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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68화 (168/522)

# 168

리그너스 대륙전기 168

“아벨리우스 양성은?”

“멍멍. 현재 한 달에 이 천씩 병영에서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물다섯 개의 대장간에서 아벨리우스의 장비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멍. 아직까지는 순조롭습니다만 계속해서 병사들을 양성하려면 뷰트의 성목과 세계수의 잎에 대한 추가 구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건 나중에 디아린에게 따로 지시하도록 하지.”

계속된 특산품의 구매로 인해 5억에 가까웠던 리스는 근 이주 사이에 3억 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2 만에 가까운 엘븐 템플러를 아벨리우스로 랭크 업을 시키는 데 어마어마한 돈이 투자된 까닭이었다. 거기에 특산품의 구매해도 상당한 돈이 투입되었다.

“게다가 멍멍.”

“게다가?”

“멍멍. 디르시나에 주둔하는 아벨리우스를 보고 골든 크로우 측에서 엘븐 템플러 대신 아벨리우스를 보내달라는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각.”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벨리우스를 양성하는 데는 막말로 엘븐 템플러 양성 비용의 두 배 이상의 자금과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에 S랭크까지 연구를 진행하느라 들어갔던 노력과 돈도 생각해야 했다.

“어디로 날로 먹으려고. 골든 크로우로 보내는 엘븐 템플러는 따로 양성하고 있으니까 기대하지 말라고 해. 게다가 그쪽은 이미 훗사르를 받기로 했잖아?”

“멍멍. 그만큼 디르시나에 주둔하기 시작한 S랭크 병사 아벨리우스를 보고 놀란 것이겠지요.”

로우덴의 대답에서 우월감 비슷한 감정이 호를 스쳐갔다. 골든 크로우에 비교하면 림드 산맥은 대영주의 영토조차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하지만 자신의 영지에서는 골든 크로우는 생각도 못할 S랭크의 엘프 보병을 훈련시킬 수 있었다.

“빠르게 훗사르의 양성에 들어가겠다고 기름을 좀 쳐놔야겠네. 그리고 일단은…….”

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적어놓은 종이의 가장 앞부분을 쳐다봤다. 그 1순위에는 마족의 B랭크 마법병과 비치 윗치의 양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법의 양피지도 구했으니 곧 연구 개발에 들어가면 되겠군.”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와는 다르게 디르시나가 S등급의 영지가 되면서 호는 마법 연구소를 하나 더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즉, 영지 기술 개발에 투입시킬 수 있는 영웅이 늘어났다는 말이었다.

“끄응.”

그리고 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우덴이 자신의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리아 캬베데와 존스 홉킨스 그리고 그와 벨은 현재 연구소에서 생활을 하다시피하며 갈려나가고 있었다.

“붉은 핏빛의 대지에 대한 특이사항은?”

“멍멍. 한시진 양의 보고에 의하면 아직까지는 없는 모양입니다. 다만, 최근에 우리 군이 포함된 엘프 왕국과 마족의 대규모 마장기전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대규모 마장기전?”

“네, 양측 합쳐 오십 기 이상의 마장기가 출진했다고 합니다. 멍멍. 그리고 엘프 왕국이 마장기전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합니다.”

로우덴의 말에 호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자신이 도와주고 있는 엘프 왕국의 병사들이 마족을 상대로 한 마장기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대승을 거뒀다는 게 문제였다.

호는 엘프와 마족이 계속해서 투닥투닥 거리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전력을 계속해서 깎아먹고, 결국 림드 산맥에도 신경을 쓸 수 없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마장기전에서 엘프 측이 대승을 거뒀다는 보고가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멍멍. 한시진 양과 브로리 님의 활약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적당히 잘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한시진의 마장기 조종술은 호도 인정하는 바였다. 대한제국의 최연소 기사단장이라는 것에 이미 그 능력이 증명되고 있었다. 브로리도 마찬가지였다. 무력 964 의 SS등급 영웅인 그녀는 호와 한시진이 마음먹고 덤벼도 이겨낼 수 없는 존재였다.

“마장기 전을 승리로 끝냈으면 엘프들이 파죽지세로 전선을 밀어붙였겠군.”

“멍멍. 그렇다고 합니다. 지금쯤이면 커티삭을 포위했을 지도 모릅니다.”

호의 시선이 지도로 향했다. 커티삭은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마족의 영토로 향할 수 있는 관문과도 같은 도시였다. 커티삭을 통과해 볼 붸르니체스의 영토로 진입하는 순간 엘프들은 다양한 루트로 마족의 영토를 유린할 수 있었다.

“커티삭을 점령하는 순간 엘프들은 분명 전장을 고착화시킬 겁니다. 멍멍.”

“그렇겠지.”

지도를 쳐다보던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호 역시 로우덴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볼 붸르니체스의 피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엘 로즐린 홀로 마족의 영토로 진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계속된 전쟁으로 엘프들이 입은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커티삭을 손에 넣어 대륙의 남동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진기지를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상당한 성과였다.

“우리도 제대로 된 준비에 들어가야겠군.”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호는 계속해서 엘 로즐린에게 편지를 보냈다. 함께 마족을 물리치며 서로 좋은 관계를 맺자는 내용이 담긴 편지였다. 하지만 엘 로즐린은 지금은 마족과의 전쟁에 집중해야 된다는 말만 적힌 답장을 보냈을 뿐이었다.

“분명 엘 로즐린은 커티삭을 점령한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거야. 이번 전쟁으로 엘프 왕국이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녀는 볼 붸르니체스와 마찬가지로 림드 산맥에 대한 탐욕을 드러낼 것은 분명해 보였다. 자신에 비해 별 볼일 없는 전력을 보유한 림드 산맥은 엘 로즐린에게 맛 좋은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하물며 성공적인 특성화 개발로 인해 림드 산맥의 디르시나는 S등급의 도시로까지 발전한 상황이었다.

