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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18화 (118/522)

# 118

리그너스 대륙전기 118

‘일대일에서는 그야말로 최강!’

군대와 군대의 전투에서는 그 급한 성격으로 인해 딱히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아쉬토는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일대일에서 만큼은 드래곤을 포함해 상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라고 평가받는 존재였다.

그만큼 전쟁터에서의 아쉬토는 자신의 무력 수치 이상의 마장기 조종술을 보이며 적들을 분쇄하곤 했었다.

웨어 타이거의 상위 기종이자 수인족의 A등급 마장기 중 하나인 황금색의 티거알리카에 탑승한 아쉬토를 가리켜 유저들이 전장의 폭군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런 아쉬토와 맞먹는다고? 그 브로리라는 이상한 이름의 수인 영웅이?!’

그런데 로우덴은 현재 에스트라다로 공격해 들어오는 브로리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의 녀석이 그 아쉬토의 전투능력과 맞먹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로우덴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한시진과 내 실력으로 아쉬토를 막을 수 있을까?’

호의 머리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최강 로리라는 우스갯소리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분명 한시진의 마장기 조종술은 뛰어났다. 그리고 자신도 동급의 상대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로우덴의 말대로 브로리라는 영웅이 수인족의 대왕 아쉬토와 실력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상대하기는커녕 버티는 것조차도 버거울 것 같았다. 한시진의 마장기 조종술은 뛰어났지만, 경험이 아직 부족했다.

둘이 힘을 합친다면 어떻게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것도 훈련을 거쳐 호흡을 맞춰야 되는 일이었다. 단순히 우리 함께 싸워보자 라는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시진은 이 세계에서 마장기를 이용한 전투를 이제 딱 한 번 치렀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마장기를 이용한 전투 경험이 많았고, 마장기전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치러보기는 했었지만 실력이 부족했다. 또한 가상현실게임이 아닌 이 세계에서 마장기를 이용한 전투는 경험한 적조차 없었다.

“후우.”

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언젠가는 이 세계의 강한 영웅들을 전쟁 상대로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난이도가 쉬움->보통->어려움->매우 어려움과 같이 차근차근 플레이어가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가는 게 아닌 쉬움->보통->그리고 무지하게 어려움으로 확 뛴 느낌이었다. 아무리 게임 속에 코리안 난이도라는 게 있어도 이건 해도 너무했다.

“멍멍. 괜찮으십니까? 호 님.”

“아아. 잠시 생각 좀 정리해야겠어. 로우덴. 일단 한시진을 불러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한 로우덴을 향해 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멍!”

로우덴이 대답과 함께 빠르게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 로우덴을 뒤로 한 채 호는 눈을 감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브로리라는 수인 영웅을 상대하기 위해 에스트라다로 출진해야 했다. 그건 확실했다.

“적의 수는 삼만…….”

병사의 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눈에 띌 정도의 큰 정도의 차이가 있다면 곤란하겠지만, 에스트라다에는 현재 만 사천이나 되는 병사가 주둔하고 있었다. 공성을 하는 데 있어 최소 수성 인원의 세 배 이상의 병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병사의 차이는 적당했다.

문제는 마장기였다. 첩보에 따르면 에스트라다를 노리는 수인족의 군대는 총 일곱 대의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역시 저번 전투를 떠올리면 딱히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저번 수인들과 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자신들도 B등급 마장기를 두 대나 보유하고 있었고, 저번의 전투에서 한시진은 홀로 수인족의 마장기를 다수 파괴하는 공을 올렸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브로리…….”

최소 S등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인족의 영웅. 로우덴의 말을 들어보니 마장기를 이용한 전투 능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터였다.

그렇게 ‘최강 로리’라는 자못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브로리에 대한 생각을 하던 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공략본을 열기 시작했다.

먼저 확인할 게 있었다. 비록 한 번뿐이지만 호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엔딩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나머지 한 번은 대륙 통일의 목전에서 라헬의 통수로 인해 게임 오버를 당했었다.

적어도 이 세계와 흡사한 배경을 지닌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의 호의 플레이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하지만 호는 브로리라는 이름의 수인 영웅에 대해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조금 이상해.”

아무리 게임 내에서 주로 인간 종족으로만 플레이 했다고는 하지만, 호는 게임 내에서 두 번이나 수인 왕국을 점령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브로리라는 영웅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더욱이 최강 로리 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지녔다면 분명 기억 속에 남아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것도 수인족의 대왕인 아쉬토와 맞먹는 실력을 지녔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 정도의 존재감이라면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삼국지의 여포와도 비슷한 인지도를 지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호는 브로리라는 영웅의 이름을 게임 내에서도 또한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공략 사이트에서도 본 적이 없던 것 같았다.

“어?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호의 입에서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공략본은 위대했다.

<영웅 정보(Status)>

1. 이름 : 브로리 발란스

2. 성별 : 여(131)

3. 종족 : ???

4. 소속 : 수인 왕국

5. 레벨 : 750

6. 직업 : 금파신(SS)

7. 세부능력

통솔 : 442 / 500(S)

무력 : 964 / 1000(SSS)

지력 : 111 / 200(B)

정치 : 99 / 200(B)

매력 : 327 / 300(A)

8. 특성 : 전투의 열광, 파괴의 외침, 황금의 목소리, 타고난 재능, 진정한 포식자

9. 스킬

<무릎 꿇어라!> SS랭크.

브로리는 원인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인간들의 영웅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혼혈의 저주에서 벗어나 인간과 원인의 장점을 동시에 타고난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괴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효과 : 일대일의 전투에서 자신의 무력 수치의 이상의 파괴력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효과(2) : 브로리가 지휘하는 병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 효율의 공격력을 발휘합니다.

