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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102화 (102/522)

# 102

리그너스 대륙전기 102

쿵! 쿠쿠쿵!

마력이 충전된 카니앗산의 주포가 박격포처럼 허공에서 쏟아져 내렸다.

카니앗산의 집중된 화력은 순식간에 대지를 엉망으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다행이도 수인 마장기 오너의 실력이 대단치는 않은지 카니앗산의 주포는 마족들의 진영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강타할 뿐이었다.

그래도 몇몇 병사들이 카니앗산의 공격으로 인해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재로 변해버리기는 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캬앙! 우리 쪽 키마라이는?!”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마력 충전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합니다!”

“캬학!”

카니앗산의 포격을 피해 참호에 숨어 있던 리아 캬베데가 발로 흙벽을 강하게 걷어찼다.

총대장인 윤호가 에스트라다로 돌아갔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일까? 윤호가 에스트라다로 떠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수인들이 마장기를 앞세워 마족 진영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마장기가 한 대라도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상대의 다리를 동강내 버리기 위해 출전했을 터였다. 하지만 반파된 아군의 카니앗산은 에스트라다의 성벽에 배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A랭크 병종인 엘븐 템플러들을 데리고 돌진 명령을 내릴 수도 없었다.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마장기는 격 자체가 다른 병기였다. 그게 마장기 중 가장 낮은 등급인 C등급의 마장기라 할지라도 말이다.

마장기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똑같은 마장기나 대 마장기 전용 병사들뿐이었다. 아니면 마왕이나 수인 왕국의 왕과 영웅들이 직접 지휘하는 병사거나.

“키마라이! 출진합니다!”

한 엘븐 템플러가 외치듯 말했고, 그제야 리아 캬베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적의 공격을 받았으니, 이제는 되갚아줄 차례였다. 비록 계속된 격전으로 인해 아군의 키마라이가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C등급 마장기인 카니앗산쯤은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더욱이 카니앗산은 키마라이와의 상성도 좋지 않은데다가 키마라이의 오너인 한시진은 리아 캬베데도 감탄할 정도로 에이스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대단한 인간이었다.

그만큼 한시진이 마장기를 다루는 실력을 독보적이었다. 심지어 ‘바리안스의 대지’의 패자 리셴르나조차도 마장기의 숙련도만큼은 한시진을 따라오지 못할 것 같았다.

쿠웅! 쿠웅!

아군의 마장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제껏 카니앗산의 포격에 당하기만 하던 엘븐 템플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시진의 마장기 조종술은 이미 아군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이번 전쟁에서 단독으로 수인족의 마장기를 무려 여섯 기나 파괴하는 전적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각 군단의 에이스라 불리는 마장기사들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성과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시진은 단 한 번의 수리도 없이 상대 마장기들을 격파하기까지 했다.

‘카니앗산의 숫자는 세 기인가?’

리아 캬베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수인족의 진영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아군을 향해 포격을 하는 카니앗산은 세 기밖에 없었다.

처음 에스트라다 전투에서 카니앗산 네 기를 잃은 수인 왕국은 군대를 재정비. 릴라릴라와 카니앗산 몇 기를 추가해 자신들을 향해 쳐들어 왔었다.

그러나 마장기 전에서 한시진이 탑승한 키마라이 한 대를 당해내지 못하고 수인 왕국의 B등급 마장기인 릴라릴라를 포함해 카니앗산 한 대가 완파되었고, 이제 남은 상대의 마장기 전력은 눈에 보이는 카니앗산뿐이었다.

쿵! 쿵!

한마디로 저 카니앗산 세 기만 처리할 수 있다면 상대의 마장기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는 것은…….

“저 닝겐, 아니, 인간이라면 충분히 해결해 주겠지? 냥! 모두들 돌격 준비!”

처처척!

리아 캬베데의 명령에 엘븐 템플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장기들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콰앙!

“이야아앗!”

붉은색의 빛으로 둘러싼 키마라이의 대검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섬광과 함께 휘둘러졌다. 하지만 카니앗산도 맥없이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한시진에게 직접 공격을 받는 카니앗산은 회피기동을 하며 세 개의 다리를 이용해 키마라이의 복부를 노렸고, 나머지 한 대는 거리를 벌리며 주포를 발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수그렸다.

투아앙!

곧 붉고 푸른빛이 꼬이듯 섞인 굵은 주포가 키마라이를 향해 쏘아졌다.

근접으로 펼쳐지는 마장기전에서는 주포와 같은 원거리 계통의 무기보다는 검이나 철퇴와 같은 근접 무기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위력은 떨어져도 마장기의 장갑만큼이나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기인터라 그 충격과 타격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오너의 실력에 따라 마나만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절삭력이 크게 상승했기에 근접 무기로도 충분히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거리 계통의 무기가 근접전에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효율이 조금 떨어질 뿐 그 파괴력은 근접 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제대로 명중만 한다면 C등급 마장기로도 B등급 마장기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물론, 명중만 한다면 말이다.

투쾅!

카니앗산의 주포에 빛이 생기는 것을 확인한 순간 한시진이 팔을 한 번 휘둘렀고, 키마라이를 향해 벼락같은 속도로 날아오던 에너지는 그대로 허공으로 튕겨져 사라져 버렸다.

“크읏!”

한시진이 신음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상대의 주포 공격을 화랑의 기술 중 하나인 쳐내기로 무력화시켰지만, 연이는 교전으로 인해 피해가 누적된 탓인지 처음과는 다르게 마장기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마장기를 수리하지 못한 게 그 이유인 것 같았다. 결국 전투가 길어지면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 될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상대도 그것을 노리고 마장기 전을 감행한 게 분명했다.

