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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78화 (178/522)

# 178

리그너스 대륙전기 178

“골드 이글들은 엘프 마법사가 있는 장소를 피해 적들을 요격하도록.”

호의 명령에 따라 골드 이글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활을 이용한 마력포 공격이 주된 무기인 골드 이글로 하여금 엘프 마법사들을 상대시킬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마법사들은 마력포 공격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도 일반 병종이나 마장기의 직접적인 타격에는 굉장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흐아아아앗!”

정면의 마장기를 향해 달려든 한시진이 기합에 가까운 고함과 함께 자신의 낫을 휘둘렀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그녀의 공격에 실린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엘프의 C등급 마장기 세비트리가 팔 하나가 날아간 채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충격파를 이기지 못한 주위의 엘프 마법사들이 피분수와 함께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컹. 컹컹!”

마력 통신을 통해 목이 막힌 것 같은 누군가의 신음성이 이어졌다. 호도 마찬가지였다. 그 만큼 방금 전 한시진이 보여줬던 일격은 엄청나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엘프 왕국의 마장기 세비트리. C등급에 불과한 마장기였지만 세계수를 닮은 거대한 나무 앤트와 흡사하게 생긴 이 엘프의 마장기는 방어력만큼은 동급의 마장기 중에서는 따라올 수가 없다는 단단한 마장기였다.

‘적들의 공격을 두려워 말게. 내가 그대들의 방패가 될 지어니.’

이런 세비트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엘프 왕국의 방어진은 격퇴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한시진은 그런 세비트리를 단 한방에 고꾸라뜨리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A등급 마장기에 탑승하고 있고, 세비트리를 일격에 격파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단단한 방패와도 같은 세비트리를 단숨에 넘어뜨린 것은 전장의 분위기를 아군으로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충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호의 진영에는 한시진보다도 월등하게 실력이 뛰어난 맹장이 한명 더 있었다.

“커다란 풀떼기 같은 놈이! 썩 꺼져라!”

“……풀떼기?”

모두의 귀로 흥분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풀떼기와 거대한 나무인 앤트. 쉽사리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그 두 개체를 동급으로 놓는 고함과 함께 황금색의 웨어 타이거 골든 스테이트가 하늘을 날았다.

그러고는 한시진의 공격에 의해 넘어진 세비트리의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세비트리를 넘어뜨리더니 그대로 세비트리의 목덜미 부분을 물어뜯어 버렸다.

“짐승이 따로 없군.”

그 모습을 보며 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웨어 타이거의 외향은 어디까지나 호랑이와 비슷했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입으로 물어뜯은 부위에서 보이는 모습이 피가 뚝뚝 흐르는 고기가 아닌 금속이라는 게 다를 뿐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세비트리의 팔을 날리며 고꾸라뜨린 한시진과는 달리 브로리는 마장기의 덩치를 이용해 상대를 넘어뜨리고는 목덜미를 물어뜯어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세비트리의 마장기사가 타고 있는 조종석 부근을 향해 자신의 손을 세차게 휘둘렀다.

쿠우웅!

거대한 힘이 실린 공격이 무방비한 세비트리의 조종석을 그대로 내리쳤다. 잠시 후, 콕핏이 크게 움푹 들어간 모습에 호는 세비트리 한 대가 쓰레기로 변했다는 사실 알 수 있었다. SS등급의 무장. 거기에 자신만의 커스텀 기체까지 가지고 있는 영웅다운 깔끔한 마무리였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단숨에 두 대의 마장기가 전투 불능으로 변해버린 모습이 충격적이었을까? 엘프들의 마장기들이 살짝이나마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들이닥친 컹컹이와 리아 캬베데의 공격에 마장기전이 시작되었고, 그 뒤를 따라 보병들의 격돌도 이어졌다.

엘 코숏과의 전투와는 달리 이번 전장에는 마장기와 병사들이 한데 모여 뒤섞여 있었다. 마장기의 전력이 자신만만했던 엘 코숏과는 달리 엘 라스엘은 자신들이 병사 수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투투투투투투!

마장기에 장착된 마력 화살들이 발사되며 병사들의 연약한 육체를 곤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엘븐 템플러와 아벨리우스와 같이 방어력이 높은 보병들은 마장기의 공격에도 잠시나마 버틸 수 이었지만 그들 역시 마력 화살의 공격이 연이어지자 온몸에 구멍이 뚫리는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으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쉴 새 없이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소리들을 뒤로 한 채 호는 분주하게 전장을 움직였다.

MLC 로 아군을 지원하면서 전장의 중앙에서 대치를 벌이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지휘관의 스킬들을 발동시켜 능력치를 크게 상승시켜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제네시스–전장의 마에스트로로 전직까지 했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병력의 차이가 꽤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군은 엘프 군단의 중앙 병력을 상대로도 막상막하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조금씩 상대를 몰아붙이는 양상이었다. 바로 마장기 때문이었다.

쿵! 쿠쿠우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염에 휩싸인 마장기 하나가 그대로 고꾸라지며 주위에 있던 병사들을 덮쳤다. 브로리와 컹컹이의 협공을 당한 엘 스카우터가 파괴되는 모습이었다. 엘 라스엘의 군단에 속한 엘프들의 마장기는 총 여덟 기. 그리고 호는 그중에서 벌써 반수의 마장기가 파괴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너무 쉽잖아?”

