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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11화 (211/522)

# 211

리그너스 대륙전기 211

“저게 대체 뭐야?!”

그리고 호를 돕기 위해 성문을 열고 나온 시진은 자신의 눈앞으로 보이는 광경에 보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호가 이끌고 온 엘프 보병들은 무지막지할 정도로 수인 병사들을 핀치로 몰아넣고 있었다.

하피 쉴더, 다람쥐 석궁수, 마쵸킹 등 수인 왕국의 병사들이 그들의 진군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엘프 보병들의 움직임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시, 실버 문입니다!”

“실버문?”

한시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말을 한 이는 SS랭크의 엘프족 보병인 아르카니움 나이트였다.

“그렇습니다. 달의 여신을 모시는 병사로 알려져 있는 실버 문들은 우리 엘프들 사이에서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존재들입니다.”

그런 아르카니움 나이트의 말에 한시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세계에서 전설로 전해 오던 병사들이다 이거지. 그것도 신을 지키는 병사라고?”

역시 자신의 애인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버 문의 공세는 거침이 없었다. 방어 마법, 회복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자체적으로 자신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순식간에 베어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수인들의 방어선을 뚫어낸 그들은 난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전투에서도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쿠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면이 흔들렸다. 실버 문의 공격을 못 이겨낸 마장기 한 기가 행동 불능이 되어 지면으로 무너진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한시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들에게 모든 공적을 넘겨줄 수 없지. 우리도 가자!”

A등급 마장기 데스사이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한시진의 참전은 실버 문의 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수인족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크아악!”

“아악!”

난전이 되어버린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호의 버프를 받은 실버 문을 막아낼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에 데스 사이더, 엑스 칼리버와 같은 마장기들이 전투에 끼어들었고 호의 또 다른 고위 병종들이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전투는 일방적인 학살로 변해가고 있었다.

“막아! 하피 쉴더들은 어디 있나!”

한 조인 영웅이 외쳤다. 전황은 최악이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은 전부 아군의 목소리였다.

“여, 여기로 온다!”

“마장기! 우리 편 마장기는 어디 있지?!”

“꼬꼬꼬고고곡!”

엘프 병사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만났던 적들 중 가장 강했다. 압도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교할 만 한 대상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을 포위한 다수의 수인 족들을 단숨에 시체로 만들어 버렸고,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계 병기인 마장기 마저도 박살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크악!”

뒤에서 터진 강력한 폭발에 앞으로 넘어진 조인 영웅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는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데, 데스 사이더! 빌어먹을! 검은 악마! 검은 악마가 나타났다!”

마족의 심장이라 불리는 흑색의 마장기가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낫으로 아군의 마장기인 웨어 타이거의 목을 베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조인 영웅은 절망이 자신의 몸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쟁은 자신들의 패배였다. 상대는 약해빠진 소환자가 아니었다.

“후퇴! 후퇴 하라!”

“도망쳐!”

어딘가부터 퇴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조인 영웅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두 명의 엘프 병사가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조인 영웅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일반 병사들 쯤은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C등급 영웅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병사는 고작 두 명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 * *

“버텨! 버티란 말이다!”

“삐약! 퇴각 소리 못 들었어?! 도망쳐야 한다고!”

“웃기지마! 이대로 도망친다고?! 아니, 도망을 칠 수 있을 것 같아?! 싸워야 한다고! 짹!”

“여신의 이름으로!”

여러 고함소리와 함께 병장기를 부딪치는 소리, 살을 찢고 뼈를 가르는 둔탁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둠디스트 성 근처의 평원에서 벌어진 대회전. 수적 우위는 조인들에게 있었다. 적어도 세 배 아니 네 배 이상은 되어 보이는 수인 군대가 실버 문들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마장기의 수도 마찬가지. 전장에 참여한 호의 마장기는 데스 사이더를 비롯해 엑스칼리버 그리고 멀찍이서 지원 포격을 해주는 카니앗산이 전부였다. 그에 반해 조인들의 마장기는 어림잡아도 열 대 이상은 되어 보였다.

병력의 질은 호의 군대가 양은 조인이 우위에 있는 상황. 하지만 그 격차가 크게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메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이었다.

“세계수의 분노로 적들을 불태우리라!”

“알리오! 올리오! 여신의 방패여!”

실버 문들은 거침없이 조인족의 진영을 부셔나갔다. 보병이 앞을 가로막으면 보병을, 비행병이 앞을 가로막으면 그들을 시체로 만들어 버렸다. 마장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파카칵!

데스 사이더의 날카로운 낫이 메카 리자드의 양 팔을 베어냈다.

“이런! 빌어먹을 검은 악마!”

메카 리자드를 조종하고 있던 마장기사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무기를 든 양 팔이 박살 나 버린 이상 자신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메카 리자드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것은 한시진의 데스 사이더가 아니었다. 전투 능력을 상실한 마장기를 요리하는 것은 실버 문들의 몫이었다.

“오홈! 마니 훔!”

수인 왕국의 A랭크 마법병인 페리칸이 주문을 외우고는 실버 문들을 가리켰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실버 문들을 향해 공격 마법이 떨어졌지만, 페리칸의 공격마법은 실버 문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 펼쳐진 보호 마법 때문이었다. 설령 피해를 입었다 할지라도 엘프족 보병은 회복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마검사들이었다.

“으아악!”