<황금 본능> B랭크.

인간과 수인과의 혼혈에 불과했던 그녀는 자신의 괴력과 용맹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종족들 에게서 많은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브로리는 어릴 때부터 돈이야말로 이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효과 : 많은 리스는 그녀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만능의 공략본 답게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는 브로리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었을 뿐, 브로리는 이 세계에 그리고 이 리그너스 대륙에 존재했던 영웅이었다.

다만 그녀는 호의 예상보다도 훨씬 뛰어난 영웅이었다.

“하?! 이런 미친.”

그녀는 S등급도 아닌 무려 SS등급의 영웅이었다. 그것도 무력 포인트가 964. 아이템을 이용하면 무력의 최대 한계인 1000도 넘길 수 있는 수치였다.

“어, 어떻게 이런 영웅을 내가 몰랐던 거지?”

공략본을 보는 호의 눈이 끔뻑였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영웅을 몰랐다니.

이제껏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헛으로 플레이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공략본의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브로리(수인족)-히든 영웅인 브로리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엔딩을 본 플레이어만이 다음 회 차에서 등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워낙에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탓에 발견 조건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브로리는 제1차 종족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만 이벤트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고, 수인과 인간 소속으로는 절대 등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만약 GS 1214력까지 브로리를 등용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독살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어쩐지…….”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클리어 한 플레이어만이 발견할 수 있다면 자신은 모르는 게 정상이었다.

1회 차 플레이를 마치고 2회 차에 접어들려고 한 순간 이 이상한 세계로 끌려 왔기 때문이었다. 공략본에는 브로리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도 나와 있었다.

결국 공략본을 작성한 ‘관우는 내 여자’라는 유저의 말에 따르면 브로리라는 영웅은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엔딩을 본 플레이어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을 경우 일정 기간에만 등장하는 영웅이었다. 또한 그녀는 플레이어의 구원이 아니라면 이벤트로 인해 플레이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목숨을 잃는 영웅이기도 했다.

“이러니까 내가 몰랐지.”

아마 자신뿐 아니라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유저도 몰랐을 터였다.

“그런데 대체 이 사람은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안 거지? 진짜 대단하네. 분명 폐인이 틀림없어.”

그렇게 공략본을 통해 브로리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자 문득 의문이 들었다. ‘관우는 내 여자라’는 유저의 공략본은 완벽하다시피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심지어 방금 전 자신이 찾아본 브로리와 같이 쉽게 알 수 없는 정보까지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뛰어난 공략본을 만들어 준 이름 모를 게이머에게 호는 감사를 보낼 뿐이었다.

어쨌든 브로리라는 영웅이 어떤 인물인지는 공략본을 통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로우덴의 말이 과장은 아니었다. 그녀의 전투력은 수인족의 대왕인 아쉬토와 맞먹었다. 아니, 오히려 능가할 지도 몰랐다.

바로 ‘무릎 꿇어라!’라는 SS등급의 스킬 때문이었다. 설명에는 스킬의 효과가 자신의 무력수치 이상의 파괴력을 나타낸다고 뭉뚱그려 설명해놨지만, 호는 그 말이 전투에서 어떤 위력을 보이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1.5배. 그러니까 일시적이긴 해도 브로리는 일대일 상황에서는 최소 1400 이상의 무력 능력을 지닌 영웅의 전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호의 머릿속에 붉은색의 비상등이 울려 퍼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벽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무력 능력 1400. 현재의 자신과 한시진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막아낼 수 없었다.

이 대 일의 마장기전? 십 분 안에 가루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964라는 무력 수치도 당해낼 수 없는데, 스킬을 발동하면 무려 1400으로 뻥튀기가 되었다. 게다가 보유한 특성조차도 하나하나가 대단한 특성들이었다.

“으아아아…….”

어쨌든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냉정해져야 했다. 브로리는 현재 에스트라다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공략본에 나와 있는 압도적인 능력치 앞에 호는 브로리의 스킬 이름대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 * *

수인들의 공격 소식은 곧 림드 산맥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저번 전투의 영향 때문인지 디르시나의 영지민들은 딱히 동요하는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영지민들이 아닌 휘하 영웅들 특히 소환자들의 동요가 더 크다고 느낄 정도였다.

“삼만이나 돼요?!”

“그래. 거기에 마장기는 총 일곱 대라고 하더군.”

“히이익?!”

호의 말에 시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영주성 밖에 있는 거대한 크기의 강철거인을 무시무시한 수인들이 일곱 대나 끌고 온다는 소리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한시진이 팔짱을 끼고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내뿜은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니 아마 브로리에 대한 이야기를 로우덴에게 들은 모양이었다. 상대는 수인 왕국 최강의 전사 중 하나로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진정한 강자였다.

아니, 그녀는 강자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최강로리라는 호칭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잠시 후, 로우덴과 아스트리드 벨 그리고 존스 홉킨스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에스트라다를 공격하려는 수인들이 일주일 내에 도착했다는 보고다.”

“출진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멍멍. 호 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됩니다.”

로우덴의 말에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진 준비가 끝났다는 말은 그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브로리. 그녀를 상대할 뾰족할 방법이 없었다.

“병력 구성은?”

“엘븐 템플러 만 이천, 정예 실리스 삼천, 켄타우로스 전사 천입니다. 멍멍.”

총 병력 만 육천. 여기에 에스트라다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을 더한다면 수인들을 상대할 병사의 수는 충분했다. 확실히 림드 산맥의 패자로 휘하의 도시가 다섯 개나 되다 보니 안테로리에 있을 때와 비교해 병력들의 양성 속도가 크게 차이나고 있었다.

어쨌든 이런 일반 병사들은 마장기전에서는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수성전에서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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