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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33화 (133/522)

# 133

리그너스 대륙전기 133

“시, 십육억 리스?!”

“히이잌!”

“히햐! 어마어마한 돈이로군요. 맥주 파티를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리고 여기저기서 탄성과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들이 흘러 나왔다. 응접실에는 호와 로우덴을 포함해 디르시나에 주둔하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타임리스 상단과의 웨어 타이거급 마장기 거래는 워낙 큰 건이었기에 다들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항이었다.

“십육억 리스면 대체 어, 얼마야? 내가 하루에 주점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시현이 자신의 손을 빼들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현기증이 났는지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는 모습이었다. 하기야 그녀가 하루 종일 주점에서 일을 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만 리스가 채 되지 않았다.

“일 억 아니 천만 리스만 있어도 북쪽 거주지의 공사가. 아니, 먼저 일을 도와줄 수 있는 행정관들을 뽑아서…….”

영지의 내정을 총 책임하고 있는 벨의 눈동자도 변해 있었다. 하지만 로우덴의 말을 끝나지 않았다.

“제법 큰돈이기에 타임 리스 상단은 저희에게 두 달마다 3억 리스씩 다섯 번을 먼저 보내고 추가적으로 두 달 뒤 남은 1억 리스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멍멍.”

“그래? 왜 대금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밴더빌트의 말에 따르면 저희가 많은 리스를 보유했다는 소식을 수인들이 알게 되면 좋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 하더군요. 멍. 그것은 저도 인정하는 바였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멍멍.”

“그럴 수도 있겠네.”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자신들을 공격했다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낸 녀석들이었다. 거기에 림드 산맥이 상당한 양의 자금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떤 꿍꿍이를 보일지 몰랐다. 힘이 없는 자는 보물을 가지는 것도 죄였다.

‘삼 억 리스라도 충분해.’

게다가 지금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자금은 필요했다. 디르시나를 포함해 림드 산맥의 발전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장기를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억 단위의 돈이 단숨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기껏 해봤자 요새도시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는 에스트라다의 방어 건물 건설에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될 것 같았다.

“좋아.”

호는 한껏 기지개를 펴며 몸을 뒤틀었다. 그때 그의 시선에 자신의 귀를 후비고 있던 리아 캬베데가 들어왔다. 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일까?

다들 십육억 리스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얻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지만, 리아 캬베데는 자신의 귀를 판 후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에게 줄 것이 있었다.

“리아.”

“캬앙? 응? 아, 네?”

호가 자신을 부를지 몰랐던 것일까? 리아 캬베데가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호를 바라보았다.

“이번 거래 중에 타임리스 상단이 카니앗산 한 대를 수리해주기로 했다. 수리된 카니앗산의 오너는 너다, 리아 캬베데.”

A등급 영웅으로 두 번의 에스트라다 공방전 그리고 안테 로리에서도 자신과 함께하며 꽤 큰 활약을 보였던 그녀였다.

그리고 호는 안테 로리에서 주포가 있는 동체만 달랑 남아 있던 카니앗산을 노획해 임시로 사용하는 리아 캬베데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언젠가 그녀에게 제대로 된 마장기를 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미 몇 번의 전쟁을 통해 충분히 마장기의 오너가 될 수 있을 정도의 공적도 세웠고 말이다. 한시진을 제외하면 자신의 세력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이가 리아 캬베데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냥?”

그리고 호의 말에 리아 캬베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미인지를 깨달은 것은 다른 사람들이 먼저였다.

“와! 축하해요. 리아.”

“축하드립니다.”

“우와! 마장기의 오너! 정말 대단해요!”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들 부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B등급 마장기인 키마라이의 오너 한시진을 제외하면 말이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조금씩 잦아듦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지 리아 캬베데의 표정은 딱 충격 먹은 표정이었다. 뭐, 곧 헤벌쭉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좋아서 날뛰는 그녀를 뒤로 한 채 호가 로우덴을 보며 물었다.

“타임리스 상단의 첫 대금지급은 언제지?”

“아, 이미 삼 억 리스를 지급했습니다.”

“그렇군.”

살짝 영지 정보창을 열어 확인해 보니 보유 자금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어쨌든 이 돈이면 충분히 자신이 생각하던 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마침 지금 이 자리에 디르시나의 영웅들도 모두 모여 있으니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발표를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러면 이제부터 영지 특성화. 심시티를 시작하지.”

그리고 잠시 헛기침으로 모두의 시선을 모은 호가 입을 열었다.

“멍멍?”

“네?”

“영지 특성화요? 심시티?”

갑작스러운 발표에 무슨 이야기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동료들을 뒤로 한 채 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뭐,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의 눈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영지 특성화. 영지의 특수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각 영지의 재정 상태, 인구 상태, 특산품 상태 등을 판단해 영지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고 그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이었다. 한 마디로 획일화를 지양하고 다양성을 충족시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이는 리그너스 대륙전기가 아니더라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다보면 배우게 되는 개념이었다. 그리고 호는 조금씩 영지 특성화에 대한 개념을 이 자리에 있는 동료들에게 설명 아니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특성 도시들의 장단점 대해서는 몇 날 며칠을 설명해도 부족하니 패스하자.’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는 군사, 문화, 상업, 과학, 생산등 유저들이 정립해 놓은 다양한 도시 특성화의 테마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내용들까지는 굳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며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일이라.