“꼬꼬! 꽤액!”

“다, 다음에 태어나면 나도 마쵸킹으로……. 태어나고 싶은데…….”

“치! 치렐루야!”

비명 소리는 한쪽에서만 들려오고 있었다. 변수라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조인족의 공격은 실버 문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고, 그들의 공격을 하나도 막아내지 못했다. 그나마 전선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마장기 역시 데스 사이더의 공격에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무쌍. 그것도 일 만 명의 병사들이 동시에 무쌍을 벌이고 있었다. 조인들의 입장에서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퇴각! 퇴각이다!”

결국 뿔 나팔 소리와 함께 호루라기 같은 고음이 요란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끝인가?”

그리고 엑스칼리버의 주무기 중 하나인 대형 마력포 -MLC 를 이용해 날아오르는 비행병들을 노련한 사냥꾼처럼 사냥하던 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인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해 있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정예병들은 대다수가 실버 문의 검에 목숨을 잃었고, 마장기들 또한 잔해가 되어 곳곳에 널브러진 상황이었다.

“대승이네요.”

어느새 다가온 한시진의 말에 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당연했다. 아군의 주력은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최종 병기나 다를 바 없는 SSS랭크의 병종 실버 문이었다. 그것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보병인 엘프 보병이었다. 최소한 S랭크 이상의 병종과 A, B등급의 마장기가 주축이 된 군대 정도나 되어야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추격할까요?”

“물론!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자신의 영지를 쳐들어 온 적이다. 호는 그런 적을 고이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 조인들의 침입은 주위의 수많은 영주 및 국가의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는 없고, 페렛 습지대의 경계까지만 쫓아가자고.”

“알았어요.”

한시진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호의 결정에 굉장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럼 저 먼저 가도 되겠죠? 수성전을 치르는 동안 얻어맞기만 했더니 괜히 억울해서요. 이제부터라도 몸을 좀 풀어야겠어요.”

그렇게 너스레를 떤 한시진은 곧바로 마장기를 움직여 앞으로 달려 나갔고, 실버 문들도 그 뒤를 따라 퇴각하는 수인 병사들을 후방에서부터 덮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살아 돌아갈지 궁금해지는군.”

쌓인게 많은 모양인지 그런 한시진의 행동은 조금은 다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호는 시진에 대한 걱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시진이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마장기사로써의 재능도 굉장히 뛰어났다.

콰아앙! 쾅!

멀리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튀어 오른 조인 병사들이 우박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일반 병사들이 A등급 마장기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터. 살아 있는 병사들은 없거나 극히 소수일 터였다.

자신들의 뒤를 덮친 한시진을 막기 위해 퇴각하던 수인 마장기 두 기가 기수를 돌렸다. 하지만 한시진의 데스 사이더는 홀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두 기의 마장기를 박살내 버렸고, 그 기세를 몰아 더욱더 맹렬하게 수인 병사들을 추격하고 시작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라고.”

멀찍이서 패잔병들을 유린하는 한시진의 모습을 보며 호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유행하던 유행어를 중얼거리며 씨익 웃었다.

* * *

전쟁은 끝이 났다. 호기롭게 나크 평원을 공격했던 수인 군대는 둠디스트 평원에서 펼쳐진 대회전에서 전력의 60% 가량을 잃고는 패퇴했다.

“조인들이 물러났다고? 뭐? 패배?!”

“림드 산맥 공략에 들어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던 건가?”

그리고 그 결과를 들은 주위의 영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호는 이 리그너스 대륙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어낸 유능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조인족은 수인 왕국의 대부족. 더욱이 그들에게는 수인 왕국의 상급 대장인 십이멀이라 불리는 영웅이 두 명이나 속해 있었다.

하지만 조인들이 이끄는 수인 군대는 힘과 힘끼리 맞붙는 대회전에서 완벽하게 밀려버렸다. 십이멀이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전력의 반 이상이 몰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무조건적으로 조인들이 승리하거나 운이 좋더라도 양패구상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주위의 영주들로써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의 놀람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실버 문?

“실버 문이라고? 그게 뭐지?”

“서, 설마! 달의 여신님을 수호하는 우리 종족의 전사들이?! 말도 안 돼! 어떻게 소환자가 우리의 비밀을?!”

둠디스트 대회전에서 SSS랭크의 병사인 실버 문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실버 문의 용맹은 조인들의 무서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실제로 만 명으로 이루어진 실버문 부대는 자신들보다 대여섯 배나 많은 조인 군대를 상대해 적들의 전력 반 이상을 몰살시킬 동안 불과 삼천여명에 가까운 사상자만 내었을 뿐이었다. 덕분에 호의 영토를 노리던 주변 대영주들의 움직임이 눈의 띄게 변했다.

먼저 리셴르나를 짓누르고 붉은 핏빛의 대지를 공격하려던 상급 마족 볼 뷔르니체스는 자신의 계획을 취소해야만 했다. 다수가 모이면 고립된 C등급 마장기도 고철로 만들어 버린다는 실버 문의 위력은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더욱이 호의 진영에는 A등급 마장기 데스 사이더를 비롯한 다수의 마장기가 포진되어 있었다.

엘프 왕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들은 엘프 여왕이 있는 트오세에서도 양성하지 못하는 실버 문이 림드 산맥에서 훈련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토했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건 리셴르나의 영토와 호와 동맹을 맺은 블루 스케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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