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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201화 (20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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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201

“한 명의 천족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다원의 신전을 샅샅이 포위하고 토벌한다.”

“알았다.”

“네!”

생각과 동시에 명령이 떨어졌다. 어차피 다원의 신전은 윤아의 경험치를 위해서라도 토벌할 예정. 거기에 도망친 천족들의 처리가 늘어난 셈이었다.

“타레스!”

“우끼긱. 네?”

“너는 여기에 남아 천족들이 빼낸 카니앗산을 수송할 준비를 하도록. 아벨리우스들을 붙여주겠다.”

“알겠습니다. 우끽!”

타레스는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신이 난 듯 카니앗산들을 향해 달려가는 타레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호는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A등급이라고는 해도 무력 능력이 36 에 불과한 녀석. 성향 상 던전 토벌을 하는 게 내키지는 않을 터였다.

* * *

“멍멍. 천족들이 보이는군요.”

로우덴의 말에 한시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토리아 항구에서 호와 헤어진 그녀는 로우덴, 엘 라스엘과 함께 마웅키로 향했고 어렵지 않게 괴물들을 처리하고는 마웅키에 호의 깃발을 꽂을 수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죠?”

“저희는 림드산맥의 패자인 호 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예요.”

“림드 산맥? 설마! 알르드!”

그와 더불어 한시진은 아쉬카로트라는 이름의 수인 영웅도 어렵지 않게 등용할 수 있었다. 함께 마웅키의 괴물들을 처리하면서 동질감이 생겨난 것도 있지만 아쉬카로트가 알르드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A등급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는 영웅인지라 한시진은 고용의 대가로 상당량의 리스를 그녀에게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디르시나가 벌어들이는 돈이 비하면 세발의 피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려는 찰나 천족들이 마웅키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껏해야 열 댓 명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가벼운 정찰대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은 느낌이 달랐다.

“파인플의 천족들이 움직이는 모양이네요.”

“호 님에게 연락을 해야 할까요? 멍멍?”

로우덴이 한시진에게 물었다. 현재 마웅키의 영주는 그녀였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다원의 신전을 토벌하느라 바쁠 텐데요.”

“음. 그렇군요. 멍.”

한시진의 말에 로우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이런 사소한 것까지 호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 마웅키에 모습을 드러내는 천족의 군세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마장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기껏해야 C, D랭크의 병사들에 불과했다.

“저 자식들 잡아 족쳐야 되지 않을까?”

“그러게? 왜 한시진 님은 명령을 내리시지 않는 거지?”

“뭔가를 기다리고 계신 걸까? 그래도 이렇게 숨어만 있으면 답답해.”

“적이 함정을 파고 있을 지도 몰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저 전력으로 마웅키를 공격한다고? 우리를 끌어내려고 하는 목적이 틀림없어.”

천족들이 계속해서 마웅키에 모습을 드러내자 성격이 괄괄한 병사들이 불만을 토해냈다. 고작 C, D랭크 밖에 되지 않는 천족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누워서 떡 먹는 일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시진의 출진 명령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병사들에게 마장기를 숨기고 행동을 자제하라는 이해 못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일까? 마웅키에 모습을 드러내는 천족들의 수는 조금씩 많아지고 있었다. 이틀 전에는 이천에 가까운 병사들이 마웅키의 경계까지 접근했다가 파인플로 돌아갔다.

“이천이라. 슬슬 움직이려는 모양이네요? 천족들의 인내심은 제법 길 줄 알았는데요.”

“멍멍. 아무래도 성과를 올려야 하니까요. 둠디스트와 파인플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주인이 없는 나크 평원에 머물렀던 시간을 생각하면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요.”

“우리들의 마장기 전력에 대해서는 노출된 게 없죠?”

“마웅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놨으니 모를 겁니다. 마웅키 근처의 수인들이 얘기를 해 줄 것도 아니고 말이죠. 멍멍."

신성력의 폭발이라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마웅키에 마장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터였다. 주민들의 입을 이용하면 간단했다. 하지만 신성력이 폭발한 괴물들로 인해 나크 평원의 수인족들은 씨가 마른 상황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아쉬카로트에 대해서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천족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렸으면 좋겠네요.”

“아벨리우스와 훗사르가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만큼 최대한 조심을 할 겁니다. 멍멍.”

“많은 수는 아니잖아요?”

“멍멍. 그렇죠. 저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적은 수일 겁니다.”

한시진은 마웅키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과도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내렸다. 덕분에 병사들, 특히 아벨리우스들은 건물 내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었다. 훗사르들도 마찬가지였다. 질주의 욕구로 가득한 전마들이 기가 푹 죽은 채로 마구간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천족들은 마웅키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이 굉장히 소수라는 것만을 확인하고 갔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날개를 이용해 마웅키의 성 내부를 지켜보려고 했지만 선별된 에머넌스 아처들의 화살에 꼬치구이가 되는 것을 보고는 포기했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멀찍이 있는 천족들의 병사를 보던 한시진이 말했다.

“리아 캬베데는 아직도 페렛 습지대에 있는 건가요?”

“그 냥아치. 아니, 그녀는 최근 정찰을 마치고 나크 평원으로 복귀했다고 하더군요. 다크 엘프들과 둠디스트 근처에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멍.”

“그녀와 연락을 할 수 있을까요?"”

“멍멍. 가능합니다.”

로우덴의 말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한시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훗사르 부대와 함께 엘 라스엘에게 둠디스트로 출진 명령을 내릴 예정입니다.”

“멍? 둠디스트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파인플을 지나쳐야 할 텐데요?”

