국의 병사라. 조금은 안타깝군요. 당신네들의 군대가 실버 문이 아닌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구성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하하하!”

실버 문들을 앞에 두고 웃음을 터뜨리는 남성을 보며 호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모양인지 무수한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 분명 좋은 병종이긴 하지.’

인간족의 SSS랭크 보병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검강을 이용한 공격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들을 두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병종이었다. 공격력만 따진다면 실버 문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인간 병과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괜히 인간 병신이라는 말을 줄여 인병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었다.

‘공격력만큼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강력해. 방어력도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지. 하지만…….’

양성 비용이 비현실적인 수준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한 부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실버 문의 네 배에 다다르는 리스와 자원이 필요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C등급 마장기 한 대를 제작할 수 있을 만한 가격이었다. 그뿐인가? 쉽게 구할 수 없는 특산품도 다량 필요했다. 한 마디로 가성비가 꽝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호감을 가지고 자신을 찾아온 골든 크로우의 영웅. 어느 정도의 립 서비스는 필요했다.

“다음에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과 함께 골든 크로우를 찾아뵙도록 하지요.”

“하하하! 전 대륙의 영웅들이 주목하는 윤호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듣기만 해도 좋군요.”

호탕하게 웃는 귀족의 모습에 호는 자신의 위상이 제법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창기였다면 이런 귀족조차도 만나는 게 불가능했을 터였다. 하지만 영지를 차지하고, 한 지역의 패자가 되고, 몇 번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일까? 자신의 명성도 제법 널리 퍼진 모양이었다.

“그러면 탄식의 평원 정벌은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입니까?”

“오늘은 휴식을 취한 후, 내일부터 진입할 예정입니다.”

“굉장히 빠르군요.”

“시간을 오래 끌 필요가 없으니까요.”

탄식의 평원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 호에게 필요한 것은 로우덴의 승급에 필요한 프리스비 밖에 없었다. 프리스비만 얻고 나면 바로 영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 때였다.

“우리의 어머니 여신님. 이 세상 만물을 지으시고 거룩한 천족들을 통해 구원…….”

어디선가 들려오는 주문과도 같은 소리에 호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홀로 동 떨어져 있는 집의 공터에 몇 명의 남녀가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기도를 외우고 있었다.

‘라헬교?!’

호가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다. 온몸을 두른 검은색의 옷은 라헬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복장이었다.

“에잉! 저 빌어먹을 라헬 교도들. 성 내에서 쫓아냈더니만 여기에서 살고 있었군.”

중년의 귀족 역시 라헬교도를 발견하고는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호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라헬교도가 어떻게? 저들은 성국에나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설마 골든 크로우가?”

“전혀 아닙니다. 라헬만이 유일한 존재라고 있는 저 광신도들을 이레네 아르티아님이 인정하실 리 없죠. 후우. 귀찮게도 최근 교세를 넓힌답시고 라헬교도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판국입니다. 바퀴벌레도 아닌 것들이 쫓아내고 쫓아내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죠. 어이!”

말을 마친 귀족이 자신의 병사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기도를 외우고 있는 라헬교도들을 붙잡아 연행하기 시작했다. 남성 라헬교도 들이 거친 욕설과 함께 반항을 하긴 했지만, 병사들의 힘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에이. 수인과 엘프들을 물리친 영웅과 대화를 나누려고 했건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라헬교도들이 발견됐으니 이 근처를 수색해 봐야겠군요.”

중년 귀족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헬교를 토벌하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떠나려는 것을 보니, 라헬교도들이 제법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중년의 귀족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호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는 실패로 끝난 게 아니었어?”

라헬교. 아이리스 성국이나 천족의 영토에나 있어야 할 광신도가 골든 크로우에 등장했다? 결코 가볍게 여길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막사로 돌아온 호는 재빠르게 공략본을 열어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를 검색했다. 라헬과 그를 숭배하는 천족의 영향력을 크게 높여주는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하는 이벤트였다.

