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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79화 (179/522)

# 179

리그너스 대륙전기 179

“밀어붙여라! 우리들의 이상향을 지키는 거다!”

“아군의 마장기가 합류했다! 부상자들은 마장기의 뒤에 숨어서 후퇴해!”

한 아벨리우스가 크게 점프를 뛰더니 세 명의 엘븐 템플러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뛰어들어 자신의 검을 크게 휘둘렀다.

“흐리야아압!”

곧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방패에 가로막혔지만 기합과 함께 아벨리우스는 끝까지 자신의 검을 휘둘렀고, 방패와 함께 엘븐 템플러까지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렇게 한층 사기가 오른 아벨리우스들이 천천히 엘븐 템플러들의 목숨을 빼앗으며 전진을 시작했다. S랭크와 엘프 병사와 A랭크의 엘프 병사들이 부딪치며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 모습은 마치 동족상잔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느새 마장기전은 끝이 난 상황이었다. 동력이 꺼진 마장기들이 포로로 잡히는 모습이 아군을 포함, 엘프들의 눈에도 들어오고 있었다.

“어?!”

“우리 편 마장기들이……?!”

아군의 마장기가 잠잠한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엘프 병사들이 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들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

군단장 엘 라스엘의 마장기를 포함해 아군의 마장기들이 전부 박살이 나거나 포로로 사로잡히고 있었다. 그에 반해 상대의 마장기는 마족과의 전투에서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보였던 데스 사이더와 황금색의 웨어타이거가 건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마장기들이 몇 대가 더 보이기까지 했다.

“후, 후퇴! 후퇴해야 돼!”

“후퇴! 후퇴!”

눈치 빠른 엘프 몇몇이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호표기로 인해 퇴로가 가로막혔고, 정면에는 마장기의 지원을 받는 아벨리우스들이 차근차근 진격해오고 있었다.

쾅! 쾅쾅!

전장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마장기들의 포격이 엘프 병사들에게 떨어지며 엄청난 피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력포의 위력을 줄여줄 수 있는 엘프 마법사들이 있기는 했지만, 한 대도 아닌 여러 대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기란 무리였다.

승, 패는 정해졌다. 이제는 패잔병들을 상대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 것만이 남아 있었다. 어차피 호표기부대가 건사한 만큼 엘프들은 도망가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였다.

“생각 외로 굉장히 쉽게 승리를 거뒀는데?”

호는 전선의 뒤에 서서 사태를 관망하기 시작했다. 아군 병사들이 후위의 적군들과 섞이면서 MLC 를 사용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범위에 맞춰서 제네시스–전장의 마에스트로의 스킬을 사용해 주는 게 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제 슬슬 S등급의 클래스도 얻을 수 있겠는데?’

원래는 전직을 하기 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경험치를 획득했고, 그와 동시에 퀘스트들을 완료하면서 조금씩 승급의 길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선택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었다. 이대로 지휘관 클래스로 밀고 나가느냐, 근접전에 탁월한 마장기사로 나가느냐,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의 전투 능력, 그리고 높은 내정 능력을 지닌 만능 클래스를 획득 하느냐였다.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

어느 클래스든 나름대로의 장, 단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호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역시 지휘관 클래스였다. 계속된 전쟁에서 호는 제네시스–전장의 마에스트로가 지닌 스킬들의 덕을 톡톡히 봤었다. 특히 아벨리우스와 같이 고랭크 병사들을 향한 버프의 위력은 열세였던 전력을 백중세로 만들었을 정도로 대단했다.

와아아아!

아직 전투는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승리를 직감했는지 아군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요란한 음악이 터져 나왔다.

오크, 오우거, 미노타우르스와 같은 마족의 병사들로 이루어진 병사들이 내뿜는 소리들이었다.

* * *

“참혹하네요.”

한시진의 씁쓸한 목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그녀의 눈으로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죽은 엘프와 병사들의 장례를 치르는 작업이었다.

몇몇 마족 병사들이 죽은 엘프들의 시체를 보며 아깝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적군이라고 해도 상대는 엘프들. 함께 싸웠던 병사들의 동족이었다.

“일, 이천 명이 죽어도 끔찍한데 몇 만 명이 죽었어.”

호가 한시진의 옆에 서며 말했다. 현실 세계였다면 학살자로 불렸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 만큼 이번 전투에서 죽어나간 양측의 숫자는 상당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살아남았기 할 수 있는 거야.”

“알고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전장의 참혹함을 보고 슬픈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한시진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탐욕스러운 엘프의 장로 엘 로즐린의 모습을 떠올리며 모든 원인을 그녀에게로 돌리기 시작했다. 전장에서 그녀의 마장기 아보르 비테를 만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일단은 여기서 주둔을 계속할 거야. 병사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해. 게다가 킬리드를 향해 엘프 군단이 올만한 루트는 정해져 있잖아?”

“그렇죠.”

코르다에서 킬리드까지 수 만 명에 다다르는 대군이 이동하기에 용이한 길은 몇 없었다.

“일단 여기서 상대를 기다리는 거지. 다행스럽게도 한 번의 전투로 치명상도 아니고 상대 군단을 거의 무너뜨릴 수 있었어. 분명 타격이 꽤 클 거야.”

“그랬죠. 운이 좋았어요. 멍청하게도 마장기의 정비를 똑바로 하지 않았을 줄이야…….”

한시진의 말을 들으며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로 운이 좋았다.

“그나저나 작전은 어떻게 됐지?”

