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
리그너스 대륙전기 145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신윤아
2. 성별 : 여(20)
3. 종족 : 인간
4. 소속 : 마족
5. 레벨 : 51
6. 직업 : 서머너(C)
7. 세부능력
통솔 : 80 / 100(C)
무력 : 16 / 30(E)
지력 : 89 / 100(C)
정치 : 28 / 50(D)
매력 : 10 / 50(D)
카리스마 : 43 / 50(D)
8. 특성 : 뛰어난 후각, 본능적인 감각, 마나의 향기
9. 스킬
<차원의 문 소환> (C)
마법의 한 계통인 소환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클래스인 서머너는 차원의 문을 열어 소환수를 불러냅니다. 차원의 문에서는 소환되는 소환주는 서머너의 통솔과 지력 그리고 카리스마의 영향을 받습니다.
효과 : 1분 간 지속되는 차원의 문을 만들어 냅니다.
제법 성장했다는 브로리의 말에 윤아의 정보를 확인한 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 그녀의 정보 때문이었다.
‘아무리 전투가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 가장 빠르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한시진이나 아스트리드 벨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능력은 1회 차 소환자인 한시현과 맞먹는 능력치였다.
“용케 살아 있었구나.”
이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신윤아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속사포처럼 말을 꺼냈다. 그만큼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었다.
“정말 죽을 뻔했어요! 매일 몬스터들한테 집어 던지고! 얼떨결에 소환사로 전직했는데! 어떻게 몬스터들을 소환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데! 그런데도 매일 던전으로 끌고 들어가고!”
“후후. 거짓말 내가 옆에 있었으니 죽을 일은 없었다.”
웃음을 짓는 브로리를 향해 신윤아가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어쨌든 윤아는 브로리로 인해 꽤나 죽을 고생을 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고생의 대가는 그녀에게 굉장히 달콤하게 다가올 게 틀림없었다. 플레이어 정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특이한 쪽으로 전직했네?”
“직접 싸우는 것은 무서우니까요. 그래서 나를 위해 대신 싸워줄 수 있는 게 뭔지 찾다가 소환사를 선택했어요.”
“정령사도 괜찮지 않아?”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전직 목록에 안 나타나더라고요.”
윤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정령사 전직에 필요한 조건을 맞추지 못한 게 분명했다.
만약 윤아가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굉장히 즐겨하던 유저였거나 공략본이 있는 자신이 옆에 있었더라면 정령사 전직에 관해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망각의 물을 얻기 전까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한 클래스는 되돌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망각의 물은 호가 알에 리그너스 대륙전기에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몇 되지 않는 굉장히 유니크한 아이템이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사용해 전직을 취소하는 것도 바보 같은 행위였다. 정령사나 소환사나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통솔, 지력, 카리스마를 위주로 세부 능력를 성장시키도록 해. 그리고 최종적으로 디멘션 서머너 클래스를 노려.”
“디멘션 서머너요?”
“그래. 소환사 계통에서는 최강이라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직업이야.”
“전 처음 들어보는데요? 역시 오빠는 폐…….”
호가 인상을 확 찌푸렸고, 윤아는 입을 꿀꺽 다물었다. 어쨌든 디멘션 서머너는 호가 기억하고 있는 SSS등급의 클래스 중 하나였고, 그가 소환하는 소환수들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했다.
그렇게 두 남녀가 대화하는 동안 브로리는 바나나와 함께 홀짝홀짝 우유만을 마실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소환자들의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브로리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호와 윤아의 대화가 모두 끝나고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을 때였다.
“다시 한 번 묻겠다만 어쩐 일로 이 에스트라다까지 찾아 온 거지? 저 묘인 녀석이 걱정 되서는 아닌 것 같고…….”
“캬앙?!”
브로리의 고개가 돌아가자 식당의 가장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식사를 하고 있던 라헬이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고 저 눈 큰 우인을 찾기 위한 것도 아닌 것 같고.”
“푸르르! 음머억?!”
풀과 정체모를 액체가 섞인 음식을 되새김질까지 하며 음미하던 웃소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만 브로리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그 행동을 보며 호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젤과 웃소의 시선을 피해 브로리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로리가 에스트라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두 수인들은 겁을 먹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둘의 행동은 맹수를 피하는 초식동물의 반응과 비슷했다.
“실은 아이템을 찾으며 영지 순찰을 하고 있어.”
“아이템과 영지 순찰?”
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디르시나를 떠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웅들의 승급에 필요한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없었기에 호의 이야기는 대부분 자신이 어째서 영지를 순찰하는지에 집중되었다.
“그렇군.”
브로리는 호의 설명을 빠르게 알아들었다.
어째서 호가 가장 먼저 에스트라다를 찾아왔는지조차 말이다. 그녀는 소환자를 포함해 호의 휘하에 있는 영웅들 중 가장 등급이 높은 영웅이었다.
“후후후. 내가 자네에게 꽤 도움이 되는 존재란 말이지. 그래서 가장 먼저 나를 만나기 위해 에스트라다로 왔고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 가득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브로리의 모습을 보며 호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콧대가 살짝 높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봤자 외모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래. 영지를 순찰하는 그대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현명한 대장은 언제나 아래를 내려다보아야 하는 법이라고 며칠 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자네의 행동도 그런 일환이겠지.”