다행스럽게도 공략본에는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에 관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공략본을 작성한 관우는 내 여자라는 유저 역시 리그너스 대륙의 세력도를 단숨에 바꿔버리는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관련 내용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한 호는 인상을 구기며 혀를 차야만 했다.

인간 왕국의 영토에 라헬교도가 등장했다는 것은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공략본의 내용에 따르면 점차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병력 운용이 힘들어지는 순간 아이리스 성국이 성전을 선포하고, 천족들과 함께 인간족 영토들을 순식간에 차지할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

물론, 플레이어의 개입에 따라 이벤트의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지만 별다른 개입이 없으면 팔 왕국 중 반 이상이 천족에게로 흡수가 되고 인간들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는 골든 크로우 역시 천족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영토의 반 이상을 빼앗기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결코 이런 결과가 나와서는 안 돼.’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최종 보스라 불리는 여신 라헬. 호는 선량한 웃음 속에 감춰진 그녀의 본모습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프리스비를 얻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을 테지.”

호는 탄식의 평원을 방문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이 칼츠만과의 거래를 통해 골든 크로우 쪽에 훗사르와 엘프 보병을 지원하면서 자연스레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 역시 무산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끄고 있던 참이었다. 하마터면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을 뻔한 상황이었다.

“적들에게 안식을!”

그리고 다음 날, 탄식의 평원 토벌이 시작되었다. 고위급 언데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S등급의 던전인 탄식의 평원이지만, 마장기와 실버 문을 앞세운 호의 군대는 탄식의 평원에 살고 있는 언데드들을 거침없이 정화시켰다.

“알리오! 올리오! 여신의 방패여!”

“호 님을 위하여!”

“호우!”

더욱이 달의 여신을 모시는 존재로 미미하지만 자신들의 무기에 성력을 담을 수 있는 실버 문의 존재는 언데드의 입장에서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혼돈의 데스나이트나 혼돈의 리치 역시 다수의 실버 문 앞에서는 보통의 언데드 몬스터나 다를 바 없었다.

띵동.

-특수 아이템 프리스비를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던 도중 호의 눈앞으로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로우덴의 승급 아이템 중 하나인 프리스비를 획득했다는 메시지였다.

“좋아!”

메시지를 확인한 호는 곧바로 군대를 멈췄다. 이곳을 찾은 목적을 달성한 만큼 굳이 불필요한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도 먼저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라헬교의 준동 이벤트를 막을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아, 그 전에…….’

승급을 시켜야 할 영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프리스비의 주인이었다.

* * *

“이, 이건?!”

로우덴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흥분이라도 한 듯 긍지 높은 견인족의 꼬리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로우덴의 눈앞에는 번쩍번쩍 빛이 나는 뼈다귀가 하나 놓여 있었다.

+9강화된 미스릴 뼈다귀. 스켈레톤과 같은 언데드 몬스터를 물리치고 얻은 아이템을 드워프 공방으로 가져가 미스릴을 덧씌운 후 +9강까지 강화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대륙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뼈다귀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탄식의 평원에서 구할 수 있는 프리스비, S등급의 던전 오장원에서만 구할 수 있는 팔진도서, 수인 왕국의 수도 사파리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인 수인의 정수 등. 전부가 로우덴의 눈동자를 돌아가게 만드는 아이템들이었다.

“멍멍! 영주니임! 어떻게 이런 아이템들을!”

“요즘 영지를 발전시키느라 고생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호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로우덴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덕분에 디르시나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정령 왕국의 영토도 방문해야 했고, 라홀로프 상단을 통해 수인의 정수를 구입하기 위해 몇 천만 단위에 가까운 리스를 사용하기도 했다.

띵동.

-로우덴 셰필드가 ‘프리스비’를 보며 굉장히 기뻐합니다.

-로우덴 셰필드가 ‘수인의 정수’를 보며 기뻐합니다.