그래도 한시진과 아스트리드 벨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음음……”

호의 시선이 로우덴에게 향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머리가 뛰어난 수인 멍멍이는 자신의 말에 끙끙거리며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가끔씩 탄성을 터뜨렸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감이 잡힐 듯 말 듯 하는 모양이었다.

“으으음.”

“냐앙.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허허허허. 맥주는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는 백 가지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늙어서 그런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모르겠는 걸?”

영지 특성화의 개념에 대한 1차적인 설명이 끝나고 다들 저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호는 디르시나의 영지 상태를 살펴보았다.

현재 디르시나는 인구 19 만의 A등급 도시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된 도시기도 했다. 림드 산맥의 중심도시로 만들려고 했던 계획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디르시나는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도시가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승폭이 크게 꺾인 상황이었다.

결국 더욱더 디르시나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도시의 장점이 섞인 특색을 살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생시켜야만 했다. 혹은 주위의 도시로 하여금 디르시나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영지의 특색을 살린 개발, 일명 영지 특성화였다.

‘특성화를 시키지 않고 이대로 발전을 해나간다면…….’

S등급 이상의 영지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사실 경영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영지의 특성을 살려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S등급 이상의 영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나마 디르시나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몇 년 안에 S등급 도시이 될 수 있겠지만, 림드 산맥의 여타 다른 도시들이 S등급 까지 발전하려면 적어도 십 년 아니 그 이상은 필요해 보였다.

어쨌든 이 세계의 영웅들에게는 색다른 개념일 수도 있었기에 영지 특성화에 대한 호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실 이런 귀찮은 설명 따위는 때려치우고 자신의 생각대로 영지 발전에 대한 명령만 내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게 더 편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분명 한계가 있다.’

아직 마족의 소환자라는 한계는 있지만 호는 림드 산맥의 패자로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세력을 구축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점수로 평가하자면 A에서 B+ 정도. 자체적으로 제법 높은 점수를 줄 정도였다. 아직 A등급 직업은 얻지 못했지만, 3년 동안 개인적인 성장도 잘 해냈고 말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신과 같은 시기에 이 세계에 온 소환자 중 자신보다 더욱 이 세계에 잘 자리 잡고 있는 이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호는 방심하지 않았다. 언제 자신보다 뛰어난 이가 툭 튀어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없지.’

자신은 징기스칸, 나폴레옹, 광개토대왕, 알렉산더 대왕과 같이 세계를 누볐던 영웅이 아니었다. 그들이라면 홀로라도 이 세계에 획을 그었을 업적을 남겼겠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호는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을 도와줄 유능한 녀석들이 필요했다. 한 손이 두 손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 리그너스 대륙에도 호가 살던 시대의 영웅들과 같은 괴물 같은 녀석들이 즐비했다. 그런 녀석들을 이용해야 했다.

바로 눈앞의 녀석처럼 말이다.

“으음. 이제 대략적으로 알 것 같습니다. 멍멍.”

호의 설명을 듣던 로우덴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응접실에 걸려 있는 커다란 지도로 시선을 옮겼다.

시현이 심심풀이로 그린 림드 산맥의 지도였는데, 지형은 물론이고 도시 및 림드 산맥의 주변 상황이 제법 귀엽고 정확하게 그려진 터라 장식용으로 하지만 어쩔 때는 회의용으로 사용되는 지도였다.

“동쪽으로는 나크 평원과 연결되어 있고, 북쪽으로는 블루 스케일 그리고 서쪽으로는 엘프의 숲과 연결되어 있는 디르시나는 상업을 위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멍멍.”

“어째서지?”

“멍. 지도에도 나오다시피 디르시나는 세 지역의 중심이 되는 교차점과 같은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이 발전하게 되면 상당한 양의 물자들이 몰려들 겁니다. 멍멍.”

“그렇겠군.”

“그렇게 되면 디르시나에 거점을 둔 상단도 하나 만들어야 할 겁니다. 멍.”

로우덴의 말에 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안경을 슬쩍 들어 올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똑똑한 영웅다웠다. 특성화 도시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마자 로우덴은 호가 말한 게 무엇인지 조금씩 감을 잡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림드 산맥은 다양한 방면에서 크게 발전할 겁니다. 멍멍. 또한 베코바는 많은 광산이 몰려 있는 방법 충분한 노동력이 뒷받침되면 광산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테고…….”

로우덴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소환자들을 제외하고 호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던 다른 영웅들도 로우덴의 말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만 시현만이 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 끄적끄적 낙서만 하고 있었다.

“해머스는 아시다시피 마정석이 생산되는 곳. 마장기와 관련된 기술 및 제작 도시로 발전 시켜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멍. 게다가 베코바가 붙어 있으니 마장기 제작에 필요한 광물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멍멍.”

“마장기 생산도시라. 그거 나쁘지 않은걸?”

호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방금 로우덴이 말한 것과 같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특성화 도시는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도 주로 사용되던 특성화 도시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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