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리그너스 대륙전기 199
“그래서 어떤 마장기를 제작한 거지? 카니앗산? 캣츠? 아니면 메카 리자드?”
“수인 왕국의 마장기에 대해 굉장히 잘 아시는군요. 우끼긱? 특히 메카 리자드는 이 근방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녀석이 아닌데……?”
“만약을 대비하자는 주의라. 적의 정보는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놓칠 수 없지.”
메카 리자드. 도마뱀 인간인 리자드맨의 형태를 한 수인 전용 마장기로 특이하게도 창을 무기로 사용했다.
그렇게 리치가 긴 창을 무기로 사용하는 탓에 다양한 전술을 시도해보려는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보였던 마장기였다.
다만, C등급 마장기가 가지는 한계와 동급의 마장기에 비해 제작 기술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 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해 그렇게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던 마장기는 아니었다.
타레스는 호가 수인족의 마장기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놀란 모습을 보일 뿐 이상함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호는 로우덴처럼 많은 수인 영웅을 휘하로 두고 있었으니 어떻게 보면 알고 있는 것도 당연했다.
“아무래도 내 예상으로는 타레스 그대가 말하려고 하는 마장기는 카니앗산이나 릴라릴라 정도가 될 거 같군. 내가 원인들과의 전투에서 보고받은 마장기는 그 두 종류뿐 이니까.”
마장기 제작기술은 단 시간에 발전 하는 게 아니다. 그게 가능했으면 호 역시 이미 마장기를 만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현재 호는 마장기 제작은커녕 수리조차도 하지 못해 드워프 상단인 타임리스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마장기 제작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인 왕국처럼 부족 국가 형태를 띠고 있는 나라는 각 부족마다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전부 달랐다. 그렇기에 호는 확신하듯 말했다.
“에, 우끼긱! 마, 맞습니다. 카니앗산 열 셋과 릴라릴라 두 대입니다.”
“흐음.”
C등급 마장기라 해도 카니앗산은 수성전에서 만큼은 다른 동급의 마장기에 비해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는 마장기였다. 계속된 전쟁으로 전장이 넓어진 호에게는 B등급 마장기 못지않게 유용한 전력이었다.
카니앗산 이 개 편대 정도만 엘프 왕국과의 경계인 토갈론 요새에 보내도 전쟁 억지력이 상당히 높아질 터였다.
릴라릴라도 쓸 만 했다. 비록 장비한 무기의 파괴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기는 해도 두꺼운 장갑으로 무장해 내구력이 좋은 만큼 마장기전에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탱커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카니앗산과는 달리 릴라릴라는 B등급 마장기였다.
“하나가 비는 데? 멍멍? 일부러 말을 안 한 건가?”
타레스의 말을 듣고 있던 로우덴이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버럭 인상을 썼다. 그런 로우덴의 모습에 타레스가 속일 생각은 없었다는 듯 우끼긱 하는 원인족 특유의 울음과 함께 빠르게 양손을 내저었다.
“그, 그런 건 아닙니다. 우끽. 나머지 한 대는 티거, 티거알리카입니다!”
“티거 알리카!”
호는 버독이 열여섯 기의 마장기를 제작했다는 말에도 태연한 척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였으니까. 하지만 티거알리카는 상상도 못했던 이름이었다.
티거알리카. 수인 왕국을 이루는 부족 중 군사력에서는 최강을 자랑하는 호인족의 대표적인 마장기로 웨어 타이거의 진화형이라고도 불리며 선택된 전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수인들의 A등급 마장기였다.
기본적인 무장은 웨어 타이거와 비슷했지만 손톱과 이빨의 강도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제대로 물리기만 하면 타 종족 A등급 마장기의 장갑도 단숨에 뜯어내 버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거기에 등 쪽에 부착되어 있는 2 연 마력포는 근접형 마장기인 티거알리카를 멀리서도 공격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덕분에 포격전도 가능했다.
거기에 지형지물을 가리지 않는 빠른 이동 속도까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점을 빼면 만능에 가까운 마장기였다.
타레스의 말에 로우덴도 깜짝 놀랐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은 괜찮아졌는지 진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티거알리카가 원인들에게 있는 거지? 멍멍?!”
호 역시 흘끗 타레스를 바라봤다. 호의 기억에 의하면 호인족의 영토는 나크 평원과 페렛 습지대가 있는 지역에서도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티거알리카는 호인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마장기. 다른 종족에게 쉽사리 팔아 넘겼을 리도 없었다. 원인들이 티거알리카를 제작했다? 그건 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우끽! 티거알리카를 지니고 있는 요, 용병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타레스의 대답은 이번에도 호의 예상을 벗어났다.
* * *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아쉬카로트
2. 성별 : 여(642)
3. 종족 : 호인족
4. 소속 : 없음
5. 레벨 : 462
6. 직업 : 흉포한 이빨(S)
7. 세부능력
통솔 : 422 / 500(S)
무력 : 364 / 500(S)
지력 : 211 / 300(A)
정치 : 199 / 200(B)
매력 : 267 / 300(A)
8. 특성 : 전투의 함성, 침착성, 위기 극복, 냉정한 시야.
9. 스킬
<차가운 마음가짐> S랭크.
타고난 전사인 호인들은 종종 전장에서 이성을 잃고 흉포하고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로 유명합니다. 그로 인해 입지 않아야 할 피해도 굉장히 많이 입지요. 아쉬카로트는 어릴 적 경험했던 전투에서 호인들이 이성을 잃고 싸우다가 동료까지도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은 다른 호인족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비록 그 때문에 부족에서 쫓겨나기는 했지만 아쉬카로트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효과 : 전장에서 이성을 잃지 않으며, 모든 상태이상 공격을 무효화 시킵니다.
