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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49화 (149/522)

# 149

리그너스 대륙전기 149

호와 브로리 그리고 이천의 엘븐 템플러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해머스로 향했다.

중간에 마장기를 이용해 이동하자는 브로리의 의견이 있었지만 호는 기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전투를 벌이기에는 부족하지 않지만 해머스 까지 이동해 전투를 하려면 마정석이 부족했다.

‘아직 해머스는 함락되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마장기를 이동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해머스에 도착해도 마장기 없이 이천의 병력으로만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게다가 지금의 이동속도도 느린 편은 아니었다. 마장기를 타고 이동한다 해도 지금 속도보다 아주 약간 더 빠를 뿐이었다. 키마라이나 웨어 타이거는 드워르기니가 아니었다.

호도 마음 같아서는 하루라도 빨리 해머스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해머스에 주둔한 삼천의 병력을 믿어야만 했다. 다행히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해머스가 함락당했다는 메시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해머스에 주둔한 영웅들이 제법 몬스터들을 상대로 잘 버텨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 아침이 될 무렵에야 호와 브로리는 몬스터들에게 포위를 당한 해머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성벽 안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해머스의 상태는 곧 함락이라도 될 것처럼 위급해 보였다.

“당장 합류하자!”

밤새도록 쉬지 않고 이동한 피로가 남아 있을 텐데도 브로리는 자신의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브로리의 말에 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수레에 실린 키마라이를 향해 몸을 옮길 뿐이었다.

“고맙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엘븐 템플러들을 향해 호가 말했다. 수십 필의 말과 엘븐 템플러들이 속도를 유지한 채 쉬지 않고 수레를 끌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영주님에게 도움이 되어서 영광입니다. 영주님에게 세계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븐 템플러의 인사를 뒤로 한 채 호는 재빠르게 키마라이의 조종석을 열었다.

이미 브로리의 황금색 웨어타이거는 자신의 몸을 일으키며 살아 있는 생명체마냥 머리의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띵동.

-마족의 B등급 마장기 키마라이에 탑승했습니다. 탑승 조건을 확인합니다. 3…… 2…… 1. 완료.

-키마라이와의 싱크로율을 확인합니다. 싱크로율에 따라 마장기의 숙련도가 결정됩니다.

-확인 완료. 사용자와 키마라이와의 싱크로율은 82%입니다.

-마장기의 숙련도가 82 로 정해졌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능력과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우웅!

키마라이의 엔진에 장착된 마정석에 마나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가 조종간을 당기자 수레에 누워있던 키마라이가 자신의 몸을 일으키기 위해 움직였다.

“후우.”

키마라이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비록 성벽은 뚫린 것 같지만 무사히 마장기를 끌고 해머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도 무사해야 할 텐데…….”

해머스에는 세 명의 영웅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다른 특산품도 아니고 마정석이 생산되는 도시인만큼 제법 신경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군의 영웅이 포로로 잡혔거나 죽었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일단은 전장의 상황이 어떤지 파악해야만 했다. 호가 조종석을 통해서 해머스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할 때였다.

“먼저 가겠다!”

“아, 잠깐!”

호가 마력 통신을 이용해 외쳤다. 그러나 황금색의 웨어 타이거는 이미 자신의 네 발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호도 웨어 타이거를 뒤를 따라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했다.

브로리의 전투 능력을 생각하면 맨 몸도 아닌 마장기를 타고 있는 그녀가 해머스를 침공한 몬스터들에게 위기감을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대형 몬스터인 오우거가 상대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최소 S등급 던전에 등장하는 초대형 보스급 몬스터면 좋은 상대가 되겠지.”

호는 자신이 플레이 했었던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경험을 떠올렸다.

1000에 가까운 브로리의 무력 수치를 생각해 보면 좋은 아이템과 엄청난 경험치를 안겨다주는 S등급 던전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도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고 보니 호는 자신이 아직 브로리가 전장에서 제대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에는 책략으로 잡았으니.”

브로리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에스트라다를 공격한 그녀를 유인하기 위해 한시진과 함께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면 승부는 역부족이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게 브로리의 진정한 실력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땐 정말 장난 아니었지.”

호는 브로리를 유인하던 도중 그녀가 자신에게 한 방 얻어맞고 분노에 찬 고함성과 함께 기의 파동만으로 언덕 하나를 초토화시켰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공할 만한 무력이 몬스터들을 상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투콰아앙!

빠른 속도로 달리던 웨어 타이거가 도약을 하듯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모조리 죽여주겠어!”

강하를 하듯 성벽 밖의 몬스터들을 향해 떨어져 내린 웨어 타이거가 그대로 자신의 앞발을 휘둘렀다.

웨어 타이거의 손톱 부위에서 자라난 1m 정도 크기의 황금색 기운이 넘실거리며 몬스터들을 종이처럼 베어내기 시작했다.

카아악! 꾸이익!

고통에 찬 몬스터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패를 들이 밀어도 무기로 막아내도 웨어 타이거의 손톱에 생긴 황금색의 기운을 막아낼 수 없었다. 고블린과 같은 조그마한 크기의 소형 몬스터들은 접근하자마자 웨어 타이거의 발에 뭉개지고 있었다.