“현재 디르시나의 크기와 인구 그리고 발전도는 엘 로즐린의 영토에 있는 그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아. 게다가 리스 수입도 엄청나지. 마정석과 해양석도 생산되는 곳이고.”

“멍멍. 눈독을 들이기엔 충분하겠군요.”

“물론이지. 게다가 디르시나는 지금 이상으로도 발전할거야. 아직 특성화 개발이 마무리 된 게 아니잖아?”

호가 말했다. 그렇기에 엘 로즐린은 분명 그 창끝을 림드 산맥으로 돌릴 터였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호는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후우. 알다시피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어.”

“탐욕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엘프 또한 아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멍멍.”

로우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호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더러운 세계는 일 년이 멀다하고 스펙터클한 과제를 자신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호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엘프들이 치른 희생은 엄청납니다. 분명 80프로의 이상의 확률로 저희를 노릴 겁니다.”

로우덴의 말에 호는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엘프 왕국의 영웅 중 여왕 엘 유스타시아 다음의 권한을 지니고 있는 여섯 영웅이 바로 엘프 장로들이었다. 이름하야 육 장로. 그리고 엘 로즐린은 그 육 장로 중 한 명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붉은 핏빛의 대지에서 일어난 전쟁은 그녀의 결정으로 인해 확산된 전쟁이었다. 뭐, 전쟁의 빌미는 볼 붸르니체스가 만들었지만 어쨌든 엘 로즐린이 참전하면서 전쟁이 커졌고, 그녀는 전쟁에서 입은 엘프의 희생을 무마시킬 만한 성과를 이번 전쟁에서 얻어야만 했다.

“나머지 20프로에 걸 수도 없는 거고. 어쨌든 전쟁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마장기도 그리고 병사의 수도 엘 로즐린에 비한다면 형편없는 수준이야. 그나마 비벼볼 만 한 건 아벨리우스 정도지.”

“멍멍. 아벨리우스는 지금의 엘 로즐린도 양성하지 못하는 병과니까요.”

이 세계에서는 S랭크의 벽이 상당히 큰 모양인지 엘프의 장로도 아직 S랭크 보병인 아벨리우스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은 아벨리우스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수십만의 엘프 병사가 몰려 있는 붉은 핏빛의 대지와는 달리 림드 산맥의 아벨리우스는 다 합쳐서 이만 가량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수인과 손을 잡을 수도 없고…….”

호의 입에서 한탄에 가까운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원인들과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마찬가지로 바리안스의 대지에 있는 리셴르나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멍하니 당할 수는 없는 노릇. 호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양성한 아벨리우스들을 킬리드로 보냈고, 림드 산맥의 각 도시에 방어 건물을 건설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그와 함께 마장기를 상대할 스파크 마장병 양성과 마법병과의 개발에도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전쟁이 마무리되어가는 모습에 엘프와 손을 잡고 마족과 전투를 벌이던 한시진과 브로리에게도 퇴각명령을 내렸다.

엘 로즐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엘프 왕국의 장로는 그녀들의 퇴각에 아무런 제한도 걸지 않았다.

* * *

마족의 B랭크 마법병과 빗치 위치의 개발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호는 아직도 빗치 위치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병과 양성과 관련된 연구가 워낙에 많은데다가 연구를 끝내놓은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붉은 핏빛의 대지에서 일어났던 마족과 엘프 왕국의 전쟁은 커티삭이 엘프들의 손에 들어감으로서 어느 정도 종결이 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로군.”

호가 손에 들린 편지를 보며 말했다. 한시진이 보낸 편지였다. 코르다에 엘프 군단이 집결했다는 보고였는데, 왠지 느낌이 심상치 않다고 적혀 있었다.

당연히 심상치 않을 터였다. 그들은 분명 킬리드를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볼 붸르니체스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로 함께 싸웠는데 이렇게나 빠르게 칼끝을 돌리다니 정말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이 나고 있었다.

“마지노선은 킬리드야. 무조건 킬리드에서 엘프들을 막아야 해. 만약 킬리드가 뚫리면 베코바와 해머스는 포기하고 바로 디르시나에서 방어전을 치러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끝이나 다름없었다. S등급 도시라고는 하지만 디르시나는 특성화 개발의 영향으로 인해 도시의 방어 체계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디르시나 주위에는 너른 평원만이 펼쳐져 있었다. 포위되기 딱 좋은 구조였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 때문에 호는 휘하에 있는 모든 정예를 킬리드에 집결시켰다.

한시진, 브로리, 컹컹이를 포함해 일주일 전 쯤 로우덴과 리아 캬베데가 마장기 및 병사들과 함께 킬리드로 이동했고, 오늘은 자신이 직접 킬리드로 떠날 생각이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안녕하십니까?”

청발의 여인이 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저는 카틀라스 군항의 영주, 스퀴드 수운다님의 참모 똘레오라고 합니다. 이렇게 림드 산맥의 패자 윤호 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

똘레오라는 여성 치고는 굉장히 특이한 이름에 그녀의 외모가 가려지고 있었다.

영웅 등급은 B등급. 지력과 정치 능력치가 골고루 높은 전형적인 참모형 캐릭터였다.

‘하기사 그 브로리도 있는데 이름이 대수일까.’

호의 눈동자가 똘레오에게 향했다. 외알 안경을 끼고 있는 몸매 좋은 누님 스타일의 캐릭터. 저런 영웅이 취향인 유저들은 차고도 넘쳤기에 어느 정도 팬층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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