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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03화 (203/522)

# 203

리그너스 대륙전기 203

“……그렇게 된 것입니다. 멍멍.”

“대단한데?”

다원의 신전 내부로 도망친 천족들을 모조리 소탕한 후, 노획한 마장기를 이끌고 마웅키에 도착한 호는 로우덴을 통해 이제껏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보고를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능력이 뛰어난 영웅이 휘하에 있으면 손과 발이 편리했다. 단순히 다원의 신전을 다녀왔는데, 나크 평원 전체가 자신의 것이 되어 있었다.

더불어 나크 평원에 있던 천족들은 모조리 물리친 상황. 천족의 군대를 이끌던 헬림이라는 영웅 역시 마웅키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했다.

“시진 양의 과감함이 제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멍멍.”

“아아. 전에 말했었지? 그녀는 자신의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단장 이었어.”

“멍. 마장기의 오너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줄만 알았습니다만. 전술적인 면도 대단했습니다. 멍멍.”

호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시진을 향한 로우덴의 칭찬이 마치 자신을 칭찬하는 것 마냥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한시진에게 포상을 내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마웅키에 머무르고 있지 않았다. 페렛 습지대의 조인들을 대비해 병사들을 이끌고 둠디스트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나크 평원을 손에 넣었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블루 스케일에게 토리아 항구를 내어주는 것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뭐, 손해만 본 것도 아니었다. 소문에 따르면 도베르만이 이끄는 함대가 천족의 함대를 맞이해 대규모 교전을 펼쳤다고 했다. 해상용 마장기까지 동원됐다고 하니 서로 간에 제법 큰 피해가 있었을 터.

만약 천족들의 함대가 나크 평원 북쪽에 상륙했다면 난감한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을 터였다.

“그나저나 영토를 손에 넣은 건 좋은데…….”

잠시 자신 휘하에 있는 영웅들의 목록을 살펴보던 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발전시킬 땅과 연구는 많았지만 그것을 수행해야 할 영웅이 없었다.

“영웅들이 별로 없단 말이지.”

나크 평원을 점령하고 손에 넣은 영웅이라곤 A등급의 영웅 타레스 탄트라만과 S등급의 영웅 아쉬카로트밖에 없었다. 둘 다 괜찮은 등급의 쓸 만한 영웅들이지만 고작 둘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영웅 부족은 나크 평원 뿐 아니라 림드 산맥, 붉은 핏빛의 대지, 그리고 토갈론의 요새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쓸 만한 녀석 아니, E등급이라도 고용 해야 할 판이네.”

“……멍멍?”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고.”

로우덴의 말에 호가 착잡한 심정으로 말했다.

“아, 멍. 실례했습니다. 멍멍. 저도 호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나크 평원을 손에 넣기는 했지만, 마을은 무너진 상황이나 다름없고 치안 역시 엉망진창입니다. 신성력이 폭주한 괴물을 가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몬스터들도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멍멍. 게다가 던전들의 관리도 해야 하고요.”

“맞아. 영지를 관리할 인재들이 부족해.”

“멍멍.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모든 도시에 주점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로우덴의 말은 정석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렇게 황폐화된 도시, 그것도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영토에 영웅들이 찾아올 것 같지는 않았다. 가상현실게임인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통해 많은 상황을 경험해 본 호는 지금의 이 상황이 주점만 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일단 디르시나로 가봐야겠어.”

특성화가 끝나 림드 산맥의 중심도시로 발전한 디르시나에는 엄청난 규모의 주점들이 세워져 있었다. 분명 그곳에는 많은 영웅들이 머무르고 있을 터였다.

일단 호는 영웅의 종족과 등급에 관계없이 자신의 휘하에 들어오겠다고 말하는 영웅들은 모조리 등용할 생각이었다. 소수 정예 플레이?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에는 능력이 최악인 F등급의 영웅도 SSS등급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승급이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런 영웅들을 승급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특별한 아이템과 이벤트를 경험해야 했지만, 호에게는 그 모든 것이 적혀져 있는 방대한 분량의 공략본이 있었다.

“일단 둠디시트와 파인플에 카니앗산을 여섯 기씩 배치시키도록 해. 수성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카니앗산이 대량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조인족도 쉽사리 도발을 하지 못하겠지.”

“알겠습니다. 멍멍!”

호의 지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워낙 황폐화된 지역인 만큼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페렛 습지대의 경계에 있는 둠디스트와 파인플 두 도시의 방어였다. 다행이도 그에 대해서는 이번 전쟁에서 노획한 수인 마장기로 인해 어느 정도 억지력은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마장기를 조종할 수 있는 오너는 없다시피 했지만 중요한 것은 마장기의 존재 유무일 뿐이었다. 그와 더불어 호는 한시진과 아쉬카로트에게 훗사르를 포함한 대규모 훈련 명령을 내렸다. 마족의 A등급 마장기인 데스사이더와 수인족의 A등급 마장기인 티거알리카가 전선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면 조인족도 쉽사리 도발을 할 수는 없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A등급 마장기?!”

“비, 비상이다!”

그런 호의 예상대로 나크 평원을 찾은 조인족 정찰대는 A등급 마장기를 발견하고는 자신들의 영지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이어서 조인 군대가 경계지역에 다수 배치되었지만 다행히 공격을 벌일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 우끼긱! 최선을 다해 영지를 발전시키겠습니다!”

타레스는 마웅키의 영주로 임명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영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호를 향해 엎드리기까지 했다. 그는 마웅키를 발전시키며 파인플과 둠디스트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렇게 나크 평원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은 호는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디르시나로 향하기 시작했다. 혼자는 아니었다. 해머스의 특성화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로우덴이 옆에 있었고, 계속해서 경험치를 획득해야 하는 윤아도 함께했다. 또한 마웅키에 포로로 잡혀 있던 천족 헬림도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디르시나로 향하는 수레에 실려 있었다.