“네. 하지만 엘 라스엘이 파인플을 통과하는 것은 파인플의 천족들이 이곳 마웅키를 점령하기 위해 출진할 후 일 겁니다.”

“멍멍. 그렇다면……?”

미리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한시진의 계획을 들은 로우덴은 멍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족들의 군세 대부분은 마웅키로 끌어들인 후 비어 있는 두 도시를 단숨에 점령할 계획이었다. 로우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녀의 말대로 마웅키의 전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천족들은 분명히 움직일 터! 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한 쪽이 고립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리아 캬베데의 도움을 받으면 되었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한시진이 말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엘 라스엘과 훗사르 부대가 빠져나간 후 남아 있는 마웅키의 병사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천족을 막아낼 수 있어야만 했다.

굉장히 과감하고도 위험한 전략이었다.

‘아니, 위험한 전략은 아니로군.’

로우덴의 눈동자가 한시진에게로 향했다. 천족들은 마웅키에 마족의 A등급 마장기인 데스 사이더가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유독 데스 사이더를 철저하게 감추라는 명령을 내리더니만 아무래도 이 상황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어째서일까? 잠시나마 한시진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소환자들이 원래의 세계에서는 어떤 존재였는지 궁금하지 않아?’

‘멍멍?’

‘한시진 말이야. 그녀는 자신의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단장이었어.’

순간적으로 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곧 로우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족들을 완벽하게 꼬드기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멍멍. 일단 아쉬카로트 양과도 대화를 나눠봐야겠군요.”

“그러게요. 좋은 미끼가 필요하겠네요.”

한시진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 * *

“출진! 적들에게 라헬님의 신벌을!”

“신벌을!”

일주일 후, 헬림이 이끄는 파인플의 천족들이 움직였다. 둠디스트의 천족들도 함께했다. 엔젤급 마장기 1 기와 엔젤 솔져, 윙 아처 그리고 천족의 B랭크 비행병 트루사로 이루어진 이만의 대군이었다. 이 소식은 곧바로 마웅키의 한시진에게로 전해졌고, 그녀는 곧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멍멍. 생각을 읽기가 쉬운 천족이로군요.”

“조금만 더 버텼으면 곤란할 뻔했는데,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줘서 다행이네요.”

한시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족들의 정찰대가 마웅키에 도착할 때마다 그녀와 로우덴은 마웅키의 전력이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천족들이 군사를 움직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로우덴. 아시다시피 저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어요.”

“페렛 습지대의 수인들 때문이죠? 멍멍.”

“그래요. 페렛 습지대의 수인족이 협약을 맺은 건 천족이지 우리가 아니니까요. 나크 평원의 소문을 들은 그들이 본격적으로 군사를 일으키기 전에 파인플과 둠디스트를 점령해야만 해요.”

“멍. 엘 라스엘 양과 훗사르라면 간단할 겁니다.”

“맞아요. 어린 호랑이 밀어내기보다 쉬운 일이죠.”

아쉬카로트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세부적인 전술은 이미 짜여 있었다. 한시진은 파인플을 출발한 천족들의 병사를 맞아 병사를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히려 그들을 마웅키 성까지 끌어들인 후 그대로 섬멸할 계획이었다. 엘 라스엘이 이끄는 별동대는 마웅키의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 리아 캬베데가 천족들의 동태를 주시하며 그녀에게 정보를 보내주고 있었으니 들킬 염려는 없었다.

천족들이 마웅키 성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그녀와 그녀의 부대는 곧바로 파인플과 둠디스트로 진격할 예정이었다. 점령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엘 라스엘은 B등급 마장기 윈드라이더의 오너이기도 했다. 이미 첩보를 통해 두 도시의 방어 병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걸 알아낸 만큼 그녀의 마장기를 막을 병력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한시진과 로우덴 그리고 아쉬카로트는 마웅키에서 천족의 이만 대군을 상대할 예정이었다. 현재 마웅키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의 수는 총 8500. 아벨리우스 5500 과 에머넌스 아쳐 3000 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세 남녀는 아무도 자신들이 전투에서 패배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병사의 수는 밀리더라도 마웅키에는 데스 사이더와 티거 알리카라는 A등급 마장기가 두 기나 배치되어 있었다.

“이거 첫 전투가 큰 전투가 되겠네요? 이 만의 병력이니.”

“큰 전투라 표현하기엔 상대의 마장기가 고작 한 기 밖에 안되는 게 아쉽네요.”

아쉬카로트가 자신의 앞에 놓인 물 컵을 혀로 홀짝였다.

“티거알리카가 날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러면 우리의 알르드를 위하여.”

그러고는 한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A등급 마장기의 오너라 그런 걸까? 천족들의 대군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진격해 들어온다는 이야기에도 아쉬카로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히려 앞으로 있을 전투가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헬림이 이끄는 군대는 파인플을 출발한지 닷새 만에 마웅키의 경계에 도착했다.

남동쪽으로는 둠디스트, 북동쪽으로는 파인플 그리고 서쪽으로는 마웅키로 향하는 세 갈래의 길이 나 있는 요충지였다. 만약 마웅키에 주둔한 적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막아야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이 지역에는 신성력이 폭주한 괴물들을 제외하면 호라는 소환자의 군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좀 더 속도를 높인다. 사흘 내에 마웅키를 점령하도록 하지.”

헬림이 말했다. 요충지를 스윽 둘러본 그녀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둠디스트의 천족들이 합류하며 자신의 군세는 조금 더 불어났다. 마장기는 없었지만 헬림은 자신의 병사들로 충분히 마웅키를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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