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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34화 (134/522)

# 134

리그너스 대륙전기 134

“멍멍. 그렇습니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우덴의 시선이 호에게로 향했다. 도시의 특성을 살려 계획적인 개발을 해나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나 돈이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다보면 돈이라는 것 때문에 영지의 개발이 어그러지는 일이 필연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자신의 경우는 달랐다. 3억 리스. 최종적으로 16억 리스. 영지가 다섯 개밖에 존재하지 않은 림드 산맥을 발전시키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돈이었다.

“오호! 그런 방법이 있었군. 남쪽의 몇몇 드워프들이 도시를 발전시키던 방법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로우덴의 이야기를 듣던 존스 홉킨스가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남쪽의 드워프들이요?”

드워프들이라면 뛰어난 마장기와 무구를 만들 수 있는 종족. 한시진이 관심을 보였다.

“네, 그렇습니다. 드워프의 영토 남쪽 산간지방에는 소워드와 타윌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소워드의 드워프들은 무기와 방어구와 같은 금속 제품만 만들고, 타윌의 드워프들은 소워드에서 옮겨진 물건만을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소워드와 타윌! 대륙 최고의 제작도시!”

“역시 소워드와 타윌은 수인들도 아는구먼. 하하!”

리아 캬베데의 놀란 표정에 존스 홉킨스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워드와 타일. 그 두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덕분에 소워드의 드워프들은 드워프 중에서도 가장 금속 제품을 잘 만드는 녀석들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중에는 드워프의 삼 대 무기 공방 중 하나인 우스바가 있죠.”

“우스바? 어디선가 들어봤……. 아아!”

흥미롭게 존스 홉킨스의 이야기를 듣던 한시진이 탄성과 함께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재 그녀가 쓰고 있는 B등급 무기의 이름은 ‘우스바 에스테리온’ 바로 우스바라는 이름의 드워프가 만들었다는 무기였다.

“드워프의 이름인 줄 알았는데 무기 공방인가 보네요?”

한시진이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검을 슬쩍 들어 올렸다. 검이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드워프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기 공방을 만듭니다.”

“그렇군요.”

“덕분에 타윌에는 전 대륙에서 가장 큰 금속 시장이 있습니다. 무기, 방패, 갑옷, 투구, 농기구 등 타윌에서 구입할 수 없는 병장기와 금속 물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맞습니다. 멍멍. 그 유명함 때문에 타윌에 없는 무기는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로우덴도 맞장구를 쳤다. 대륙 전체를 여행했던 녀석답게 존스 홉킨스가 말한 소워드와 타일에 대해서 제법 아는 것 같았다.

“대단하네.”

호도 나지막이 감탄을 터뜨렸다. 소워드와 타윌. 이미 영지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대륙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도시와 종족들이 있었다.

소워드와 타윌이라는 두 도시의 경우 때문일까? 호가 열심히 설명할 때만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지 못하던 이 세계의 영웅들이 두 도시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탄성과 함께 여러 의견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소워드와 타윌 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곳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도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잘못하다간 평범한 도시만도 못한 도시가 될 지도 모릅니다.”

존스 홉킨스가 주의하듯 말했다. 그래도 방금 전 호가 말했던 특성화라는 계획이 괜찮은 생각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 * *

회의는 끝났고, 앞으로의 할 일은 정해졌다. 아스트리드 벨과 호 그리고 로우덴이 머리를 싸매고 또 싸매서 내린 결과 디르시나를 경제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영지의 상황은 물론이고 주변 세력의 상황도 고려된 결정이었다.

“림드 산맥의 디르시나를 율르 지방에서 아니 전 대륙에서 가장 커다란 시장이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겁니다. 멍멍.”

의외로 영지 특성화에 따른 디르시나의 발전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인물은 바로 로우덴이었다. 그는 디르시나를 경제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호가 생각하지 못한 주변 상황까지도 고려해 보고까지 하곤 했다.

물론 임무가 바뀌지 않은 인물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존스 홉킨스와 리아 캬베데는 마장기 및 훗사르의 연구에 집중해야만 했다.

“드워프에게 책이 아닌 망치와 끌을 달라!”

“흐냐나아앙! 나는 C등급 마장기의 오너다!”

다시 연구실에 틀어박혀야 말에 잠시 반항을 꿈꾸기는 했지만 영주의 명령은 지엄한 법.

침울한 표정과 함께 존스 홉킨스는 연구실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디르시나의 영주성으로 흰 털에 군데군데 검은색의 털이 나있는 묘령의 묘인 여성이 방문했다.

“절 찾으셨다니 의외네요? 림드 산맥의 패자께서는 우리 수인들과 좋은 관계가 아니실 텐데?”

묘인족의 입에서 조금 허스키하지만 여성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호의 세계에서 유명했던 배우 마릴린 먼로처럼 자신의 늘씬하고 긴 다리를 살짝 들어서 꼬는 모습을 보인 그녀의 입가에는 호기심이 살짝 담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림드 산맥의 지배자인 호를 앞에 두고도 오연한 모습이었다.

“꼭 그대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리스는 적과 아군을 나누지 않지.”

상대 수인족의 오연한 모습에 호 역시 밀리고 싶지 않은 생각에 조금은 건방진 어투로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림드 산맥의 패자로 많은 사람들을 휘하에 거느리게 된 호에게서는 절로 위엄이라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리스는 적과 아군을 나누지 않는다. 그것 참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로군요.”

수인 여성이 연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페이샬. 수인족의 상단 라홀로프의 상단주였다.

