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너스 대륙전기-132화 (132/522)

# 132

리그너스 대륙전기 132

<영지 정보(Status)>

디르시나(대도시[A등급])-‘림드 산맥’

인구-193531

보유 리스-424211

보유 식량-514234

병사–엘븐 템플러 4000(A), 정예 실리스 1000(C).

내정 건물-대형 식량 저장고 70, 대형 주점 1, 대 시장 100, 화폐 공장 4, 대형 어장 80, 해양석 어장 20…….

군사 건물–견고한 대형 망루 40, 병영 10, 대장간 15, 마법 연구소 1, 마나 보호막이 걸린 튼튼한 성벽 1.

리스 수입-192123 / 월

식량 수입-293533 / 월

특산품–해양석

“흐음.”

로우덴에게 밴더빌트를 맡기고 집무실로 돌아온 호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영지의 정보를 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림드 산맥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디르시나는 호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도시였다.

그 때문에 안테 로리에서 이송된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었고, 많은 건물이 지어지며 발전을 거듭했었다. 인구도 림드 산맥의 모든 도시 중 가장 많았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개척 도시에 불과했던 디르시나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의 디르시나는 환골탈태나 다름없는 발전의 시간을 겪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디르시나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테 로리의 많은 주민들이 림드 산맥으로 이전한 게 가장 컸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도시에서 생활하는 인구가 없으면 도시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부족해.’

하지만 호는 지금 디르시나의 발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A등급 영지라고는 하지만…….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음, 어떻게 알았어?”

“아까부터 허공만 멍하니 보고 있어서요.”

아스트리드 벨의 말에 호는 보고 있던 영지의 정보 창을 닫았다. 홀로그램을 보고 있던 것이 그녀의 눈에는 고민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인 것 같았다.

“영지 문제 때문인 것 같은데. 무슨 고민이에요? 연구 개발문제인가요?”

벨의 말투는 조금 심드렁했지만 속내에는 걱정이 담긴 게 느껴졌다.

“뭐, 딱히 큰 고민은 아니야. 어떻게 해야 영지를 크게 발전시켜나갈지 생각하고 있었어.”

“디르시나요? 지금도 꽤 크지 않아요?”

“아니, 대륙 전체로 보면 굉장히 작은 편이야.”

벨의 말에 호는 휘휘 고개를 저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자신의 영지를 SSS등급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A등급과 SSS등급은 고작 4 단계의 등급에 불과했지만 각각의 등급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A등급과 SSS등급은 곡성과 서울정도의 차이라고.’

조용히 곡성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호는 예전 게임 속에서 자신이 발전시켰던 호 제국의 수도 부산을 떠올렸다. 게임 속의 부산은 SSS등급의 도시로 그야말로 엄청난 크기와 인구를 자랑했던 군사,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디르시나는 볼 붸르니체스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보다도 작았다. 아니, 자신들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팔 왕국 중 하나인 블루 스케일의 수도 아니 대도시보다도 인구가 적은 편이었다.

“대륙 전체? 디르시나보다 큰 도시가 굉장히 많은가 봐요?”

“물론이지. 디르시나 북쪽에 있는 블루 스케일의 군항 카틀라스만 하더라도 여기보다는 크다고. 드워프들의 수도인 콜스타인이나 쉐르난비체가 있는 블라디션은 디르시나보다 적어도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클 걸?”

“흐흥. 그렇구나.”

호의 이야기를 듣던 아스트리드 벨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 속에 담긴 이상한 느낌에 호는 말을 더 이어나가려다가 말았다.

‘흥분했나?’

호는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에게 마치 카틀라스나 콜스타인, 쉐르난비체가 있는 블라디션을 방문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게임 속에서는 방문해 봤었으니까 말이다.

“로우덴은 제법 이 리그너스 대륙을 여행하고 다니던 녀석이야. 그 녀석에게 디르시나가 대륙의 유명한 도시들에 비해 얼마나 작은지 언제 한 번 물어봐봐. 아마 깜짝 놀랄걸?”