-효과(2) : 적들 중 호인 영웅이 있으면 그들은 무조건 아쉬카로트만을 공격합니다.
“아쉬카로트.”
타레스가 말한 영웅의 이름을 공략본에서 찾은 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워낙에 많은 영웅들이 존재하는 대륙인만큼 S등급이라 할지라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영웅은 아니었다. 게다가 S등급 영웅이긴 해도 능력치가 조금 아쉬웠다.
보유 스킬이 그나마 괜찮아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부대의 공격력, 방어력 수치를 높여주는 것도 아니고 상태이상 면역은 정령들을 상대하는 상황이 아니면 크게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손이 모자란 상황. 그것도 티거알리카라는 수인의 A등급 마장기를 보유한 용병이었다.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하는 영웅이었다.
‘아쉬카로트는 토리아 항구에서 남쪽으로 열흘 정도 가면 나오는 도시 마웅키에 있습니다.’
페렛 습지대에서 머물렀던 그녀는 신성력 폭발에 의한 재앙이 일어나자 사건의 원흉인 천족들과 단독으로 전투를 벌였다고 했다. A등급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거칠게 없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천족의 군대 역시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루비어스에서 넘어온 천족 지원군이 가세하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후퇴. 그렇게 밀려나다가 현재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마웅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미 페렛 습지대는 천족들의 손에 넘어간 모양이네요?”
식사 자리에서 한시진이 물었다. 각 영웅들이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는 이제까지 못 보던 얼굴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는데, 바로 타레스였다.
“그런 모양이야. 정확히 말하면 조인들에게 넘어간 셈이겠지. 페렛 습지대에 있는 천족들의 목적은 나크 평원이니까.”
“그렇다는 이야기는 천족과 크게 한 판 붙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주비어스의 전력은 어느 정도 파악된 상황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페렛 습지대에서 활동하는 다크 엘프 정찰대가 계속해서 신빙성 높은 정보를 보내주고 있었다.
다행이도 주비어스의 전력은 호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대단한 편이 아니었다. 마장기 전력이 포함되어 있는 건 당연했지만 그 또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 역시 이번 원정에 많은 수의 마장기를 포함시킨 상황이었다. 나크 평원에 주둔하고 있는 천족의 선봉대 역시 전력이 이미 까발려진 상황이었다. 그들은 현재 나크 평원의 남동쪽에 위치한 도시인 둠디스트를 점령하고 파인플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는 마웅키로 진군할 생각인가?”
“응. 천족들도 마웅키를 노리고 있을 거야. 파인플을 점령하고 나면 나오는 도시가 마웅키니까. 게다가 아쉬카로트라는 녀석이 마웅키에 있다고 하더군.”
“그 호인 영웅을 고용할 생각인가?”
“그래. 그리고 이왕이면 동료로 만들고 싶어.”
브로리의 말에 호는 입술을 침을 적시며 말했다. A등급 마장기인 티거알리카를 보유하고 있는 영웅이다. 테레스는 그녀를 용병이라 말했다. 그렇단 이야기는 돈으로 고용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만약 돈으로 손에 넣을 수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타레스가 말한 열다섯 대의 마장기 또한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아쉬카로트는 마웅키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타레스가 필사적으로 옮기고 숨긴 마장기는 이 곳 토리아 항구에서 보름 정도로 가야지 나오는 B등급 던전 다원의 신전에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부대를 나누려고 해.”
모두의 시선이 호에게로 모였다.
* * *
아침이 밝아오자 조용했던 토리아 항구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벨리우스들이 피곤한 얼굴로 나와 온몸의 관절을 비틀고 있었고, 멀리서는 훗사르들이 특유의 ‘허잇!’ 하는 구호와 함께 정찰을 나가는 모습이 호의 눈에 들어왔다.
신성력의 폭발로 생겨난 괴물들로 인해 나크 평원의 도시들은 거의 다 엉망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이 거짓은 아니라는 듯 토리아 항구 역시 레스트와 마찬가지로 영주관저를 포함해 모든 건물들이 박살이 나 있었다. 덕분에 잠자리는 노숙을 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는 딱히 피로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 노숙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그러면 부탁해. 시진아.”
“헤헤. 걱정 말아요, 오빠.”
어젯밤 회의에서 호는 군대를 둘로 나눴고 그중 하나를 한시진에게 맡겼다. 능력도 뛰어났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경우 공헌도를 쉽게 얻게 해 많은 경험치를 획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녀는 티거알리카를 보유한 영웅인 아쉬카로트를 고용하기 위해 마웅키로 향할 예정이었다.
“로우덴도 있고…….”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멍멍!”
“그리고 엘 라스엘 님이죠?”
“세계수의 인도를 받아 한시진 님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한시진의 곁에는 부관으로 로우덴, 엘 아스린 등 S, A등급의 영웅이 포함되었다. 행여나 천족들의 도발이 일어날지도 몰랐기에 호는 능력이 뛰어난 영웅들을 그녀의 옆에 배치시켰다.
“걱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천족들의 도발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그 녀석들 혹시나 덤비면 모조리 물리칠게요. 저 강한 거 아시잖아요? 게다가 데스 사이더도 있다고요.”
자신감 넘치는 한시진의 말에 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강한 것은 호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특히나 한시진의 마장기를 다루는 능력은 SS등급의 영웅인 브로리에도 뒤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전 오빠가 걱정이에요.”
“왜?”
“던전으로 가시잖아요. 다원의 신전이라고 했던가?”
한시진의 목소리에서 불안감이 느껴지자 호는 큭큭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원의 신전. 나크 평원의 B등급 던전으로 낮은 등급의 던전은 아니었지만, 마장기를 다수 보유한 호의 앞길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 마디로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