“시간을 끌면 곤란해. 빨리 끝내야겠어.”

말과 함께 시진은 재빠르게 조종간을 잡아 당겼다. 자신의 복부를 향해 카니앗산 한 대가 송곳처럼 다리를 찔러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카니앗산의 공격을 피한 그녀는 키마라이의 대검으로 카니앗산의 다리를 내리쳤다.

[끼기깃?! 뀨삐!]

마치 두부를 자르 듯 마나가 실린 대검은 카니앗산의 강철을 너무나도 손쉽게 베어내었고, 균형을 잃은 카니앗산이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좋았어!”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아 캬베데가 환호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손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자신의 오너인 윤호도 그렇고 한시진이라는 저 여자도 그렇고 자신이 알고 있는 소환자들은 정말로 대단한 녀석들뿐이었다.

저런 실력을 지닌 소환자들이 한 무더기 몰려 있다면 리그너스 대륙을 통일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리아 캬베데는 자신의 오너인 윤호가 리그너스 대륙을 통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주인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리그너스 대륙은 역사상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통일된 적이 대륙이었다.

“대체 마력포를 어떻게 튕겨내는 거지?”

“날아오는 게 눈에 보이나?”

뒤에서 엘븐 템플러들이 떠드는 소리에 리아 캬베데의 귀가 까닥였다. 그녀도 한시진이 어떻게 카니앗산의 주포를 튕겨내는 지 그 기술에 대해 궁금증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한시진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키마라이와 카니앗산의 전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었고, 현재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마족의 마장기는 수리도 하지 못한 키마라이가 한 대가 전부였다.

만약 여기서 키마라이를 잃게 된다면 팽팽하던 전황은 굉장히 좋지 않게 흘러갈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물론, 상대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투아앙!

키마라이가 카니앗산의 옆으로 이동하며 균형을 잃은 카니앗산을 향해 크게 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카니앗산의 본체. 곧 터엉하는 소리와 함께 카니앗산의 마나 보호막이 짙은 색을 내뿜었다.

거대한 동체가 뒤로 밀릴 정도의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한시진은 계속해서 검을 내리쳤다. 자신이 느끼는 반발력만큼 상대 또한 충격을 받기 때문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머리가 얼얼하다 못해 뇌진탕이 왔을 지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시진은 조금씩 마장기를 움직이고 있었다. 적들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제길!”

조금 떨어진 곳에서 키마라이를 향해 주포를 발사하려던 수인 왕국의 영웅이 자신의 조종간을 내리치며 욕설과 함께 마장기를 이동시켰다. 영악하게도 키마라이가 아군의 뒤로 숨은 탓에 쉽사리 주포를 발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시진은 술래잡기를 하듯 얄미울 정도로 빙글빙글 돌며 자신이 다리를 박살 낸 카니앗산을 빙글빙글 향해 자신의 대검을 내려치고 있었다.

쾅! 콰앙! 쾅!

그렇게 키마라이가 검을 내리치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카니앗산의 몸체에서 쇳덩이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마나 보호막이 있기는 하지만, 보호막에도 한계가 있었다. 공격을 당하는 수인 영웅이 몸을 피하려고 해도, 키마라이의 움직임은 다리가 몇 개 사라진 카니앗산 보다 훨씬 빨랐다.

그렇게 시진은 카니앗산의 얇은 다리 관절을 모조리 부셔 버리고는 발을 잃은 카니앗산을 린치 하듯 무참하게 두들이기 시작했다. 원거리 포격과 대부분의 지형에도 거리낌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거미 형태를 지닌 카니앗산의 구조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야아앗!”

그리고 카니앗산의 마나 보호막이 희미해진 것을 느낀 시진이 기합과 함께 대검을 양손으로 잡고 카니앗산의 조종석을 향해 내리 찔렀다. 몸을 살짝 띄어 마장기의 엄청난 체중까지 실은 공격이었다. 화랑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마장기를 침묵시키는 최선의 방법이 조종석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걸 그녀는 많은 전투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쿠우욱!

손이 쑤욱 미끄러지는 느낌과 함께 커다란 대검이 그대로 카니앗산의 몸통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미묘한 감각이 손가락 끝에 느껴지자 한시진은 재빠르게 검을 빼냈다. 검끝에 살짝 새겨진 붉은색의 액체가 그녀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한 대 처리.”

키마라이의 고개가 돌아가며 붉은색의 눈을 빛냈다. 그 모습에 남은 수인 왕국의 마장기들이 겁에 질렸는지 뒤로 살짝 물러섰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 카니앗산을 발로 밟은 채 몸을 일으키는 키마라이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붉은 사신과도 같았다.

“이제 남은 건 두 대인가?”

한시진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만 처리하면 앞으로 문제될 건 없었다. 웬만한 물리 공격 및 마법 공격에 뛰어난 방어력을 보이는 마장기를 방패로 삼아 수인족의 군대를 짓밟으면 될 뿐이었다.

게다가 숫자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엘븐 템플러들은 A랭크의 병사들. 그녀가 처음 목격했던 이 세계의 병사들인 오크나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른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시진의 맹공에 남은 카니앗산들이 고철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나름 회피기동을 펼치면서 주포와 마법화살을 날려 키마라이를 공격했지만, 그들의 공격은 키마라이의 동체에 몇 개의 흠집만을 만들어 냈을 뿐이었다.

“캬아아아! 가즈아아아!”

적들의 카니앗산이 모조리 박살나며 마장기 전력이 무력화되는 것을 확인한 리아 캬베데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웅장한 마장기전으로 인해 잠시 방관 상태로 변해 있던 전장이 공세로 변한 마족의 병사들로 인해 분위기가 급격하게 뒤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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