갑작스럽게 핑계를 대기에 역시나 만만한건 로우덴이었다. 로우덴의 이야기가 나오자 벨은 그냥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화제를 돌릴 차례였다.

“어쨌든 우리는 림드 산맥을 거점으로 삼고 세력을 키워 나가야 해. 다행이 수인들과 두 번의 전쟁을 치른 탓에 우리가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렸어.”

“마장기가 포함된 전력을 가지고도 두 번이나 졌으니 쉽게 쳐 들어오지는 못하겠죠. 게다가 엘프와 인간들의 왕국을 저희를 적대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맞는 말이었기에 호는 적당히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대는 이 대륙을 지배했던 종족이야. 결국 시간이 지나면 피해를 복구하겠지. 그리고 수인 왕국은 분명 우리를 다시 공격해 올 거야. 그들은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잊지 않는 종족이거든.”

호가 아는 수인들은 그랬다.

“수인 왕국은 아직 자신들의 진정한 전력은 꺼내지 조차 않았어. 원인들이야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지만 나머지 종족들은 분명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그나마 그들의 의견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원인들은 모르겠지만, 다른 종족들은 우리를 아마 귀찮은 모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걸?”

“우리가 모기보다는 강하지 않아요?”

전투, 전쟁. 갑자기 분위기가 쳐지는 게 싫었는지 벨이 실없는 농을 건넸다.

“음……. 그럼 꿀벌이라고 하자. 아니, 꿀벌보다 모기가 더 위험하지 않아?”

“후후후. 그러면 베스파나라고 해요.”

“베스파나?”

호의 눈동자가 벨에게 향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우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벌이에요. 크기가 무려 손바닥 정도라고 들었어요.”

“그건 벌이 아니라 괴물 아니야?”

호가 아스트리드 벨의 손바닥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손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곤충과 비교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튼 이제는 디르시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옛날에 멈춰뒀었던 퀘스트도 수행해야만 했다. 크리솔라이트의 꿈이라는 레피스트 퓨리온이라는 그린 드래곤이 관련된 퀘스트였다.

‘2 단계까지 진행했었지.’

크리솔라이트의 꿈. 무려 SS등급의 난이도를 지닌 이 퀘스트는 총 9단계로 이루어진 연계 퀘스트였다. 그리고 호는 그중 2단계까지 퀘스트를 완료했었다.

첫 번째로 크리솔라이트 부족인 엘 샤난의 퀘스트를 완료해 그녀의 호감도를 100까지 만들었고, 두 번째로 엘 아르윈이라는 또 다른 크리솔라이트 족을 수하로 만들었었다. 여기까지는 크게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현재 엘 아르윈은 D등급 클래스인 중급 바람 정령사로 호의 명령에 따라 킬리드의 발전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아르윈을 킬리드로 보낸 건 괜찮은 결정이었어’

킬리드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도시는 엘 샤난이 영주로 있는 코르다. 비록 서로의 소속은 달라도 두 영지의 책임자가 같은 크리솔라이트 부족의 엘프인 만큼 사이가 나쁠 리 없었다.

엘프와 마족이 물과 기름 같은 존재라고는 하지만 림드 산맥의 패자인 호는 파괴만 일삼는 순수한 마족이 아닌 여신 라헬에 의해 이 세계에 도착한 소환자였다. 게다가 자신의 주 전력을 마족이 아니라 A랭크 엘프 보병인 엘븐 템플러로 구성했을 정도로 엘프를 중요시여기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리고 이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붉은 핏빛의 대지는 물론이고 림드 산맥에 거주하는 엘프들에게 상당한 호의와 지지를 받고 있었다.

덕분에 코르다와 지크 로리의 경계에는 엘프 군단과 수인 군단 그리고 마족의 병사들까지 어울려 흉흉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킬리드와 코르다는 별다른 검문 없이 서로의 영지를 드나들 수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호는 크리솔라이트의 꿈이라는 SS등급의 퀘스트의 1, 2단계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크리솔라이트의 꿈 퀘스트의 3단계 진행을 위해서는 그린 드래곤 레피스트 퓨리온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로 알려진 퓨리온의 산맥을 찾아가야 했다.