* * *

“우와…….”

멀찍이 보이는 커다란 성벽의 모습에 신윤아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본 디르시나는 전의 모습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변해 있었다.

<영지 정보(Status)>

디르시나(메트로폴리탄[S등급])-‘림드 산맥’

인구–967233

보유 리스-612123129

보유 식량-152123122

병사–아벨리우스(S) 30000, 정예 실리스(D+) 6000, 훗사르(S) 15000, 스파크 마장병(E) 10000.

내정 건물 -대형 식량 저장고 360, 대형 주점 4, 대 시장 280, 초대형 시장 75, 세무서 7, 화폐 공장 34, 대형 어장 290, 해양석 어장 120, 경매소 4, 특산품 거래소 24,…….

군사 건물–병영 20, 대장간 29, 마법 연구소 2, 강력한 마나 보호막이 걸린 성벽 3, 굉장히 견고한 망루 50.

리스 수입 -16127270 / 월

식량 수입 -6292321 / 월

특산품–해양석

놀란 것은 호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방문하기는 하지만…….’

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특성화의 영향 때문인지 디르시나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되어 있었다. 인구는 거의 백만에 육박하고 있었고, 한 달 리스 수입량 또한 천 만을 넘어 이천 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웬만한 영토의 주도쯤은 가볍게 발라버릴 수 있는 스펙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런 디르시나를 다스리고 있는 인물은 프로핏이라는 C등급 클래스를 보유한 아스트리드 벨이었다.

“귀환이다! 병사들이 귀환했다!”

“호 님이 돌아오셨다!”

미리 출발했던 병사들이 디르시나에 도착해 호의 귀환을 알렸다. 림드 산맥의 주인이자 이상향이라 불리는 알르드를 만들어낸 패자 윤호의 귀환에 디르시나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영주인 아스트리드 벨 뿐만 아니라 디르시나에 머무르고 있는 모든 영웅들이 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호의 마장기인 엑스칼리버가 디르시나의 성문을 통과하는 순간 영지민들의 환호성이 열화처럼 울려 퍼졌다.

“우와! 대, 대단하네요, 오빠! 무슨 영웅 같아요.”

“영웅 맞지. 림드 산맥의 패자 몰라? 그리고 윤아 너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 영주민들의 환호성 안받아봤어? 마을을 제국의 수도 정도 수준으로 발전시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저 그렇게까지 게임 열심히 안했어요.”

이어서 폐인이라는 단어가 들려왔지만 호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마장기를 이용해 영지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오랜만에 보네요.”

그리고 영주성에 도착해 마장기에서 내린 호를 향해 아스트리드 벨이 살짝 무릎을 굽혔다 폈다.

“그러게. 외출이 조금 길었지?”

“네, 많이 길었어요. 림드 산맥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인 디르시나를 저에게 맡기고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실 줄은 몰랐다고요.”

“벨은 내가 믿는 사람이니까. 충분히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지.”

말과 함께 호는 벨을 향해 살짝 윙크를 건넸다. 그런 호의 행동에 벨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인상을 팍 쓰더니 혀를 배하고 내밀었다.

“언니! 언니는요?”

그런 두 남녀 사이로 시현이 끼어들며 물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그녀는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언니인 한시진을 찾고 있었다.

“시진이는 둠디스트라는 영지에 있어.”

“헐. 같이 안 왔어요?”

“시진이가 워낙 유능해서 말이야. 나크 평원을 차지하면서 그 지역의 성들을 관리해야 할 사람이 필요했어.”

“으으. 언니 못 본 지 한참 되었는데…….”

시현이 고개를 푹 숙이며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곧 으쌰하는 소리와 함께 시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1회 차 소환자로 이미 이 세계의 생활에 익숙해진 그녀는 언니인 시진이 없어도 충분히 잘 생활할 수 있는 소녀였다.

“아, 맞다. 시현아.”

“네?”

“아직도 주점 관리하고 있어?”

말을 하면서 호는 흘깃 아스트리드 벨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디르시나를 떠나기 전만 하더라도 한시현은 바람의 무희라는 D 등급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한시현의 임무는 주점 주인. 만약 벨이 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주점을 관리하고 있을 터였다.

“네? 물론이죠. 제 주점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요? 이름도 지었어요.”

“이름?”

가슴을 쭉 내밀며 으쓱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바람이 머무는 공간이라고요. 부제도 있어요. 멍멍아 야옹해봐.”

“……그거 왠지 위험한 이름이네.”

“맞아요. 시현이가 얼마나 주점에 애정을 쏟는데요? 이제는 도시의 여행자들 사이에서 디르시나의 명물이라고도 불릴 정도라고요.”

아스트리드 벨도 덧붙였다. 그런 둘의 이야기에 호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자신이 없는 사이 한시현은 주점 주인으로써 상당한 커리어를 쌓은 모양이었다.

어찌되었든 잘 된 상황이었다. 호가 디르시나를 찾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디르시나의 주점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영토가 넓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웅이 부족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된 주점이 무조건 필요했다.

호는 곧바로 시현이 운영한다는 주점을 찾았다. 바람이 머무는 공간, 멍멍아 야옹해봐. 이름을 그렇게 지은 까닭은 아무래도 림드 산맥의 수인들을 겨냥한 것 같았다. 디르시나가 다양한 종족들이 한데 모인 도시이기는 했지만 그중에서는 수인과 엘프가 가장 많은 수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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