-로우덴 셰필드가 ‘팔진도서’에 굉장한 관심을 보입니다.

-로우덴 셰필드가 ‘+9강화된 철 수레’를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윽! 멍멍! 신 로우덴 영주님의 하해와도 같은 마음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눈동자를 글썽이는 로우덴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모습이었다. 살랑살랑 움직이던 꼬리는 마치 메트로놈 마냥 박자에 맞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런 로우덴의 몸에서 짙은 녹색의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승급을 하는 모양이군.”

“승급…… 이요? 저게?”

그런 로우덴의 변화에 아스트리드 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 역시 호의 곁에서 영웅들의 승급을 몇 번이나 목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로우덴 셰필드의 승급은 그녀가 평상시에 봤던 모습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좀 더 웅장하고 무게감이 있었다.

띵동.

-S등급 수인 영웅인 로우덴 세필드가 SS등급 유니크 클래스 ‘세계를 손아래에 둔 책사–제갈공멍’으로 전직합니다.

‘드디어!’

메시지를 확인하며 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브로리에 이어 두 번째 SS등급 영웅이었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로우덴 셰필드

2. 성별 : 남(134)

3. 종족 : 견인족

4. 소속 : 알르드

5. 레벨 : 747

6. 직업 : 세계를 손아래에 둔 책사 -제갈공멍(SS)

7. 세부능력

통솔 : 735 / 750(SS)

무력 : 157 / 200(B)

지력 : 911 / 1000(SSS)

정치 : 499 / 500(S)

매력 : 387 / 500(S)

8. 특성 : 상재, 꿰뚫는 마음, 바람의 발걸음, 견인족의 충성, 거짓 간파.

9. 스킬

9. 스킬

<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S랭크.

세상에는 가끔 천재라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범인들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홀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면 동시에 여러 일을 함께 진행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천재가 하나라도 당신의 주위에 있어 도움을 준다면? 모든 게 편해질 겁니다.

-효과 : 도시에 주둔한 모든 영웅들의 정치력이 스킬을 보유한 영웅 정치력의 20% 만큼 추가적으로 상승합니다.(모든 영웅의 정치력 +100)

-효과(2) : 동시에 여러 임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진행하는 임무의 수가 많을수록 효율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효과(3) : 천재는 천재를 알아봅니다. 만약 같은 스킬을 지닌 영웅이 있다면 1.5 배의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중복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견인족의 충성> S랭크.

몇몇 특별한 견인들은 자신의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합니다. 이런 견인족의 충성을 얻을 수 있다면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견인족의 충성은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얻을 수 없다고 합니다.

-효과 :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신산귀모> SS랭크.

제갈공멍. 세계를 손아래 둔 이 책사는 신과도 같은 묘한 계략과 귀신과도 같은 지략을 지니고 있습니다.

-효과 : 제갈공멍의 책략에 영향을 받는 대상의 부대는 100%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안타깝지만 마장기는 혼란에 빠지지 않습니다.

효과(2) : 자신보다 지력이 떨어지는 상대의 책략을 90%의 확률로 간파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영웅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능력치. 보기만 해도 화려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SS등급인 제갈공멍으로 승급하면서 새롭게 획득한 신산귀모라는 스킬 역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상대의 책략을 간파할 수 있다는 건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한 호의 경험상 여러 상황에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어쨌든 다음 등급으로 승급을 하며 로우덴의 능력치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한 상황. 그래서일까? 전과는 다른 진중함이 로우덴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다만…….

“……멍멍.”

꼼지락거리던 댕댕이의 조그마한 손이 호의 앞으로 프리스비를 밀고 있었다.

“던져 달라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호와 눈이 마주친 아스트리드 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시 후, 호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프리스비를 던지는 순간 요란한 하울링과 함께 로우덴이 창밖으로 뛰쳐나갔다.

승급을 해도 개는 개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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