웨어 타이거가 움직일 때마다 피바람이 불었고, 몬스터들의 신체가 다양한 부위로 나눠져 널브러졌다.

“휘유.”

양 떼에 뛰어든 늑대처럼 학살을 벌이는 브로리의 모습을 보며 호는 절로 휘파람을 불었다. 마장기가 있는 이상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긴 했지만 감탄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퉁! 퉁!

멀리 떨어진 캐터펄트가 웨어 타이거를 향해 바위를 발사했다. 하지만 조종하는 공성병의 실력이 형편없는지 브로리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오히려 돌덩이는 아군 몬스터를 깔아뭉개고 있었다.

“마족의 캐터펄트가 확실하군.”

호는 조종석을 통해 보이는 캐터펄트의 모습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일단은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게 우선이었다. 그 후 어떻게 저 캐터펄트를 손에 넣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 내가 끼어들 게 없겠어.”

호는 대검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대형 몬스터의 허리를 두 동강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만큼 브로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렇게 성벽 밖의 몬스터들이 빠른 속도로 시체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쿠워어어어!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 몇몇이 성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몬스터들의 준동을 지휘한다는 알려진 오우거들이었다.

“덩치가 제법 큰데? 확실히 몬스터들의 수장다운 크기들이로군.”

낏! 끼깃! 취엑! 췩! 쿠엉! 컹!

키마라이의 반만 한 키와 덩치를 지닌 오우거들이 등장하자 마장기의 등장에 전의를 잃은 몬스터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모습이 형이 왔으니 너는 죽었어라고 말하는 초딩과 비슷해 보였기에 호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브로리도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번 사태의 원흉은 저 녀석들임이 틀림없었다.

쿠웅! 쿵!

먼저 오우거 셋이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커다란 덩치가 5m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린 터라 먼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배기가 등장한 것처럼 오우거들이 자신들의 목을 좌우로 흔들며 정체 모를 나무로 만들어진 몽둥이를 꺼내들 때였다.

콰아아앙!!

무언가가 뒤로 훅 튕겨져 나간 것 같더니만 굉음과 함께 성벽 한 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

그리고 잠시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을 한 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브로리의 웨어 타이거가 가장 왼쪽에 있던 오우거를 앞발로 후려친 것이다.

그녀가 있던 장소와 성벽이 꽤나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행동이 워낙 빨랐던 터라 호 조차도 웨어 타이거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였다.

“쿠워억?!”

순식간에 얼굴이 날아간 동료를 확인한 오우거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그러고는 눈앞의 마장기를 바라보았다. 불안하게도 눈앞의 마장기는 황금색을 띄고 있었다.

* * *

“모조리 경험치가 되어라!”

붉은색의 마장기, 키마라이의 동체 여러 군데에 장착된 조그마한 원통형의 무기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종의 취미를 가진 인물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건담의 발칸이다! 라고 외칠 만한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법진의 생성과 소멸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며 마나 화살을 쏘아내고 있는 광경이었다.

어쨌든 키마라이의 이런 공격은 단단한 피부를 지닌 중형급 이상의 몬스터들이라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키마라이를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들의 대다수가 소형 몬스터였다. 충분히 마나 화살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키마라이의 주 무기인 대검으로 몬스터들을 베어내는 것보다도 훨씬 효율적으로 말이다.

“취이익! 췩!”

“카아악!”

키마라이의 공격에 몬스터들이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땅 위로 피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흉포한 본능을 지닌 야생의 몬스터라는 것일까? 몸이 마나 화살에 꿰뚫리면서도 자신을 향해 달려 나오는 녀석들이 하나 둘씩 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퍼억!

가까이 접근한 놀 한 마리가 키마라이의 발길질에 채여 피곤죽으로 변해 버렸다. 강력한 힘이 실린 강철 거인의 발길질을 이겨내기엔 놀의 육체는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호는 이런 몬스터들이 키마라이에 접근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커엉! 커어엉!”

키마라이의 동체에 올라타는 데 성공한 용감한 코볼트 한 마리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막대기를 내리쳤다.

그러나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몬스터가 특수한 가공처리가 되어 있는 마장기의 합금을 뚫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호는 이런 몬스터들의 공격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헐. 이런 공격에도 내구도가 떨어지기는 하네.”

오크들이 발사한 화살들이 키마라이의 몸체를 두들겼고, 목숨을 도외시하며 마장기에 올라탄 소형 몬스터들이 동체를 내리친다. 그런 노력들이 성과가 있었는지 키마라이의 내구도가 99%로 떨어졌다는 메시지가 눈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동체의 페인트가 벗겨져도 데미지를 받았다고 치는 건가?”

호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지만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어쨌든 키마라이를 향해 수천의 몬스터들이 달려들고 있었지만 딱히 두렵다거나 걱정이 드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이 전장에 도착한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수의 분노로 적들을 불태우리라!”

“호 님을 위하여!”

두 대의 마장기가 해머스를 포위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동안 한 숨 돌린 엘븐 템플러들이 정돈된 외침과 함께 방패를 앞세우며 전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병사들의 등장에 몇몇 몬스터들이 엘븐 템플러들을 발견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 녀석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엘븐 템플러 쪽으로 돌렸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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