이어서 산맥의 한 던전까지 공략을 해야 했다.

던전의 이름은 퓨리온의 분노.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 따르면 S등급으로 나와 있는 던전이었다.

SS등급이라는 퀘스트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단계였다. S등급의 던전인 만큼 공략은 쉽지 않아 보였다. 공략본에 따르면 퓨리온의 분노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최소 B등급 마장기 두 기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었다.

“또, 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무것도. 잠시 디르시나를 어떻게 특성화시킬까 고민 좀 해 봤어.”

호는 가볍게 끄덕거리며 얘기했다. 크리솔라이트 꿈 퀘스트에 대해 너무 집중한 모양이었다.

“요 며칠 사이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일에 대한 생각만 하지 말고 조금은 쉬어요. 전쟁도 끝났고, 영지도 잘 굴러가잖아요.”

“그러고 싶은데 눈앞에 있는 누군가가 영 못 미더워서 말이지.”

“흥. 저도 C등급이거든요? 프로핏. B등급으로 전직하기에는 경험치가 많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열심히 노력했다고요.”

“그래, 그래.”

마치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뉘앙스에 호는 벨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전투로 인한 경험치 획득 없이 오로지 내정만으로 C등급 클래스를 획득한 그녀였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노력했고, 재능도 있는 편이었다. 단지 자신의 기준이 너무나 높았을 뿐이었다.

‘내정 아이템이라도 획득하게 되면 벨에게 줘야겠네.’

림드 산맥의 수많은 던전을 토벌했지만 아쉽게도 정치 수치를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은 구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상단에 대한 자신의 평판이 높아진다면 아이템에 대한 구입도 의뢰를 해볼 수 있었다.

다만, 지금 흘러가는 모양새라면 아르테미스 상단보다 타임리스 상단과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 질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제가 하는 일이 못 미더워요?”

“에?”

아스트리드 벨의 말에 호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딴에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제법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었다.

“아니, 농담이야. 벨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로우덴의 도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벨은 자신을 대신해서 유능하게 대도시인 디르시나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가끔 자신이 영지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지나칠 때도 있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한시진보다도?”

벨의 말에 호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 * *

타임 리스상단의 상단주, 밴더빌트와의 거래는 만족스럽게 끝났다. 이미 성질 급한 드워프들이 웨어 타이거의 조종석을 교체해 버리는 바람에 로우덴이 어떤 가격을 제시하든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의 입장으로써는 딱히 사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밴더빌트가 웨어 타이거를 구입하지 않는 게 더욱 좋았다.

조종석까지 수리해 놨으니 타임리스 상단이 구입을 포기하게 되면 B등급 마장기 한 기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었다.

‘그,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자신이 컬렉터라는 것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밴더빌트는 외부만 수리하면 새 것이나 다름없는 웨어 타이거를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웨어 타이거를 포함해 카니앗산 여섯 대의 잔해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몸통만 남은 리아 캬베데의 카니앗산과 키마라이들을 완벽하게 수리해주고 16억 리스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호에게 건네주기로 했다.

“멍멍. 밴더빌트와의 이번 거래를 통해 16억 리스와 함게 전에 호 님께서 타임 리스 상단에서 구입했었던 키마라이의 대금도 같이 변제했습니다. 멍.”

“대단한데? 수고했어.”

응접실에서 타임리스 상단과 거래를 끝냈다는 보고를 받은 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로우덴을 바라봤다.

역시 뛰어난 능력의 녀석다웠다. 내심 10억 리스 정도에 수리된 카니앗산 그리고 키마라이 대금의 변제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로우덴은 거기서 무려 6억 리스라는 돈을 더 받아냈다.

역시 자신이 직접 거래에 나서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몇 십, 몇 백만 리스라면 모를까, 무려 6억 리스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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