아군 마장기사들의 실력이 엘프들보다 뛰어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상대 마장기사들이 군단장인 엘 라스엘을 제외하고는 전부 B등급 영웅들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정보창을 통해 파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엘프들의 마장기는 그런 호의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제압되고 있었다. 아무리 수준의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엘프들의 마장기가 움직이는 모습이 조금씩 부자연스럽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호의 눈에 아군 마장기와 전투를 벌이고 있던 엘 스카우터의 불빛이 빠르게 어두워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호는 자신의 눈을 비볐다. 마장기를 가동시킬 수 있는 마정석의 마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마력석의 마나가 다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쟤들 마장기의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MLC 로 아군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호는 동력이 사라져 아군에게 제압당하는 엘프의 마장기를 바라보았다. 전투 중 마장기의 동력이 사라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오랜 시간 동안 전투를 치른 것도 아니었다.

“우와! 하늘이 도와주는 건가?”

엘프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호기를 놓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거침없는 한시진의 공격에 윈드라이더가 다리가 박살이 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마장기는 엘 라스엘의 마장기를 포함한 세 기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아군의 마장기는 C등급에 불과한 자넷 한기가 완파된 것에 불과했다.

“쟤네들 뭔가 이상한데요? 아까부터 움직임이 굼떠요.”

“컹컹. 아까부터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동력이 없는 모양입니다. 컹.”

“이거 전투 날로 이기는 거 아니야?”

직접 전투를 벌이고 있는 마장기사들도 상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듯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포위망을 좁히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요.”

“멍멍이와 고양이. 너희 둘이 후방 퇴로를 막아!”

한시진과 브로리의 말이 이어졌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서로의 목숨이 걸린 전장 상황. 상대의 약점을 물어뜯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팔 다리 하나는 날려버려도 좋으니까 무조건 잡는 거다.”

“마장기 세 대면! 우와 돈이 얼마야?!”

게다가 시간만 끌면 동력이 떨어질 터. 포위망만 유지하다 보면 황금 세 덩어리가 넝쿨째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나도 가겠다.”

호 역시 포위망에 합류하기로 했다. 세 대의 마장기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전리품이었다. 병사들은 걱정도되지 않았다. 마장기전에서만 승리하면 전장의 승기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까? 아직까지 엘프족의 병사들은 아군 마장기들의 이상함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다만 멀리 에머넌츠 아쳐 한 부대가 전장을 이탈하는 게 포위망에 합류하려던 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눈치가 빠른 영웅이라는 생각에 호는 에머넌스 아쳐를 이끄는 부대의 영웅에 대해 정보창을 열었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엘 샤난

2. 성별 : 여(297)

3. 종족 : 크리솔라이트

4. 소속 : 엘프 왕국

5. 레벨 : 96

6. 직업 : 엘븐 센티널(C)

7. 세부능력

통솔 : 142 / 200(B)

무력 : 196 / 200(B)

지력 : 76 / 100(C)

정치 : 79 / 100(C)

매력 : 97 / 100(C)

8. 특성 : 전장의 지휘관, 활의 가르침, 굴하지 않는 용기.

9. 스킬

<크리솔라이트의 화살> A랭크.

크리솔라이트 부족은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엘프 중에서도 명궁으로 소문이 난 부족입니다. 그만큼 이들의 화살은 먼 거리에서도 강철을 꿰뚫을 정도로 위력적입니다.

-효과 : 전투 중 상대 영웅을 부상 입힐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궁병 계통의 병사를 지휘할 경우 부대의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어?!”

호의 입에서 탄성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 나왔다. 에머넌스 아쳐를 이끄는 부대의 영웅은 엘 샤난. 자신을 향한 호감도 퀘스트가 완료된 영웅이었다.

그녀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후퇴를 하는 샤난의 부대를 추격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황금 같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호표기 부대. 출진한다! 한시진, 브로리! 엘 라스엘을 포함한 세 대의 마장기는 곧 동력이 꺼질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마장기와 마장기사들을 사로잡도록 해.”

“네!”

“알았어요!”

아직 많은 수의 엘프 병사들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상대 마장기의 상태를 본 호의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이 전투. 자신들이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와아아아! 진격! 진격하라!”

곧 호표기 부대가 투입되었다. 빠른 이동속도를 지닌 그들은 순식간에 엘프 군대의 좌우 측면을 파고들었고, 돌파력을 한껏 살려 전선을 헤집으며 엘프 병사들을 큰 덩어리로 분리시키기 시작했다.

엘프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용기 있는 엘븐 템플러들이 나서서 호표기의 돌파를 막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난전에 특화된 호표기들은 어렵지 않게 엘프들을 상대하면서 자신들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쾅! 쾅!

그런 호표기의 활약에 힘을 얻었는지 아벨리우스들도 자신들의 방패를 크게 휘두르며 점점 엘븐 템플러들을 밀어붙였다.

“크아악!”

“마, 마장기다!”

거기에 자넷과 골드 이글이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전세는 아벨리우스가 포함된 호의 군대로 빠르게 기울기 시작했다. 비록 C등급이기는 하지만 마장기는 마장기. 수많은 마력 화살과 거대한 덩치로 밀어붙이는 공격에는 엘븐 템플러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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