브로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디르시나 만큼은 아니지만 에스트라다의 영주성에도 천 여 권이 넘는 책이 보관되어 있는 서재가 있었고, 그중 한 권을 본 모양이었다. 이대로 대화가 진행된다면 딱히 별다른 일 없는 평범한 식사가 되었을 터였다. 며칠 뒤 호는 베코바로 떠날 거고, 브로리는 에스트라다의 성주로 에스트라다의 발전을 위해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
“그래, 좋아. 나도 그대와 함께 하겠다.”
하지만 이어지는 브로리의 뜬금없는 말에 호는 쩍하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호는 이번 자신의 영토 순찰에 브로리를 포함시켜야 했다. 만약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자신을 떠날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호에 대한 브로리의 호감도는 제법 높은 편으로 보였지만, 그렇다고 오너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호감도 퀘스트가 완료된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브로리는 언제든지 호를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SS등급의 영웅인 브로리는 잃는다는 것은 호에게 있어 뼈아픈 손실이었다. 게다가…….
“조, 조은 생각이에오! 브로리 님은 호 님에게 마는 것을 배우실 수 이쓸 거에요.”
“마, 맞아! 오빠. 브로리 님이 함께하면 안전할 거야. 분명히 안전해. 진짜 안전하다고! 그러니까 제발. 저도 살고 싶어요. 같이 가시면 안돼요?”
“음머어! 푸르르르!”
에스트라다의 세 남녀는 브로리가 호를 따라가고 싶다는 말에 쌍수를 들며 찬성표를 던졌다. 그 모습이 워낙 간절해 보였던 터라 호는 뭐라고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지?”
그리고 호에게 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던 여성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에스트라다에서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었는데, 목소리를 보아힌 아직도 잠이 덜 깬 모양이었다.
“베코바로 갈 거야. 림드 산맥의 광산도시지.”
“호오?”
호의 대답에 엘븐 템플러가 건네준 물에 손을 살짝 넣었다가 빼내 눈을 비빈 브로리가 호의 옆으로 다가왔다. 에스트라다를 떠나는 그녀의 얼굴은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 * *
칼타스는 림드 산맥의 한 동굴을 보금자리로 삼아 대여섯 마리의 오우거와 함께 림드 산맥을 누비는 오우거 치프턴이었다.
림드 산맥은 먹잇감이 될 소형 몬스터들이 굉장히 많아 식량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데다가 칼타스를 비롯한 오우거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대형 몬스터들도 없었다.
게다가 오우거를 노리고 찾아오는 실력 있는 모험가들도 없었다. 던전이 있기는 했지만, 던전은 들어가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 실수로 림드 산맥을 내려갔다가 다른 종족들이 마장기라 불리는 강철 거인까지 동원해 공격을 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목숨을 잃을 일이 없었다.
덕분에 칼타스는 림드 산맥의 지배자로 자신의 권력을 누리며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의 야망을 품고 있던 칼타스는 언제나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영지를 가지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힘이 없었다. 칼타스의 말을 듣는 몬스터들은 오우거 대여섯 마리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림드 산맥을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엘프 왕국과 마족의 영토에는 마장기를 비롯해 많은 수의 병사들이 있었고, 칼타스는 그것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칼타스는 야망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흐흠. 제법 덩치가 크군.”
묵직한 목소리에 칼타스의 마음속에는 흥분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런 칼타스의 앞에는 그가 범접하기 힘든 존재감을 자랑하는 몬스터가 큼지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게다가 덩치라면 자신보다 상대가 더욱 컸다.
“힘도 세고 말이지.”
“쿠흐흐. 감사합니다.”
거대한 뿔을 지닌 존재의 말에 칼타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찾아온 이는 마장기를 포함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많은 병사를 동원할 수 있는 존재였다. 어째서 그가 홀로 자신을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칼타스는 내심 자신에게 어떠한 기회가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칼타스. 그대가 이 림드 산맥의 지배자라고 들었다. 제법 힘깨나 쓰는 모양이더군.”
상대는 림드 산맥의 지배자라는 문장을 유독 강조하며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칼타스는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당신과 비교한다면 세, 세, 어. 아! 삼살! 그래. 삼살 먹은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대답과 함께 칼타스는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따라 머리도 그리고 혀도 잘 굴러가는 것 같았다. 자신의 아부가 마음에 들었는지 칼타스는 눈앞의 존재가 어금니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다. 아니, 부탁이라기보다는 그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다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제, 제가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능력이 있는 인재를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나 그대와 같이 나와 어울릴 것 같은 인재라면 더더욱 말이지.”
칼타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멋들어진 갑옷을 입고 번쩍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몽둥이를 든 오우거가 많은 병사들을 거느리며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림드 산맥을 벗어나 영지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푸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을 이은 상대는 자신의 머리에 난 뿔을 빗듯이 손으로 쓸어 올렸다. 그리고 칼타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그렇긴 합니다만…….”
다른 산맥의 오우거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포함해 림드 산맥의 오우거들이 함께 한다면 C급 마장기 한 기 정도는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다.
마장기가 아무리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커다란 돌망치를 이용한 오우거의 파괴력은 강철도 찌그러뜨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영지를 차지하는 전쟁이라는 것은 마장기 한기만 상대할 수 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현실을 직시한 칼타스가 추욱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