“음. 게다가 그대는 원인족도 아니지 않는가?”

호가 말했다. 라홀로프 상단은 서열로 따지자면 수인족의 상단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상단이었다. 대륙 전체로 따지자면 십대 상단까지는 아니더라도 20 위 내에는 들 정도로 큰 상단이었다.

‘아르테미스 상단하고는 비교할 바가 안 되지.’

호가 주로 거래를 하는 아르테미스 상단의 세력이 최근 급부상해 인간들의 상단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라홀로프 상단은 아르테미스 상단보다 훨씬 큰 상단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로 고리대금, 노예, 무기를 판매하곤 했다.

이들은 리그너스 대륙에서는 죽음의 상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라홀로프 상단이 연관된 곳에서는 언제나 비명소리와 피가 흐른다고 했다. 로우덴이 말한 정보니 제법 정확한 정보이리라. 그리고 그 상단의 주인이 바로 호의 눈앞에 있는 여성 묘인 페이샬이었다.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은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수인족의 무희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느끼는 분위기도 섹시함만 강하게 느껴질 뿐이고 말이다. 그러나 호는 그녀의 진면목에 대해 알고 있었다.

“후후후. 림드 산맥의 패자께서는 간교한 혀를 지닌 녀석들만 싫어하시나 보군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푹신한 쇼파에 체중을 실은 호는 귀를 쫑긋거리는 페이샬을 보며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수인들 중에서 귀여움과 도도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종족을 사랑할 줄은 알지.”

“호오. 그런 종족이라면?”

“그대와 같은 종족이지.”

호의 말에도 불구하고 페이샬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요한 눈동자로 호를 응시했다.

많이 받아본 찬사였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대륙의 존재가 아닌 여신 라헬의 소환자였다. 눈을 깜빡이며 대놓고 자신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페이샬을 바라보며 호는 아르테미스 상단의 레드 벨벳을 떠올렸다.

‘노예를 주로 취급하는 상단이 필요한데……’

특산품을 구매하기 위해 디르시나에 찾아온 아르테미스 상단의 레드 벨벳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현재 디르시나는 특성화에 따른 계획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개발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고, 특성화의 개념에 따라 도시 마다 어떤 식으로 개발을 이뤄나갈지 큰 토대를 잡고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개발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디르시나에 19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모든 인구를 도시 개발에 몰아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디르시나만 그렇지 나머지 도시들은 호의 기준으로는 인구가 간신히 5만이 넘은 군 단위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호의 선택은 노예의 구입이었다. 도시 개발에 필요한 노동자로 이용하면서 영지 인구도 늘릴 수 있으니 이런 노예의 구입은 일석이조의 선택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소모되겠지만, 현재의 호에게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노예요? 아르테미스 상단은 노예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노예는 주로 수인이나 마족의 상단이 취급할 텐데요?’

‘그 쪽에는 아는 상단이 없어서.’

‘마족의 소환자면서 아는 마족 상단이 없다니. 조금 의외네요. 뭐, 돈만 충분하다면 노예를 공급할 상단은 꽤 있을 겁니다. 최근 대륙 여기저기서 분쟁이 벌어지면서 노예상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거든요.’

뭐, 그 덕분에 노예를 금지하는 몇몇 영주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레드 벨벳의 말도 있었지만. 어쨌든 레드 벨벳이 괜찮은 상단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 후. 라홀로프 상단이 디르시나를 방문했다. 그것도 상단주 페이샬이 대동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라홀로프 상단의 악명은 상당히 유명한 모양이었다. 심지어 로우덴은 라홀로프 상단의 등장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어디론가 도망을 가기까지 했다. 덕분에 이 자리에 호가 나와야 했고 말이다.

“듣기로는 림드 산맥의 패자께서는 노예 구입을 원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 라홀로프 상단은…….”

“노예를 취급하는 상단이지. 그것도 아주 크게.”

십대 상단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노예 매매에 관해서라면 라홀로프 상단은 대륙 최고의 상단이었다.

“맞아요. 생명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없죠.”

페이샬의 미소가 호에게 향했다. 하지만 호는 그 미소가 자신에게 경고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의 만남의 라홀로프 상단의 상단주가 올 만큼의 가치가 있는 큰 건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라홀로프 상단의 규모가 어떻게 되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는 그에 대해서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통이 넘는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조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마장기 구입에 수십억의 리스를 내놓는 타임리스 상단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대륙에서 이름난 상단들은 최소 수백, 수천억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죽음의 상인이라는 특성상 페이샬의 라홀로프 상단은 평범한 상단 이상의 어마어마한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곳일 게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호는 눈앞의 여인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무시할 생각도 없었지만.

“디르시나에 필요한 노예를 구입하고 싶다.”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간다더니만 사실인가 보네요.”

“그렇지.”

어차피 숨길 내용은 아니었기에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겨봤자 라홀로프 상단의 정보력을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알아낼 게 분명했다.

“전 림드 산맥의 패자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노예를 찾으실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선물해 준다면 고맙게 받도록 하지.”

호의 말에 페이샬은 입가에 미소만 지었다.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노예의 종족은 무엇을 원하시나요?”

“딱히 상관은 없지만 천족은 뺐으면 좋겠군. 아, 라헬교도들도 제외.”

괜히 라헬교를 믿는 녀석들이 늘어나 골치를 썩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라헬교의 준동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고.’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도 등장하는 그 이벤트는 이 대륙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 탓에 자신이 비밀스럽게 골든 크로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여신 라헬의 꿍꿍이를 모르는 지금 천족과 관계를 맺는 것은 주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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