“화이트 섀도우라면 제대로 성공했어요. 엘 아르윈도 합류했고요.”

시진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화이트 섀도우 작전. 아군 엘프를 이용해 상대를 교란한다는 작전이었다. 그로 인해 호는 일부러 아벨리우스로 승급시키지 않은 천 명의 엘븐 템플러들을 뒤쪽에 몰래 숨겼었다.

그리고 그들은 패잔병들이 모일 때 자연스럽게 합류해 엘프들의 본진으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이런 화이트 섀도우 작전은 상대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한 편, 엘프가 엘프를 한 마디로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는 엘프의 군대를 구성하고 있는 부족이 크게 크리솔라이트, 시텔라의 생명, 시스테인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계획이었다.

이 중 크리솔라이트는 예전부터 붉은 핏빛의 대지에서 거주했던 엘프들이었다. 그리고 시텔라의 생명은 엘 로즐린의 부족이었고, 시스테인은 부족은 토갈론의 요새 북쪽에 폭넓게 거주하고 있는 부족이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실은 몰랐을 테지.’

웃긴 것은 이들이 똑같은 엘프면서도 알게 모르게 서로의 대해 차별적인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엘프들의 장로 엘 로즐린의 부족이기 때문일까? 호는 전투 중 사로잡은 포로를 통해 시텔라의 생명 부족이 크리솔라이트와 시스테인 부족을 무시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었다. 이는 영웅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포로로 잡힌 군단장 엘 라스엘은 시텔라의 생명 부족이었지만 그녀의 부관인 엘 트라인과 릿츠는 시스테인 부족의 영웅이었다.

“무능한 놈들 같으니! 대체 마정석의 관리를 어떻게 한 거냐! 네, 네놈들의 실수만 아니었어도!”

“라스엘님! 과, 관리는 똑바로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거짓말 마라! 관리를 똑바로 했다면 내가 경험한 것은 대체 뭐란 말이냐!”

포로가 있는 막사로 이동하자 한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호의 귀로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꽤나 듣기 싫었는지 경비를 서고 있는 다크엘프들이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

“힛?!”

한 다크엘프가 호를 발견하고는 곧 깊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다크엘프를 향해 가볍게 인사를 한 호는 손가락으로 막사를 가리키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아니요. 없습니다.”

“후우. 엘프 지휘관이 자신의 부관들을 향해 욕을 하는 중입니다. 벌써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어요. 저 하얀 년은 목도 안 쉬나?”

불만에 가득 찬 다크엘프들의 모습을 보며 호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마치 꼬마가 어른에게 일러바치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엘 라스엘로 생각되는 엘프가 두 명의 부관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실수를 하다니! 시스테인 부족은 다들 그렇게 미개한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 중에는 그들의 종족에 대한 비난도 섞여 있었다. 역린을 건드린 것일까? 종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부관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호가 예상했던 것과 한 치의 다름도 없는 모습이었다.

“이거 서로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들려오는 엘프들의 말다툼 소리를 들으며 호는 미소를 지으며 막사 안으로 향했다.

“……?!”

“누구냐!”

호가 막사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던 엘프들의 눈동자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입구로 향했다. 자신을 향해 황금빛, 연녹색, 푸른색의 눈동자를 맹수처럼 번들거리는 여인들을 향해 호가 히죽 미소를 지었다.

“림드 산맥의 패자 윤호다.”

말과 함께 호는 눈짓으로 세 영웅을 빠르게 훑어 내렸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엘 라스엘

2. 성별 : 여(381)

3. 종족 : 엘프

4. 소속 : 시텔라의 생명

5. 레벨 : 288

6. 직업 : 생명의 방패(A)

7. 세부능력

통솔 : 477 / 500(S)

무력 : 266 / 300(A)

지력 : 169 / 200(B)

정치 : 162 / 200(B)

매력 : 172 / 200(B)

8. 특성 : 엘프 하이가드, 군단의 지휘관, 게이볼그.

9. 스킬

<우리는 세계수의 방패입니다> A랭크.

세계수, 엘프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이 생명의 나무를 지키는 것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여깁니다. 과거 세계수를 손에 넣기 위한 마, 정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내었던 엘프들의 방어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였습니다.

-효과 : 이 스킬의 보유한 영웅의 휘하에 있는 엘프 병사들의 방어력이 20%상승합니다.

<스트라이드 댄싱> A랭크.

크게 창을 휘둘러 주위의 적들을 모조리 공격하는 이 아름다운 공격은 창술의 대가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달인들은 점프를 한 상태에서도 창을 휘둘러 지상에 있는 적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효과(1) : 주위의 적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며, 멀리 밀쳐냅니다.

-효과(2) : 창 계열의 무기를 착용했을 경우, 무력이 10%상승합니다.

뛰어난 능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스킬을 보면 제법 괜찮은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엘 라스엘을 바라보는 호의 눈동자가 이채를 발했다. 그녀의 영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을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엘 트라인과 엘 릿츠 이 두 남녀도 쓸 만했다. 둘 다 B등급의 영웅들이었는데, 엘 트라인은 지력과 정치 능력의 한계에 보너스를 받고 있었고, 엘 릿츠는 무력이 A등급인 영웅이었다.

“셋 다 손에 넣어야겠네.”

“뭐, 뭐야?!”

호의 중얼거림을 들은 엘 트라인이 불길함을 느꼈는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얼마 가지 못했다. 곧 철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깊숙하게 박아놓은 말뚝에 걸린 쇠사슬이 트라인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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